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이 밝았습니다 ㅎㅎㅎㅎㅎ
오랜만에 올리는 리뷰이면서도 2025년 첫 리뷰네요
앞으로도 열심히 리뷰 올려보겠습니다
약간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엘이 회원분들 모두 해피뉴이어!!!
https://blog.naver.com/parzival0604/223721140169
김오키, 그는 대한민국의 색소포니스트이자 작곡가다. 원래는 프로 댄서였으나 미국의 유명 재즈 트럼펫 연주자 '마일스 데이비스'의 연주를 듣고 악기를 색소폰으로 착각해 색소폰 연주를 시작했다. 그는 전통 재즈 음악만 하는 것이 아니라, 힙합, R&B 등 다양한 장르와 퓨전된 음악도 선보안다. 2013년,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든 정규 1집 'Cherubim's Wrath (천사의 분노)'는 <2014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최우수연주 부문에서 수상하는 등 많은 호평을 받았으며, 그 이후의 행보들도 음악성을 인정받으며 믿고듣는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한다. 솔로 활동 이외에도 'Fucking Madness', '김오키 새턴발라드' 등 여러 팀 활동도 함께하고 있는 그인데, 자신의 8번째 정규 앨범이자 그의 팀 '새턴발라드'의 두 번째 앨범 '새턴메디테이션' 발매 이후 약 8개월 만에 정규 9집 '스피릿선발대'를 발매한다.
스피릿선발대는 우리가 살아가며
매일 느끼고 이겨내는
많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김오키, 앨범 소개글 中 (2019)-
스피릿선발대 (2019. 07. 06. / 10트랙 / 55분 23초)
-트랙
1. 실직폐업이혼부채자살 휴게실 (feat. 백현진)
2. 코타르 증후군 <Title>
3.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4. 사라지고 또
5. 이겨내는 것들 (feat. 우원재) <Title>
6. 서로를 바라보며 죽여버림 (feat. 히피는 집시였다)
7. 불타는 거리의 작별인사
8. 그게 그러니까
9. 내 기억속에 공포가
10. You've Got To Have A Flower On Your Mind
'스피릿선발대'는 잔잔한 피아노와 함께 앨범의 막을 연다. 곡 제목부터 우울한 '실직폐업이혼부채자살 휴게실'은 백현진의 담담한 어조 아래 한 남자의 상황을 그려나간다. 그의 상황은 점점 암울해져가고, 결국 자살을 택하는 그의 선택과 함께 마치 사람이 우는 듯한 색소폰 소리가 겹쳐들린다. 그리고 그것을 마주한 친구의 한탄을 백현진의 타령과 색소폰으로 표현해내며 우울한 분위기를 강화한다. 그 다음, '코타르 증후군'이 흘러나오며 씁쓸함을 한 스푼 추가한다. 코타르 증후군이란 자기가 죽어있다고 믿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노이즈 걸린 색소폰과 함께 들려오는 멜로디는 청자에게 디스토피아를 떠올리게 한다. 깊고 평온한 꿈 같지만 깰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후 송경동 시인의 시집을 인용한 동명의 곡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또한 1번 트랙처럼 우울한 멜로디 위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열악한 환경을 나레이션으로 전달한다. 후반부로 향할수록 고조되는 목소리와 그 설움, 그리고 외치는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라는 문장은 소름이 돋을 정도다. 이 곡을 통해 청자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무언의 연대감을 느낌과 동시에 사회문제에 직설적인 앨범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김오키라는 음악가는 이미
꽤 많은 수의 정규 단위 작품을 발매했다.
그 가운데에서도 [스피릿선발대]가
꾸준히 회자되는 이유는
이 작품이 이야기하는 일상과 현실,
사회의 모습이 여전히 문제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 박준우, EBS 스페이스 공감 2000년대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 (2024) -
우울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또'의 아름다운 연주를 통해 한층 녹아내린다. 그러나 이 역시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따뜻한 선율 뒤로 표현할 수 없는 그리움과 아쉬움이 남는다. 제목처럼 무언가 사라진 것만 같은 허무함이 느껴진다. '모든 것은 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 때쯤 잔잔한 색소폰 연주와 함께 '이겨내는 것들'이 흘러나온다. 래퍼 우원재가 참여한 이 트랙은 사라짐에 대한 연장선으로 그를 견뎌내고 성장하는 모습을 음악으로 그려낸다. 우원재의 벌스가 끝나고 나오는 색소폰 솔로는 하루가 끝난 뒤 힘겨운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가는 모습이 겹쳐보이기까지 한다.
