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적으로 뉴진스의 ep NewJeans는 잘 만들어진 앨범이다. 다들 이 그룹에 대해서 흥미로운 시선들이 있을텐데 민희진의 역량에 대한 기대, 프랭크와 250이라는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한국음악계의 대들보같은 이름들에 거는 궁금증, 하이브-어도어의 걸그룹이라는 하이프 등이 그 원인일 것이다.
그리고 뉴진스는 거의 한 달도 아닌 시간으로 22년을 본인들의 것으로 만들었다. 뉴진스의 음악에서 들여다볼 것은 먼저 그들이 소거한 것이다. 뉴진스 이전의 케이팝 그룹들의 특징, 혹은 동세대 아이돌들의 공통된 컨셉을 고르자면 나는 자의식을 택할 것 같다. 아이브의 나르시스트 같은 자기애라든지 르세라핌의 세상에 맞서는 소녀 이미지라든지 에스파의 쇠맛으로 대변되는 강렬함이든지 이들 모두는 일종의 자의식 과잉- 난 이것을 하고 이렇게 보여지고 싶다-이 있었다.
반면 뉴진스는 일단 이 자의식 과잉이 부재한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자연스러움을 획득한다. 뉴진스의 광범위한 성공에는 이 자연스러움에서 오는 편안한 매력이 큰 역할을 했다.
첫번째 트랙 attention은 각 멤버들의 댄스 실력이 부각되는 곡이지만 정교한 믹싱과 단정한 멜로디가 있다. 그리고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attention이다. 이들은 본인들을 주목하라는 말을 정제된 프로덕션으로 해낸다. 예컨데 거대 서사나 과격함을 제거한 초대장이다. 그리고 이를 자연스러움으로 표현해낸 멤버들의 역량도 특기할 만하다.
그리고 hype boy는 뉴진스의 킥이다. 매력적인 후렴구와 멜로디, 아이코닉한 안무, 적절하고 조화롭게 요소요소가 배열된 이 곡은 22년을 대표하는 곡이 되었다.
뉴진스의 독특함은 쿠키에서 빛나는데 예로 특이한 라임 설계가 그 예다. 쿠키 충치 우리 굽지 등등 에서 ㅜ ㅣ 다음절을 활용하고 ㅋ와 ㅊ라는 거센소리를 이용한다. 독이지, 녹이지에서의 라임배치 역시 특이하다. 808 사운드를 바탕으로 반복되는 통통튀는 키치함 역시 이 곡의 매력이다. 아카펠라 위주의 잔잔한 hurt역시 재미난 곡이다.
비주얼,춤,노래 등서 보인 뉴진스의 최대장점은 자연스러운 면모다. 그것조차 연기라고들 한다면 글쎄? 그것이 아이돌들이 하는 일이고 자연스러움을 연기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대단한 기예다.
추신 뉴진스의 2년간의 행보는 매우 다사다난했고 기념비적이었다. 하이브 - 어도어- 민희진간의 복잡하고 일부분 추잡한 논쟁들- 희한하게 법적인 문제와 각 회사 내부사정에 능통하고 기자회견이나 언론기사들로만 다 파악가능하다고 믿는 지적인 사람들의 갑론을박을 일으킨- 은 차치하고 나에게 일련의 사건들은 특이했다.
르세라핌에게 가창 논란이 생기자 하이브는 회피했다. 아이돌이 예술가냐 아니냐 라는 문제 이전에 아이돌 산업의 근본적인 문제는 과연 아이돌들이 그들의 행보에 선택권이 있냐에 있다.(여기서 이 이질적인 산업을 본인의 한정된 사회생활경험과 통찰로 읽어낼 수 있는 이들은 성급히 비난하지만) 뉴진스는 그들의 방향성을 그들이 설정했다.
잘잘못은 법원이 판정할 거고 그것은 매우 지루하고 피로한 논박이 될 것이다. 그 전까지 쏟아지는 기사들은 어느 쪽에 유리하든 솔직히 저열하다.
다만 나는 스스로의 방향성을 선택한 그룹이, 그것도 현세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팀이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싶고 지켜보고 싶다.
법적인 판단은 매우 중요하지만 이 글은 어디까지나 케이팝이라는 시장에서 보인 매우 독특한 선택에 대한 소고다.
