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오시미 슈조의 피의 흔적이라는 만화를 읽었다
꽤 불쾌한 모성애에 관한 만화인데 읽으면서 상당한 충격을 먹었다
작품 속 등장인물의 심리가 흐르는 방식이나
인물들 간의 영향으로 마치 로봇이 순식간에 모습을 바꾸듯
심리가 탁 탁 맞춰서 다음 스텝을 밟는 그 모든 것이
그림에 섬뜩하고도 초월적으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내가 깨달은 것 또한 있었다
내가 아주 심리에 대해 쥐콩만큼도 모르면서
소설을 써왔구나 하는 생각 말이다
그래서 심리 상담사인 엄마에게 심리 공부를 할 거라고 말했다
그러자 엄마가 내게 말했다
너가 다루고 있는 심리는 너무나 가공되지 않은, 원목같은 상태라고 말이다
그 원목을 쪼개고, 쪼개서 그 덩어리 안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해야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내가 평소에 갖고있던 감정을 나름대로 쪼개보았다
물론 그 결과를 엄마에게 들고가자 전제부터 틀렸다고 지적당했지만,
그로부터 꽤나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생각 이상으로 인간의 심리는 깊고 넓게 뻗어있고
그것을 밝히는 작업은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꽤나 재미가 있다는 사실 말이다
그리고 오늘 읽은 건 아니지만 추가로 말하자면,
정지훈의 수평선이라는 웹툰이 있다
이 사람 하면 더 복서가 생각날 테지만
그 것과는 너무나 다른 아포칼립스 물이다
어린 소년 소녀가 세계를 횡단하며
보는 인간의 온갖 선악들이 흥미롭고
그 속에서 주인공이 보는 냉소적 시선을
미니멀리즘 하면서도 그 비어있는 감각을 잘 살려주는
공간감 있는 그림이 참 좋다
암튼 주저리주저리 하고 싶어서 썼다
오늘도 들은 게 그닥 없어서
Masayoshi Fujita - Stories
Mark Hollis - Mark Hollis
The Modern Jazz Quartet - Django
엠비언트 하나, 재즈 둘 정도 추천하고 이만 빠져보도록 하겠다
심리 더럽게 재밌죠. 심리팬들은 프로이트 뒤지게 돌려까던데 사실 어렸을때 제가 심리에 대해 내린 추론들이 프로이트꺼랑 제일 비슷해서 신기했어요. 중학생때부턴 불교에 빠져 살아서 심리같은게 trivial해 보일때도 있지만 결국 현대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한 필수적인 지식이 아닐까 싶어요.
동의합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데 그 사람들의 생각을 유추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큰 이점이죠
무의식과 추악함의 편안함, 결국 심리는 유아기의 관성적 결핍과 살아오는 생의 피해의식 망상 환상속에 길러지는 동물적인 주마등이죠 요즘 몇년동안 에고과 초의식에 대해 파헤쳐 보고 있는데 결국 시작하는 곳에서 모든 결과가 시작되는거 같아요 그 다음은 상처의 역추적이구요. 좋은 책 읽으셨네요 간만에 생각을 좀 적어야 겠습니다
동물적 주마등이라는 말이 참 역설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수없이 쌓인 심리의 줄기를 다루는 건 거의 인간뿐이지만 그게 또 동물적인 것이라고 하니까요
저도 이제 막 진정으로 심리에 관심이 간 것 뿐이지만
어릴 때의 경험이 굉장히 지금을 흔들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은 들어요
심리를 타고 타고 올라가면 결국 근본적 원인은 어릴 때에 있는 것 같더라구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너무 감사합니다 노트에 끄적이는 심심한 심연이 약간은 저를 살아있게 해주네요 오늘 하루 마무리 잘 하시구 좋은 글, 음악 부탁 드리겠습니다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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