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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drive.google.com/file/d/1EMs8a6X_ZN3R7_J42e6ei7hcFAkxBzcN/view?usp=drivesdk
앨범을 만드는 데 있어 매끄러움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이다. 이는 단순히 앨범 서사의 문제가 아니다. 곡들 사이의 음향적인 유기성이나 참여진의 기용, 곡의 분위기 등 다양한 요소들이 어우러져 이 매끄러움을 만들어낸다. 매끄러운 음악을 들었을 때 우리는 자연스레 ‘좋은 음악’이라고 인식하게 되며, 많은 이들이 좋은 음악이라 일컫는 앨범은 대체로 이런 매끄러움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AP ALCHEMY의 간판 프로듀서로 자리매김한 혜민송의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REBORN> 또한 그렇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참여진의 다양성이다. 같은 AP ALCHEMY 소속인 그냥노창, 다민이, 신지항과 더불어 베테랑인 더콰이엇이나 저스디스, 넉살에서 비교적 덜 알려진 modo, renko, OBSN 등의 아티스트까지 굉장히 폭넓은 참여진을 자랑한다. 뮤지션들의 조합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3번 트랙 “Lost”에서 이루어진 현재 알앤비 씬에서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라드 뮤지엄과 힙합 씬의 대부인 더콰이엇의 조합은 곡을 들어보기 전부터 기대감을 품게 한다. 또한 6번 트랙 “Backcasting”에서는 우리에게 강렬한 캐릭터로 익숙한 다민이와 어딘가 찌질하고 말랑한 캐릭터로 익숙한 최엘비를 섞어 카리스마 넘치는 변주를 형성한다. 그런가 하면 8번 트랙인 “Goodnight Goodnight”에서는 그냥노창과 넉살, 쿤디판다라는 쉬이 상상하기 어려운 조합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여기서 발견할 수 있는 사실은, 혜민송이라는 프로듀서가 이질적인 또는 예외적인 것들을 자연스럽게 엮어낼 수 있는 감각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는 각 아티스트의 특성을 명확히 꿰뚫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아티스트는 어쩔 수 없이 강점과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를 그만의 캐릭터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이 캐릭터로 인해 아티스트들은 특정한 이미지가 생기고, 그 이미지는 그의 작품들에서 지문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니 서로 다른 캐릭터를 지닌 아티스트들을 한 곡에 집어넣는 것은 서로 다른 화가의 그림을 한 화폭에 그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를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다는 것은 혜민송이라는 프로듀서의 역량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REBORN>에는 혜민송이 느꼈던 여러 감정들이 가득 들어있다. 사용된 비트들에는 아련함, 포근함, 자신감 같은 것들이 묻어난다. 인트로인 “MOONSHOT”에서 날아오른 이야기는 몽환적인 비트와 함께 혜민송이라는 우주를 헤엄치기 시작한다. 각각의 곡들은 그 우주 속을 공전하는 행성들과 같다. 마치 어린왕자가 여러 소행성들을 여행하듯이, 앨범을 재생하는 순간 우리는 혜민송이 이끄는 대로 이런 저런 행성들을 여행하며 그 행성에 새겨진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 중 꽤나 인상적이었던 곳을 몇 군데 꼽아보자면 먼저 5번 트랙인 “사변소설”을 고르고 싶다. 묘한 보이스 샘플이 곁들여진 이 곡은 가는 하이톤의 modo와 굵직한 로우톤의 오디가 함께 호흡을 맞췄다. 혜민송이 직접 적은 곡의 소개문에는 ‘폭력엔 통쾌함이 있고 생각엔 선이 없지 마음껏 즐기렴’이라 적혀있다. 제목으로 보나 소개문의 내용으로 보나 이 곡에서 우리가 듣게 되는 이야기는 어딘가 쉽게 꺼내놓을 수 없는 머릿속의 아수라장일 것이다. 누구나 생각으로는 할 수 있지만 정작 실행할 수는 없는 폭력적인 말이나 행동이 두 아티스트의 입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또 다른 인상적인 트랙은 예스코바와 renko가 참여한 “모래성”이다. 예스코바 특유의 퇴폐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가 일품인 곡이며, 쓸쓸한 기타 선율과 으르렁거리는 타악기가 분위기를 더욱 배가시킨다. 혼란스러움이 엿보이는 가사와 그에 걸맞은 난해한 편곡으로 앨범의 다른 곡들과는 결이 조금 다른 곡이나, 그럼에도 지나치게 튀거나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 지점이 바로 앞서 서두에서 언급한 혜민송이 발휘한 매끄러움이 두드러지는 지점이라고 여겨진다. 바로 이어지는 “Goodnight Goodnight”과의 연결성도 훌륭하다. 혼란을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 그래도 푹 잘 자라는 인사를 건네는 다정함이라니, 앨범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 여겨진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곳은 아웃트로인 “나의미운사람아”이다. OBSN의 기타 연주가 전부인 곡이며, 소박하지만 세심한 편곡이 돋보인다. 마인필드 유튜브에 업로드된 <REBORN> 제작기를 보면 이 곡을 믹싱할 때 <친절한 금자씨>를 틀어놓고 작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딘가 몽환적이고 약간은 쓸쓸한 분위기가 해당 영화와 상당히 잘 어울리는 듯하다. 마음속으로 미워하는 사람에게 소심한 복수를 하는 혜민송이 떠오르는, 가사 없이 기타 연주만으로도 그의 생각이 드러나는 앨범의 아웃트로로서도 손색이 없는 트랙이다.
프로듀서의 앨범이란 여차하면 산만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듀서가 참여진의 특성을 잘 알고 있어야 하며 참여진 또한 프로듀서의 제작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의 앨범 제작기를 쭉 보면(이 앨범이 마음에 들었다면 제작기도 꼭 보길 권한다. 참여진 섭외와 녹음, 믹싱 과정까지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혜민송이 계속해서 참여진들과 소통하며 앨범을 함께 만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모든 과정을 통해 촉발된 높은 농도의 시너지는 이 앨범을 관통하는 하나의 에너지가 되었고, 그 에너지는 앨범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매끄럽게 구성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처럼 보인다. 연말에 예상치 못하게 등장한 이 앨범을 통해 프로듀서 혜민송의 역량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되었으며, 이 앨범을 통해 그는 마치 다시 태어난 듯이 자신의 한계를 돌파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AP ALCHEMY에서 그가 그려나갈 또 다른 우주가 벌써부터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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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해병대 캠프에 다녀오신 혜민송님 소식을 듣고 엘이에도 리뷰를 올립니다 ㅋㅋㅋ
참고로 인스타 게시글로 샤라웃 해주실 정도로 좋아해주셨다는
글 잘 읽으셨다면 앨범도 꼭 한 번씩 들어보고
앨범 잘 들으셨다면 제작 다큐멘터리도 꼭 한 번씩 감상하기~
최엘비가 랩을 참 잘하더라구요
마자여 그 벌스 진짜 조아씀
소신발언)
웨딩드레스 올해의 트랙으로 노미되어야함
이걸 아직 안 들어 봤네,,,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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