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한 사건이 있다. 누군가는 흥미롭다는 듯이, 누군가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또 누군가는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하나같이 이 사건을 떠들고 있다. 아마도 당신은 이 사건이 무엇인지 궁금할 것이다. 그래서 이를 알기 위해 인터넷에 검색을 해볼 것이다. <Little Dominiques Nosebleed>. 하지만 아무런 내용도 찾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건 동네의 한 꼬마가 코피를 흘렸을 뿐인 너무나도 사소한 일일뿐더러, 사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이다. 아직은 말이다.
The Koreatown Oddity(이하 오디티), Dominique Purdy가 본명인 그는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뚜렷하고 명철한 시선으로 흔들리지 않으며 살아가고 있다. 모든 인간의 시작이 갓난아기이듯, 똥의 냄새가 향기롭지 않듯 사소한 것에서 반문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오디티는 도망치지 않고 모두 받아쳐 줄 준비가 되어있다. 황폐화 된 도시에서 모두가 생기를 잃어갈 때 그는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곳이 온갖 악한 것들로 가득하더라도 오디티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현재라는 미래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우리에게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해 주려고 한다.
LA 한인타운의 흑인 가정에서 태어난 한 아이. 이 이야기는 너무나도 진부하다. 어려서부터 힙합 음악(사실 팝이던 소울이던 상관없다)을 접하며 일상이 되었다는 이야기. 동네 친구들과 게임을 하고 동네 친한 형 덕택에 공짜로 스케이트를 탔다는 이야기. 당연하게도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를 비디오로 돌려봤을 것이다. 흑인이라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겪게 될 차별 또한 필연적이다. 오디티 또한 마찬가지였고, 모두가 그토록 기다렸던 역사적인 사건이 지금 펼쳐지게 된다.
Ain't no way to get no ambulance in the ghetto, right?
빈민가에선 앰뷸런스 탈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그치?
Unless you call up, "there's five niggas killing a white woman!"
"다섯 명의 흑인이 백인 여자를 죽이고 있어요!"라고 신고하면 모를까
오디티의 엄마는 하얀 닛산에 그를 태웠다. 그리고 그를 베이비시터에게 데려다주기 위해 차의 시동을 걸었다. 유유히 도로를 달리는 모자의 닛산이 우회전을 하는 순간이었다.
Oh my god, so we making a right turn, trying to mind our own business, and this fool tries to make a U-turn and hits us dead on.
맙소사, 우회전을 하는데 어떤 멍청이가 유턴을 하더니 우리 차를 들이박는 거야
My baby hit his head on the windshield. Dominique, are you okay?
우리 아기가 앞차창에 머리를 부딪쳤지. Dominique 괜찮아?
Oh my god, somebody call the ambulance.
맙소사, 누가 앰뷸런스 좀 불러줘
그는 만성적인 코피를 얻은 동시에 은혜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코카인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었다. 이 사건 이후로 그는 종종 붉게 물든 이불과 베개에 파묻혀 숨이 막히곤 했고, 그의 엄마는 얼른 그를 깨우기 일쑤였다.
wake up, Dominique
그의 엄마는 오디티에게 이 모든 것은 ‘하나님께서 더 큰 계획을 갖고 계시기’ 때문이라 말한다. 그나저나 신이란 존재는, 그러니까 그분은 대체 왜 자꾸만 계획이란 이유로 시련을 던져대는 걸까? 어린 도미니크가 코피를 흘리지 않더라도 그의 엄마는 그를 사랑하고, 그를 위해 무엇이든지 할 것이다. 어린 도미니크가 코피를 흘리지 않더라도 그는 오디티가 될 것이다. 어린 도미니크가 코피를 흘리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그를 친근하게 불러줄 것이다.
It's the Koreatown Oddity
나는 Koreatown Oddity
My mama call me Dominique
엄마는 날 Dominique라 부르고
My pops call me 'Nique
아빠는 'Nique라고 부르지
Some people call me K-Town when I'm out in the streets
어떤 사람들은 거리에서 나를 K-Town이라고 불러
I call Swift my big brother and he call me Dom P
Swift는 형이라고 부르고 그는 날 Dom P라고 해
When I was in school, my lady called my Dominic Q
학교 다닐 때는 여자친구가 날 Dominic Q라고 불렀어
My nigga Kyle Erbe call me D.P.G
내 친구 Kyle Erbe는 날 D.P.G.라고 해
어린 도미니크가 코피를 흘리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어린 도미니크가 코피를 흘리지 않았더라도 L.A.는.
