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다.
말 이전에 보는 행동이 있다. - 존 버거
본다는 행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말그대로 (시각장애인을 제외한) 모두는 먼저 본다. 시각은 우리가 세상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방식이다. 그러니까 글 쓰는 데에 있어서 보이는 것처럼 써라(스티븐 핑커)라는 조언이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보다는 행위는 두 가지 전제가 있다. 행위자가 있고 대상이 있어야한다. 보는 주체가 있고 보이는 대상이 있고 그들 사이의 시선이 존재한다. 그 순간 관계가 형성된다.
여기서 관계는 무엇인가. 고대 그리스인들은 보다를 알다와 유의어로 사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본다는 것은 알게 된다는 것이다.
가장 확고한 인식은 존재이다. 무엇을 보든 간에 그것이 존재한다는 느낌을 우리는 가진다. 그것이 허상이든 아니든 존재하고 있다라는 느낌은 우리가 봄으로써 얻는다.
그래서 우리에게 보다 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자.
본다는 의미는 상대의 존재를 인식한다는 것에 있다. 이는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뜻한다.
그렇다면 혼자가 아니라는 의미를 곱씹어보자. 상대가 우리를 보지 않는다면 이는 관찰이 되고 상대가 우리를 본다면 마주침이 된다.
마주침은 나의 존재를 드러낸다는 의미다. 이창의 엔딩은 보는 존재가 보이는 존재가 됨으로써 갈무리된다. 주인공이 그 방에서 나가는 유일한 장면이 존재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시선의 주체를 뒤집으면서 그가 구원받은 것이다.
보고 보이는 행위는 관계 형성의 시작이다. 보지 않는 이상 어느 것도 발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보는 순간 존재를 인식하고 거기서 시작한다. 우리가 배우는 것은 보는 방법이다.
그렇게 보인다고요 어머니?. 아니 그렇습니다.
햄릿은 슬퍼보인다는 어머니의 말에 이렇게 대답한다.
이 말은 보이는 것과 진실 사이의 간극을 . 기표와 기의의 차이를 표현해낸다. 그리고 본다는 행위의 한계를 포착한다. 우리가 보는 것은 표면이고 찰나지 핵심이고 영원이 아니다.
하지만 이 한계가 많은 이 방식은 우리가 가장 의지하는 수단이고 그나마 믿을 수 있는 방법이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고 관계를 맺는 방식이다. 보면서 우리는 존재를 확인한다. 나는 본다, 그러므로 너가 존재한다는 것은 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잘 보아야한다. 어떻게 해야 잘 보아야하는가.
내가 없으면 세계도 없다는 걸,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소중한 좋은 것들이 사라져버린다는 걸 알았습니다.
- 터렐 앨빈 맥크레이니
주의깊게 보기. 문라이트의 원작자이자 각본가는 해답을 꺼낸다. 섬세히 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섬세히 보기 위해서는 우리가 본다는 행위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시간을 요한다. 이제 우리는 느려질 필요가 있다. 주의깊게 보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은 사유의 시간이고 느림의 미학이다. 쿤데라가 긍정한 그 느림이다.
잘 보기 위해서는 늦게까지 보아야 한다. 존재를 사랑하고 인식하기 위해서 주의깊게 오래 보아야 한다. 살짝 보면 기표에 속는다. 우리의 삶은 느리게 볼 때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 보면서 우리의 세계를 인식한다. 그것이 시작이다.
힘드네요
이게 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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