다음, '서로를 바라보며 죽여버림'에선 무서운 제목과 다르게 몽환적인 음악이 펼쳐진다. 히피는 집시였다의 매력적인 보컬은 그 무드에 힘을 보탠다. '다 태웠다', '터벅터벅 걷네' 등의 가사는 사회초년생을 떠오르게 한다. 사회생활의 어려움, 지쳐서 피곤한 몸, 그리고 무력하게 내뱉는 한숨들. 하지만 꿈과 밝아올 내일을 위해 다시 발을 내딛듯이, FX사운드를 활용해 곡 후반부에서 별똥별이 연상되게 표현한 부분은 청자에게 자그만한 위로와 함께 희망을 불어넣어주는 것만 같다.
제가 하고 있는 음악의
중심은 평등이고요,
인간 아래 인간 없고
신 아래 (인간은) 되게 우스운 존재인데
서로 인종차별하고
나이 어리니까 무시하고
남녀 차별 너무 심하고 그렇잖아요.
그런 게 좀 없어졌으면 하는
의미에서
사랑을 주제로 하는 음악들을.
(하고 있어요)
- 김오키, 유튜브 <물건> '한국에서 가장 근본 없는 색소포니스트, 김오키' 中 (2019) -
그 후 어느 저녁, 스산한 거리의 풍경을 연상시키는 '불타는 거리의 작별인사'가 들리기 시작한다. 잔잔한 음악 위에 노동자를 매개체로 그들의 권리를 나열하며, 그들의 관점에서 쓰인 가사를 통해 현재의 사회를 꿰뚫어본다. 절규하는 듯한 마지막 가사 이후에 흘러나오는 색소폰 연주는 자신의 울분을 토해낸 후 건네는 노동자의 작별인사 같다. 그 아름답던 선율은 점차 느려지며 곡이 마무리된다.
다음 트랙 '그게 그러니까'는 청자에게 아련함을 남겨주며 마음 속에 남겨져 있는 말들을 돌아보게 만들고, '내 기억속에 공포가'는 기억이란 추상적 개념을 음악으로 잘 표현해 내어 환상적이지만 어딘가 불안한 느낌을 준다. 그 불안함은 기억 속 고민이나 상처, 트라우마를 은연중에 나타내는 것만 같다. 끝으로 밝은 멜로디와 함께 'You've Got To Have A Flower On Your Mind'가 앨범을 마무리한다. 우울함과 사회 비판적인 모습을 보이던 초반과 다르게 밝음이 느껴지는 이 곡은 신디사이저 덕분에 미래 지향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디스토피아적 감상을 줬던 첫 곡에서 유토피아적 감상으로 전환되며 끝나는, 희망 가득한 마무리이다.
곡들의 대체적인 분위기와 다르게 앨범아트는 매우 웃기다. 신발을 발로 던지는 듯한 모습의 앨범 커버인데, 김오키가 쓰고 있는 헬맷, 슬리퍼, 옷 모두 실제로 김오키가 자주 쓰고, 신고, 입는 제품이라 한다. 우울하고 강한 문체의 제목들과 반해 우스꽝스러운 앨범아트는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스피릿선발대라는 앨범명 역시 별 의미는 없다. 김오키가 밝히기를 '자신이 정신적으로(스피릿) 먼저 앞에 가 있다(선발대)'라는 뜻이며 그냥 재밌으려고 제목을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원래 앨범 커버가 이게 아니었는데
너무 웃기잖아요.
그래서 그냥 이걸로 했어요,
너무 웃겨서 (웃음).
- 김오키, 유튜브 <CASPER LIVE> '김오키의 [스피릿선발대]' 中 (2019) -
우선 이 앨범은 즉흥적이다. 정교하게 틀에 짜여진 · 정돈된 느낌이라기보다 우발적이고 본능적이다. 그의 색소폰 연주에서도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같은 멜로디를 반복하다가도 변주를 통해 청자의 지루함을 해소하며, 때론 곡의 정서를 형성 및 강화하여 몰입감을 높여준다. 김오키의 뛰어난 테크닉을 확인해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우울함 속에서 화려하게 변주되는 그의 음악은 자유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아무런 제약 없이 펼쳐지는 그의 아름다운 색소폰 연주는 자유롭다. 그렇기에 곡의 암울한 분위기, 비판적인 주제의식과 역설을 이루며 오히려 주제를 더 강조하게 된다.
