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의 구분이 무너지는 와중에 힙합의 형태소를 그래도 찾아보자면 그것은 라임일 것입니다.
락비트에 랩을 하고 판소리에 랩을 해도 힙합일 수 있지만 라임을 없애는 시도들은 언제나 씬에서 사장되기 마련이었죠.
라임의 탄생은 시에서 비롯되었다지만 이제와 라임이 사라져도 시가 될 지언정 힙합은 아니었습니다.
라임은 스스로 생명력을 얻어 독자적인 길이 되었고, 힙합이 되었습니다.
힙합, 라임, 그리고 나아가 그루브는 어쩌면 서로가 유기적으로 연합되어 본질상 같은 삼위일체의 존재일지 모릅니다.
힙합은 무형의 정신이며 라임으로 육신이 되었고 그루브의 흐름을 타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할튼 그렇다면 라임이 뭡니까?
라임을 어떻게 합니까?
와 같은 질문이 필요할 때입니다.
힙합이 멋지지 않고 정체성이 흔들릴 때 어김없이 돌아봐야할 것은 라임이오, 다시 말해 근본이니까요.
한국 힙합의 태동 시기에는 라임의 인식론이 하염없이 일천했습니다.
학교 종교 육교 거리었고 거기서 더 나아가봤자 다음절 라임이니 뭐니 자음모음 퍼즐 맞추기 놀이에 불과했으니까요.
문제는 이아직도 대다수의 인식 수준이 거기에 갇혀있다라는 것이죠.
행간에 돌아다니는 유투브 쇼츠에는 이아직도 유사 발음의 단어끼리 색깔을 맞춰가며 와 라임이 대단하다 이러고 있으니 이 뭐 참 좀 그렇습니다.
라임은 그루브가 필연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쉽게 말해 리듬이 있어야 라임이 라임으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이죠.
소위 라임 떡칠이라는 몇몇의 가사를 아무런 청각적 쾌감 없이 마치 서커스처럼 들으며 그 차력적 요소에 감탄할 바라면, 의미가 없더라도 리듬을 퉁기게 하는 무의미 단어 배치가 차라리 매력적인 까닭입니다.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가면 의미입니다.
JJK 시쳇말에 피쳐링한 디젤의 네마디로 쉽게 예를 들자면
"쏜살같이 도망쳐 넌 팻두 난 괴수
넌 죄수 난 오대수 정해둔 파괴술
야맹증이라 못해 스님같이 사리분별
넌 배워 사리는 법 아가리 싸리는 법"
의미라고 컨셔스니 어쩌니 고차원적일 필요 없습니다, 작아도 단단하면 됩니다.
이 한 의미 안에 모든 라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넌 팻두고 죄수요 난 괴수며 오대수니 사리분별 못하는 너는 사리는 법 배우고 아가리를 싸리어라.
걍 닥쳐라 이 한마디가 힙합적 문법으로 임팩트있게 조리되는 현장이죠.
그리고 팻두 괴수 죄수 오대수가 청각 기관을 통해 전두엽후두엽을 거쳐 의미라는 인식으로 믹스될 때 소위말해 소름이 돋고 단순히 고개를 흔드는 그루브를 넘어 영혼이 흔들리는 그루브를 자아내게 되는거죠.
라임이 의미라는 밧줄로 묶이지 않으면 뭐 그냥 말장난이 될 뿐이구요.
글 대충 쓰는 중인데 암튼 뭐 대충 마무리하자면, 여기서 최종 단계는 이것인데 라임만으로 말이 이어지는 경지가 있습니다.
사실 그게 힙합 음악이죠, 어버버버 딕션도 안좋은 가사가 빠르기까지 한데 이걸 현장에서 논리구조 따져가며 이해하기란 여간 어려워요.
다시 위 가사를 가져온다면 쏜살같이 정해둔 야맹증 아가리 뭐 이런건 다 빼도 됩니다.
팻두 괴수 죄수 오대수 파괴술만 들으면 느낌오죠, 이걸 바이브라고 칩시다.
