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스티어가 패러디하고 조롱한 래퍼들은 영어 못하면서 잘하는 척하고, 마약에 취한척 흑인 흉내 내고, 여성을 성적대상화하며 어떻게든 따먹을 생각만 하고, 비리를 저질러서라도 병역 의무를 기피하고, 실력은 없는데 스튜디오는 있는 인맥 팔이로 생계 유지하는 양아치들이죠. 힙합 뮤지션들과 마니아들도 그게 웃기고 대리만족할 수 있어서 소비했던 거고, 대중들 또한 힙합의 구리고 우스운 부분을 인지만 하고 있던 중에 컨텐츠가 나오니까 낄낄거리며 소모했을 뿐입니다.
블랙넛이 여성과 장애인 비하를 펀치라인이랍시고 가사에 도배하고, 좆같은 것만 따라하는 힙합키즈들이 혐오성 가사와 성매매 경험 가사를 쓰고, 쥐뿔도 없는 게으른 좆밥들이 남의 여친을 뺏었다며 개구라를 치고, 갱스터 드럭딜러 코스프레하는 좆밥들이 반쯤 풀린 눈으로 라방하고 물주먹으로 현피 떠도 베테랑들은 비판하지 않고 몸사려왔던 게 한국힙합씬 아니었나요?
물론 비판하고 디스할 의무는 없죠. 자기 음악만 만들고 발표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그걸 코미디 소재로 활용해 고약하게 패러디하고 조롱한 게 맨스티어였을 뿐인 거예요. 게다가 랩을 상당히 잘하죠. 그 빈지노마저 랩을 잘한다고 칭찬했죠.
맨스티어가 지금과는 반대로 힙합의 좋은 면을 주제로 컨텐츠를 만들고 힙합을 전파할 의무는 없어요. 힙합의 얕고 역겹고 모순적인 면을 활용해 그들을 조롱하는 걸 두고 힙합 뮤지션들과 마니아들이 비난할 자격도 없죠. 쓰레기들 조롱하는 컨텐츠 때문에 자신을 비롯해 진지하게 음악하는 사람들이 욕먹어선 안 된다고 하는데. 억울하더라도 그냥 진지하게 열심히 해온 음악 계속 만들면 되는 겁니다. 네가 그 쓰레기 양아치가 아니고 '리얼'이면 되는 거고요.
문화 기생충과 쓰레기를 조롱하는 컨텐츠 때문에 자신을 비롯해 한국힙합이 나락간다? 한국힙합의 코어가 그 정도로 빈약하고 문화로서의 기반이 없다는 증거겠죠. 동시에 자신의 창작물과 커리어의 무게감을 확인할 계기도 될 수 있겠네요.
맨스티어의 콘텐츠 중 일부는 패러디와 풍자인지 헷갈릴 정도로 갈피를 못잡은 경우도 있다고 봐요. 하지만 힙합이라는 음악에 기생해서 실력도 없는데 랩레슨으로 기생충처럼 돈 벌고, 커리어도 없으면서 뮤지션 행세하며 클럽에서 시큐리티 끼고 여자 꼬시고, 성범죄 저지르거나 임신시킨 후에 잠수타고, 마약 같지도 않은 것들로 취한척 꼴값떠는 애들을 조롱하는 사람이 나왔다는 점에서 저는 신선하게 느꼈고 일부 컨텐츠는 재밌었습니다.
힙합씬의 치부를 대놓고 조롱하는 게 뮤지션들이 아닌 랩을 꽤나 잘하고 워드플레이 센스가 있는 코미디언들이라는 점도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래퍼들끼리는 인맥, 관계, 예의 같은 것들 생각해서 몸사리거나 비판하지 않는 경우가 많잖아요. 오케이션, 비프리, 이센스 같은 경우도 마약, 폭력, 계약 관련해서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음에도 랩을 잘하고 앨범을 잘 만든다는 이유로 OG 대우를 받아오고 있죠.
