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lam Dunk X Basketball Shoes
<Slam Dunk>가 세상에 등장한 지 어느덧 25주년이 되었다. 1990년 연재를 시작한 이래, 일반판 31권, 완전판 24권, 완전판 프리미엄 24권, [슬램덩크 그로부터 10일 후] 일반판과 완전판이 출시되었고, 2007년 일본 내 누적 발행 부수만 1억 2,000만 부를 넘어섰을 정도로 슬램덩크는 단순 만화의 차원을 넘어선 90년대의 문화라 할 수 있다. ‘왼손은 거들 뿐’, ‘그래, 난 정대만, 포기를 모르는 남자지’, ‘리바운드를 제압하는 자가 시합을 제압한다.’, ‘정말 좋아합니다.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구요.’ 등의 명대사는 많은 이들의 감성을 자극하였고, 태어나서 세 번만 울어야 하는 남자들의 눈시울을 한 번 더 붉게 만들었다.

국내에서도 슬램덩크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뭇 남성들이 너도나도 정대만(미츠이 히사시)이라며 코트에서 되지도 않는 3점 슛을 쏘아댔고, 성현준(하나가타 토루)이라도 된 듯이 페이더웨이 슛을 선보이다 나자빠지곤 하였다. 또 강백호(사쿠라기 하나미치) 특유의 언더핸드 자유투는 아직도 초보자들에게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이처럼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거듭났던 슬램덩크는 다양한 분야에도 영향을 끼쳤다.

그중에 대표적인 하나가 바로 패션이다. 슬램덩크는 스트릿 패션 전반부에 농구 아이템이 유입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시카고 불스(Chicago Bulls)의 유니폼을 연상시키는 쇼호쿠(Shohoku)의 져지는 새로운 패션 품목으로 자리 잡았고, 만화 속에서 서태웅(루카와 카에데)이 입고 나온 나이키(Nike) 티셔츠는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린 곳은 신발 업계가 아닐까 싶다. 슬램덩크에 등장한 다양한 브랜드의 농구화는 유행에 구애받지 않는 하나의 클래식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고, 본연의 이름보다 ‘강백호 농구화’, ‘서태웅 농구화’로 불리며 아직도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칸예 웨스트(Kanye West), 제이지(JAY Z), 키드 커디(Kid Cudi), 릭 로스(Rick Ross) 등의 래퍼들이 농구화를 애용하며 그 수요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지금부터 슬램덩크를 기반으로 제작된 제품과 만화 속에 실제로 등장하는 모델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1. Nike Air Jordan 6 Retro Slam Dunk
먼저 2014년 10월 공개된 ‘Air Jordan X Slam Dunk Collection’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이번 콜렉션에는 강백호의 등번호와 스케치가 새겨진 모자와 티셔츠, 그리고 에어조던 VI(AIR JORDAN VI), 조던 슈퍼플라이 3(Jordan Superfly 3)가 포함되었다. 가장 인상 깊은 아이템은 당연히 두 종류의 스니커즈다. 두 제품은 다른 레트로 제품들과는 달리 광택 소재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이는 만화의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케히코(いのうえたけひこ)가 신발에 새겨진 일러스트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광택효과를 선호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번에 공개된 나이키 에어조던 VI 레트로 슬램덩크(Nike Air Jordan VI Retro Slam Dunk)는 본연의 클래식한 디자인에 쇼호쿠 특유의 붉은 색을 입혀 강렬함을 더했다. 가장 주목할 점은 조던 시리즈의 시그니처 마크라 할 수 있는 ‘23번’ 아니라 ‘10번’이 새겨진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한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은 자신의 고유 넘버 대신, 강백호의 등번호인 10번이 제품에 표기되기를 원했다고 한다. 또 에어조던 VI에는 산왕 공고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아웃되는 공을 잡기 위해 몸을 던지는 강백호의 모습, “Mine Is Now(난 지금입니다)” 등의 명장면과 명대사가 새겨져 있다. 쇼호쿠를 상징하는 붉은색과 흰색 갑피의 조화가 멋들어지게 어우러진 제품이라 할 수 있다.