Whoever I saw actually having guns.
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봤을 때,
I didn’t hesitate to shoot them.
저는 주저하지 않고 그들을 향해 쐈습니다.
Otherwise, I could have gotten shot.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맞았을 테니까요.
L.A.는 그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자 그가 아는 모든 것이었다. 폭동 속에서 붙어 다닌 엄마만큼 L.A. 코리아타운은 그에게 소중한 곳이다. 하지만 그에게 시련이 또다시 찾아왔다.
Koreans on the roof of the California Mart with the shotguns ready to shoot
California Mart 옥상엔 샷건을 든 한국인들이 쏠 준비를 마쳐
The entrance blocked by shopping carts, you seen it on the news
입구는 쇼핑 카트로 막혀 있어, 뉴스에서 다 봤잖아
I seen it with my own eyes, in person, cause I stay two blocks away
난 두 눈으로 직접 봤어, 거기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살거든
And still got VHS tapes from that day
여전히 그날을 녹화한 VHS도 있어
LA폭동이 한인 사회로 고개를 돌렸을 때, 성난 이들은 이미 목적성을 상실한 상태였다. 그저 흑인 사회에 대한 부조리함으로 피어난 분노에 충실해져 약탈과 폭력의 발산이 전부였다. 본능에 사로잡힌 이들을 너무 많이 보아서 그런 걸까, 오디티는 물질적인 것을 좇기 시작한다.
I wanna win a Grammy, not for the accolades
Grammy를 타고 싶어, 경력 때문이 아니라
Just to act super niggerish when I hop on stage
무대에 오르면 완전 흑인스럽게 행동하려고
Take my trophy home and then stuff it with weed nugs
트로피를 집으로 가져가 마리화나 뭉치로 속을 채워야지
상상 속의 오디티는 시상식에 올라 자신이 어디서 태어나서 왔는지, 내가 힘들 때 누가 그를 도와줬는지, 그리고 그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있다.
I won't forget where it started and how far I came
모든 것이 시작한 곳과 내가 얼마나 멀리 왔는지를 잊지 않겠어
그런 오디티에게 그의 아빠가 말한다.
Dominique, son. Let me help you. Better yet, son. It's about chasing the spirit. Chasing the spirit. Chasing the spirit. Chasing the spirit. Chasing the spirit. Chasing the spirit. Chasing the spirit. Chasing the spirit. Chasing the spirit
Dominique, 아들아, 내가 도움을 주마. 사실 말이지, 중요한 건 영성을 쫓는 거야, 영성을 쫓는 거야, 영성을 쫓는 거야, 영성을 쫓는 거야, 영성을 쫓는 거야 영성을 쫓는 거야, 영성을 쫓는 거야, 영성을 쫓는 거야...
변화는 필연적이야. 너는 정해진 운명을 무시할 수 없어.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고. 그러니 너는 그것들이 체계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어. 우리는 모두 불완전하게 태어났다고. 그러니까 돈이나 여자를 따라가지 마. 그것들은 너를 자멸하게 만드니까. 세상의 유혹들에게 속아 너를 빼앗기지 마.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해야 될 거는.
Fuck the dumb shit, move things around to balance out the feng shui
멍청한 건 집어쳐, 풍수 기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물건들을 이리저리 옮겨
They can tax all the wages I make for a living
내가 살면서 버는 돈에 다 세금을 매겨도
But the faith is the thing they can't take away from me, nigga (nigga)
가진 믿음은 그들이 절대로 못 뺏어갈 것, 임마 (임마)
난 스냅챗 안 써. 인스타그램이랑 트위터가 이미 날 망치고 있다고. 그러니까 휴대폰 그만 쳐다보고 이제 책이나 읽어볼까 해. 잠깐만 나 이 책 사진만 스토리로 올리고…
Oh, shit. What the fuck?
아 젠장, 대체 뭐야?
