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스탑 메이킹 센스를 관람하는데
Life During Wartime 신스 브레이크 신에서
어떤 미친놈이 벌떡 일어나 객석 사이를 뛰어다닌다면,
우리가 한 공간에 있었다는 뜻입니다. ㅎㅎ
농담이지만,
마음 같아서는 정말 뛰어다니고 싶네요.
40년 전에 활동했던 밴드를 다룬 영화가 개봉하는 게 아니라
40년 전에 개봉했던 그들의 콘서트를 리마스터해서 재개봉하는데
이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스탑 메이킹 센스가 가진 진정한 힘일 테지요.
이제 열흘도 남지 않은 개봉을 기념해
역사상 최고의 라이브 무대 중 하나를 돌아보았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시길!
This Must Be The Place를 들을 때면, 스탠드 램프를 넘어뜨릴랑 말랑하며 아슬아슬하게 춤을 추는 데이비드 번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 밖에도 봉고를 두드리기 전 익살맞은 윙크로 드러머 크리스에게 신호를 보내는 스티브 스케일스(Slippery People), 발렌시아가의 오버 실루엣을 무색하게 할만한 번의 벙벙한 슈트 핏(Girlfriend Is Better)이 머릿속에 펼쳐진다. 최고의 음악에 '시각적'이라는 라벨을 달아주는 우리의 전통을 생각해 봤을 때, <Stop Making Sense>만큼 시각적인 음악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종종 라이브 앨범을 감상하는 팬들의 잠재의식에서는 일종의 비애감이 싹을 틔운다. <Alive 2007>을 들으며 흥겹게 춤을 추지만, 나의 경험이 그날 베르시 스타디움에 있었던 관객의 경험을 영원히 따라잡지 못할 거라는 데서 비롯되는, 그런 비애감. 하지만 당신이 토킹 헤즈의 팬이라면 안심해도 좋다. 그들은 그들 최고의 무대를 녹음하고 또 '녹화'했으니.
데이비드 번이 은빛 붐 박스의 재생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연다. 기타를 치며 Psycho Killer를 부르는 그의 뒤로 방수포, 페인트 통, 밧줄, 정체를 알 수 없는 구조물 등이 무질서하게 놓여 있다. 노래가 끝나면 베이시스트 티나 웨이머스가 나타나 함께 Heaven을 부른다. 이제 이 영화에서 가장 놀라운 장면이 펼쳐진다. "천국은, 아무 일도,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 곳." 노래를 부르는 번과 티나의 뒤로 진행팀이 크리스의 드럼 키트를 조심스럽게 밀고 들어오는 광경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카메라는 드럼을 치는 크리스의 모습을 360도로 비추며 공연의 템포가 살짝 빨라진다. 마침내 제리가 등장해 쿼텟이 완성되고 Found a Job의 펑키한 기타 리프가 시작된다. 검은색으로 복장을 통일한 진행팀은 아랑곳하지 않고 연단을 밀며 전기선을 설치하고 악기를 옮긴다. 백스크린이 설치되고 모든 멤버들이 무대 위로 올라온 뒤 스티브가 윙크를 하고 봉고를 두드리는 것으로 공연이 본궤도에 오른다. 한바탕 공연이 펼쳐지는 무대와 그 무대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한 앵글 속에 담는 것. 이건 '다른 사람이 만든 노래를 재구성하는 것.', '기타 대신 신스를 리드 악기로 쓰는 것.', '래퍼의 노래하는 앨범.'처럼 더 이상 독창적일 수 없을 만큼 독창적인 아이디어다. 지금 이 순간 모두가 그것을 아이디어 대접도 하지 않음으로써 완성되는 그런 아이디어.
라이브 앨범의 진정한 매력은 모든 상황이 콘티에 맞게 돌아가는 듯한 정밀함보다는 그 순간만이 줄 수 있는 분위기에 있을 것이다. 앞서 비주얼과 마찬가지로 <Stop Making Sense>만큼 그 분위기를 생생하게 포착한 작품도 드물다. 이 앨범의 줄거리는 Psycho Killer의 고립된 카리스마가 Take Me To The River의 초월적인 집단 기도로 변모하는 과정을 온몸으로 감각하는 것이다. 이 여정에서 데이비드 번뿐만 아니라 8명의 멤버 전원이ㅡ간혹 단역으로 치부되기도 하지만ㅡ각 쇼트에서 관객들의 눈도장을 받는다. (린 마브리와 애드나 홀트가 없는 무대를 상상해 봐라)
그런데 정말 <Stop Making Sense>뿐이었을까? 이 영화는 내가 알기 전부터 이미 만신전의 제일 영예로운 자리에 올라 있었으며 이후 발매될 라이브 앨범의 가치를 측정하는 시금석이 됐다. 대체 어떻게? 틀림없이 내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 것이고, 나 역시 되도록이면 티나와 크리스 그리고 제리를 위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싶다. 하지만 이 영화를 관람한 사람들의 뇌리 속에서 좀처럼 잊히지 않을 춤을 추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 섬뜩한 눈초리로 당신을 응시하는 사람, 그는 결국 데이비드 번이다. 토킹 헤즈의 커리어라면 몰라도 <Stop Making Sense>를 향유하기 위해서는 결국 데이비드 번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토킹 헤즈 혹은 번의 최전성기라 할 수 있는 19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 이들은 브라이언 이노와 함께 3장의 앨범을 작업하며 당대 제일 비범하고 혁신성 있는 음악들을 녹음해 왔다. 동시에 번이 밴드의 민주주의에 제약을 건 것도 이 시기였다. 그와 이노의 긴밀한 협력 관계는 나머지 세 명의 멤버들을 점점 더 소외시켰으며 이는 <Remain in Light> 작곡 크레디트를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지게 된다. 번의 가장 이해할 수 없는 행보 중 하나는 Remain in Light 투어 도중 티나의 동의 없이 버스타 존스를 두 번째 베이시스트로 영입한 것이다. 존스의 펑키한 베이스가 토킹 헤즈의 무대에 역동적인 무언가를 더해준 건 사실이지만, 밴드의 정치사에서 이보다 무례한 결정을 찾아 보긴 힘들다. 공연 내내 번의 옆에서 연주하며 노여움과 경외심이 뒤섞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던 티나의 표정을 기억하는가? 우리의 프로페셔널한 히로인은 역사상 최고의 라이브 앨범에서 자신이 맡게 될 역할이 게 다리 춤이라는 사실을 짐작이나 했을까?
