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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스트리얼과 스로빙 그리슬에 관하여

Akira0623시간 전조회 수 218추천수 11댓글 10

인더스트리얼, 말 그대로 산업적인 단어이다. 유저분들은 인더스트리얼 음악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올려지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인 인치 네일스 같은 헤비한 기타 사운드를 생각 할 것 이다. 신디사이저 및 기계음이 맞물려 찢어지는 소리는 우리에게 강한 임팩트를 선사해준다. 그러나 이러한 사운드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사운드를 잘 활용하여 유명세를 얻는 아티스트들도 있다면, 그러한 사운드의 선구자격인 아티스트들도 있을 것이다.본 게시글에서는 그러한 선구자들의 음악을 알아보고자 한다.말 그대로 '산업적인 소리'의 단어는 어떻게 유래하게 된 것인지.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 냈는지 말이다. 먼저 인더스트리얼 음악에 관해서 개괄적으로 살펴본 후, 이 장르의 창시자격 밴드인 스로빙 그리슬의 기술적 면모를 천천히 따라가 볼 것이다.글을 읽으면서 기계적인 소리와 혁신을 느껴보도록 하자

 

(따로 목차는 없다.그리고 잘못된 정보의 지적은 언제나 환영이다. ^^)

 

 

-인더스트리얼과 아방가르드

 

앞서 말한대로, 우리는 인더스트리얼 음악에 대한 일종의 개괄적인 설명으로 시작하려고 한다.인더스트리얼 음악은 쉽게 설명해서 거칠고 기계적이며 도발적인 주제 및 소리를 바탕으로 하는 장르이다. 영국의 뮤지션들이 독일의 크라우트 록과 반문화에 영감을 받아서 발전된 장르이기도 하고 꽤나 아방가르드한 느낌을 낸다.구체음악적 요소, 신디사이저 및 시퀀서의 사용, 노이즈의 다방면적 활용 등 소리의 경계를 넓히려는 시도를 자주 해왔다.

 

'인더스트리얼 음악은 록과 일렉트로닉 음악의 가장 거칠고 공격적인 융합이다' - AllMusic

 

펑크 록처럼 주류 문화에 반항하는 카운터 컬쳐의 경향을 띄기 때문에 펑크 록과 같이 묶이기도 하지만 그 기반과 결이 다르다.여러 전통적인 기법들을 해체하고 전위적인 움직임을 추구하는 모습은 더욱 더 광기적이고 급진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그 중 사람들에게 유명한 예시도 존재한다.스로빙 그리슬의 멤버 중 하나인 코지가 기타가 무겁다는 불만을 표출한 적이 있다.여기서 또 다른 멤버인 크리스 카터의 발언이 실로 혁명적인데, 그것은 바로 '기타 옆을 잘라서 가볍게 만들자'는 의견이었다.그리고 코지는 이 의견에 찬성했다.

코지의 지못미 기타.jpg

(코지의 불쌍한 기타..)

 

이러한 장르적 경향 때문에 흑역사도 존재한다. 또 다른 유명한 밴드인 아인스튀어첸데 노이바우텐은 공연 중 미술관 측에서 소음 항의가 들어오자, 화가나서 그만 드릴로 미술관의 벽을 뚫어버리기도 했다고 한다.이러한 막장 정서에서도 알 수 있듯 그들의 음악도 호락호락 하지않다.신경질적이고 찌르는 사운드가 주이며 이러한 사운드들을 중심으로 좀 더 과감한 음악을 추구하였다.그러면 그러한 급진적 경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인더스트리얼 음악의 탄생은 '정보의 접근과 통제가 권력의 주요 도구가 되고 있던 시대'에 대한 반응으로서 여겨지기도 한다.일부 예술가들은 이러한 목표를 명확히 제시하기도 하였다.기괴한 가사와 주제를 다루고 여러 음악적 형식들을 갈가리 찢음으로써 사회적 변화와 연결되기로 한 것이었다.그들은 자신들의 음악이 청취자들에게 각성을 불러일으켜 자신을 생각하고, 주변 세계에 의문을 제기하기를 원했다.

 

"음악 산업이 존재하기 때문에 '인더스트리얼'이라는 단어에 아이러니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인터뷰에서 '자동차처럼 우리의 음반을 제작하는 것'에 대해 자주 했던 농담이 있는데, 이는 인더스트리얼의 의미입니다. 그리고 ... 그전까지 음악은 블루스와 노예제도에 기반을 두고 있었으며, 우리는 적어도 빅토리아 시대, 즉 산업 혁명 시대에 맞춰 업데이트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 스로빙 그리슬의 멤버, 제네시스 피오리지

 

쉽게 말하면 '사회에 대한 충격 요법'이라고도 비유 할 수 있을 것이다.