2. Nike Jordan Super.Fly 3 X Slam Dunk
나이키 조던 슈퍼플라이 3 슬램덩크(Nike Jordan Super.Fly 3 X Slam Dunk)는 매쉬 소재를 곳곳에 사용하여 앞선 에어조던 VI보다 기능성 측면에서 효과적인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조던 슈퍼플라이 3는 검정과 회색을 기반으로 하지만, 중간중간 강렬한 빨간색이 첨가되어 포인트를 형성하였다. 또한, 이 제품에는 특별히 기존의 만화에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삽화가 첨가되었다.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프로젝트 당시 마침 강백호의 새로운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등 부상 이후 재활에 매진하고 있는 강백호의 모습을 담아낸 스케치를 전달했고, 이는 고스란히 신발에 새겨졌다. 강백호가 훈련하는 모습, 숨을 헐떡이는 장면, 의지를 다잡는 굳건한 표정 등은 신발에 자연스레 묻어난다. 재활에 매진하고 있는 강백호의 모습을 보며 만화 종료 이후 알 수 없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제품이다.
3. Nike Air JordanⅠHigh OG Bred
일찍이 마이클 조던의 재능과 상품성을 알아본 나이키는 1984년, 당시 신인이었던 그와 계약을 체결하며 나이키 에어 조던 1의 전설은 시작된다. 그중에서도 마이클 조던이 85~86시즌 동안 주로 신었던 나이키 에어 조던 하이 오리지널 브레드(Nike Air JordanⅠHigh OG Bred, 이하 조던Ⅰ브레드)는 지금까지도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빨강과 검정, 북산의 색이다.”라는 신발 가게 사장님의 대사처럼 조던Ⅰ브레드는 블랙과 레드의 조화가 가장 두드러지는 제품이다. 후에 등장하는 조던 시리즈들보다 기능성 측면은 다소 취약하지만, 가벼운 무게감과 심플한 디자인으로 인해 아직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많은 아티스트들이 이 제품을 주로 착용하며 힙합 팬들에게 조던Ⅰ브레드는 어느덧 클래식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올 블랙 룩에 포인트로 조던Ⅰ브레드를 착용하는 코디는 이미 하나의 기본적인 스타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조던Ⅰ브레드는 현재 레트로 제품이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구하기조차 힘든 제품이지만, 만화에서 강백호는 이를 단돈 30엔(약 300원)에 강탈하는 만행을 선보인다.
4. Nike Air Jordan Ⅴ Fire Red
슬램덩크 안에서 서태웅은 매 경기 단 하나의 농구화만을 착용한다. 피벗 동작을 통해 페인팅 모션을 자주 가져가는 그의 플레이 스타일상, 발에 초점을 맞춘 그림이 자주 등장하였고, 서태웅은 늘 나이키 에어 조던 Ⅴ 파이어 레드(Nike Air Jordan Ⅴ Fire Red, 이하 조던 Ⅴ 파레)를 신고 있었다. 나이키의 디자이너 팅커 햇필드(Tinker Hatfield)는 2차 세계 대전에 사용된 전투기에서 영감을 받아 신발을 디자인했고, 신발 중창에 상어 톱니 모양을 새겨 이를 표현했다. 조던 Ⅴ 파레의 가장 큰 특징은 깔끔함이다. 베이직한 흰색 가죽을 기본으로 중간중간 첨가된 파이어 레드 컬러가 신발의 멋을 더해준다. 화려한 플레이와 놀라운 득점력 때문에 마치 마이클 조던을 연상시키는 서태웅에게 조던 Ⅴ 파레는 가장 어울리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이키 에어조던 Ⅴ는 후에 "Grape", "Green Bean", "Stealth Blue" 등 다양한 색의 레트로 버전이 출시되었지만, 조던 Ⅴ 파레는 조던 마니아들에게 아직도 가장 사랑받는 제품이다.
