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검색

[기획] Journey to the G-Funk Era #2

title: [회원구입불가]HiphopLE2011.07.17 08:45댓글 6

00000.JPG

 

Journey to the G-Funk Era #2

 

 

■ 웨스트코스트 디스전

 

군대에 재직(?)중이던 당시 병장 휴가였던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군가에 지친 귀를 풀어주기 위해 그동안 못들었던 웨스트코스트 음반을 미친 듯이 찾아 헤맸죠. 그러다가 제일 먼저 발견한 앨범이 Kurupt의 [Tha Street Iz A Mutha](1999)였습니다. 절도 있는 동작과 90도 각에 갇혀있던 지라 창의적으로 음반을 찾아낸 것은 아니었고, 친한 형님의 강력 추천으로 이 음반을 접하게 된 것입니다. 비로서 전 핑클과 S.E.S.로부터 해방되어 웨스트코스트 힙합 음악의 세계로 다시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씨디를 구입하던 첫날 흥분에 휩싸이며 감상을 시작했죠. 그 형님이 추천했던 트랙들 뿐만 아니라 앨범 전체가 전율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제대로 완성된 클래식 앨범을 하나 얻은 그런 뿌듯함에 잠겨있었죠. 그런데 이게 웬일! 트랙이 다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미지의 트랙이 하나 더 플레이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배틀 엠씨 Kurupt의 진면목이 담겨있는 <Callin' Out Names>이었습니다.

 

사실, 디스하면 으례적으로 2pac vs. Biggie(The Notorious B.I.G.) 내지는 Nas vs. Jay-Z를 떠올리기 마련인데요. 구석구석 다 따져가보면 엠씨들간의 소소한 분쟁이 꽤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특히 웨스트코스트 힙합 신(scene)에서는 이런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였고요. 막상 내용적인 면을 들어가보면 유치한 발단에 김이 새기도 하지만, 그들만의 리그전을 관찰하는 것도 지펑크 음악이 주는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요? 앞서 언급한 Kurupt의 <Callin' Out Names> 뿐만 아니라 Daz Dillinger, Jayo Felony, Ice Cube, Cypress Hill, Snoop Dogg, DJ Quik 등이 각기 고유 스타일과 코드를 담아낸 디스 곡들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가운데 일부 흥미로운 곡들과 그 배경을 게재하고자 합니다.

 

 

 

 

 

01.JPG

 

N.W.A. vs. Ice Cube

 

Ice Cube는 N.W.A. 멤버들 가운데 유독 튀는 멤버였습니다. 가장 현명하게 라임을 진행하였으며, 스토리 텔링에 있어서도 타 멤버들을 압도하는 수준이었죠. 다른 멤버들의 가사를 대필해주기도 했으니, 이미 N.W.A. 멤버들이 인정을 한 거나 다름없겠죠? 그렇게 대내외적으로 인정받던 Ice Cube는 팀의 리더이자 소속사 (Ruthless Records) 대표 Eazy-E의 페이 문제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결국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그의 페이 요구가 쉽게 해결되지 않자 그는 팀을 떠나 솔로 활동을 시작하였죠.

 

1991년, N.W.A.는 <Message To B.A.>와 <Real Niggaz>로 Ice Cube를 공격합니다. 갱스터 랩그룹 다운 거친 단어와 협박이 난무하는 곡들이죠. 이에 Ice Cube는 자신의 두 번째 솔로 앨범 [Death Certificate](1991)를 통해 응답곡 <No Vaseline>을 공개합니다. 결과는? 물론, 팬들과 평단은 Ice Cube의 손을 들어주었죠. Cube는 곡을 통해 "매일 백인 동네에서, 그것도 호화 저택에서 사는 너희들이 무슨 Niggaz With Attitude(N.W.A.의 의미)냐? 너희들은 말 그대로 moved 'straght outta Compton'(N.W.A.의 히트곡)이구나"와 같은 표현으로 응수하였습니다. 훗날 훈훈하게 이들 사이는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N.W.A. <Message To B.A.>, <Real Niggaz>
Ice Cube <No Vaseline>

 

 

 

 

 

 

 

2.JPG

 

Dr.Dre, Snoop Dogg, Tha Dogg Pound vs. Eazy-E, BG Knocc Out, Dresta

 