또한 이 앨범의 시선은 사회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대표적인 트랙으론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가 있는데, 대한민국에서의 외국인 노동자의 처지를 어떠한 비유나 표현 없이 그대로 청자에게 전달한다. 시선에 가감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김오키가 바라본, 관찰한 사회를 청자는 그의 음악을 통해 온전히 전해받는다. 그러면서 청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과연 정의로운가, 평등한가, 그리고 차별없이 행복한가. 이 앨범이 가지는 힘이라면 이 생각의 객체를 자기자신이 아닌 주변, 사회, 국가, 그리고 세계로 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단 점이다.
백현진이 나레이션 한
'실직폐업이혼부채자살 휴게실'에서부터
송경동 시인의 시를 가사로 하는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같은
우리 시대의 기록이
선명하게 튀어 오르고,
음악이 나직하게 흐른다.
- 김미소, 2020 한국대중음악상 (2020) -
마지막으로 앨범은 사회뿐만 아니라 삶에 대해서도 고찰한다. 개개인의 삶의 어두운 면 · 힘든 면, 극복하는 과정, 그리고 희망까지. 심지어 삶에서의 희노애락을 전달하는데 외적인 부분 말고도 정신적 · 심리적 부분까지 표현한다. 청자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음악뿐이지만 김오키의 세밀한 프로듀싱 아래에 만들어진 곡들과 적재적소에 배치된 피쳐링은 청자에게 청각적 감각을 넘어선 감상을 전달한다. 청자는 노래를 들으며 상황을 떠올리고, 이에 공감하며, 그리고 앨범의 마지막에 다다라서는 어느새 김오키의 무드에 흠뻑 빠져있을 것이다.
요즘은 쳐다보면 싸우니까,
많이 미치지 않았나 세상이...
그래서 인류애를
가장 강조하고 있죠.
- 김오키, 유튜브 <월간 재즈피플> '우리에겐 사랑이 더 많이 필요하다' 中 (2020) -
앨범은 심오하게 사회와 삶의 깊은 부분에 대해 살펴본다. 그 과정에서 어둡고 우울한, 좌절감마저 드는 상황들 · 분위기들이 청자에게 50여분의 시간동안 펼쳐진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김오키의 아름다운 연주가, 따라 흥얼거리기 쉬운 멜로디로 그 주제들을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사회와 삶에 대한 고찰을 아름답게 표현해낸 역설적인 스토리텔링에 청자는 빠져들게 될 것이다. 김오키의 황홀한 연주는 청자가 눈을 감고 집중하게 하면서도, 각각의 곡에, 그리고 앨범의 이야기에 어느샌가 몰입시킨다. 그러면서 청자는 김오키가 감독한 스피릿선발대란 이야기 속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는지, 지금 사회는 어지럽지 않은지 되돌아보게 된다.
그러나 이 앨범이 전하고자 하는 정서는 암울함, 좌절, 그리움이 아니다. 앨범이 밝게 마무리되듯, 사랑과 행복이 우리에게 함께하기를 앨범은 궁극적으로 바란다. 힘든 날이 있더라도, 슬픈 일이 있더라도 희망을 놓지말고 살아가라는 것이다. 모두에게 희망이 넘치는 하루하루가 되길 바라며 김오키가 다음으로 관찰하고 표현할 것은 무엇인지 그의 신보가 궁금해진다.
저는 그냥 제 음악 하고 싶어요.
재즈다 힙합이다 록이다
이런 거 없이
그냥 제가 말하고 싶은 주제를
그냥 색소폰하고
음악으로 얘기하고 싶어요.
- 김오키, 유튜브 <물건> '한국에서 가장 근본 없는 색소포니스트, 김오키' 中 (2019)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추 블랭으로 김오키를 처음 알게되었는데 음악이 참 매력적이더라구요
진짜 메인스트림으로 떴으면 하는 사람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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