 

 

-퍼포먼스 아트 그룹에서 음악 그룹으로

 

이러한 반문화적 경향은 사실 의외의 기반에서 탄생하였다.그것은 바로 '퍼포먼스 아트'이다. 퍼포먼스 아트란 예술가나 다른 참가자들이 행한 행동을 통해 만들어진 예술 작품 또는 미술 전시를 의미한다.좀 더 보여준다는 느낌이 강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인더스트리얼적 사상은 어느 한 퍼포먼스 아트 그룹을 통해 구체화 되었고 후에 음악적 경향으로 분리된다.그것이 바로 스로빙 그리슬인 것이다.그렇기에 퍼포먼스 아트 그룹에 대한 이해가 인더스트리얼 음악과 스로빙 그리슬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그러면 시간을 돌려서 유래가 된 한 퍼포먼스 아트 그룹에 대해 알아보자.그 그룹의 주인공은 '맥슨'으로 1950년에 태어난 만쿠니안(멘체스터) 사람이었다.그 청년은 옛날부터 급진적인 반문화에 큰 관심을 가졌었다.그가 학교에 관해서 싫증이 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연유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Hull(헐) 대학교의 학사 과정을 중퇴하고 자유로운 삶을 꿈꾸기 시작했다고 한다.그는 1968년 말 북런던의 트랜스미디어(1) 체험 기관인 코뮌에서 지내기로 했다.그곳은 불규칙적인 생활이 곳 룰이었다.코뮌의 구성원들은 일상과 관습적인 행동에서 벗어나도록 엄격한 규칙을 준수했고, 이로써 다양하고 새로운 시각을 가지도록 도모하는 것이다.그들은 연속적인 밤에 같은 장소에서 잠을 자는것이 금지되었다.또한 불규칙한 시간에 음식을 요리하였고 게다가 옷을 공동 상자에 보관하여 매일 다른 옷을 입기도 하였다.맥슨의 코뮌에 대한 경험은 훗날 그가 만들어낼 퍼포먼스 아트 그룹의 좋은 양분이 된다.

 

*(1):트랜스미디어란 여러 미디어간의 경계선을 넘어 서로 융합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나 코뮌에서의 경험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그는 코뮌의 지도자들이 다른 구성원들보다 많은 권리를 누리는 것에 항상 불만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들의 음악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고 느꼈었다.결국 맥슨은 3개월 후 코뮌에서 나와 부모님의 새 집에 정착하였고 아버지의 새로운 사업에 대한 사무원으로 자원하기로 한다.어느곳에서도 잘 맞지 못하고 겉돈다고 느꼈던 맥슨의 영감은 이 시기에 치솟게 되는 것이다. 때는 부모님과 같이 웨일즈로 여행을 갔을 때의 시기.그는 하나의 영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차 뒷좌석에 앉아있던 맥슨은 하나의 실체화된 단어를 들었다. 그는 갑자기 하나의 형이상학적 개념이 목소리를 들려줬다고 주장하였다. 그것은 바로 'COUM Transmissions' 으로, 그가 설립한 퍼포먼스 아트 그룹의 이름이다.하나의 초월적 개념의 목소리를 들은 그는 집으로 돌아와 다양한 예술적 생각과 아이디어로 공책 세권을 채웠다.이후 1969년 12월, 맥슨이 다시 헐로 돌아와 친구 존 샤피로를 만났고 그에게 COUM(쿰)에 관한 개념을 설명했다.그가 생각한 개념은 하나의 아방가르드 및 예술 극단이었으며 하나의 퍼포먼스 아트 그룹으로서 개념을 실체화 시킨 것이다.그것이 그의 아방가르드적 사상에 대한 탄생인 셈이다.

 

Genesis_P._Orridge.jpg

(1980년대와 1990년대 당시의 맥슨의 모습이다.)

 

