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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AMEL (루아멜) - OrangeRoad (Official Music Video)

title: Donuts그린그린그림1시간 전조회 수 23댓글 0

https://www.youtube.com/watch?v=xqprXUEFjBU

 

유목민의 시

우리는 한여름에 버려진 이방인이다.
수만 가지의 바람으로 달궈진 뜨거운 낮 속에서 살아간다.
수만 가지의 꿈으로 빛나는 눈부신 밤 속에서 잠 못 이루고 있다.
욕망으로 녹아내린 바람, 근심으로 빛바랜 꿈이 한가득 모여 모래산이 되었다.
그사이 남은 한 점을 찾아 눈 뜬 채 얼굴을 파묻는다.

우리는 모래산에서 점을 찾는 탐험가이다.
봄을 향해, 시든 재 속의 새싹을 향해,
일몰을 향해, 결말을 향해,
정상을 향해, 밑바닥을 향해,
행복을 향해, 신기루를 향해,
결실을 향해, 안식을 향해,
꿈을 향해, 밤을 향해,
별과 달을 향해, 너와 나를 향해,
사막의 끝을 향해, 한 점을 향해,
그리고 숲을 향해 나아간다.

우리는 모두 숲을 향해 나아가는 기사이다.
별과 달이 가득 메운 우리들의 밤은 오래전에 빛이 가득한 사막 속에 숨었다.
불을 피우자.
살갗에 붙은 그을음은 모래들의 왕과 맞서는 갑옷,
흩날리는 재로 벼린 손톱은 아지랑이의 바다를 가르는 창,
너와 나의 추억으로 얽힌 나무의 뿌리는 절규를 막는 방패.
나비로 다시 피어나기 위해 쇠붙이로 살찌운 팔과 다리를 웅크린다.

우리는 빛이 가득한 사막 속에서 별과 달을 찾는 모험가이다.
거름이 뿌려진 그들의 집은 인간이 가득한 숲이 되었다.
가시가 빼곡한 책상 위에서 지도를 찾아,
파편만 남은 펜으로 땅을 그어 샛길을 찾아,
15개의 바늘이 달린 나침반을 쥐고 한 방울의 샘을 찾아 걸어간다.
사람은 장미 줄기로 엮은 삭, 도시는 썩은 나무로 세운 기둥,
숲은 콘크리트와 철, 그리고 녹으로 얼룩진 사회가 되었다.

우리는 사회 속에 떨궈진 유목민이다.
구름 사이 삐져나온 달빛은 이정표
사막에서 달아난 빛들을 꿰어 만든 별자리는 길
노을과 함께 태어난 바람은 나의 발이 되어
일출을 향해,
정상을 향해,
행복을 향해,
결실을 향해,
꿈을 향해,
별과 달을 향해,
사막의 끝을 향해,
종착지를 향해 간다.

-

땅에서 피어나는 아지랑이처럼, 하루의 생이 포스트록으로 찰나처럼 번지는 이곳

어떤 음악은 시간이 되고 어떤 음악은 공간이 되기도 한다. 그 두 가지를 동시에 가져가는 경우도 드물지만 존재한다. 두 가지를 모두 만들려면, 그러니까 듣는 이로 하여금 실제 마주하는 것과 다른 시간과 공간을 모두 느낄 수 있게 하려면 그만큼의 뚜렷한 장치가 필요하다. 그 장치로 하여금 앨범을 설득력 있게 가져가고, 공감을 넘어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LUAMEL (루아멜)은 그것을 마침내 해냈다. 그것도 첫 정규 앨범으로.
긴 시간 팝의 색채를 유지하며 좀 더 넓은 공간감을 지향했던 이들은 이제 좀 더 집중하여 한 존재가 살아가는 세계를 풀어낸다. 그 존재가 살아가는 시간과 공간을 온몸을 던져 표현했고, 그 표현은 때로는 추상적인 듯하지만 이내 듣다 보면 명료하게 다가온다. 네 사람이 나아가는 여정은 때로는 거칠지만 이내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그 과정 속에서 현실을 마주하는 느낌까지 준다. 좀 더 포스트록의 문법을 가져가며 각 멤버의 역량을 좀 더 드러낼 수 있었고 이제는 훌륭한 합을 넘어 각 멤버의 악기에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LUAMEL (루아멜)은 손휘준, 최석준, 탁영수, 허경철 네 사람으로 구성된 밴드다. 2018년에 처음 세상에 등장했으니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사막의 밤을 뜻하고자 하는 이름처럼 밴드는 뜨거움과 서늘함을 동시에 지녔다. 포스트록과 엠비언트를 적절히 구사하는 이들은 긴 시간 성장을 통해 비로소 뚜렷하게 본인들만의 색을 갖추는 데에 성공했다. 애플TV+ 파친코 OST에도 참여한 바 있는 이들은 초기에는 팝, 록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부드러움은 날카로움이 되었다. 15곡이 수록된 정규 앨범은 실제로 굉장히 탄탄하다. 시간의 흐름을 읽는 듯하다가도 곳곳에 등장하는 강렬한 전개, 그리고 그 사이를 잇는 공간감 가득한 연주곡까지 어느 한 곳도 놓치지 않고 치열하게 가져간다. 앨범의 전반부가 좀 더 뜨거운 형태라면, 후반부는 그 열기가 가라앉으며 더 깊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따뜻함을 잃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깊이를 더하며 사유의 감각을 갖췄다. 음악을 꾸준히 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성찰이라는 것을 자신의 작품에 녹여내는 건 어느 예술가나 해낼 수 없는 것이다. LUAMEL (루아멜)은 이제 그 성취의 입구에 와있는 듯하다. 자세히 뜯어볼수록 앨범은 더욱 깊게 빠져들게 된다. 첫 곡 “Weave The Stars”가 기존 LUAMEL (루아멜)의 연장선에 가까운 도입부라면, 이어지는 “Winter”부터 먼저 공개된 “실”까지는 지금의 밴드가 가진 에너지가 응집된 구간이다. 타이틀곡 중 하나인 “Matricaria”는 어쩌면 긴 터널을 지나온 이들이 만개하는 정점이 아닐까 싶다. “Home”을 지나 “Orange Road”에 다다르면 앨범의 신뢰는 이미 쌓였을 것이다. 그럴 때 마주하게 되는 “Moon Over The Horizon”부터 “역행 (逆行) (Recover)”까지의 후반부는 비로소 있는 그대로의 LUAMEL (루아멜)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지점인 동시에 이 앨범을 시간과 공간 모두에 빗댄 탄탄한 근거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은 손휘준이 직접 믹싱했는데, 비로소 밴드가 추구하는 공간감이 완성된 듯한 인상이 든다. 지금까지의 LUAMEL (루아멜)이 결코 짧지 않았음에도, 앞으로의 LUAMEL (루아멜)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짧지 않은 러닝타임이지만,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었을 때의 후회는 없을 것이라 자부한다.
박준우(한국대중음악상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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