I am the Spirit. Follow my lead and you shall attain everything you seek
나는 성령이다. 나를 따라오면 너는 찾는 모든 것을 얻게 될 것이다
오. 씨발 이게 다 뭐야. 저거 나잖아. 저긴 내 집이고. 근데 왜 7살 때 살던 곳이지? 저건 또 뭐야. 저건 졸업식 땐데. 대박인데. 여기가 뭐하는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방송국이라도 온 기분이야. 텔레비전도 없는데 내 과거들이 방영되고 있어. 아. 그래 맞아. 저 날은 그랬었지. 저 새끼 떨 처음 펴봐서 기침 존나 했었지. 아 존나 추억이구만. 지금도 저 소파에 앉아있는 거 같아. 그때도 지금처럼 연기 때문에 눈이 존나 매웠었으니까. 잠깐 이거 뭐야. 씨발 진짜 연기잖아. 이거 진짜 연기잖아 씨발. 뭐야. 씨발 이거 뭐
미켈란젤로는 내 거야. 쌍절곤을 두 개나 드는 게 진짜 간지란 말이야. 이걸로 슈레더를 걸레짝으로 만들 거야.
Oh, the game's fucked up, we gotta reset it. Wait, lemme see. Probably just got a bunch of dust in it. Y'all put any alcohol in this earlier? Let's pop it back in. It's probably going to be cool. Oh, look at that
아, 게임 다운 됐네, 리셋해야겠어. 잠깐만, 볼까. 먼지가 많이 꼈나봐. 혹시 알콜로 닦았어? 다시 껴보자. 괜찮을 거야. 와, 봐봐
기다리는 동안 감자칩이나 사와야겠어.
The kid next door hit me in the face with a rock
옆집 아이가 돌멩이로 내 얼굴을 때렸어
At the tilt, my mom wiped my face off with a cloth
엄마가 천으로 내 얼굴을 닦아주면서
She said, "Go outside and do something about it"
그녀는 말하셨지 "밖에 나가서 뭐라도 좀 해봐라"
I grabbed my little skateboard and smacked the shit out him
난 스케이트보드를 가지고 가 그를 한 방 후려쳤어
1984년, 오디티는 여름의 열기 속에서 태어났다.
어. 어, 나 괜찮아. 잠깐 졸았나. 씨발 머리가 깨질 거 같아. 아. 일단 한 대 줘봐. 마저 펴야지. 맞다. 나한테 물어보더라고. ‘거기는 떨이 합법이라며?’. 그래서 말했지. ‘오, 진짜?’. 진짜는 뭘 진짜냐. 되기 전부터 존나 폈는데. 그것도 세금 안 붙은 걸로. 것보다 합법화했으면 그거부터 하라고 해. 떨 팔다가 빵 들어간 놈들 전부 사면하라고. 그게 맞지 않냐? 솔직히 나는 몰래 떨 파는 것보다 선입견 가진 새끼들이 더 좆 같은 거라고 생각하거든. 그러니까. 그게 인종이던 지역이던 그것들은 자각이 없단 말이지. 걔들 얼굴에 주먹이라도 꽂아주고 싶지만, 알잖아. 그랬다간 아무도 무대 위로 안 불러주겠지.
We're here with the Koreatown Oddity
지금 The Koreatown Oddity와 함께 하고 있는데요
Yup
What's your favorite Korean barbeque spot?
제일 좋아하는 한국식 갈비집은 어디인가요?
Actually, I don't even eat Korean barbeque, I don't eat meat at all
사실, 한국식 갈비 안 먹어요, 원래 고기를 안 먹거든요
Oh, well, uh...
오, 그렇군요, uh..
I like vegetable barley bibimbap, though
그래도 야채 보리 비빔밥은 좋아해요
Okay, what's that?
아하, 그게 뭐죠?
존나 정신없구만. 그래서 뭘 말하고 싶은 거야. 너 그 개소리 계속 들어줄 시간 따위는 없다고. 라고 생각했지? 그렇다면 미안하지만, 이건 존나게 중요한 거라고. <Little Dominiques Nosebleed>. 이런 역사적인 사건을 아직도 못 이해하겠다니. 존나 답답하네. 참고로 이 사건은 한 번이 아니야. 무려 2번이라고. 2번. 잘 들어. 존나 심오하게 진지한 이야기야. 어디 가서 나한테 들은 거 그대로 얘기해주면, 존나 있어 보일 테니까.
https://youtu.be/BEboSlFYZ-I?si=s2fL6tJUypG9YGZT
한 여자가 오디티에게 말한다.