아방가르드 예술 극단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한 coum은 Hull 주변의 여러 술집에서 즉흥적으로 음악 공연을 하기 시작한다.반문화적 아방가르드 그룹답게 여러 파격적인 시도를 추구하였고, 무정부주의적 이었다고 한다. 환각제의 사용을 옹호하기도 하고 여러 괴상한 악기들(깨진 바이올린, 말하는 드럼 등)을 연주에 활용하였으며, 공연장 입구에 다면체 터널을 설치하는식의 행위를 통해 맥슨은 자신의 반문화적 경향을 보여주었다.사회에 대한 충격 요법으로서 사람들이 주변 세상에 의문을 가지도록 말이다.이후 맥슨과 샤피로는 본거지를 이사하기로 결정했다.기존의 아파트를 떠나 Hull의 도크랜드 지역에 있는 옛 과일 창고로 이사하였으며 이러한 새 주거지를 '반문화 인사들의 공동 주택'으로 정의하였다.다양한 예술가, 음악가, 패션 디자이너, 언더그라운드 매거진 프로듀서등의 여러 사람들이 창고를 들렀다고 한다.그리고 맥슨의 첫번째 인연 또한 이 창고에서 시작되게 된다.1969년 크리스마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시기에 한 사람은 큰 아픔을 겪었다.그 사람의 이름은 '크리스틴 뉴비', 당시 아버지에게 쫓겨나 창고로 이사한 사람이었다.창고로 이사하게 된 후 뉴비는 많은 사람들과 친해지게 되었으며 그 사람들 중엔 맥슨도 존재한다.맥슨을 포함한 여러 사람들과 친해진 뉴비는 자신의 본래 이름을 버리기로 결정했다고 한다.그 사람의 새로운 이름은 '코지 파니 투티'이며 모차르트 오페라의 이름을 따왔다.그렇다, 그녀가 훗날 스로빙 그리슬의 멤버가 될 코지였던 것이다.coum 그룹이 음악에서 퍼포먼스 아트 및 연극 행사로 더 초점이 맞춰져 있을때, 그녀는 소품 제작과 의상 디자인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도 한다.

 

 

시간이 흐른 후, 1971년 1월 5일에 맥슨은 공식적으로 이름을 바꾸기 위한 문서 투표를 진행하기로 한다.그렇게 그의 새로운 이름은 '죽(porridge)'이 된다.정말 말 그대로 우리가 먹는 죽 말이다 ㅋㅋ  맥슨은 기존에 자신의 별명이었던 '제네시스(Genesis)'와 죽의 철자를 이용한 '피오리지(P-Orridge)' 단어를 연결해 제네시스 피오리지가 되었다.그는 자신의 이름을 의도적으로 소박하게 지었고 이로 인해 자신의 천재적 기질을 발휘하기를 원했다.이는 2월 11일에 요크셔 포스트의 주목을 끌었고 여러 언론의 관심을 받는다.이때부터 coum 그룹은 여러 사람들에게 파격적인 막장 행보를 보여준다.그 중 몇 가지 예시만 알아보자.coum은 그룹 특유의 막장 정서로 인해 많은 지역 클럽에서 공연을 금지당했다고 한다.이러한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coum은 지역에서 배포할 청원서를 작성하였으나, 청원서의 로고에 남근 그림을 그려놓았고 이로 인해 음란 광고 혐의로 기소된 적이 있다...또한 그들은 세인트 조지 홀에서 특정 밴드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하였고, 그러자 군중을 이끌고 곡을 공연하며 "Off, Off, Off(꺼져,꺼져,꺼져)" 라고 외치기도 하였다.

 

이후 경찰과의 지속적인 갈등 끝에, 결국 피오리지와 코지는 런던으로 이주하게 된다.그들은 Hackney(해크니)에 지하 스튜디오를 마련하여 '데스 팩토리'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이 시기에 피오리지와 코지는 또 다른 인연을 만나게 된다.coum 그룹에서 공연 후 그들은 많은 관심사를 공유한 관객인 '피터 크리스토퍼슨'에게 접근을 받았다.그는 사진작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로서의 기술을 사용하여 그들을 돕기 시작했고, 1975년 3월에 같이 공연을 시작하기도 했다. 또한 크리스 카터와의 만남도 이 시기에 시작된다.1975년 여름에 크리스 카터는 그들의 친구인 존 레이시를 통해 coum 그룹을 소개받았다.크리스 카터는 빛과 소리의 실험적 사용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coum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같이 합류하게 된다.

 

1975년 9월 3일은 coum 그룹이 분리되는 날이다.그들은 기존의 퍼포먼스 아트 그룹에서 음악적 경향을 분리하게 되었고 드디어 이것이 스로빙 그리슬의 시작이 되었다.

 

"Coum Transmissions에서 TG(Throbbing Gristle)로 전환할 때, 우리는 미술관 맥락에서 벗어나 대중문화로 들어가 그 시스템에서 작동하도록 만들어진 동일한 기법이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예술 인식 교육을 받지 않은 어린 아이들, 즉 소음을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공감하지 않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제 세계 또는 더 길거리 수준에서 이를 테스트하고 싶었습니다. 작은 미니 다다이즘 운동이죠?" - 제네시스 피오리지

 

throbbinggristle3.webp

(스로빙 그리슬 밴드. 왼쪽부터 피터 크리스토퍼슨, 제네시스 피오리지, 코지 파니 투티, 크리스 카터이다.)

 

 

-스로빙 그리슬, 산업적 소리를 향해 나아가다.