뉴진스 예쁘다
제가 세상물정 모르기는 하죠. 대학생이니까요. 근데 킬라킴님께서는 꼭두각시같은 존재로 뉴진스를 보신다면 왜 그간의 모든 업적을 파멸적으로 훼손시키는 존재로 생각하시나요? 뉴진스가 아니라 뉴진스 아이들을 그렇게 하도록 만드는 어른들이나 시스템의 문제 아닐까요.
뉴진스 안좋아하지만 매우 동의
1) 뉴진스가 업계에 남긴 극악 수준의 선례는 그간의 모든 업적을 파멸적으로 훼손시킬 만한 수준이라고 봅니다.
2) “뉴진스는 그들의 방향성을 그들이 설정했다.”
돈이 굴러가는 판에서 모든 선택 권한은 어른들에게 있습니다. 스무살도 채 안 된 아이들은 그저 어른들의 결정을 따를 뿐입니다. 외람되지만 그렇게 믿고 계시다면 너무 세상물정을 모르시는겁니다.
제가 세상물정 모르기는 하죠. 대학생이니까요. 근데 킬라킴님께서는 꼭두각시같은 존재로 뉴진스를 보신다면 왜 그간의 모든 업적을 파멸적으로 훼손시키는 존재로 생각하시나요? 뉴진스가 아니라 뉴진스 아이들을 그렇게 하도록 만드는 어른들이나 시스템의 문제 아닐까요.
아뇨, 업적을 훼손시킨 이들 또한 당연히 어른들입니다. 저는 뉴진스 멤버들에겐 아무런 귀책이 없다고 생각해요.
뉴진스가 남긴 선례가 뭔가요?
자신들의 행보에 대해 아이돌에게 선택권이 돌아오는 일은 앞으로도 절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굳이 아이돌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유명한 연예인들에 대한 사회적 잣대가 극도로 엄격하니까 뭘 하든 간에 결국엔 팬들과 안티팬들의 눈치를 보면서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소속사로부터 자유롭더라도 인터넷상의 여론몰이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 거니까... 오히려 소속사가 아이돌의 모든 행보를 결정하는 것이 안전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뉴진스가 자신들의 행보를 직접 결정했다.
프랭크와 250이 한국 음악계의 대들보다.
이 두가지 빼고는 격하게 동의하는 글이네요. 특히 뉴스랑 유튜브 영상들 몇 개만 보고 자기가 모든 법적인 문제와 회사 내의 사실 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종게 초창기 쯤에 여기에도 꽤나 많았는데, 그들이 열성을 다해 이런저런 쓸데없는 주장들을 펼치는 모습은 정말 보기 힘들었어요.
감사합니다. 저는 솔직히 법적 판결 대법원까지 갈 거 같은데 그 때까지 억측 그만했으면 좋겠어요.
뉴진스 예쁘다
잘 봤습니다 (일매틱 후기도 재밌게 봤습니다)
자의식 과잉이 부재한다는 부분이 많이 공감이 되네요. 아이돌에 큰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 느끼기엔 이전 아이돌들은 좀 과하게 컨셉츄얼한 느낌을 더러 받았기에 그 부분이 더욱 새로움으로 다가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적어주신 것처럼 앞으로도 지난한 법적 싸움이 이어지겠지만.. 아무튼 좋은 음악과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그리고 보여줄 것이 많은 아티스트라고 생각하기에 잘 해결됐으면 좋겠네요.
윗댓에서도 얘기가 나와서 사족을 붙이자면 하이브-민희진 사태는 해당 사안에 깊은 관심이 있지 않는 한(지난 4월부터 모든 일을 팔로업했더라도 본인 관점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누가 맞냐 틀리냐를 따지는 게 의미가 없어진지 오래라고 생각하기에 불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뉴스 뿐만 아니라 인터넷 커뮤니티들에서 너무나도 갈라치기와 여론전으로 소모돼버렸기에 그냥 법원의 판단만을 기다리는 게..
법적으로 어찌 됐건 뉴진스 이후의 걸그룹들은 상당부분 뉴진스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건 부정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뉴진스랑 별개로 K-pop 아이돌이 진정으로 주도적인 아티스트가 되어 대중앞에 서는 모습을 보고싶네요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