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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ba - <CARE FOR ME> 감상평

title: SCARING THE HOES히오스는니얼굴이다13시간 전조회 수 213추천수 6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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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명을 위한 이야기가 모두에게 닿았다.

 


https://youtu.be/uaieK8Fyo2c?si=webBH8l68Y_BfZ6r

 

총탄이 그를 앗아갔다.

한편, Saba의 세상에서는 하나의 거대한 축이 보란듯이 무너지고 말았다.

아무 예고 없이 내린 비에 Saba는 속절없이 젖어버렸다.

이제 그는 어둠의 기슭에서 무언가를 기다릴 뿐이다.

 

 

시카고의 괄목할만한 래퍼, Saba의 두 번째 정규 앨범 <CARE FOR ME>는 Saba의 사촌이자 절친한 친구 John Walt의 죽음을 계기로 세상에 떠올랐다. 

 

앨범은 "BUSY / SIRENS"로 시작된다. 앨범의 정서적 방향성과 주제를 강하게 설정하는 이중 구조의 본 트랙은 두 부분으로 나뉘며, 각각 다른 감정과 메시지를 담고 있다. 첫 번째 파트인 "BUSY"는 고립감과 외로움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Saba는 주변 친구들과의 관계가 점점 멀어지고, 사람들이 그저 "바빠서" 자신과의 관계를 피한다는 현실에 무력감을 느낀다. 이 곡에서 그는 외부로는 성공한 아티스트처럼 보이지만, 내면은 텅 비어 있음을 고백한다. 반복되는 피아노 루프와 느린 템포의 비트는 일상의 공허함을 효과적으로 구성하며, Saba의 차분한 목소리와 그 안에 스며든 깊은 무거움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SIRENS"는 분위기가 더 감정적으로 바뀌며, 미국 사회에서 흑인 남성으로 살아가는 현실을 주저없이 읊조린다. 공권력의 폭력과 구조적인 인종차별, 그리고 무엇보다 본작의 주제인 사촌의 죽음이 주된 주제다. 그의 사촌 John Walt의 죽음은 이 곡과 앨범 전체에 걸쳐 반복적으로 언급되며, Saba의 트라우마와 슬픔을 대변한다.

 

앨범 전반부는 Saba의 감정적인 심상이 담겨있다. "BROKEN GIRLS"에서 그는 비참한 자신과 닮은 이들에게 끌리는 역설적인 감정을 풀어놓으며, 외로운 사람들끼리 서로를 이해하면서도 상처를 더 깊게 만드는 현실을 묘사한다. 이어지는 "LIFE"는 비교적 에너지 넘치는 비트 위에 펼쳐지는 직설적인 독백이다. 특히 촌철살인의 라인을 비롯한 여러 직설적인 가사들은 앨범의 핵심적 트라우마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키며, 청자로 하여금 그의 비통함을 전달하는 매게체로 작용한다. 

 

앨범의 후반부는 슬픔과 무뎌짐 사이를 오가는 정서가 뚜렷하다. "HEAVEN ALL AROUND ME"는 죽은 그의 사촌 John Walt의 시점에서 쓴 곡이자 앨범의 백미로, 사후의 평온함과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을 동시에 담고 있다.  

 

후반부와 앨범을 통틀어 가장 눈에 띄는 곡 중 하나는 "PROM / KING"이다. 이 7분이 넘는 트랙에서 Saba는 단순히 고등학교 시절, 그의 사촌과의 추억을 회상하며 시작되지만, 점차 극적인 반전이 찾아온다. 추억에서 사촌이 실종되던 날의 기억으로 래핑의 주제가 전환되면서, 한 없이 안타까운 이야기를 서술한다. Saba의 날것 그대로의 감정이 표출되는 이 곡은 앨범 내내 쌓아왔던 서사와 감정을 폭발시키며 청자의 감동을 끄집어낸다.

 

<CARE FOR ME>는 감정적으로 매우 무거운 앨범이지만, 동시에 섬세하게 구성된 작품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재즈, 소울, R&B를 기반으로 한 따뜻하고 유기적인 프로덕션은 Saba의 담백한 래핑과 잘 어우러진다.

 

또, 비단 그의 사촌의 죽음만을 다룬 것이 아닌, 사촌의 죽음과 연관지어 시카고의 여러 흑인들의 어두운 삶과 죽음을 비추며 미국 사회 전반에 대한 진솔한 비판으로 이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 앨범은 너무도 인간적이다. 본작이 청자에게 주는 가장 큰 울림은, 누군가에게는 하나의 음악일 수도, 또 다른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고, 생존의 언어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버티고 있고, 혼자라고 느낄 때, 감정을 설명할 수 없을 때, 마음 깊은 곳에 말이 남아 있을 때, <CARE FOR ME>는 그 침묵 속에서 먼저 말을 걸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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