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예술의 가치

 인간은 도대체 왜 예술을 필요로 하는가 사실 예술의 가치를 규정하는 것 자체가 비예술적이다. 

'예술은 써먹을 데가 없어 무용하기 때문에 유용한 것이다. ' 라는 말이 있다,

 근본적으로 유용하다는 것은 제약이 있다. 청소기가 유용한 순간은 청소를 할 때에만 한정된다. 예술은 그렇지 않다. 무용하기에 제약되지 않으며 자유롭다. 그렇기에 예술의 가치가 무엇이라고 정의하는 순간 예술은 그 자유를 잃을 것이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는 인간은 왜 예술과 함께 살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도대체 왜 그리스인들은 연극에 열광했으며, 우리의 선조들은 동굴에 그림을 그렸을까? 왜 죽은 지 몇백년이 된 영국인의 희곡을 한국에서 연출하고 즐기며 나온 지 60년이 넘은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가. 

(이에 대해서 문화인류학적인 설명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해석을 할 수가 없다.)

'축구는 중요하지 않은 것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거든요.' 안첼로티의 말이다. 그렇다. 축구처럼 예술이 생존에 필수적인가? 아니다 예술은 중요하지 않은 것들 중 하나다. 하지만 예술이 중요해지는 순간이 온다. 

삶이 무의미하기에 인간은 자신만의 의미를 만들어낸다. 큐브릭의 말이다.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은 의미이다. 우리는 생존에 만족하지 못한다. 우리는 이야기를 존경하며 밤하늘의 별을 동경하며 동물들의 언어를 궁금해하며 법을 만들어냈으며 정의에 대해서 호기심을 가진다. 결정적으로 우리는 살고 싶어한다. 인간이 쟁취하고자 하는 것은 생존이 아니라 삶이다. 거기서 인류가 성취한 것들이 탄생한다.

그리고 예술은 생존과 삶을 구별하는 무엇이다.

어떻게 예술이 생존과 삶 사이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가.

 근본적으로 예술은 인간 삶의 인식을 위해 존재한다. 그러니까 예술은 우리를 살아가게 한다. 

 무슨 소리인가? 라고 되물을 수 있다. 우리는 삶과 사람 속에 살고있는데 왜 예술이 삶을 인식하게 만들까? 그것은 마치 바다에 사는 물고기가 바다를 알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우리 주변에는 삶으로 가득차 있기에 우리는 역설적으로 인생을 인지하지 못한다.

 하지만 예술은 삶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예술은 어디까지나 삶의 진실에 대한 근사치로만 존재한다. 그렇기에 수용자는 삶을 인식할 수 있다. 인간은 삶의 바깥에 서있을 때 삶을 조망하는 것이 가능하다. 

오히려 해변가에서 바다를 더 잘 느낄 수 있듯이 우리도 진실과 허구의 경계 사이서 인간실존을 깨닫는 것이다.

 이것이 예술을 인간이 필요로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