인생 그렇게 심오한 거 아니야
그래서 내가 말해줬지.
‘썅년아 닥쳐’라고.
오디티의 태도는 매우 신사적이다. 그가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할 때, ‘인생 별거 아니라’고 답하며 가십에만 몰두하는 이들의 가벼운 생각에도 그는 ‘맞는 말일 수도 있다’고 대답한다.
If everybody thought as shallow as you think
다들 너처럼 얕게 생각했다면
그는 남들보다 앞서 있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보고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걸 생각하고 있다. 눈먼 자들 사이 유일하게 당신만이 앞을 볼 수 있고, 당신이 보는 세상을 그들에게 설명한다면 그들이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자꾸만 선택을 회피한다. 하지만 인간은 지금까지의 선택들로 만들어졌고, 거울 앞 비치는 모습이 증거다. 눈을 감아도 자신의 모습은 바뀌지 않는다. 그러니 이제는 선택해야만 한다. 선택해야 바뀔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이란 게임의 조작법이다.
사실 그도 이런 복잡한 생각을 하며 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그는 너무 많은 일들을 겪었고, 왜 자신이 그런 시련들을 겪어야 했는지 알 수 없었기에 갈구함이 쌓여갔다.
하느님이 더 큰 계획을 갖고 있으시단 뜻이야
어린 도미니크의 얼굴이 차창과 대시보드에 뒤엉기고 피와 유리 파편이 흩날렸던 날. 그는 깨닫게 되었다. 모든 것은 우연이 아니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으니 그 일들의 의미를 분석해야 한다고.
그의 아빠는 성경을 건네주었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는 신실한 기독교 신자 같지만, 모순되게도 풍수지리를 믿고 문제의 의미를 신에게 묻고 성경으로 해소하기보단 영지주의적 사고를 통해 이해하려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이런 모습은 뉴에지지즘(New Ageism)과 유사하다. 내면의 성장, 영적 체험 중시, 동양사상의 결합, 우주적 일체감(합일). 크리스천의 입장에서 이런 태도는 옳지 않지만, 종교인이 아닌 한 명의 사회 구성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어떤 여자가 말했듯 인생은 별거 아니지만 철학적 사고에 너무 몰두한 사람이리라. 하지만 인간이 자신의 존재 의의를 묻고 왜 자신에게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구하는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루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신에게서 멀어지려는 것은 아니다. 몸이 물에 전부 잠기지 않게 하기 위해 고개를 위로 들어 하늘로 향하듯, 코피가 흐르면 고개를 위로 들어 하늘을 바라보듯, 그는 하늘에 대고 묻는다. 이 모든 것의 이유를 하느님은 갖고 계시기에.
We're all tears of the almighty
우린 전부 전지전능한 자의 눈물이야
It is its mercy that keeps us alive
우릴 살게 하는 건 그분의 자비야
If you think you are just material, you are missing the very essence of your being
네가 그저 물건이라고 생각한다면, 넌 네 존재의 본질을 놓치고 있는 거야
It is love we are made of
우린 사랑으로 만들어졌고
And it is the thrill of love we seek
사랑의 짜릿함을 좇고 있지
Sometimes I wanna cry but I can't though
가끔은 울고 싶지만 그러면 안 돼
I gotta stay strong and get more dough
강해져서 돈 더 벌어야돼
그는 삶의 의미를 찾으려 고뇌하는 한 명의 인간이자 사회의 구성원이다. 그렇기에 물질적 사고에서 그는 벗어날 수 없다.
God is testing me to see if I'm ready to move forward
신은 내가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었는지 시험하시는 거
그는 두 개의 세계 사이에서 발을 한 쪽씩 걸치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도 사람이기에 이런 과정이 힘들다. 가끔은 눈물이 흐를 거 같은 기분도 느끼지만, 그가 계속해서 걸어야만 하는 이유는.
https://youtu.be/NkHDVa5Dp3Q?si=8RWp5-Lj8_tsUYXE
사람들은 관심을 얻으려 노력한다. 누구는 흥미로운 정보를 SNS에 공유하고, 반사회적인 발언으로 관심을 끌고,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고, 몸매를 부각하고, 범죄를 일으키고, 패륜을 하고, 인종차별을 하고, 사회운동을 하고, 마약을 하고, 누군가를 저격하고, 댓글을 썼다가 지우고, 착취하고, 자식의 얼굴을 팔고, 돈 많은 척하고, 우울하다고 말하고, 전화기 대신 돈뭉치를 귀에 대고, 춤을 추고, 누군가는 이것들을 하기 싫어 돈으로 해결한다.
