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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인생

Parkta19583시간 전조회 수 103추천수 4댓글 0

To be or not to be

모두가 알지만, 대다수가 이해하지 못하는 이 문구는 여러 모습으로 번역할 수 있다. 사느냐 죽느냐, 존재냐 부재냐, 할 것이냐 말 것이냐.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적절치 않다. 이는 어디서나 마찬가지인지 엘리엇은 햄릿을 두고 세계문학의 모나리자라고도 했다. 설명할 수 없는 미소를 지닌 모나리자처럼 햄릿의 다층성,복합성, 불투명성은 지금까지 땅을 밟은 모든 인간들 중 하나만이 구현가능한 것이다. 이 햄릿의 총체적인 모순성이 곧 인간성의 핵심이고 그 자체로 실존적 고뇌의 상징이다. 그러니까 이 불가해함이야말로 햄릿이고 인간이다.

 그래서 To be or not to be가 무슨 뜻이냐고? be 동사는 있다라는 존재와 이다라는 상태를 동시에 포함한다. 존재는 본질적이고 상태는 가변적이다. 상태는 보이는 것이고 존재는 핵심적이다. 여기서 우리는 햄릿이 초반부에 한 대사를 되짚어보자. 슬퍼보인다고요 어머니? 아니요 슬픕니다.(seems, madam? nay, it is) 햄릿은 존재와 상태의 일치를 추구한다. 즉 보이는 것과 본질이 같은 이상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 그에게 관절이 어긋난 세상은 잘못되었다. 이 사느냐 죽느냐 라는 질문은 단순히 햄릿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존재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질문이다. 그러니까 삶에 대한 실존적 질문에 다름 아니다.


미국의 작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러스는 그의 대학졸업축사를 이런 일화로 시작했다.

 어느 날 늙은 물고기가 젊은 물고기들에게 물었다. '얘들아 물은 괜찮니?' '네' 그러고 젊은 물고기들은 길을 갔다. 그러고 물었다. '대체 물이 뭐지?'

 이 일화가 말하는 바는 명확하다. 우리는 삶에 잠식되어 오히려 살아가지 못하고 있다. 삶의 의미를 포착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월러스는 우리가 삶의 의미를 끊임없이 발명해야 한다고 말했덧 것으로 기억한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 라는 강렬한 선언을 했는데, 이는 하나의 절대적 가치가 실종되었다는 뜻이다. 아닌 게 아니라 종교는 선택의 영역이 되었고 인간은 일견 자유로워 보인다. 그래서일까 니체가 사랑했던 여자를 역시 마음에 품었던 시인 릴케는 이런 구절을 남겼다. 너는 너의 삶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전언은 왜와 어떻게를 소거한다. 그가 적출한 것은 의무와 무엇이다. 일단 변해야 한다는 것. 이 말이 끊임없이 삶에 대해 사유해야함을 뜻한다고 봐도 무방하리라.


하지만 불행히도 인간은 그리 강하지 못한 존재다. 그 이유는 삶의 기반은 생존이고 생존투쟁이야말로 모든 것을 뛰어넘는 단 하나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 가치들을 믿음으로써 건설한다. 자본,사회,복지, 법 등등. 우리는 신이 죽자 새로운 신들을 탄생시켰다.


또다른 난제는 사무엘 베케트의 희곡에서 드러난다.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며 남아있는 두 인물 그리고 죽어가는 나무. 이 강렬한 이미지는 의미도 가치도 없어진 삶의 공황상태를 전달한다. 

 '이젠 어떻게 하지?'

 그렇다 인간은 매순간 의미를 발명할 정도로 강인하지 못하다. 삶의 무의미함은 그대로 존속한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할까. 정답은 늘 그렇듯 셰익스피어가 가지고 있다. 햄릿은 5막 구성이고 앞의 4막은 독백이 있다. 하지만 5막에는 독백이 없다. 대화가 있다. 그리고 햄릿은 Let be라는 대사를 뱉는다. 있는 그대로, 존재 그대로로 번역가능한 이 대사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불가해하고 무의미한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다. 

 이 대화 속에서 햄릿은 또다른 답을 도출한다. 

it will be short, the interim is mine.

곧 오겠지, 하지만 그 사이 순간은 나의 것이야.

순간. 그렇다 우리는 삶 전체를 의미로 채울 수 없지만 의미있는, 생존이 아니라 삶으로 충만한 순간은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순간은 덧없고 짧지 않은가? 맞다.

 하지만 인생은 순간의 반복이다. 들뢰즈는 그의 명저 차의와 반복에서도 알 수 있듯 반복의 설파자이다. 하지만 그의 반복은 곧 차이의 반복이기도 하다. 동일성이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반복은 변신에 가깝다. 과거의 것이 새롭게 다가온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삶으로 충만한 순간은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서 반복된다. 그리고 그 반복은 과거를 새롭게 이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는 새롭게 반복되어온 과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삶의 모든 것은 빛나지 않는다. 하지만 빛나는 모든 순간이 있다. 그리고 그 순간은 새롭게 변신하며 반복된다. 그 차이의 순간은 햄릿의 말대로 우리의 것이다.

 삶은 빛나지 않는다. 하지만 순간은 빛난다.그리고 순간은 늘 새롭게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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