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음악'이 뿅하고 자연발생한게 아니잖슴

패션이나 건축이나 문학이나 여튼 어떤 아트폼이던 나오는 얘긴데,

지금 최신이고 제일 대중적이고 인기 많은 트렌드는 어떻게던 과거의 것에 영향을 받은 거더라구요 뿌리타고 가보면...

특히 힙합은 출발이 샘플링인 장르라 당연히 과거의 것에서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힙합 안에서만으로 한정해도 그렇습니다.

쿨허크가 없었다면 슈가힐 갱이 없었을거고,

슈가힐 갱이 없었다면 그랜드마스터 플래시도 없을거고,

그랜드마스터 플래시가 없었다면 퍼블릭에너미와 NWA가 나오기 쉽지 않았을거고,

그 둘이 없었다면 비기 투팍도 지금 우리가 아는 모습이 아니었을겁니다.

심하게 단적인 예시이긴 합니다만, 그 뒤로는 굳이 안 이어가도 아시죠?

지금 나오는 레이지, 드릴 등의 장르도 결국 사운드적으로나 가사적으로나 그 전대의 음악이 없었다면 탄생할 수 없다는 얘깁니다.

내가 지금 듣는 음악이 과거의 음악과 전혀 다른 음악이라고 해서, 그 음악에 뿌리를 전혀 걸치지 않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종종 칸예나 퍼렐같은 기존것과 확 다른 게임 체인저들이 나타나긴 하지만, 보통 그런 프로듀서들의 '새로움'은 기존의 음악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공부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칸예랑 퍼렐 샘플 쓰는거 보세요, 저게 자기 시대의 것들만 들어서 나오는 샘플들이 아니잖아요.

물론, 저도 아까 글 작성자분 처럼 생각하고 말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여러번 엘이에서도 말했지만, 보통 음악에 대한 사랑은 저렇게 미성숙한 열정으로 시작합니다. 저도 린킨파크 마룬파이브 들으면서 케이팝 후크송 듣는 친구들 개무시하고 오만한 발언 많이 했었어요. 그게 잘했다는건 아니지만, 보통 음악에 대한 사랑은 어린시절 남들과 다르고 싶은 욕구에서 출발합니다. 그게 조금 경솔하고 공격적으로 나오더라도, 미성숙을 통과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미워보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저는 엘이에서 취향으로 우위를 나누려는 시도를 되게 경계하는 편입니다. 저도 어떤 음악은 구리고 유치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음악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구리고 유치한 취향을 가졌다고 생각은 안합니다. 음악을 많이 듣고 많이 알게 되더라도, 내가 남들은 잘 모르는 십수만원짜리 중고 바이닐을 돌리면서 받는 위안과, 다른사람이 편의점에서 산 만원짜리 이어폰으로 듣는 멜론 탑백에서 받는 위안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내 귀에 좋고 내 마음에 위안을 준다면, 그게 그 사람한테 좋은 음악이죠. 거시적으로 보면 결국 모든 음악은 소음입니다. 그 소음에 의미를 부여하고 예술이라는 딱지를 붙히는 것은 개인의 몫입니다. 결국 음악은 내가 좋아서 내가 좋은걸 듣는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엘이에서 벌어지는 모든 논의들이, 정보나 감상의 나눔과 참고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타인의 취향을 찍어내리는 글을 쓰지 않는 것이 우선일거고, 아까 글처럼 명백한 미성숙에서 나온 결과물은 너무 화내지 말고 좋게 이야기 해주는 것이 우리 모두의 웰빙에 좋을 것 같습니다.

라고 하지만 저도 긁혀서 아까 댓글 달았기 때무네,,,, 저도 뭐 잘한건 없습니다. 그러도록 노력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