물론 저도 그들의 힙합 카테고리 안에서의 창의성과 표현력에 감탄하는 마니아 중 한 명이지만 종종 드러내는 내로남불식 태도에 늘 아쉬움을 느꼈고 때로는 같잖다고 느꼈습니다. 무슨 짓을 해도 옆에서 부채질해주는 마니아들이 있다면 왕이라도 된 것처럼 느낄 수도 있겠죠. 걍 중고딩 시절 일진들의 우쭐하던 모습이랑 겹쳐보일 뿐인데.(갑자기 낭만 타령하면서 뱃사공이랑 리짓군즈 보고 싶다는 글 쓰던 사람들도 생각나네요.)
리드머 강일권님이 쓰신 글처럼 한국힙합의 빈약하고 모순적인 면들은 쇼미더머니를 통해 이미 충분히 드러났고 조롱받았고 비판과 비난을 받아왔다고 생각해요. 힙합이라는 음악 장르가 더 알려졌고 래퍼들의 수익 단위가 올라간 점은 유의미했지만 한국에서 힙합이라는 건 문화가 아닌 소모적인 배틀문화와 돈자랑만 있는 괴상한 음악 장르일 뿐이라고 모두 인식하게 됐을 뿐이죠. 차트음악이 돼보는 잠깐의 대중적 영광도 누렸었고요. 그런데 쇼미가 끝나니 한국힙합 셔터도 내려갔죠.
힙합에 코미디 요소가 들어갈 수 있고, 컨셉추얼한 창작물로 밈을 형성할 수도 있고, 진지한 무드로 자신의 삶을 녹여내서 시대를 조명할 수도 있고,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고 보탬이 되는 무언가를 할 수도 있겠죠. 창작자 개인이 무엇을 만들지는 제약 없이 무궁무진한 거니까 기대하고 문화에 애정을 가질 수도 있는 걸 테고요. 그래왔기 때문에 이 바닥이 존재할 수 있고 힙합엘이 같은 마니아들의 커뮤니티도 있는 거겠고요.
하지만 플레이어들과 마니아들이 힙합 안에서의 표현과 자유라는 방패 뒤에 숨어서 이 지경까지 온 거라는 점도 간과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많은 사람들이 맨스티어가 코미디라는 방패 뒤에 숨어있다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해요. 코미디라는 무기를 갖고 한국힙합을 개패듯이 팬 게 맞거든요. '정의'까지 언급하긴 오글거리고 적어도 존나 용기 있는 새끼들이라고 말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한국힙합이 문화로 자리잡았나요? 좋은 앨범들 내는 힙합 예술가들이야 당연히 있지만 진짜로 한국힙합 뮤지션들이 용기를 갖고 무언가를 하고 있나요? 사회를 바꿀 필요까지는 없죠, 다만 생각할 거리를 준 적도 없다고 봐요. 제가 볼 때 한국힙합은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고 거기서 나갈 생각을 절대 안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맨스티어한테 한국힙합 모욕하고 망치지 말라고 으름장 놓는 식의 태도는 어떤 각도로 봐도 코미디 같아요. 이센스가 적어도 저를 웃기는 데는 성공한 것 같습니다. 자질이 있는 것 같아요. 응원합니다.
하나하나 반박하고 싶은데 말을 개 길게 해놔서 아 ..잠만
반박 길게 하셔도 됩니다. 참고로 방금 수정해서 뒷 부분이 더 길어졌어요.
이렇게 한국힙합을 싫어하는 사람인데 제가 님을 설득하긴 그렇구. 국힙이 쭉 이어갔으면 좋겠네요. 님이 혐오하는 성질들을 모두 안고 한국사회에서 더 깊숙히 뿌리내렸으면 좋겠어요. 건강한 문화로 남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짜피 건강하지 못한 사회인데요. 가장 잘 어울리는 문화 아닌가 싶어요. 위선으로 똘똘 뭉친 것은 한국힙합이 아닌 것 같습니다. 파이팅입니다 존하루 보내십쇼
글에 엄청난 분노와 멸시감이 느껴져서 당황스럽네.
맛점하십셔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