 

위의 부제목처럼 한 아방가르드 밴드는 이제 산업적인 소리를 향해 나아가게 되었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흥미로운 점이 존재한다.한번 근본적인 개념에 질문을 던져보자. 과연 산업적인 음악이란 무엇일까. 금속같은 소리? 일렉트로닉 사운드? 물론 이런것도 맞긴 하지만 앞서 더욱 근본적인 정의가 존재한다. 그것은 '삶의 방식'을 의미하기도 한다.훗날 시간이 지나, 2015년에 코지와 카터가 같이 행한 인터뷰에서도 이러한 점이 언급된다.

 

-카터: "그것은 삶의 방식이자 우리가 일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우리에게 산업적이었습니다. 소리라기보다는 개념에 가까웠습니다. 요즘은 말 그대로 산업적 소리로 받아들여지고 있죠. 우리가 가지고 있던 산업적 소리는 당시 우리가 걸어온 전체 산업 운동의 일부에 불과했습니다. 그렇게 산업적 소리일 필요는 없었습니다."

 

-코지: "개인적인 차원에서 수동적인 태도보다는 자신과 다른 사람들, 그리고 삶과 함께 일하는 것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삶에 더 적극적으로 접근하고 실험하고 탐구하길 원했고, 우리가 한 음악도 그 일환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따라다니며 테이블 위에 전달되는 것들만 접근할 필요가 없습니다. 실제로 무언가를 직접 만들거나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산업적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일하는 것이었습니다. 모두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새로운 것과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일하는 것이었습니다."

 

-카터: "아마도, 우리는 그것을 산업적이라고 불렀어야 했어요."

 

 

또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스로빙 그리슬의 사운드는 해크니에 있는 스튜디오 주변 공장의 배경 소음에서 많은 정보를 얻었다고 한 것이었다.

 

-카터: "철도 아치 아래에서도 였어요. 그래서 트럭에서, 우리 위와 주변에서 무거운 소리가 울려 퍼졌어요. 그 지역 전체가 매우 공장적이었어요."

 

-코지: "그 주변에는 헝겊 거래가 많았습니다. 길을 따라 아치에 핸드백 제조업체와 신발 제조업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배달과 망치질 등의 작업이 오갔죠."

 

-카터: "길 건너편에 덥 음악과 레게 등을 많이 연주하는 멋진 클럽도 있었는데, 그런 소리도 들을 수 있었네요."

 

-코지: "우리가 살았던 곳은 바로 우리의 세계였고, 그 소리들은 당시 우리가 느꼈던 감정과 세상이 우리에게 어떻게 보였는지와 동의어가 되었죠. 우리는 그 안에 있었고, 말 그대로 항상 우울하고 더럽혀졌습니다.ㅋㅋ 그 소리들은 정말로 그런 사운드 트랙이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그런 음악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문자 그대로였어요."

 

 

이제부터는 스로빙 그리슬 멤버들의 '산업적인' 소리를 위한 실험 과정들을 살펴보자. 주변 공장의 소음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스로빙 그리슬은 말 그대로 우당탕탕 거리는 여러 소리 실험들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 중 예전부터 소리에 관심이 있었던 크리스 카터가 그 중심이었다. 카터는 14살 때부터 실용 전자 잡지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회로와 작은 신스 서킷을 만들었고, 후에 멤버들을 만나기 시작했을 적에는 나름의 훌륭한 모듈식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크리스 카터 신디사이저.jpg

(크리스 카터의 실제 신디사이저 모습이다.)

 

카터는 여기서 더 나아가기 위한 실험 준비를 시작했다.

 

-카터: "베이스 통을 몇 개 구입한 다음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톤 발생기 몇 대와 오실레이터(2)를 사용했는데, 순수한 사운드만 넣었습니다. 원래는 소리를 얼마나 크게 낼 수 있는지 테스트하기 위해서였죠. 그러다 물리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바지가 펄럭이고 스피커에 정말 가까이 다가갔을 때 이상한 시각 장애가 발생했습니다.몇 주 동안은 이런 일이 계속되었어요. 킬 스위치를 점점 더 크게 작동시키느라 누군가가 킬 스위치 옆에 서 있어야 했어요. 정말 무책임한 일이죠. 하지만 재미있었어요. 라이브 공연을 할 때 그런 실험을 거리에서 진행했죠. ㅋㅋ"

 

*(2):오실레이터란 진동을 통해 주파수를 만들어내는 발진기이다.

