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JJK - The Alley Cats
발매 : 2017.04.06.
- 열정과 장엄함을 모두 내려놓은 길거리 MC의 모습이 선연하다. 그것은 길가를 어슬렁거리는 랩퍼 JJK의 모습이다. 어찌 보면 자신의 랩 한 켠에 분노를 꼭 담아왔던 그의 모습이 낯설게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부터 JJK는 자신의 음악에 나른함과 복에 가득 찬 바이브를 더 많이 전달하려 한 것 같다. 아버지가 된 후 맞이한 몇 번의 계절변화처럼, JJK의 랩퍼로서의 모습 역시 어느 정도의 변화를 거친 듯 싶다 하면 지나친 판단일지.. 그리고 마냥 복에 겨운 바이브라기보다는, 본래 거시적으로 진중했던 그의 가사가 좀 더 깊이 일상에 접근해있다는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그것이 지난 4월 발매한 본작 [The Alley Cats]에 드러나 있다. 비트에 있어서는 프로듀서 제이에이(JA)가 전권을 쥔 본작에는 거리의 풍모가 그윽하게 반영되어 있다.
'Punk Cat's Freestyle'에 담긴 록스 펑크맨(Loxx Punkman)의 운율과 ‘도둑고양이’라는 본작의 타이틀, 던 말릭(Don Malik)과 나눈 일상백서 격의 트랙 'Dusty Bass' 등.. 거리의 텁텁한 촉감이 가득하다. JJK의 랩에서는 거리나 일상의 풍경에서 해학을 발견한 듯 은근슬쩍 삶의 무늬를 비꼬는 느낌도 전해진다. 제이에이의 프로덕션이 마이너하게 정립된 덕분인지, 본작은 작품이 표방하는 사운드스케이프를 말끔히 갖추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즐기기는 편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헛헛한 작품이기도 하다.
2. 긱스(Geeks) - Fireworks
발매 : 2017.07.18.
- 'Officially Missing You'로 대표할 수 있는 감수성 짙은 시작점과, 아기자기하면서도 강렬하고, 또 열렬하기까지 했던 첫 정규 [Backpack]까지.. 릴 보이(Lil Boi)와 루이(Louie)가 뭉친 긱스(Geeks)는 진한 색조의 음악성을 통해 매니아층을 떠나 대중에게까지 어필한 성공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내심 이들의 다음 작품에 대한 발전적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긱스의 두 번째 작품인 본작 [Fireworks]에서의 프로덕션은 전작을 넘는 매력을 띠고 있지 않다. 긱스의 느낌에 의해서 창출되는 그들의 음악적 경향이 전작에 비해서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어쩌면 그것 역시 그들이 택한 음악적 주체성의 일환일 수 있겠지만, 이번 작품이 풋풋함과 진중함을 동시에 갖춘 전작에 비해 크게 아쉬운 건 사실이다. 기타리스트 한상원이 세션으로 참여하여, 본작의 타이틀처럼 한바탕 불꽃놀이를 수놓으며 비교적 절륜하게 막을 내리는 'Fireworks'를 제외하면 그리 끌리는 지점을 찾을 수가 없다는 게 가장 큰 흠이다. 청자의 입장에서 기대가 비대했던 탓일 수도 있겠지만, 전작과 극명하게 비교될 정도의 프로덕션은 아쉬운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한다. 본작은 전작에 비해 훨씬 여백이 짙고 기울어져 있는 탓에 소포모어 징크스를 피할 수 없는 작품이 되었다.
3. 재지팩트(Jazzyfact) - Waves Like
발매 : 2017.05.29.
- 음악적 여정의 잠정적 교차점에서 점차로 조도가 흐려진다. 멀끔하지만 탁월한 재즈 사운드로 힙합 팬들의 기대와 주목을 이끈 재지팩트(Jazzyfact)의 프로덕션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잠정적 교차점이란, 한 명이 잠시 떠나있고 한 명이 잠시 남아있는 빈지노(Beenzino)와 시미 트와이스(Shimmy Twice)의 입장이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사실 첫 앨범 [Life's Like] 이후 싱글 하나 빼곤 재지팩트의 작품 목록이 형성되지 않았기에 음악적인 결과 이같은 교차점을 연결시킬 수는 없겠지만, 어찌됐건 재지팩트의 랩(이자 보컬)인 빈지노가 군 입대를 앞둔 상태에서 그들은 또 하나의 결과물을 풀어놓은 점이 중요하다.
