
미국 애니 속 힙합을 보다
※ 여러분은 음악으로 제일 가깝게 즐기고 있을 '힙합' 문화는 미국의 여러 애니메이션 속에도 촘촘히 남아 있습니다. 제가 미국 애니메이션을 즐기던 중 발견하고 즐거웠던 '미국 애니메이션 속 힙합 문화', 그 이야기를 기쁘게 풀어 봅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재미있게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1. 심슨 가족 (The Simpsons)
자, 이 라이벌을 찾을 수 없는 최장수 괴물 애니메이션을 여러분께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
"27개의 에미 어워즈상, 30개의 애니 어워즈상과 한 개의 피바디상을 비롯해 수십 개의 상을 받았다. 1999년 12월 31일 발행된 타임지는 <심슨 가족>을 20세기 최고의 텔레비전 시리즈물로 선정했으며, 2000년 1월 14일에는 할리우드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심슨 가족>은 미국 시트콤 사상, 미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장기간 방영되고 있으며 호머 심슨이 자주 쓰는 말인 “D'oh!”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수록되기도 하였다. 이를 영화화한 <심슨 가족 더 무비>는 2007년 7월 26일과 7월 27일에 전 세계에서 동시 개봉하여 5억 2천7백만 달러의 수익을 벌었다."- 위키피디아
이런 설명도 사실 지루하고, <심슨 가족(The Simpsons)>은 그냥 '봐야 된다'. '한 번도 안 보면 몰라도, 한 번만 보지는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는 야동을 이 개념에 끼워 맞추겠지만, 난 감히 <심슨 가족>을 이 개념에 맞추겠다. 이 애니는 89년부터 난리를 쳐 왔다. 안 건든 '미국의 문화'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이리저리 튀다 보니 한국 얘기도 나오고 아무튼, 안 건든 소재가 없다. 오죽하면 뒤에 언급될 사우스 파크(South Park)에서 'Simpsons Already Did It(심슨 가족에서 이미 나왔어)'라는 에피소드가 따로 존재하겠는가? 맷 그레이닝(Matt Groening)은 그냥 미쳤다. 이 작품을 보면 '아름답게 미쳤다'고 말하는 수밖에 없다. 깊게 들어가면 빠심과 결부되어 논문에 가까운 이야기가 튀어나올 테니, 그냥 이 애니 속의 힙합 이야기만 하겠다.
<심슨 가족> 시즌 7의 24번째 에피소드인 'Homerpalooza'는 꽤나 인상적이다. 여기서 여러분은 사이프레스 힐(Cypress Hill)의 명곡 "Insane in the Brain"과 "Throw Your Set In The Air"를 만날 수 있다. (덧붙여 힙합은 아니지만 록 그룹 스매싱 펌킨즈(The Smashing Pumpkins)와 소닉 유스(Sonic Youth)의 목소리 연기도 만날 수 있다.) 위의 영상에 등장하는 부분이 바로 '심슨 스타일'로 변주된, 찰진 오케스트라의 난입이 멋진 "Insane in the Brain"이다.
이와 같은 힙합 곡의 등장도 있었지만, 내가 보다 집중적으로 언급하고 싶은 에피소드는 바로 시즌 16의 9번째 에피소드인 'Pranksta Rap'이다. 뜻하지 않은 스포일러가 되기에 스토리는 풀어놓지 않겠다. 이 에피소드는 50 센트(50 Cent)의 특별 출연이 있으며, (조금 오버해서) '힙합에서 끌어올 수 있는 모든 컨셉'이 나온다.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y)의 플레이버 플레이브(Flavor Flav)에 관한 오마주부터 시작해 힙합 팬들이 즐길 만한 패러디와 컨셉이 풍부하다. 'Murder 4 Life'라는 랩 콘서트가 중심이 되는 것이나, 주요 등장인물인 바트 심슨(Bart Simpson)이 선보이는 예상외의 랩도 있다. 참고로, '바트'의 성우 낸시 카트라이트(Nancy Cartwright)는 1957년생이시다. 쓰잘데기 없는 설명은 불필요할 듯. "Feel The Flow(플로우를 느끼시라)".