전편 글(Journey to the G-Funk Era #1)에서도 언급했다시피 Dr.Dre가 데뷔작 [Chronic](1992)으로 솔로 출격을 하면서 Eazy-E와의 사이는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우선 음악 이전에 사업적인 부분에서 큰 갈등을 겪던 와중에 Dr.Dre는 당시 신인이던 Snoop Dogg과 함께 <Fuck Wit Dre Day>를 발표하여 Eazy-E를 공격하였죠. 이에 질 세라 Eazy-E는 아예 Dr.Dre를 비롯한 레코드 레이블 Deathrow Records 소속 아티스트들을 모조리 싸잡아서 디스한 미니 앨범 [It's On (Dr. Dre) 187um Killa](1993)을 발표하기에 이르죠.

 

그들의 싸움은 결국 두 레이블(Deathrow vs. Ruthless)의 싸움으로 확대됩니다. Deathrow 소속이었던 2인조 Dogg Pound(Kurupt과 Daz로 구성)는 Eazy-E를 비롯하여 Eazy-E의 노래에 참여해 Dr.Dre를 함께 비난한 그룹 B.G. Knocc Out & Dresta를 씹는 <What Would U Do>를 발표하였습니다. 이에 맞대응하는 의미로 B.G. Knocc Out & Dresta는 <DPG Killa>를 발표하였습니다. 이 싸움은 Eazy-E가 에이즈로 사망하게 되면서 종식되었고 당사자들, 특히 Kurupt과 B.G. Knocc Out은 함께 무대 위에 올라설 정도로 친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Dr.Dre <Fuck Wit Dre Day>
Eazy-E <Real Muthaphukkin G'z>, <It's On>, <What Would U Do?>
Dogg Pound <What Would U Do>
BG Knocc Out & Dresta <DPG Killa>

 

 

 

 

 

 

 

3.JPG

 

DJ Quik vs. MC Eiht

 

웨스트코스트를 대표할 만한 형님급 아티스트 DJ Quik과 MC Eiht의 비프 역시 상당히 고전입니다. 그런데 고전치고는 발단이 좀 아이러니 합니다. 때는 1991년, MC Eiht이 솔로로 출격하기 이전 Compton's Most Wanted로 <Def Wish>라는 곡을 발표하였는데요. 이 곡에서 MC Eiht은 quick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과격한 언어 표현과 함께 쓰였다고 합니다. 헌데 이게 DJ Quik의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입니다. (MC Eiht의 최근 인터뷰에도 그는 이 사건의 발단을 quick이라는 단어 때문이라고 언급하였죠.) 마침 MC Eiht는 갱단 Crips 소속이었고, DJ Quik은 Bloods 소속이었는데 이러한 점이 오해를 더욱 증폭시켰던 것 같습니다.

 

다른 이야기로는 DJ Quik이 언더그라운드 활동을 하던 중 MC Eiht과 Eazy-E를 언급하며 Compton City 출신의 래퍼들에게 일종의 경고를 하였다고 하는데요. (DJ Quik은 이것이 일종의 Compton을 대표하는 형님급 아티스트들과 자신을 동등한 위치에 올려놓는 라임이었다고 함.) 이 내용이 MC Eiht의 귀에 들어가면서 Compton's Most Wanted의 곡 <Duck Sick>이 먼저 공개된 것이라고도 합니다. 어쨌든 MC Eiht 본인이 자신이 "Quick"이란 단어를 사용하면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언급하였으니 전자가 이 배틀의 출발점일 듯합니다.

 

아무튼 이 둘의 싸움은 지속적으로 주고 받는 디스 곡이 발표되며 9~10년간 이어졌습니다. 와중에 재미있는 표현들이 많았는데 한가지만 소개하면 DJ Quik은 곡 <Dollars & Sense>를 통해 "MC Eiht 너는 갱스터가 아니기 때문에 Eight에서 g를 뺐지."와 같은 문장을 구사합니다. 둘의 오랜 싸움은 종식된 상태고 현재는 함께 음악작업을 하는 중입니다.