자극과 재미만을 추구하며 무겁고 진지한 것보다는 가볍고 쉬운 것만 소비하려고 한다.
자신의 취향이 뭔지도 모르니 모든 걸 물어봐 저기 초록 검색창에
이제 사람들은 뭐가 진짜고 거짓인지 중요하지 않다. 뭐가 중요하고 필요 없는지 판단하려고 하지 않는다.
Yo Black Google (yes, yes), what is gentrification? (I cannot help you)
Yo 블랙 구글 (네, 네), 젠트리피케이션이 뭐야? (도움을 못 드리겠습니다)
당장 직면한 문제에도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하고 싶은 거만 하고자 한다. 오디티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 사람들 사이에서 똑같이 살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는 자기 혼자만 구덩이에서 빠져나오려 하지 않는다. 주변의 모두가 같이 깨닫길 원하고 있다. 이것이 그가 두 개의 세계 사이에서 계속 걸어가는 이유다.
https://youtu.be/65SbCnAMDgo?si=xth9ehTaKqPjnzry
The place where I be, it ain't all kimchi
내가 사는 곳에 김치만 있는 건 아니야
Seeing tags on the wall just to remind me
벽에 있는 그래피티를 보면서 다시 기억하지
오디티는 이 노래를 통해 코리아타운과 자신이 겪어온 삶의 민낯을 과감하게 드러낸다. 대문에는 한인타운이라 적혀있지만, 그곳엔 한국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곳엔 흑인 문화가 뿌리 깊게 잡혀있다. 그리고 그는 유복하지는 않은 가정에서 자랐음을 감각적인 표현으로 말한다. 경찰은 적이고, 같은 흑인들끼리도 대립하고 있다. 그가 총각 딱지를 뗐을 때 그의 친구들은 그를 질투해서 오디티의 집에 침입해 물건들을 훔쳤다. 얘기하기에 정말 민감하지만, 그는 은연중에 흑인들의 폭력성에 대해서 끊임없이 얘기한다. 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태도와 상반되게 노래에서는 가벼운 분위기로 풀어내고 있다.
The place where I'm found wasn't always called Koreatown
내가 있는 곳이 항상 Koreatown이라 불렸던 건 아냐
And from back then 'til now the percentage is mostly brown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인구 비율은 흑인이 제일 많아
그에겐 고민이 있다. 남들이 안 될 거라고 해도 그는 계속하려고 한다.
그가 떠나고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잘 살 수 있길, 세상이 사람들을 피부색으로 분류하고 물리적으로 나누더라도 하나가 될 수 있길, 돈으로 사람들이 사람들을 쫓아내려고 하지 않길 원한다.
로또 1등에 당첨되더라도 내 후손들이 평생 배불리 먹고 자고 부족함 없이 살 수 있게 할 수는 없다. 모두가 화합하고 갈등 없이 살고 싶어도 서로의 질투와 시샘을 제거할 수는 없다. 내가 사는 이 동네가 너무 좋아도 집주인이 집값을 올리면 난 이곳을 떠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디티는 믿는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움직이고 도와줄 것이라고.
This nigga think he woke!
얜 지가 깨어있는 줄 알아!
오디티는 이에 굴하지 않는다. 아무리 힘든 시간이 계속되어도 때가 찾아올 것이고 곧 보게 될 것이라 말한다. 그러니 고개를 숙이지 말고 하늘을 보라고 말한다.
This nigga think he woke!
얜 지가 깨어있는 줄 알아!
사람들은 누구나 원하는 게 있어. 그리고 그걸 얻으려면 존나게 뛰어야 돼. 절대 쉽게 얻어지는 건 아닐 거란 말이지. 근데 말이지. 존나 뛰면서 이거 하나는 꼭 기억해야 해. 결국 중심은 너야. 널 아래에 두지 말라고.