사리분별 사리는 법 싸리는 법으로 완성됩니다 아 아가리 닫아야지 단 네마디 10초에 의미라는 녀석이 전달 되는겁니다.
그냥 뭐 그렇습니다.
알 사람들은 알아들을 겁니다.
좋은 음악 하고, 좋은 음악 들으며 삽시다.
라임은 그냥 압운 맞추는 게 맞는데요... 그런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리듬이 생기고 재미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죠
이제 그러다가 참신하고 수준 높은 라임이 나오면 사람들은 더 특별히 감동하는 것이고요
다만 알아야할 것은 문자보다는 소리가 원류라는 점이죠
단순히 자음만 퍼즐 맞추듯 맞추는 게 아니라 소리를 내었을 때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
전통이고 그렇기에 정통으로 여겨지는, 근본주의적인 하나의 관점일 뿐이죠
제 개인적으로는 라임이 없으면 랩이 아니라거나 힙합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입장입니다. 라임이 근본이라고도 생각하지도 않아요.
라임은 분명 멋진 것이기는 하지만 그게 랩과 힙합의 근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최초의 랩에 과연 라임이 존재했을까요? 그 옛날 브롱스에서 열린 한 파티에서 처음으로 음악 위에 뱉어진 말에 말이에요.
아니면 그 시절 마이크를 잡고 파티를 진행했던 진행자(MC)들이 모두 라임을 염두한 채 멘트를 뱉었을까요?
라임은 랩을 하는 여러 방식들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매우 강력하고 매력적인 방식이긴 하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라임을 쓰지 않은 시도들이 사장되었다는 얘기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 음악들에도 감동한 사람들이 분명 있었고 여전히 지금도 기억되는 음악들도 존재합니다.
오히려 라임보다는 리듬이 랩과 랩이 아닌 것의 기준을 가르는 데 더 주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말과 랩 정도는 구분이 되어야 하니까요.
라임이 없어도 리듬이 있어서 그냥 일반적인 말이 아니라 음악으로 느껴진다면 랩인 것이죠. 그러므로 라임(압운)이 없더라도 음수율을 맞춘다거나 박자에 맞춰 뱉는다던가 하는 방식 등으로도 랩을 할 수가 있습니다.
"난 알아요 이 밤이 흐르고 흐르면 / 누군가가 나를 떠나 버려야 한다는 / 그 사실을 그 이유를 / 이제는 나도 알 수가 알 수가 있어요"
여기에 라임이 있나요? 하지만 분명히 랩이죠.
힙합이라는 장르가 발전해오면서 라임이라는 규칙이 일반적인 게 되고 심지어 엄격해졌을 때에도 그 매너리즘을 깨뜨리는 아티스트들의 창의적인 시도에서 새로운 표현 방식과 좋은 음악들이 탄생하기도 했죠.
시쳇말 디젤 벌스 좋죠
디젤의 고점이 제대로 터진 벌스라고 생각해요
제가 뭐 디젤 피피엘 하는건 아닌데
디젤 정말정말 좋아합니다 청각적 그루브를 넘어서 내적 그루브를 자아내는 라임이 그득해요
과감한 선언이지만 디젤은 시인 했어도 잘했을거라 봅니다
다시 본문의 시쳇말 속 "야생의 땅 듀랑고" 같은 라인의 언어 선택이 말그대로 차이를 만들어내는 ...
다만 힙합은 순문학보다는 대중문학에 가깝기 때문에 .....
암튼 정말 좋아합니다 디젤
그리고 뜬금없지만 맥키드 샤라웃 합니다
개추!
대부분의 장르는 라임을 맞춥니다
중딩때 배웠던 개념이었던거같은데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이라는 말로 대신하고 싶어요
일하다가 자료가 한글로 올건지 영문으로 올건지 영문을 모르겠다 했더니
옆에 직원이 라임쩐다 했을때 야 라임은 그게 아니고 란 말이 목끝까지 올라왔다가
걍 못들은체 함
공감ㅋㅋㅋㅋ
소위 다소 자기비하적인 발언으로
힙찔이끼리의 약속이 있고 대중 간의 약속이 있긴 하죠
언어는 곧 약속의 매듭인지라 ...