5. Asics Tiger Fabre JAPAN SL White/Red
슬램덩크를 통틀어 가장 멋진 캐릭터 중 하나인 ‘불꽃 남자’ 정대만의 농구화는 일본의 스포츠 브랜드인 아식스(Asics)의 제품이다. 아식스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오니츠카타이거(Onitsuka Tiger)에서 출시된 파브레 모델은 일본 내에서 가장 사랑받은 농구화이기도 하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일본 농구 대표팀이 전부 파브레 모델을 착용했을 정도로 기능성과 디자인을 동시에 충족시킨 제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정대만이 착용한 아식스 타이거 파브레 재팬(Asics Tiger Fabre JAPAN SL White/Red)의 가장 큰 특징은 발목 부분에 새겨진 일장기 로고다. 베이지색 아웃솔과 흰색 갑피, 금빛 일장기의 조화가 깔끔하게 어우러지는 제품으로, 일본에서도 ‘정대만 농구화’로 불리며 프로모션 되었다고 한다. ‘불꽃 남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정대만과 붉은색 아식스 마크의 조화가 인상적인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일본의 대표 브랜드인 아식스의 농구화를 만화의 곳곳에 그려 넣었다. 정대만 이외에도 능남의 변덕규(우오즈미 준), 상양의 김수겸(후지마 켄지), 산왕의 정우성(사와키타 에이지) 등의 많은 선수가 오니츠카 타이거의 농구화를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6. Reebok Pump D Time Black/Steel/White/Swag Orange
도내 넘버원 가드인 해남의 이정환(마키 신이치)은 ‘애늙은이’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조숙하고 깔끔한 플레이가 일품인 선수다. 그가 신는 농구화는 영국의 스포츠 브랜드인 리복(Reebok)의 제품인 리복 펌프 디 타임(Reebok Pump D Time)이다. 이 농구화의 가장 큰 특징은 보통 흰색 바탕을 기본으로 하는 타 농구화와 달리 검은색 합성 가죽을 중추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어두운 컬러의 몸통에 리복 펌프 모델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농구공 버튼이 포인트를 살리고 있다. 리복 펌프 디 타임의 가장 큰 장점은 우수한 기능성이다. 1989년 리복에서 개발한 펌프 테크놀로지가 빛을 발한 제품이라 할 수 있다. 리복은 공기를 주입하는 쿠션을 신발에 장착하여 개개인의 발 모양과 신발 사이즈에 맞게 쿠셔닝이 조절되도록 만들었고, 이를 통해 착화감을 극대화하였다. 이정환은 만화 속에서 리복 펌프 디 타임을 신고 매 경기 최상의 경기력을 선보인다. 특히 능남과 해남의 경기에서 윤대협(센도 아키라)의 파울유도를 파악하여 연장전으로 끌고 가는 플레이는 슬램덩크를 통틀어 가장 인상 깊은 명장면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슬램덩크에는 컨버스 악셀레이터(Converse Accelerator), 리복 샤크 어택(Reebok SHAQ ATTAG), 나이키 에어 스트롱(Nike Air Strong) 등 다양한 종류의 농구화가 등장한다.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각 팀의 색깔과 플레이 스타일에 어울리는 제품을 세심하게 선택하여 그려 넣는 디테일한 작업을 통해 슬램덩크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슬램덩크를 통해 농구화는 단순히 운동 시에만 사용되는 물품이 아니라,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급부상하였다. 최근에는 전형적인 유니폼 스타일뿐만 아니라, 캐주얼한 정장이나 깔끔한 스타일에도 농구화를 신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슬램덩크는 하나의 우수한 콘텐츠가 다양한 분야에 어떻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명확히 선보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25년이 지난 현재도 많은 이들이 슬램덩크에 감동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 글을 읽은 사람이라면 분명히 책꽂이에 고이 모셔두었던 슬램덩크를 꺼내게 될 것이다. 오랜만에 다시금 만화를 읽으면서 앞서 언급한 농구화들을 찾아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일 것이다. 구구절절 이야기를 늘어놓았지만 결국 정답은 단 하나다. <Slam Dunk>는 ‘클래식’이다.
좋은글인데 서태웅신발 다른 모델을 사진으로 썻네요 ㅜㅜ 혀부분이 검정색이 아닌 은색스카치의 모델이 맞습니다!!
죄송합니다!
신경써서 봐주신 점 감사합니다!!!
북미 사람들은 혀가 검은걸 5블랙텅 혹은 파레 블랙텅 이라 하고
서태웅파레를 그냥 파레라고 하는걸로 압니다.
신발을 공짜로 주겠다는 주인 아저씨에게
강백호가 동전 하나를 쥐어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제가 조금 더 명료하게 표현했어야 했는데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브레드는 나중에 신발가게 아저씨가 공짜로 주고
신발을 공짜로 주겠다는 주인 아저씨에게
강백호가 동전 하나를 쥐어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제가 조금 더 명료하게 표현했어야 했는데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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