2. 사우스 파크 (South Park)
미쳤다. 이건 그냥 좀 독하게 미쳤다. 이 애니는 아무리 힙합을 다룬 에피소드가 있어도, 혼자 즐기는 방향으로 하고 싶었다. 사실 나도 보기는 봤어도, 두 번은 못 볼 에피소드가 꽤 되기 때문이다. 트레이 파커(Trey Parker)와 맷 스톤(Matt Stone), 두 걸출한(?) '돌+아이'가 합심하여 만든 이 괴물은 심슨과 어깨를 나란히 할 (아니, 사실 심슨을 이길 괴물은 없다) 미국 애니의 양대 산맥이 되었다. 이 애니야말로 모두가 말하는 '모두 까기 인형,. 아니, 애니'이다. 이 광란의 '까고 조롱하고 달리고 토하는' 애니는 사실 나름 건전한 상식을 유지하며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어느 정도 각오가 필요하달까. 어쨌든, '이게 미국식 유머다'라고 할 부분이 많은 애니이다.
추천 에피소드는 시즌 13의 5번째 에피소드 'Fishsticks'이다. 여기서 우리의 칸예 웨스트(Kanye West)가 제대로 능욕을 당한다. 재미있게도 이 에피소드는 칸예가 2009 MTV VMA(Video Music Awards)에서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를 능욕(?)한 이후 더 관심을 받았다고 한다. 칸예의 찰진 '돌+아이'화가 인상적인 이 에피소드는 말로 더 설명하기 어려우니 보기 바란다.
그리고 시즌 7의 2번째 에피소드, 'Krazy Kripples'. 아…, 도대체가 이 '깡다구'를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가? 어지간히 힙합 음악을 들었다면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 없는 '크립스(Crips)'와 '블러드(Bloods)' 갱단이 중심으로 나온다. 그리고 이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특성상 매우 '능멸'당한다. 이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이 총에 맞아 죽을 위기를 사서 만드는 한편으로 우리는, 만약에 관심이 있다면, '크립스, 크립스, 예아 블러드, 블러드'하는 힙합 음악 속의 이 두 갱단 이야기를 살짝 맛볼 수 있다. 투팍(2Pac)이 자주 했던 두건 모양도 볼 수 있고 여러모로 반가운(?) 에피소드라 할 수 있다. 까는 데 성역(聖域)이 없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어브 어메리카. 참 여러모로 재미있는 나라다. 이것도 직접 목격(?)하기를 권유한다.

3. 퓨처라마 (Futurama)
이 애니메이션 또한 <심슨 가족>의 아버지 맷 그레이닝의 손길이 닿았다. 3000년의 미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진상이자 팔푼이인 주인공 필립 제이 프라이(Philip J. Fry)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이 글을 읽고 볼 사람들을 위해, 역시 줄거리를 자세하게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허구의 배경이지만 과학적인 사실, 물리학 이론을 적절히 ‘심각하지 않게’ 삽입하여, 관심을 가지고 보면 과학 공부도 되는 장점(?)도 있다. 물론 오락을 위한 애니이기 때문에, 머리 아플 정도의 내용은 아니니까 겁먹지 말고 즐기시라.
추천 에피소드는 시즌 1의 9번째 에피소드 'Hell Is Other Robots'이다. 이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유명인의 머리만 보존하여 그 머리들이 활동한다’는 재미있는 컨셉이 매우 효율적으로 활용된다. 무려 비스티 보이즈(Beastie Boys) 형님들이 대활약. 개인적으로도 매우 좋아하는, 그래미 어워즈 랩 그룹 부문(Best Rap Performance by a Duo or Group) 수상에 빛나는 "Intergalactic" (From [Hello Nasty](1998))을 역동적으로 불러주신다. '어떻게' 역동적인지는 역시 직접 확인했으면 좋겠다. 머리만 있어도 화려한 랩 공연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즌 7의 21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사우스 파크에서도 나왔던 ‘크립스와 블러드’, 두 갱단의 상징적인 색깔을 가지고 유쾌한 농담을 한다. 외계인이 찰진 ‘흑형 목소리와 말투의 맛’을 보여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주인공인 ‘필립 제이 프라이’는 극중, 80년대 유행했던 댄스 배틀에서 제법 폼나게 춤을 춘다. 몇몇 에피소드에서 올드 스쿨 브레이크 댄스의 향수를 자극하는 씬이 나온다. <심슨 가족>도 그러고, 이 <퓨처라마(Futurama)>도 그러하고 연출진이 에피소드에 힙합 문화 자체를 녹여서 넣는 데 꽤 노련한 연출을 보여준다. 기회가 닿는 사람은 차분히 에피소드를 보아 가면서, 살짝살짝 등장하는 힙합 관련 레퍼런스를 즐기면 되겠다.