할튼 본글부터 소중하신 댓글은 힙합으로서의 관점이고 대중으로서야 뭐 웃고 넘길 얘기긴 하죠 ㅠㅋㅋ
다만 힙합을 너무 사랑하시는 마음만을 고마이 받고 갑니다
라임은 그냥 압운 맞추는 게 맞는데요... 그런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리듬이 생기고 재미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죠
이제 그러다가 참신하고 수준 높은 라임이 나오면 사람들은 더 특별히 감동하는 것이고요
다만 알아야할 것은 문자보다는 소리가 원류라는 점이죠
단순히 자음만 퍼즐 맞추듯 맞추는 게 아니라 소리를 내었을 때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
전통이고 그렇기에 정통으로 여겨지는, 근본주의적인 하나의 관점일 뿐이죠
굿굿 이게 맞죠 ㅋㅋ
제 개인적으로는 라임이 없으면 랩이 아니라거나 힙합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입장입니다. 라임이 근본이라고도 생각하지도 않아요.
라임은 분명 멋진 것이기는 하지만 그게 랩과 힙합의 근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최초의 랩에 과연 라임이 존재했을까요? 그 옛날 브롱스에서 열린 한 파티에서 처음으로 음악 위에 뱉어진 말에 말이에요.
아니면 그 시절 마이크를 잡고 파티를 진행했던 진행자(MC)들이 모두 라임을 염두한 채 멘트를 뱉었을까요?
라임은 랩을 하는 여러 방식들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매우 강력하고 매력적인 방식이긴 하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라임을 쓰지 않은 시도들이 사장되었다는 얘기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 음악들에도 감동한 사람들이 분명 있었고 여전히 지금도 기억되는 음악들도 존재합니다.
오히려 라임보다는 리듬이 랩과 랩이 아닌 것의 기준을 가르는 데 더 주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말과 랩 정도는 구분이 되어야 하니까요.
라임이 없어도 리듬이 있어서 그냥 일반적인 말이 아니라 음악으로 느껴진다면 랩인 것이죠. 그러므로 라임(압운)이 없더라도 음수율을 맞춘다거나 박자에 맞춰 뱉는다던가 하는 방식 등으로도 랩을 할 수가 있습니다.
"난 알아요 이 밤이 흐르고 흐르면 / 누군가가 나를 떠나 버려야 한다는 / 그 사실을 그 이유를 / 이제는 나도 알 수가 알 수가 있어요"
여기에 라임이 있나요? 하지만 분명히 랩이죠.
힙합이라는 장르가 발전해오면서 라임이라는 규칙이 일반적인 게 되고 심지어 엄격해졌을 때에도 그 매너리즘을 깨뜨리는 아티스트들의 창의적인 시도에서 새로운 표현 방식과 좋은 음악들이 탄생하기도 했죠.
동의합니다
반면 "랩"과 "힙합"은 교집합이 있을지언정 동치는 아니라고 봅니다
락에도 랩이 있고 판소리도 사전적 정의로 치부하자면 랩이니까요
심지어 라임이 있는 락과 판소리라도 단순히 이 또한 힙합이라고 말하기 어려워지는 지점이 있으니
딥하게 들어가면 피차 간 피곤해질 것 같아 요쯤할게요
좋은 댓 감사합니다
사실 의미부터는 리스너로서의 욕심에 따른 사족이고 말씀하신 "재미"와 "소리"만 충족하면 더없이 만족합니다
'의미'까지 충족했을 때 그 라임이 자아내는 쾌감과 내적 바이브는 정말 최고죠,,
야맹증도 라임아니에요?
다소 주장에 무책임한 발언입니다만
본글은 정의라기보단 의견에 가까운지라 다분히 부정확합니다 ㅋㅋ
야맹증도 본마디의 맥락에 너무나 스무스한 라임이네요
아주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디젤의 최고 장점은 직관적인 라임과 그걸 뒷받침해주는 그 야성적인 톤인 거 같아요
님 디젤 스토리에 샤라웃되셨어요 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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