 

이러한 여러 실험들의 결과물로 만들어진 비장의 프로세서도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그리슬라이저', 스로빙 그리슬 특유의 사운드 이펙터였다. 그리슬라이저는 기존의 기타 이펙트 페달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카터: "저는 회로를 꽤 많이 만든 다음 앞쪽의 컨트롤 부분이 있는 작은 상자에 넣었습니다. 밴드에게 보여줬는데 밴드가 마음에 들어해서 결국 우리 각자를 위해 만들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제네시스는 두 개, 저는 두 개, 코지는 한 개, 피터는 한 개를 가지고 있었죠. 그러다 한동안 TG의 시그니처 사운드가 되었습니다. 기본 장치는 LFO(3)가 있는 전압 제어 필터(4)와 전압 제어 앰프였습니다. 하지만 둘 중 하나만 전환할 수 있었고, VCF(5) 또는 VCA(6) 중 하나여야 했으며, 그것은 LFO의 다양한 파형이었죠. 라인 레벨에서 무엇을 입력하든 소리를 LFO의 속도로 변조할 수 있었습니다. 쉽게 오버드라이브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 변조와 함께 일종의 탄산 왜곡음(7)도 있었죠."

 

*(3):Low Frequency Oscillation으로, 저주파 발진기의 약자이다

 

*(4):전압제어에 의해서 통과 주파수의 특성을 변화시키는 필터이다.아날로그 신디사이저에서 파형의 배음 성분들을 가려내어 음색의 차이를 유발시키는 역할을 한다.

 

*(5):전압 제어 필터의 약자이다.

 

*(6):마찬가지로, 전압 제어 앰프의 약자이다.

 

*(7):Fizzy distortion sound를 의미한다. 여기서 'fizzy'란, 음료에서 거품이 일때의 소리를 표현하는 의성어인 'Fizz(피즈)'에서 따왔다. 즉, 탄산 왜곡음은 많은 거품소리를 내는 디스토션 사운드를 의미한다.

fizz sound.png

(위가 입력사운드, 아래가 출력사운드이며 사진과 같은 현상으로 인해 탄산 왜곡음이 발생하게 된다.)

 

아래 영상의 2분 27초쯤에서 탄산 왜곡음을 확인 할 수 있다.(소리 주의)

 

 

 

 

 

-카터: "우리 각자는 다른 방식으로 사용했습니다. 제네시스는 목소리에 하나, 기타에 하나, 코지는 기타에 하나, 저는 신스와 드럼 머신에 각각 하나, 피터는 자신의 테이프 음향기기에 하나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모두 동시에 사용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쨌든 자주는 아니죠. 우리는 기본적으로 Gristleizer라는 일종의 변조된 사운드로 꽤 유명해졌습니다.또한 제네시스는 퍼즈(8)와 페이저(9), 플랜저(10)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리고 코지는 그런 것들과 와와(11)를 모두 가지고 있었죠. 우리는 효과를 많이 바꾸곤 했어요. 매년 쇼핑을 하며 새로운 이펙터를 사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하곤 했습니다."

 

*(8):기타에 주로 사용되는 드라이브 계통의 이펙터이다.

 

*(9):원음을 기준으로 위상이 서로 다른 신호를 섞어 코러스를 만드는, 모듈레이션 계통의 이펙터이다.

 

*(10):원음에 지연된 음(5~25ms 지연)을 섞어서 효과를 주는 드라이브 계통의 이펙터이다.

 

*(11):우리가 보통 '와우페달'로 알고있는 필터계통의 이펙터이다. 고음역 또는 저음역을 필터를 통해 강조한다.

 

 

사운드적 실험의 결과물은 그리슬라이저 뿐만이 아니었다.전자 키보드를 통해 구체 음악적 사운드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 이러한 생각의 결과물이 '프로토 샘플러'였다.피터 크리스토퍼슨은 힙노시스 및 여러 장소들을 여행하곤 했다.그가 소니의 워크맨(12)을 소개하고있을 당시에는 뉴욕으로 떠나있던 상태이기도 하다.그는 뉴욕에서 4개를 사게 됐고, 다른 멤버들은 전자 키보드를 통해서 워크맨을 작동시키는 방법을 알아낸 것이다.따라서 키보드 건반을 누름으로써 각각의 소리 샘플들을 재생시킬 수 있게 되었다.소리 샘플들은 대부분 텔레비전과 라디오 및 사람들의 실제 대화로 이루어져 있었다고 한다.

 

*(12):일본의 소니에서 1979년에 첫 발매한 휴대용 카세트테이프 레코더 & 플레이어이다.

 

-카터: "그는 모든 것을 녹음하는 데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는 사람들에 대한 정말 흥미로운 녹음을 했죠. 그리고 우리가 하는 많은 리듬이 모듈식 시스템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저도 가끔은 테이프에 리듬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카세트에 루프로 녹음을 했어요. 우리는 무대에서 꽤 많은 테이프를 사용했습니다."

 

또한 스로빙 그리슬은 드러머의 존재가 너무 관습적이라고 생각했다.그들은 기존의 드러머 대신 벤틀리 리듬 에이스 또는 롤랜드 컴퓨리듬 CR78 등의 드럼머신을 사용하였다.