그거 알아? 1억 달러가 없어도 풍족할 수 있어. 이건 영적인 거야. 물질은 일시적인 거라고. 너는 인생이란 바다 위에 떠있는 배이자 그 배의 선장이야. 파도의 흐름에 따라갈 수 있지만 배의 키도 잡을 수 있다고. 결국 파도대로 가겠지만, 적어도 방향이나 속도 정도는 정할 수 있다 이거야. 결코 쉽지는 않겠지. 그래도 계속 해야 돼. 네가 아니래도 적어도 난 이렇게 생각해. 스스로를 위해 움직여. 누가 뭐래도 넌 그럴 필요가 있어. 나도 나만의 방식대로 움직일 거야. 내 가족을 위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나를 응원해준 사람들을 위해서,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해준 이를 위해서 말이야.
오디티는 풍족하고 부유한 삶을 살더라도 세상은 진짜로 필요한 것을 준다고 말한다. 그건 더 많은 돈, 더 많은 여유가 아니다. 그건 간단하게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한 건 그건 돈이나 시간보다 훨씬 가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원하는 것을 얻은 것 같음에도 내면은 공허함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점을 얘기하고 있다. 끊임없이 노력했던, 손쉽게 얻어졌던, 그럼에도 부족하고 갈증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전부터 오디티는 영적인 무언가에 대해 계속 얘기하고 있다. 어쩌면 그 또한 그것이 명확하게 무엇인지 모를 것이다. 하지만 ‘느낌적인 느낌’이란 말이 있듯이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정해진 형태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그것을 마주했을 때 알아볼 수는 있을 것이다.
Don't always hit my target, but I aim to win
항상 목표물을 맞추진 못 하지만, 승리를 노려
그리고 그는 매번 성공할 수는 없지만 끝은 승리로 맺으라 말한다. 얼핏 보면 5판 3선승 같은 수치상의 접근을 말하는 것이라 볼 수도 있다. 이에 대해서 오디티는 명확하게 무어라 말하지는 않는다. 사실 이전까지 이어져 온 이야기들도 마찬가지로 그는 일관된 태도로 말한다. 나조차 누군가의 고민을 듣고 상담을 해줄 때 해줄 수 있는 격려나 위로 같은(하지만 그런 것들이 전혀 가볍고 가볍게 말한 것은 아니다.) 말은 비교적 확실하게 하지만, 깊은 생각이 필요한 질문은 화두를 던지기만 하고 정답은 알려주지 않는다. 어쩌면 영적인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말하지 못하듯 이것도 그렇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It's up to you, it's up to me
다 너에게, 또 나에게 달려있는 거야
이러한 부분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점을 생각해 보자면, 결국 어떻게 수용하는지는 본인에게 달려있음이 아닐까 싶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란 비판을 피할 수는 없지만, 오디티는 당신이 실패하고 좌절하고 뒤처지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는다. 그저 자기 말을 듣고 스스로 승리를 거머쥐길 염원할 뿐이다.
I do it for the fam
가족들을 위해서 해
And watched over every moment ever since a young age
어릴 적부터 매순간을 지켜봐오신 분을 위해서
<Little Dominique's Nosebleed>. 그래. 이게 그 이야기의 끝이야. 끝이라고. 끝. 내 무대는 다 끝났으니까 이제 크레딧이나 올려볼까. 얘가 걔야. 처음 펴봐서 기침 존나 했던 놈. 맞아. 진짜 아직도 존나 웃기다니까. 것보다 저 여자는 누구야. 맞아. 눈 커진 당신 말하는 거야. 그런 표정으로 우릴 보면 별로 예뻐보이지 않는다고. 아무튼. 얘랑 얘. 이 친구랑 쟤도. 하. 시발 잠깐만. 누가 약 좀 갖다 주면 안 될까. 기침이 자꾸 나오네. 오 이런. 팝콘을 던지면 어떡해. 그래. 이쯤되면 알았겠지. 그렇게 믿을게. 이만 내려갈 시간이야. 아. 알겠다고. 내려갈게. 내려가 빨리. 저 미친년한테 머리 깨지기 전에 빨리 튀자고.