4. 개그 만화, 아니 힙합 느낌 애니 보기 좋은 날
자, 이렇게 조금 후하게 쳐주면 미국 3대 애니, ‘미국 애니계의 삼대장(三大將)’인 세 작품 속 힙합 관련 에피소드를 이야기해봤다. 예전에는 미국을 ‘인종의 용광로’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요즘은 ‘샐러드 볼(Salad Bowl)’이라는 용어가 많이 통용되고 있다. 다양한 문화가 각각의 특징을 유지하며 섞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매우 잘 보여주는 것이 위의 세 애니메이션 시리즈이다. (다만 <사우스 파크>는…, 음 어디 가서 내가 추천했다고 안 해주면 고맙다.) 뭐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지만, 너무 과격한 표현에 거부감이 있는 분은 <퓨처라마> ☞ <심슨 가족> ☞ (꼭 봐야겠다면) <사우스 파크> 순서로 보시면 되겠다. 보면서 위에서 언급한 힙합 관련 레퍼런스를 ‘보물찾기하듯이’ 찾아보시라. 이 정도면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하지 않았나 싶다. 삶 속의 여유 시간을 즐겁고 유쾌하게 채워주는 이런 애니메이션 시리즈에 고마운 마음을 남기며 이만 한다.
글 | Mr. TExt
편집 | soulitude
칸예 나온걸루 ㅋㅋ
암튼 재밌게 읽고갑니다~
패밀리가이 전편 다 볼정도로 좋아했었는데 ㅎㅎ
네 물론 타임 패러독스, 빅뱅 이론 등 '과학'을 좀 더 심도 깊게 알면 더 즐겁게 볼 수 있죠. 다만 그런 배경 지식이 없이도 웃을 수 있는 연출력이 참 좋지요 허허. 재미있게 보고 관심이 생기고 의지가 있으면 공부를 더 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뭐 그런 미덕이 있다고 봅니다.
셋 다 보신다면 정말 인생의 여유를 즐기시는 중이네요. 껄껄. 좋습니다.
아 이건 여담으로요.
퓨쳐라마의 4시즌 7번째 에피소드인 "Jurassic Bark"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애니 보고 울어보기는 처음이다’라는 댓글도 본 기억이 있고, 평가가 무척 좋습니다. 저도 좋아하는 에피소드네요.
(스포일러에 민감하신 분은 재생하지 않기를 권장합니다)
“쉘부르의 우산(The Umbrellas of Cherbourg (1964))”의 유명한 곡에 가사를 붙인 "I Will Wait for You"가 삽입되었는데, 보컬리스트 코니 프랜시스(Connie Francis)의 목소리가 가슴을 후벼 팝니다. 마지막 씬의 ‘잔잔하면서 파괴적인 임팩트’가 정말 음악과 딱 맞아떨어진달까요? 즐기시길.
그 이후론 귀찮기도 하고 딱히 시간도 안 나서 안 보고 있지만... 사우스파크도 참 흥미 있었는데 못 보게 되어서 아쉬워요
SWAG!!!
사우스파크는 시즌1 보기시작한지 얼마 안됐고...
(워낙 많아서 언제다볼지 ㅜㅜ)
퓨처라마는 받아놓기만 했는데 빨리 보고싶게 만드는 글이네요
페북에 이 글 링크 좀 걸어도 될까요?!
스바라시~ 칭칭모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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