토킹 헤즈라는 팀을 무엇보다 잘 정의한다고 여겨지는 두 개의 프로젝트, <Remain in Light>와 <Stop Making Sense>. 보통 잘 언급되지 않는 둘 사이의 연관성이 토킹 헤즈 역설을 설명해 준다고 생각한다. 1980년에 로마에서 촬영된 Remain in Light 투어 영상을 <Stop Making Sense>와 비교해 보자. 촬영은 단조롭고 흥미로운 백스크린이나 감탄스러운 조명 효과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무대 위 세션들은 서로를 어색해 하는 듯하고 연출이나 시퀀스라고 부를만한 장치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거기에는 한 명의 주인공, 데이비드 번이 존재하지 않는다. 데이비드 번이 아니라 토킹 헤즈가 존재한다. 그들은 한 명의 주인공이 아니라 유기체로서 작동한다. 토킹 헤즈가 개개인의 통제권을 놓고 다투던 불편한 그룹이었을 때, 그들은 부분의 합을 넘어서 위대함을 위해 결속했다. 반면 <Stop Making Sense>는 철저한 독재의 산물이자, '포기해버린' 밴드의 기록이다. 적어도 티나 웨이머스, 크리스 프란츠, 제리 해리슨에게는 그랬을 것이다. 데이비드 번이라는 이름이 토킹 헤즈라는 밴드를 넘어서 커져가는 동안, 티나, 크리스, 제리는 조지 해리슨과 링고 스타 사이의 존재가 됐다. 이것이 바로 토킹 헤즈 역설이다. 모두가 주인공으로서 관객들과 하나가 되는 장면보다, 데이비드 번이 독재자이자 제임스 브라운이 되어 서슬 퍼런 광기를 내뿜는 순간이, 우리가 기억할 토킹 헤즈의 초상일 것이다. 하나의 작품이 시대를 초월하는 데 있어 누군가가 원치 않던 지위를 받아들였다는 사실은 분명 심술궂다. 하지만 모두가 하나의 유기체로서 위대함을 위해 결속했던 시절보다 번이 기행을 연기하며 말 그대로 무대를 씹어 삼켰던 때가 더 아름답다는 사실은 더 심술궂다.
록 역사상 제일 위대한 노래가 뭔지 알 수 없지만, Once in a Lifetime을 그중 한 곡으로 봐도 좋을 것 같다. 이 노래는 우리를 춤추게 하고 에너지를 샘솟게 한다. 자신의 이마를 때리는 척하는 슬랩스틱부터, 사이비 교주가 포교를 하는 듯한 내레이션, 감전된 것처럼 온몸을 떨며 추는 춤, 흡사 관객에게 최면을 거는 듯한 후반부 중창 코러스 등 이 곡의 퍼포먼스를 떠올려보라. 나는 긴 시간 사랑 노래는 단순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사랑이 단순하지 않기에 단순해야 한다. 우리는 빈티지 칼하트 재킷처럼 빛바랠 때까지 그 단순한 노래들을 듣고 또 듣는다. 나에게도 디트로이트 재킷이 있다면 그 노래는 This Must Be the Place (Naive Melody)이다. 이 곡은 매우 진솔하고, 익숙한 방식으로 우리의 감정을 어루만진다. 사랑 노래는 단순해야 하고 감상적이어야 한다. 느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느끼려고 노력하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 영화 속에서 번은 스탠드 램프와 우아하고 터무니없으며 멜랑꼴리하고 별다를 것 없는 2인무를 춘다. 수백 번이나 되풀이된 상상 속에서 나는 데이비드 번 그리고 램프와 함께 3인무를 춘다. 토킹 헤즈와 데이비드 번은 하나의 분야를 개척했다. 데이비드 리 로스, 프레디 머큐리, 액슬 로즈 같은 뮤지션들은 나름의 무대 장악력과 가공할 만한 점프를 선보였지만, 그 누구도 토킹 헤즈처럼 행동하지는 않았다. 아니, 행동하지 못했다. 토킹 헤즈는 대변인이었다. 그들이 우리를 대변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그들을 우리의 대변인으로 임명했다. 쿨한 록스타가 이상해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일깨워 주었기에. 아니, 이상해 보여도 쿨한 록스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기에.
이거 스포일러인가요
애구 무서워서 못 읽겠다
으아악 빨리 보고싶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