누구나 마음속에 남들에게 쉽사리 말하지 못한 진중한 고민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남들에게 털어내기 위해선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오디티 또한 '삶의 의미와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고뇌한다. 이러한 모습은 너무나 익숙하지만, 마찬가지로 남들에게 쉽게 꺼낼 수 있는 주제가 아니다. 대마초를 피고 친구들과 여자에 대해서 얘기하기란 쉽지만, 갑자기 삶의 의미에 대해서 토의하려 한다면 미친놈 취급을 받을 것이다.
오디티는 일면식도 없는 우리에게 먼저 말을 건낸다. 앨범의 아웃트로는 마치 스탠딩 코미디 무대에 올라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초대된 사람이 아니라 갑자기 나타난 침입자이기에 쫓겨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렇듯 갑작스럽게 오디티는 우리에게 말한다. '난 이렇게 살았고 이렇게 살려고 한다. 너는 어떻냐'.
오디티는 용기를 냈고 이제는 우리가 용기를 내야 할 차례인 것 같다.
마지막.
개인적인 감상으론, 이 앨범은 음악적인 면에서 특출나거나 참신하지 않다. 어쩌면 양산되는 컨셔스랩 앨범들 중 하나라고 봐도 될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 앨범을 선택하고, 끝까지 듣고, 그의 질문에 이렇게 답하는 이유는, 수많은 풀들 사이 어떤 풀에는 이슬이 맺혀있고 어떤 풀에는 무당벌레가 기어가고 어떤 풀에는 누군가의 말 못할 비밀이 고스란히 담겨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그의 앨범이 선택된 이유는 그저 '운이 좋아서'였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이 앨범을 끝까지 들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영적인 끌림. 그것이 오디티와 나 사이에서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신께서 선택한 걸 아닐까.
어떻게 써야 이 리뷰 몰입하며 읽을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쓰면서도 좀 오글거리긴 했지만 소설과 유사한 방식의 형태를 차용해서 중간중간 섞어봤습니다.
사상, 철학, 종교가 너무 딥하게 들어가면 글 분량이 서너배로 늘고
이거보다 더 재미없어져서 최대한 적게 써봤습니다.
논문도 읽고 LA폭동 관련해서 자료도 찾다보니까
다 쓰는데 일주일 정도 걸린 거 같습니다. 개추좀
다음에는 음반 인증으로 찾아오겠습니다.
+ 까먹고 추가를 못 했는데, 앨범 전곡을 해석해서 게시판에 공유해주신 'DanceD'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경이롭다
선추후감상
앨범 제목의 뜻이 그런 의미였군요... 감사합니다
이거 나름 관심있던 앨범이었는데 덕분에 많은 정보를 얻고 갑니다
사실 코리아타운 오디티에 대해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정작 직접 들어본 적은 없는데, 이 글을 읽으니 더 흥미롭게 느껴져서 당장 들어보고 싶어지네요. 더불어 (한국인 입장에서) 코리아타운에서 나고 자란 흑인 래퍼라는 일종의 출신 성분도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이렇게 느끼는 것을 그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잘 모르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출신 성분의 기원에 대해서 제가 아는대로 말해보자면, 과거나 현재를 막론하고 여러 국가에서 피어났던 아메리칸 드림과 같이, 캘리포니아 드림이 미국 내에 있었습니다. 이의 일환으로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하는 이들이 꽤나 있었고 오디티의 엄마 또한 그가 태어나기 전에 LA로 이주했습니다. 그녀가 정착한 곳이 LA한인타운이었고 그곳에서 오디티가 태어나 일생을 그곳에서 보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도 그런 역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는데, 단지 한국인 입장에서 코리아 타운이 나오니까 더 괜히 관심 가는 그런 게 있네요ㅋㅋㅋ
아무튼 또 추가 정보 감사합니다
BTS나 블랙핑크처럼 월드와이드적 활동을 하는 뮤지션에게 딱히 큰 관심은 없지만, 타국의 뮤지션들 입에서 그 분들에 대한 내용이 나오면 괜시리 뿌듯하기도 하죠. 그런 거 같습니다.
요즘 들어 가장 영향을 받고 있는 앨범입니다. 너무 개인적이지도 너무 정치적이지도 않다는 것, 무거운 주제에도 빠지지 않는 위트,사운드 콜라주라고 취급해도 될 정도로 맥락없이 다양하게 튀어나오는 샘플 등등 해서 진짜 들을 때마다 감탄하면서 들어요 ㄹ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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