정말 멜로디의 파도를 유영하는 듯한 시미 트와이스의 프로덕션은 1집에서나, 본작 [Waves Like]에서나 변함이 없다. 다만 작품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느낄 수 있듯, 1집에서 그 느낌이 재지(Jazzy)함에 가까웠다면, 본작은 굳이 그와 같이 고정적인 상태와 느낌으로 규정될 수 없는 차이가 존재한다. 빈지노의 랩이 만족감을 선사할 정도로 풍성히 담겨있는 초반부가 타이틀 ‘하루종일’을 기점으로 한 번 선회한다. 그러다가 김효은이 참여한 'On My Wave'에서 흐름이 무거워진다. 물론 그것은 즐길 수 있을 정도의 푹신함이다. 본작의 분위기 역시 주지했듯 ‘조도가 점차 흐려지는 듯’ 하다가, 이미 드라마 ‘안투라지’ 믹스테잎 곡 중 한 곡으로 쓰인 바 있는 'Up up and away'의 흥건한 사운드로 마감된다. 재지팩트는 이렇듯 당혹스러운 느낌이지만, 이내 젖어들고 마는 그런 느낌을 본 작품으로 새기고서 잠시 또 머묾의 상태에 있을 것이다.
4. 창모 - 돈 번 순간
발매 : 2017.05.24.
- 자본 시리즈로 캐릭터와 음악성을 단번에 구축한 창모의 걸음걸이엔 거침없는 멋만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심각한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거리를 제공한 바 있는 가사 표현의 문제를 상기한다면 그의 모습에 깊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기도 하다. 물론 어느 정도의 책임을 안고 종결되었다고 하지만, 그것이 아티스트에게 절대적인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본작인 [돈 번 순간] 역시 불편하게 들릴 따름이다. 앨범 자체만을 본다면, 계단식 성장세를 이뤘다고까지 할 수 있을 작품성에 계속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겠지만, 그 와중에 드러난 아티스트의 실수를 함께 고려한다면 만감이 교차한다. 그럼에도 아티스트의 실수와 실력을 엮지 않고 작품을 볼 때 이것은 확실히 준수한 ‘자본 시리즈’의 확립 그 자체라 평할 수 있다. 일리네어 콜라보와의 패기 넘치는 재치를 선보이는(그러나 필요 이상으로 장중하기까지 한 프로덕션을 앞세운) ‘인기가요’, 식 케이(Sik-K)의 참여로 인해 본토의 레퍼런스(Reference)로부터 비롯된 페이소스가 진하게 느껴지는 'Show Me Luv', 비트와 멜로디를 조합하는 데 있어서 피아노를 놓치지 않는 그의 트렌디한 고집이 느껴지는 'Wait For Me' 등.. 싱-랩도 군데군데 박아둔 본작에는 야망이라는 기본값 그 이상의 역량이 다시 스며있다. 실수와 실력이 같은 선상에서 인식될 수 없는 게 사실이지만, 그 사실만큼이나 중요한 건 음악가로서의 명성을 쥔 랩 아티스트 창모가 보여줄 앞으로의 행보일 것이다.
5. 더 콰이엇(The Quiett) - Millionaire Poetry
발매 : 2017.05.18.