 

Compton's Most Wanted <Duck Sick>, <Def Wish>, <Duck Sick II>, <Dead Men Tell No Lies>, <Def Wish II>
MC Eiht <Def Wish III>, <Def Wishi IV>
DJ Quik <Way 2 Fonky>, <Dollars & Sense>, <Let U Havit>, <You'z A Ganxta>

 

 

 

 

 

 

 

4.JPG

 

Westside Connection vs. Cypress Hill

 

프로젝트 그룹 Westside Connection의 리더였던 Ice Cube는 원래 Cypress Hill과 원만한 사이였습니다. 그들은 Ice Cube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Friday의 사운드 트랙 작업을 하면서 만나게 되었는데요. 사운드 트랙 작업을 하던 중 Cube는 Cypress Hill의 새 싱글인 <Throw Your Set In The Air>를 듣게 되었고 이 트랙을 사운드 트랙에 수록하자고 권유하였습니다. 하지만 Cypress Hill은 곡을 새 앨범의 리드 싱글로 선정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를 거절하였죠. 이에 Cube는 <Throw Your Set In The Air>의 훅과 비슷한 플로우를 자주 활용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Cypress Hill의 리드 래퍼 B-Real은 Cube가 키우고 있던 신인 그룹 Kausion의 앨범 작업을 도왔는데, Kausion이 자신의 랩을 모방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죠.

 

여러 이유로 관계가 소원해지기 시작한 그들은 결국 B-Real이 <No Rest For The Wicked>라는 곡을 발표하면서 배틀전에 뛰어들게 됩니다. 곡이 발표되자 Ice Cube는 Westside Connecion의 일원이던 Mack 10과 함께 <King Of The Hill>과 <Cross 'em Out & Put A K>를 발표하여 Cypress Hill을 디스합니다. (Westside Connection의 나머지 멤버였던 WC는 이 곡들에는 참여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Cypress Hill은 <Ice Cube Killa>로 맞대응을 하였는데 B-Real은 트랙에서 Ice Cube를 흉내내며 마치 Ice Cube가 랩을 하며 자기 자신을 씹는 듯한 풍경을 연출하였습니다. 결국 그들은 화해하지만 사이가 예전같진 않았다는 후문입니다.

 

Cypress Hill <No Rest For The Wicked>, <Ice Cube Killa>
Westside Connection <King Of The Hill>, <Cross 'em Out & Put A K>

 

 

 

 

 

 

 

5.JPG

 

Kurupt vs. DMX, Ja Rule

 

이 싸움은 2pac과 Biggie의 디스전을 대표하던 'Westcoast vs. Eastcoast'의 또 다른 버젼이라 볼 수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에서보다는 평소 눈에 가시였던 일부 뉴욕 출신의 래퍼들(DMX와 Ja Rule이 대표적)을 Kurupt이 무더기로 씹으면서 시작된 싸움이었습니다. Kurupt은 자신의 앨범 [Tha Street Iz A Mutha] (1999)에 히든 트랙으로 <Callin' Out Names>으로 이 싸움의 서막을 알렸는데요. 곡을 통해 Kurupt은 평소 갈고 닦아온 기량을 한껏 펼치며 멋진 라임과 날카로운 가사들로 마니아들을 흥분시킵니다. 이를 테면 이런 표현들이 좋은 반응을 얻었죠.

 

"Mothafuck D // Mothafuck M // Only X I know is Xzibit or RBX", "Now it's 50 MC's that ain't worth shit // Get ya ass kicked 50 times, beat to 10 cent", "Buckshot, Noreaga, Jigga - cool // Canibus, Wu-Tang, my niggas - cool // Def Squad and DefJam, but fuck Ja Rule //
Irv Gotti I can't wait for Raekwon to break fool"

 

이에 질세라 DMX는 <Party Up>을, Ja Rule은 동료 Black Child와 함께 <Still INC>를 발표하여 응수하였으나 큰 반응은 얻지 못하고 조용히 종료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후 이들의 관계가 좋아지진 않은 것 같고, 더구나 DMX나 Ja Rule의 인기도 시들해진 상태죠.