 

그리고 누가 뭐라해도 스로빙 그리슬의 특유의 4차원 조작 중 최고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온 발생기'라고 할 수 있다. 이온발생기는 하나의 팬 시스템이라고 보면 된다. 그들은 라이브 공연의 설정에서 이 이온 발생기를 분위기 환기용(?)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카터: "매우, 매우 높은 전압 레벨과 그 안에는 일종의 코일이 있었고, 그 뒤에는 팬이 있었습니다. 팬은 이러한 고전압 코일을 통해 관객에게 거센 바람을 불어서 아크와 불꽃을 일으키며 모든 미친 소음을 낼 것입니다. 이 장치는 분위기를 개선할 예정이었죠.ㅎㅎ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전자적 소리의 장치가 되었습니다."

 

-코지: "우리는 청중에게 '너무 가까이 서 있지 마세요'라고 말하곤 했어요. 그 사람들이 말을 무시하고 조금 가까워지면 아크가 발생해서 '내가 말했잖아!' 라고 말하곤 했죠.ㅋㅋㅋ"

 

-카터: "ㅋㅋㅋㅋㅋ"

 

(진짜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ㅋㅋㅋ)

 

 

이러한 좌충우돌 사운드 실험의 결과물들은 당시 밴드의 라이브 영상들을 통해 확인 할 수 있다.다음의 영상은 샌프란시스코에서 1981년에 공연한 라이브 영상이다. 영상을 통해 확인해보자. 영상의 중요한 포인트들은 대부분 글로 표시해 놓을 것이다.(소리주의)

 

 

 

 

1. 12분 49초: 이 부분에서부터 피터 크리스토퍼슨이 프로토 샘플러를 통해 샘플들을 재생하는걸 확실히 볼 수 있다. 키보드 건반을 이용하여 구체 음악적 사운드를 융합시키는 것이 인상적이다.

 

2. 22분 21초 ~ 51초: 제네시스가 보컬에 그리슬라이저 및 여러 이펙터 효과를 사용하여 독특한 소리를 만드는걸 확인 할 수 있다.

 

3. 25분 26초 ~ 29분: 주즈하프와 같은 여러 관악기에 스로빙 그리슬만의 독특한 소리를 입혀서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4. 42분 3초:보컬의 목소리에 오버더빙을 해서 사운드 층을 겹겹히 쌓은 후 곡을 시작한다.거기다가 여러 이펙터 효과를 섞어 사운드의 기계적 면모를 부각시키는게 보인다.

 

이 외에도 여러 다양한 포인트들을 확인 할 수 있다.(아쉽게도 이온 발생기가 나오는 라이브는 찾지 못했다..)

 

 

-스로빙 그리슬 디스코그래피 훑어보기

 

앞서 설명했던 인더스트리얼의 정의 혹은 기술적 실험들은 곧이어 하나의 새로운 장르를 탄생 시켰고, 전자적 사운드의 새로운 가능성을 조망하게 되었다.지금까지의 목차에서 그런 미시적인 사운드들을 살펴봤다면, 이번 목차에서는 이러한 소리들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나름대로 해석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그러기 위해서 스로빙 그리슬의 앨범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3개의 앨범을 순서대로 훑어볼 것이다. 그 첫 번째 앨범은, 그들의 첫 정규 앨범인 'The Second Annual Report' 이다. 이름과 달리 그들이 낸 첫 번째 앨범이다.

 

The_Second_Annual_Report_album_cover.png

1.<The Second Annual Report>

 

Side A
No. Title Length
1. "Industrial Introduction" 1:03
2. "Slug Bait" (Live at the Institute of Comtemorary Arts, London) 4:18
3. "Slug Bait" (Live at Southampton) 2:43
4. "Slug Bait" (Live at Brighton) 1:17
5. "Maggot Death" (Studio Recording) 2:47
6. "Maggot Death" (Live at Rat Club) 4:32
7. "Maggot Death" (Live at Southampton) 1:34
8. "Maggot Death" (Live at Brighton) 0:57

 

                                                Side B

      1. "After Cease to Exist – The Original Soundtrack of the COUM Transmissions Film" - 20:16

 

Total length: 39:32

 

그들의 첫 번째 앨범은 지극히 앰비언트 적이었다. 사운드 콜라주적인 느낌이 강하고, 보컬인 제네시스는 그저 무미건조하게 허무하고 다다이즘적인 가사를 내뱉거나 비명을 지를 뿐이다.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인더스트리얼 록 음악의 강한 사운드만 생각했다면 당황하기 쉽다.사운드의 메인은 좌/우로 구분된 기계음과 음습한 보컬의 합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가끔씩 사람들의 대화로 구성되기도 한다. 감정적으로 절제된 산업 음악들은 녹슨 기계와 공장의 풍경을 묘사한다고 본다.그럼으로써 그들은 해크니 주변의 공장들에 대한 소음과 이로 인한 창조적 영감의 원천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싶었을 것이다.앨범의 트랙은 크게 스튜디오 레코딩과 라이브 녹음으로 나눌 수 있다. 많은 시간 동안의 라이브 공연 녹음 중 몇개를 추려서 앨범에 넣었고, 각 동명 트랙의 사운드 차이를 들어보면 알 수 있듯이 정형화된 구성보단 일종의 즉흥적인 비명과 쇳소리를 추구했다는 것이 보인다.

