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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경 - 에덴 (Eden)

title: Kanye West (Korea LP)그린그린그림14시간 전조회 수 30댓글 0

https://www.youtube.com/watch?v=tC0bDLAzqWc

 

All Music : 신해경 완성을 지나, 자유와 혼란을 향해 큰 뿔과 산양의 하반신을 지닌 판(Pan)은 그리스 신화에서 자연과 목축의 신이다. 양치기들의 수호신이면서, 아폴로와 음악을 겨룰 정도의 플루트 실력을 지니고 있다. 이 정도의 사실을 제외하면, 판의 출생이나 생애, 성격, 언행에 대한 묘사는 각양각색이다. 한 설화에서 그는 오만한 성격 탓에 아폴로와 음악 대결을 벌였다가 패하여 피부가 벗겨지는 형벌에 처해진다. 다른 이야기에서 그는 순결의 상징인 페넬로페가 숨기고 싶던 문란한 과거들의 결과로 묘사된다. 조용한 초원과 음악을 사랑하는 목가적인 신의 모습으로 소개되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소소한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는 악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판의 이름은 ‘모든’이라는 뜻을 그 기원으로 하지만, 오늘날에는 혼란(Panic)의 어원이 되기도 하였다. 돌이켜보면 신해경은 자신의 음악을 명료하게 정의한 적이 없다. 80년대 가요의 감성, 기타를 중심으로 하는 여러 록 하위 장르의 편린들, 특유의 여린 창법과 이를 먹먹하게 받치는 사운드 연출과 같은 몇 가지를 제외하면, 그는 서사를 구현하고 이어가는 재료로서 곡을 만들고, 가사를 썼다. [나의 가역반응]을 지나 [속꿈, 속꿈], [이상한 경치]까지, 줄곧 그러했다. 화자는 곡 사이, 앨범 사이 여러 겹의 이야기를 쌓으며 정제된 단어를 이어갔고, 템포와 편곡, 믹싱의 밸런스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디테일이 이러한 서사를 위해 응집되었다. 그와 우리가 이 여정을 함께 한지도 어느덧 7년이 되어가는데, 이러한 그의 디테일에 대한 골몰은 종종 그 자신을 예정된 고행으로 이끌곤 했다. 여기까지는 신해경의 음악, 그리고 신해경이라는 사람을 어느 정도 아는 이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끄덕일 부분. 반면, 신해경은 ‘창작의 고통’이나 ‘상실감’, ‘디테일’만으로 소개하기에는 조금 더 복잡한 면면을 지닌 아티스트이기도 했다. 그는 화자의 상실감에 깊이 빠져 있다가도 꽤 빨리 소년의 해맑음으로 복귀했고, 잔뜩 음울한 곡을 만드는 중에도 밝은 리듬감이나 귀를 잡아채는 ‘뽕끼’를 고민했다, 이러한 이면이 올라올 때마다 그는 곡 곳곳에 이질감을 더했다. 그렇게 그는 감정을 고조시키던 중 익살스런 리듬을 더한다거나, 정박에서 어긋나는 파트 분배, 뜬금없는 이펙트, 살짝 비튼 밸런스 등을 의도적으로 믹스가 끝난 곡들에 내어두곤 했다. 목가적인 신이면서 통제불능의 악동이었던 판처럼, 신해경의 이러한 의도된 ‘삑사리’는 그의 복잡한 정체성을 완성하는 달의 뒷면과도 같았다. 앞선 신해경식 서사의 선명함에 비해, 그의 대표곡들에서 이러한 ‘삑사리의 미학’은 주로 은은하거나 은근하게 존재했다. 그렇기에, 신해경의 음악은 매번 비슷하다는 예의 첫 인상을 지나 조금 깊어지는 순간에 이른 이들이라면, 조금은 혼란할 정도로 여러 표정을 오가는 그의 음악을, 소심한 악동을 관망하듯 즐기며 바라본 경험들이 있지 않을까. ‘어떤날’의 브릿지 파트, ‘감정둔마’에서 치고 들어오는 뜻밖의 코러스, ‘에스테르’에서의 파트 전환 같은 것들 말이다. 그리고 아마 당신이 그의 음악을 오래 곁에 둔 이라면 이보다 더 많은 순간들을 언급할 수 있으리라. ‘지난 서사를 마무리하는 한 곡을 쓰고 싶어요’ 꽤나 고난한 곡을 만들려는 것인가 생각했다. 하지만, ‘에덴’이 오히려 이 서사를 마무리한 뒤 자신의 여정을 알리는 곡이라는 것을 안 뒤부터, 나는 신해경이 그간 보여준 삑사리의 미학을 극대화하는 작품이 나올 것이라는 어렴풋한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에덴’은 그러한 기대 이상을 채워주는 멋진 악동의 후일담 같은 곡으로 완성되었다. 여전히 처연하고 정제된 단어를 서술하는 화자는 있지만, 곡의 문을 여는 건 잔뜩 둔중한 톤으로 들어오는 리듬 파트다. 겹겹이 쌓아 지글거리는 기타는 특유의 웻 톤과 바삭한 톤을 나란히 쌓아 부유하는 앰비언스 가운데 이물감을 만든다. 고음역에 의도적으로 중첩된 건반음이나, 마찬가지로 잔뜩 이펙터를 먹여 가청거리가 극히 좁아진 보컬 연출 등, 청각적 자극을 끌어내는 디테일을 촘촘히 넣어 첫 후렴구까지 쉬지 않고 달려간 곡은, 앞선 사운드를 일순간에 덜어내며 경쾌한 삼바 리듬과 횡보하는 기타 솔로로 예고 없이 표정을 바꾼다. 예측할 수 없는 타이밍에 끊어지는 전환부를 지난 곡은 다시 리듬을 낮추고 보컬과 코러스, 맥빠진 기타가 공간을 휘젓듯 후렴구를 반복하고, 다시 모든 악기가 들어와 빼곡하게 곡을 채운다. 그렇게 곡의 모든 절정이 끝날 즈음, 몽환적인 무드와 함께 뿌연 보컬이 공간을 부유하듯 긴 잔향을 남긴다. 이렇듯 ‘에덴’은 시종일관, 느긋하게 예정된 서사를 따라가는 곡이 아니라,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청자를 예측할 수 없는 순간들로 데려간다. ’에덴’은 긴 서사를 마무리한 신해경이 앞으로를 보여줄 출사표와 같은 곡이다. 앞선 달의 뒷면을 즐겼던 이들이라면, ‘에덴’은 오래 기다려 온 반가운 선물과도 같을 것이다. 그간 신해경의 음악이 늘 비슷했던 이들이나 그의 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에덴’은 꽤 격정적이고 색다른 체험이 될 것이다. 그렇게 신해경은 스스로를 완성했던 서사를 벗어나, 비로소 초원의 조용한 양치기도, 뿔 달린 악동도 될 수 있는 새로운 마술피리를 얻은 것 같다. 글 : 팀비스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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