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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오감도 감상문

Parkta19582025.02.11 23:50조회 수 468추천수 5댓글 7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다른사정은없는 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이상의 오감도에서 특기할 지점을 지적하자면 먼저 제목이 있다. 조감도에서 오감도로 이름을 변화시킨 의도는 분명히 있을 터이다. 오감도가 이상이 창조한 신조어라는 사실을 참조하면 그렇다. 이 제목은 두 가지를 암시한다. 첫째는 본다 라는 행위를 둘째는 까마귀라는 흑의 색을 가진 새이다.

그러니까 이 시는 까마귀가 보는 시로 볼 수도 있다. 


 이상이라는 시인/소설가는 한국문학의 선각자라는 프레임에 의해 굴절되어 많은 해석을 야기했다. 여컨데 그는 그가 살아온 시대와 장소에 박제된 시인이 아니다. 거기에는 아마 이 시인이 가지는 모더니티가 큰 몫을 할 것이다. 이상의 오감도 감상문은 여러 평론들, 내 생각을 정리해보는 글이 될 것 같다. 


그래서 까마귀는 무엇을 보는가.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이 시구는 상황설정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한다는 사실전달만을 목표로 한다. 그렇다. 시인은 먼저 저 설정을 까는 것을 목표로 하고 우리는 저 설정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고 있다.

 아리송한 부분은 괄호친 부분이다. 도로인데 막다르다라니, 그리고 적당하다는 말에 함의된 가치판단은 독자의 판단을 유보시킨다. 그리고 다음 구절들은 악명이 높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다른사정은없는 것이차라리나았소)


중요한 것은 형식이다. 여기서 이상은 반복을 택한다. 하지만 차이는 아해의 숫자에만 있다. 이 반복이 의미하는 것은 공포의 확산이다. 말 그대로 이상은 두려워하는 상태를 서술한다. 그래서 아해들은 왜 두려워하는가. 왜냐하면 13인의 아해 중 무서운 아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앞의 서술과 배치된다. 1부터 13까지 죄다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도로로 질주하는 13인의 아해들은 서로를 두려워하고 서로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공포이다. 


그 다음 구절은 괄호친 상태인데 이렇다. 

다른 사정은 없는 게 차라리 나았소

간단하다. 지금 13인의 아해가 질주하고 있는 도로말고는 허용된 공간이 없다.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은 허락될 수 없다라는 뜻이다.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여기서 재밌는 지점은 이렇다.

1의 아해를 1이라고 하고 2의 아해를 2라고 하자. 무서운 아해를 A 무서워하는 아해를 B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첫 행은

1이 a여도 상관없다고 한다

두번째 행은 

2가 a여도 상관없다고 한다.

세번째 행은 

2가 b여도 상관없다고 한다

네번째 행은 

1이 b여도 상관없다고 한다.


이 공식들은 서로가 서로를 무서워하고 무섭게하는 상황을 묘사한다. 그리고 그 구분이 의미없음을 암시한다. 제 1이든 제12이든 서로 구별할 수 없다는 얘기기도 하다.

하지만 나에게 의문인 점은 1이 a와 b다가 아니라 여도 상관없다는 구절이다. 

 명확히 말하자면 여기서 시인이 보여주는 것은 상관없다는 태도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공포여도, 서로가 구별될 수 없어도 그는 상관하지 않는다.

 

여기서 이상이 가지는 특징이 나온다. 그는 보는 자이지만 까마귀처럼 밖에서,위에서 보는 자이다. 그렇기에 그는 거리를 두고 있고 그렇기에 상관없다는 냉소를 보이면서 왜인지 두려움을 동시에 느낀다.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마치 중간에 거울을 둔 것 같은 대구를 이루는 이 시구절들이 뜻하는 바는 무엇인가.


첫째로 이는 초반의 설정들을 전복하며 무엇이든 상관없다는 냉소를 지어낸다. 

두번째 대조되는 표현들로 얻어내는 효과는 앞에서 말한 구별될 수 없음을 말한다.

그리고 막힌 길과 뚫린 길 이 구절은 뭘 의미할까. 꺾여있는 골목길을 보면 된다. 처음 보면 막혀있지만 방향을 틀면, 다시 말해 보는 시선을 변화시키면 다른 뚫린 길이 보인다. 그러니까 이상의 세계는 직각으로 꺾인 길들로 이루어진 미로다.


이상의 시가 당대의 작가들을 넘어 지금까지 읽히는 이유는 그의 시에 담긴 통찰이 현대성을 재빠르게 잡아내는 동시에 색다른 형식에 응축시켜 담아냈기 때문이다.

그의 시들은 미로를 탐색하는 아이들의 공포를 응시한다. 나는 이 응시가 아직까지도 유효한, 한국시문학사의 가장 또렷한 성취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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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2 2.11 23:56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은, 도로를 질주하는 상황을 가정한 후, 갑자기 도로를 질주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서 갑작스러운 정지의 이미지를 통해 시 속의 혼란 상태가 정적이라고 느껴지는 상황에서도 지속된다는 해석을 해보았는데(특히 시험을 치는 한 교실의 상황이 이와 가장 유사한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title: Heartbreaktls
    1 2.12 10:20
    @Bjork

    오 저도 이렇게 생각했어요

  • Parkta1958글쓴이
    2.12 18:58
    @Bjork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색다른 해석 감사합니다. 저는 다만 정지의 이미지 보다는 뭐랄까 앞의 설정을 무화시키는 냉소적인 태도를 우선적으로 느꼈습니다. 그런데 정적의 이미지는 생각치 못했네요.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 2.12 00:19

    아해가오

  • 1 2.12 01:36
    @프랭크자파

    오우....

  • Parkta1958글쓴이
    2.12 18:56
    @프랭크자파

    ???? 무슨 뜻인가요

  • 1 2.12 12:31

    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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