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차를 몰고 자신의 건물로 들어선다.
주차장에 있던 그의 또 다른 차 옆에 세워둔 후, 녹는 중을 흥얼거리는 남자.
오랫동안 이어왔던 외출을 끝내고,
간만에 집으로 돌아온 그였다.
번호를 누르고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피곤한 한숨을 뱉은 남자.
오랫동안 손길이 닿지 않아 너저분해진 집의 꼬라지가 그의 신경을 건드린다.
평소였다면 신발을 아무렇게나 던지고 침대를 찾았을 그였지만, 오늘은 청소를 해야 됐다.
물건을 치우던 중 낡은 스피커 위에 놓여진 옛날 자신이 적어뒀던 가사를 발견한 남자.
얼추 집안을 정돈하고 샤워를 마친 후, 그는 가운을 입고 옛날 공책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뇌리에 스치는 대학 시절을 안주 삼아 그는 위스키를 따른다.
그는 20살 때, 처음으로 음악을 시작했었다.
대학 전공을 경제를 신청하긴 했지만 관심은 눈꼽만큼도 없었던 그였다.
그렇다고 4년 내내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은 심하다 생각해서 심심풀이 삼아 만든 곡 하나였으나, 의외로 반응이 좋아 앨범을 만들기 시작했다.
90년대 명곡들이 귓가에 살림을 차릴 정도로 듣고 반복하며, 그는 그들이 시를 리듬위에 뱉는 방식을 익히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앨범은, 아직도 이 씬의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앨범이 되었다. 아마 그 때 본격적으로 이 길을 갈 것을 맘 먹었으리라고, 그는 생각해 보았다.
그렇게 인기를 얻기 시작한 그는, 방방곳곳을 돌아 다니며 공연을 하고 앨범을 만들며, 세상을 마주했다. 사람들은 그에게 박수를 쳐주고, 몇몇은 그에게 고민 상담을 신청하기도 했다.
그들이 힘을 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남자는 그들의 신청을 받아들이고 내일이 있다는 조언을 건네주기도 했다. 자신도 세입자이고 보통사람이였으나, 지금은 여기 있으니 당신도 할 수 있다고.
꽤 재밌던 되새김질을 끝내고, 남자는 소파에서 일어나 잔을 들고 창 밖을 내려다 보았다.
밤에도 빛을 잃지 못하는 건물들과 가로등으로 인해, 야경은 퍽 아름다웠다.
그 뒤로 깔리는 그의 음악들. 앞으로도 음악과의 관계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다짐한다.
다음 날 아침, 남자는 옷을 사러 가게를 들린다. 그런데 맘에 드는 옷이 사이즈가 맞는 것이 없어 머쓱해진다. 가게를 나설 때 꽤나 거친 질감의 노래가 그의 주의를 끈다. 아침부터 민망함과 질투가 뒤섞인 그는 담배 한 대가 간절해지지만 흡연구역이 보이질 않아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의 찌뿌린 눈길을 받으며 금연구역에서 불을 태운다.
그 때 주의를 둘러보던 남자의 시선이, 신문에서 멈춘다.
'입양아 김모 군 부모에게 살해당해...'
새삼스레 느낀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에 비틀거린 그.
완벽하지 못한 세상이 원망스러워진다.
자판기에서 아포카또를 뽑아 마신다. 담배 향이 입안에 남아서인지 쓴 맛을 느낀 그는 얼굴을 찡그린다.
피곤해진 남자는 자신의 차로 도피한다. 누군가 자신을 알아보고 창문을 두드리는 것 같지만
그의 주의를 끌지는 못한다. 요사이 쉽게 피곤해지곤 하는 그였다. 집으로 차를 몰고 갈 힘도 없어 그는 조수석에서 휴식을 취한다.
일어나야 하는 것을 알지만 모든 것이 거슬리고 귀찮아진 것을 그는 느끼고 있다.
꿈을 꾼다.
늙은 그가 지금의 남자에게 충고하고 있었지만, 꼰대같은 소리였다.
그는 미래의 자신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을 안쓰럽게 여긴다.
자신의 대답을 미래의 그에게 들려준 후, 그는 잠에서 깬다.
석양이 질 때 쯤 일어난 그는 집으로 다시 돌아가며, 자신이 이뤄놓은 일을 생각해본다.
악플러들의 참견을 음악으로 죽여놓던 그를 생각해본다.
자신이 빛어낸 클래식들을 생각해본다.
결국 자신은 희귀종이라고 그는 결론짓고, 집으로 올라간다.
뭔가 후반에 기운이 확 떨어진 듯...
그래도 재밌게 읽어주세여.
(후반)으로 이어집니다.
추후에 다룰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수능 끝나면 본격적으로 시동 걸겠습니다!!
잘 봣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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