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05 / Noise Pop / Asian Glow
https://www.youtube.com/watch?v=xRQyR2OzFgo
아시안 글로우(Asian Glow)에게 가해지는 평가는 항상 다소 가혹한 면이 있었다. 그는 동료 아티스트인 파란노을의 그림자에 어쩔 수 없이 가려진 채, 본인이 가진 탁월한 노이즈/멜로디 감각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며 묵묵하게 커리어를 이어왔다. 그런 그에게 있어서 2024년은 상당히 중요한 한 해였을 것이다. <Unwired Detour>라는 음반을 마지막으로 아시안 글로우라는 이름으로의 활동을 중단하겠다 선언한 이후, Audinjee라는 새로운 이름을 통해 준수하지만 또 평범하기 그지없었던 슬래커 록Slacker Rock 음반을 발표하는 등 여러 변화를 겪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은퇴 선언 이후 4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새로운 싱글 "m0numental"을 시작으로 다시금 활동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올해 1월 결국 발표되기에 이른 그의 신보 <11100011>는 그러한 변화들 속에서 아시안 글로우가 몸소 체득한 성장의 결실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작품이다.
본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지점은 바로 눈부신 프로덕션이다. 노이즈 팝Noise Pop, 인디 팝Indie Pop, 일렉트로닉Electronic 등 다양한 장르들의 요소를 아름답게 섞어낸다는 것이 특징인데, 이러한 요소들을 동일한 비율로 조화롭게 블렌딩 시켜내 색다른 따뜻함과 공감을 선사해 준다. MIDI 악기로 구성된 "Jitnunkebi (Winter's Song)"의 상승하는 신스 사운드는 어릴 적 아빠의 차에서 들을 수 있던, 그런 묘한 향수를 자아낸다. 다양하고 깔끔한 악기 기용 역시 탁월하다. 슈게이즈Shoegaze와 노이즈를 기반으로 한 기타 사운드는 강렬하면서도 두꺼운 노이즈 레이어를 앨범 전반에 걸쳐 유지해나가고, 에너지 넘치는 드러밍 역시 탄력을 잃지 않으며, 앨범의 중간중간에 등장해 근사한 멜로디를 더해주는 전자악기 역시 훌륭하게 사용되었다. "Feel All The Time"의 리버스 멜로디 연출은 섬뜩함과 아름다움을 모두 머금고 있는 신비로운 순간을 만들어낸다.
또한 본작의 최대 장점인 일관성과 탄탄한 구성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본작은 그의 이전 커리어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던 음산한 분위기를 위주로 전개되는데, 히스테릭한 하이햇과 앨범 중간중간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브레이크가 신경계를 자극하며 — 다분히 의도적인 긴장감과 풍부함을 형성하고, 이가 정제를 표방하는 실험들과 다채로운 사운드, 또 외계적이고 아름다운 멜로디와 어우러져 상당히 몰입감 있는 체험을 선사한다. "Untitled *3"는 불균열한 신스 레이어를 시작으로 홀로 폭발하며 불타다 산화되며, 이어지는 "Jitnunkebi (Winter's Song)"은 아름다운 코러스 멜로디와 함께 정열적으로 빛나다 서서히 페이드 아웃Fade Out된다. 이러한 다양한 색깔들의 트랙들이 어색하지 않게 어우러지며 더 여유로운 공간감을 통해 더욱 풍부한 경험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여전히 다소 물리는 지점들("Out of Time")이 존재하고, 완성도가 다소 떨어진다 느껴지는 순간들이 여럿 포착되나 — <11100011>에는 아시안 글로우의 최선이 담겨있다. 다소 자가복제로도 느껴졌던 과거의 작품들과는 반대되게, 그가 발전을 모색하고 지속적으로 탐구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는 점에서 본작은 충분한 의미를 가진다. 사실 본작 역시 이전 작품들의 문제들과 고질병을 똑같이 답습하였다면 굉장히 실망스러웠을 것만 같은데, 그가 이 정도로 솔리드한 / 그의 최고작 수준의 앨범을 발표해 주었으니 그저 고맙고 다행스러울 따름이다. <11100011>은 아시안 글로우라는 아티스트가 현재로서 발표할 수 있는 최고의 작품이며, 그의 재능이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시게 발현되는 아름다운 순간이다. Strong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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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트 힐 시리즈 사운드트랙에 영감받았다 하더라구요 그래서 음산한 분위기가 주를 이루는 것 같아요 전 이번 아시안글로우 앨범이 좀 더 노련해진 것 같아 좋았슴다 커하인듯요
좋았음
들어보고 다시 봐야징
존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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