 

- 카터: "우리는 모든 것을 녹음하곤 했습니다. 잼 세션, 관객 앞에서 라이브 공연 그리고 또한 스튜디오에서도. 수백 시간 동안의 결과물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냥 사람들에게 우리가 사는 것과 스튜디오에서 하는 일을 맛보게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인터뷰를 추가적으로 조사해보면 특유의 기계음이 좌우로 나뉘어져 분리되는 이유도 알 수 있다.

 

-카터: "우리는 믹싱 데스크에서 나온 것과 마이크에서 나온 것 두 대의 모노 머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 앨범의 라이브 비트는 나란히 재생되는 두 가지 다른 녹음입니다. 두 개의 다양한 속도의 카세트 덱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때때로 소리가 약간 흔들리는 이유는 두 채널을 맞추려고 속도를 조절하기 때문입니다.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그냥 음반을 내놓자'고 생각했죠."

 

결론적으로 이 앨범은 전위적인 일렉트로닉 음악이자 최초의 인더스트리얼 앨범이 되었다. 그들의 첫 앨범이 발매되면서 만들어진 부제는 'industrial music for industrial people'이었고, 이것이 '산업적'이라는 단어를 음악의 장르적 표현으로 사용한 최초의 사례이며 인더스트리얼 음악을 대표하는 슬로건이 되었다.여기서 'industrial people'이란 당연히 자신의 목표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일 것이다.이 앨범에서는 자동차의 공회전 소리 같은 엔진 소리, 녹슨 금속의 삐걱거리는 소리, 찌르는 전자음이 들리며 그로 인해 낡아 비틀어지고 먼지가 뒤덮인 폐공장의 풍경을 묘사해낸다.그러나 이토록 물질적이고 비이성적인 소리는 오히려 새로운 사조의 매개체가 되어 우리를 고무시킨다.이러한 대비가 이 앨범에 더욱 아이러니를 부각하는 것 아닐까?

 

-개인적인 최애 트랙: "Maggot Death" (Studio Recording), "Maggot Death" (Live at Rat Club)

 

 

 

 

 

 

그 다음 2번째 앨범은 1978년에 발매된 'D.o.A: The Third and Final Report of Throbbing Gristle' 이다.

 

ThrobbingGristleDOAThirdAnnualReportColorCover.jpg

2.<D.o.A: The Third and Final Report of Throbbing Gristle>

 

Side A
No. Title Lyrics Music Length
1. "I.B.M."     2:35
2. "Hit by a Rock"     2:32
3. "United"     0:16
4. "Valley of the Shadow of Death" Christopherson Christopherson 4:01
5. "Dead on Arrival"     6:08
6. "Weeping" P-Orridge, Ewa Zajac P-Orridge 5:31

 

 

Side B
No. Title Lyrics Music Length
1. "Hamburger Lady" Dr. AI Ackerman (original text author)   4:15
2. "Hometime" Fanni Tutti Fanni Tutti 3:46
3. "AB/7A" Carter Carter 4:31
4. "E-Coli"     4:16
5. "Death Threats"     0:41
6. "Walls of Sound"     2:48
7. "Blood on the Floor"    

1:07

 

 

첫번째 앨범에서 넘어가면서 노이즈의 활용양식이 좀 더 다양해졌지만, 앰비언트 음악이라는 기존의 형식은 유지하게 되었다.그저 단순히 기계의 소리에만 치중하는것이 아닌, 좀 더 복합적인 음습함으로 파고들어가는 사운드 페인팅을 선보인다. 아이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직접 사용하거나, 기존의 락 사운드에 인더스트리얼 색채를 입혀서 어둡게 표현한다. 사이드 B의 첫번째 트랙인 햄버거 레이디는 이러한 경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앞서 설명한 코지의 옆면이 잘린 기타에 그리슬라이저를 입히고 슬라이드로 연주하여 드론 소리를 만들었고, 이것으로 인해 인더스트리얼 드론 음악이 만들어지기도 한다.코지는 기존의 관습을 해체하기 위해서는 악기 자체도 과감히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창조적 파괴를 행하는 것이다.

 

-코지: "저는 충돌하고 부딪히며 온갖 종류의 물건을 던지곤 했죠."