 

Kurupt <Callin' Out Names>
DMX <Party Up>
Ja Rule & Black Child <Still INC>

 

 

 

 

 

 

 

6.JPG

 

Daz Dillinger, Bad Azz, Soopafly, Snoop Dogg vs. Kurupt, Jayo Felony, Eastwood

 

그 누구보다 죽마고우였던 Dogg Pound의 멤버 Daz와 Kurupt. 이들의 싸움이었기에 지켜보던 팬들도 상당히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 바 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순전히 돈 문제였습니다. 한때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던 Deathrow Records 는 대표였던 Suge Knight의 악랄한 폭력적 비즈니스 문제로 인해 흔들리기 시작했죠. 잘 나가던 2pac이 죽고, Dr.Dre와 Snoop 마저 Suge와 트러블이 생기며 레이블을 떠나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Suge는 Daz에게 높은 직위를 약속하며 레이블 내 메인프로듀서로 그를 임명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Snoop Dogg과 Daz는 상당히 사이가 좋지 않기도 했지만 Kurupt의 노력과 Daz의 Deathrow 탈퇴로 완만히 해결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Kurupt이 메이저 레이블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하고, 그 반대로 Daz는 단독 레이블을 설립해 큰 돈을 벌어들이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Kurupt과 절친 사이인 Nate Dogg은 여러 가수들의 음반에 보컬로 참여하며 주가를 올리고 있었는가 하면, Snoop은 계속 그 전설적인 위치를 이어나갔죠. 좌절에 빠져잇던 Kurupt에게 Suge가 손을 내민 것입니다. 그것도 Deathrow Records의 부사장으로 말입니다. 달콤한 유혹에 Kurupt이 넘어가 Deathrow로 이적을 하게 되고 이는 Daz를 비롯한 Dogg Pound 크루 친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죠. 이 때문에 Daz는 자신의 3집 앨범 [This Is The Life I Lead] (2002)에 참여하였던 Kurupt의 목소리를 모조리 뺀 체로 발표하게 되었고, Kurupt은 이에 자신의 목소리가 들어가있는 트랙들을 다시 모아 믹스테입 [Against The Grain Mixtape]을 발표합니다.

 

Kurupt은 대외적으로 Daz와 Soopafly, Badazz 등 DPGC(Dogg Pound Gangsters Crew) 동료들에게 프리스타일 곡을 선보이면서 까지 오해하지 말라는 멘트를 보내왔죠. 하지만 단독으로 Daz의 비트가 수록된 믹스테입을 발표하는 등의 교묘한 신경전을 벌이다가 급기야 Daz는 동료 Bad Azz, Soopafly(곡의 프로듀싱에 참여)와 함께 디스 곡 <U Ain't Shit>을 정식 발표하였고, 이에 Kurupt은 Deathrow 동료인 Eastwood와 함께 <Eat A Dick>을 발표하였습니다. 이외에 이 둘은 거의 2년 간 부틀렉 트랙이라든지 프리스타일, 미발표 곡들을 통해 디스 곡들을 발표했고, 여기에 Deathrow와 함께 하던 크루 Jayo Felony도 가세하여 Snoop과 Daz를 공격하기도 합니다. 후에는 Kurupt이 Deathrow를 떠나고 Snoop의 노력으로 화해하게 되어, Tha Dogg Pound의 부흥과 전성기를 위해 활발히 활동중입니다.

 

Daz Dillinger, Bad Azz <U Ain't Shit>
Daz Dillinger <I Don't Give A Fucc>, <Eat A Dicc Ricc>
Snoop Dogg <Paper Stack>
Kurupt, Eastwood <Eat A Dick>
Kurupt <No Vaseline Part II>
Jayo Felony <Daz Is Dead>, <You's A Character>

 

  

글 | 김현준 (vallah@naver.com)

 

 

 


 

신고
댓글 6
  • 7.18 23:39

    디스 없이 힙합의 매력을 논하지 말라~ㅎㅎ

  • 7.19 09:00

    재밌고 잘 정리해주셨네요

    지금 한번읽고 자기 전에 또 읽어야징

    좋은글 감사합니다

  • 7.22 09:45

    이거 정말 흥미 진진하네요. 특히 저 시절 지펑크를 그리워하는 사람들한테는 아주 좋은 정보같습니다. 베리구뜨

  • 7.22 17:07

    역사를 알 수 있는 좋은 글!!!

    강추합니다

  • 7.24 00:19

    재미도 있는데 심지어 영양만점인 글이네요ㅎㅎ

    저도 강추합니다!

  • 7.26 18:50

    정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이미지는 직접 만드셨나봐요 서치해도 안나오던데.. 그래서 저장했습니다 ㅋㅋ 굿 글이예요!!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