- 더 콰이엇은 이미 목소리 하나만으로 어떤 언어를 뱉든 그만의 격을 만들었다. 이같은 격은 혹자들이 말하는 그가 변모했다고 하는 순간부터 이뤄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소울 컴퍼니 시절부터 그가 차곡차곡 축적해온 과정 중의 하나인 것이다. ‘백만장자 시인’쯤으로 일컬을 수 있을 더 콰이엇의 본 작품은 전반적으로 비트 프로덕션에 있어 품격이 흐른다. 멋들어진 올드함, 그와 같은 느낌은 주로 전반부에서 분명해진다. 그러나 더 콰이엇은 멜로디 루프를 든든하게 만드는 붐뱁이 주가 되는 전반부에서나, 일리네어 삼두마차 콜라보(Dok2 & The Quiett & Beenzino)가 일정한 반환점이 되는 'M On It'을 거치는 지점에서나, 살아온 나날들을 풀어놓는 후반부에서나.. 모든 지점에서 스스로를 내려놓은 듯 안정적인 랩을 선보인다. 전달의 안정성과 가사의 발전적 여부를 모두 놓고 본다면 분명히 본작은 아쉬운 작품이다. 반반씩 걸쳐있는 애매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로듀서로서의 더 콰이엇을 생각한다면, 본작은 결코 아쉬운 작품까지는 아니다. 일리네어 프로덕션의 또 다른 주전 프리마 비스타(Prima Vista)와 함께 프로듀싱한 비트에 더해 멜로디와의 융화가 줄곧 매끄럽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신반의한 느낌의 작품이고, 큰 몫을 이룬 작품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올드함 속에 깔끔함이 함께 묻어있는 프로덕션이 제법 짙은 공명점을 이루고 있는 작품이다.
6. 필굿뮤직(FeelGHoodMusic) - FeelgHood
발매 : 2017.06.27.
- 좋은 느낌과 정체성을 모두 끌어안고자 성립된 필굿뮤직(FeelGhoodMusic)은, 타이거 JK(Tiger JK), 윤미래(Tasha), 비지(Bizzy B)로 이루어진 MFBTY가 중심이 된 레이블형 단체이다. 필굿뮤직은 굿라이프크루(GoodLife Crew)와 같은, 이른바 동업형 산하 크루가 존재하지만, 레이블 자체로서는 새로 영입된 주노플로(Junoflo)와 같은 랩퍼를 더해 새롭고 세련된 음악가 집단을 모색하였다. 이같은 선상에서 발표된 이들의 컴필레이션 EP [FeelgHood]은 트랙의 개별적인 질적 측면과 전반적인 아쉬움을 모두 점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멜로디에 제목의 의미를 새겨넣은 듯한 트랩 넘버 ‘파노라마’에서는 주노플로와 윤미래의 랩이 특히 두드러진다. 청량하고 안정적인 댄스 팝같기도 하고, BPM이 빠른 칠-웨이브(Chillwave) 사운드 같기도 한 ‘짝짝짝’은 클랩 튠과 함께 꾸려진 단출한 구성이 매력적인 트랙이다. 여운을 새기는 후반부의 기타 톤도 외면할 수 없다. R&B 보컬이자 필굿뮤직 소속인 앤(Ann)의 쇳소리가 섞인 보컬이 연달아 이어지는 'Shot To The Heart', 'Baptized'의 구간은 본작의 통로인 듯 느껴진다. 하지만 ‘난 널 원해’ 리믹스가 본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다. 귀 기울만한 트랙이 몇 곡 숨어있긴 하지만, 컴필레이션 앨범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 비지의 동어반복적 가사 역시 본작의 미세한 한계점이다. 컴필레이션 앨범으로서는 좀 더 발전적인 노력이 필요한 작품이다.
7. 와비사비룸 - VIBE
발매 : 2017.03.28.
- 흐리멍텅한 변두리의 악사를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약간은 음울한 듯 예술(가)적 자조를 늘어놓으며 그 속에 창작의 고집을 짓이겨넣는 몸짓이 그같은 악사의 포부를 이룬다. 에이뤠는 변두리의 음악가이며, 제이플로우(Jflow)와 짱유(Jjangyou)는 변두리의 랩쟁이이다. 본작과 동명인 타이틀 트랙에서 가히 엉망에 가까운 샤우팅 보컬을 삽입시켜놓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들은 변두리의 힙합 악사이다. 전작의 타이틀처럼 ‘물질보다 정신’을 표방해온 그들의 가치는 이미 그들만의 바이브에 가로놓여 있다. 작품의 타이틀이 'Vibe'인 만큼, 본작은 귀끌릴 만한 재지함을 수놓고 있다. 비트가 그 자체로 베이스가 되는 듯 둔덕지고 또 끈덕진 사운드에 음지의 목소리를 내보이는 제이플로우 & 짱유의 콤비가 작품의 맥을 이룬다. 어딘지 모르게 더 드러날 것만 같은 바이브는 기껏해야 6곡에 불과하지만, 전작의 기조를 잇는 비범한 징조가 서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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