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혔냐는 말은 대부분의 경우 도발로 쓰여선 안된다 생각해

긁혔냐?

라는 말을 도발로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저 말에 담는 메세지는

'나는 별다른 의도 없이 얘기했을 뿐인데 갑자기 기분 나빠하네? 너 고작 이런걸로 기분 나빠하는 쫌생이 새끼임?'

으로 볼 수 있음.

이게 합리적인 도발이 되려면 일단 나의 말은 상대를 긁을 의도가 없었어야 함.

근데 보통 긁혔냐는 말을 하는 사람의 99%는 애초부터 대놓고 긁을 의도로 발언을 내뱉고는 긁혔냐고 함

이건 사람 배때지에 칼꽂아놓고 꽂혔냐? 라고 하는 꼴임

합리적인 도발이 아니기에 긁혔냐는 말 자체에 의해서는 전혀 기분 나쁠 이유가 없음.

"근데 왜 저는 긁혔냐고 하는걸 보면 존나 기분이 나쁘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긁혔냐는 말 자체를 상대를 긁을려고 하고

애초에 그 이전 발언부터가 긁을 의도가 다분했었음

그러니까 대놓고 공격하는 상대의 태도 + 근데 자기는 공격한게 아니라는 뻔뻔함 + 공격에 대응하는 나를 병신으로 만들려는 상대방의 심보 때문에 화가 나는거임

이건 화가 나는게 당연하고 까놓고보면 존나 찌질함의 극치임

'공격은 하고싶은데 도덕적으로 지탄받기는 싫고 상대방이 반격하는것도 싫어'

가 "글혔냐?" 이 세글자에 함축된 거임.

난 개인적으로 이 세 소망 중 도덕적으로 지탄받기 싫다는 부분이 핵심이라고 생각함.

근 몇 년간 윤리에 굥도 찾기 힘든 더러운 댓글창에서 도덕적 우월감을 고취하려는 습관을 가진 쿨가이들이 자주 보이더라고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게 "~~~~. 긁?" 에 반응하면

앞에 나온 ~~~~를 인정했다고 생각하는데

~~~~를 인정해서 화내는게 아니라 ~~~~는 개소리라는 점에다 앞선 3가지 이유가 더해져서 화가 나는 거일 수도 있음.

수도 있음?

그럼 앞선 내용을 인정하는 경우는?

이 경우는 명백히 공격할 의도를 가지고 상대에게 불리한 사실을 나열하면서 긁혔냐고 묻는 경우임.

그런데 나열된게 사실이라면 뭐가 달라지는가?

앞선 사례는 공격은 하고싶고 도덕적으로 지탄받기는 싫고 상대방이 반격하는것도 싫다는 마음가짐으로 상대를 공격한건데 심지어 공격 자체가 사실도 아니고 억지 땡깡인 리얼쿨가이모먼트였다면

단지 상대방도 결함이 있다는 걸 명시했다는 걸 제외하면

여전히 저 고약한 심보로 긁혔냐고 한게 달라지지는 않음.

그리고 사실을 말하면 다 되는 줄 아는 진짜 멍청갑 형님들도 계시는데

동네 아줌마들 불러다가 고아원 가서 애들한테 애미뒤진련아 시전해보십쇼

동네 아줌마들이 그 애들한테 손가락질 하겠습니까 너한테 하겠습니까?

언급된 사실이 공격 대상이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행위를 한 것에 대한 것이거나

그냥 존나 짜치는 짓을 했다거나 뭐 그런거라면 나름 합리적인 도발로 볼 수 있겠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신이 어떤 말투로 말을 했느냐에 따라, 어떤 단어를 썼느냐에 따라 당신도 그 대상과 똑같은 사람이 될 수도 있음

그리고 가장 중요한거는 사실에 기반한 그 공격에서

근거가 되는 그 사실이 사실은 사실이 아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도록 충분히 검증을 완료했는가임.

'사실에 기반한 긁혔냐' 중 상당수는 그 검증이 잘 되지 않았을거라고 난 생각함

그럼 뭐 '공격하고는 싶은데 욕먹긴 싫고 반박받기도 싫지만 팩트폭행이라고 내맘대로 굳게 믿겠음'이 되는거고.

그래서!

난 긁혔냐는 말을 함부로 해대는 사람은 딱히 상대할 가치가 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함

물론 힘든일 있는거같아서 힘내라고 했는데 갑자기 상대가 화내길래 '??? 님 긁혔음?'

이라고 하는건 별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보지만

최근에 이렇게 쓰는 사람은 잘 없죠?

말이 길었는데 이건 그냥 제 생각일 뿐이고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고 가볍게 들으시면 됩니다.

최근에 긁혔냐는 표현을 이곳저곳에서 되게 많이 듣고 보게 돼서 새벽감성의 힘으로 적게 됐네요.

동의하시면 동의하시는거고 아니면 저랑은 다른 생각을 가지신거겠죵

근데 이 글을 읽고 불편하시거나 막 가슴속에서 뭔가 뜨거움이 느껴지신다면..

님...

혹시.....

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