 

또한 코지의 파괴적 기타 외에도 제네시스는 그리슬라이저와 롤랜드 스페이스 에코를 사용하여 고음 톤의 사운드를 불어넣는다.그는 오리 소리가 나는 호루라기나 드론 소리 혹은 심지어 심작 박동 소리까지 직접 조작해서 음악적 요소로 활용했다.실제로 햄버거 레이디 트랙을 들어보면서 진동을 느껴보면, 약하게 심장박동 소리가 나는것을 들을 수 있다.이러한 면에선 또 다른 인더스트리얼 밴드인 코일과 닮았다.소리라는 요소의 경계면을 넓히고 사운드의 새로운 구성을 찾는 것이다.코일의 구성원에도 스로빙 그리슬의 멤버였던 피터 크리스토퍼슨이 있었다는걸 생각해보면 이것이 단순한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최애 트랙: Hit by a Rock, Hamburger Lady

 

 

 

 

 

 

마지막으로 훑어볼 3번째 앨범은 1979년에 발매된 '20 Jazz Funk Greats' 이다.

 

20 jazz funk greats.jpg

3.<20 Jazz Funk Greats>

 

Side A
No. Title Length
1. "20 Jazz Funk Greats" 2:51
2. "Beachy Head" 3:42
3. "Still Walking" 4:56
4. "Tanith" 2:20
5. "Convincing People" 4:54
6. "Exotica" 2:53

 

Side B
No. Title Length
1. "Hot on the Heels of Love" 4:24
2. "Persuasion" 6:36
3. "Walkabout" 3:04
4. "What a Day" 4:38
5. "Six Six Sixties" 2:07

 

 

이 앨범은 간악하게 제목과 표지부터 사기를 쳐놨다.ㅋㅋㅋ 제목인 '20개의 재즈 훵크 히트곡'은 딱 봐도 거짓말이며, 평화로워보이는 앨범표지는 사실 유명한 자살 명소인 Beachy Head(비치 헤드)에서 찍은 것이다. 스로빙 그리슬이 앨범을 발매할 동안 논란거리가 되는 일도 많았다. 그 중 앨범 컨셉을 비난하는 혹자도 존재하였고, 그러자 아예 거짓말을 쳐놔서 비난을 조롱으로 맞받아친 것이다.

 

-코지: "이제 데이지 체인을 만들기 시작할 것 같네요.ㅋㅋㅋ"

(본 앨범 표지에 나와있는 꽃의 이름은 노랑데이지이며, 또한 데이지 체인은 연속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하드웨어 장치들의 구성을 의미한다. 일종의 언어유희인 셈.)

 

-카터: "그래, 아니면 피크닉을 가.ㅋㅋㅋ"

 

또한 이 앨범의 사운드는 기존과 다른 경향을 가지고 있다.전까지의 사운드가 앰비언트와 인더스트리얼 및 노이즈를 융합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앰비언트 경향의 곡들과 인더스트리얼 및 노이즈 경향의 곡들을 따로 분리해 놓았다.그리고 추가적으로 댄스 음악의 경향이 짙어졌다.일정한 박자감이 생기고, 전통적인 일렉트로닉 성향의 음악 또한 존재한다.이렇게 잡다해진 여러 사운드를 스로빙 그리슬 특유의 조작을 통해서 만들어내는 것이다.그렇기에 이 앨범을 디스코 중심 산업음악의 포문을 연 앨범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따라서 앨범의 사운드는 전보다 쉬워졌지만,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는 끝까지 끌어가고 있다. 1번째 앨범에서 인더스트리얼을 시도하고, 2번째 앨범에서 사운드 활용의 다양화를 추구했다면, 3번째 앨범에서는 지금까지 행해왔던 전위적 움직임을 더 넓게 활용한다고 볼 수 있다.

 

-카터: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세 번째 앨범이 두 번째 앨범보다 더 어려울 것 같았어요. 그래서 우리는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울리스의 저렴한 쓰레기통 등에서 찾을 수 있는 키치한 느낌(기이하고 저속한 느낌) 같은 것을 하고 싶었어요.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거예요."

 

-개인적인 최애 트랙: What a Day, Six Six Sixties

 

 

 

 

 

 

 

-종합정리

 

지금까지 인더스트리얼 음악과 스로빙 그리슬의 기술적 면모에 관하여 살펴보았고, 디스코그래피에서 핵심적인 앨범 3개를 훑어보았다.이로써 알 수 있는 것은 스로빙 그리슬의 삐걱거리는 기계의 소음, 전자 소리들로 새로운 사조를 만들었고 이는 정말 음악 산업적인 부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었다는 것이다.그러나 그들이 행한 음악적 실험은 그들의 목표의 아주 일부분에 불과했다.당연시하던 주변 세계에 의문을 제기하며 새로운 창조적 에너지를 갖는것이 그 목표의 핵심이자 본질일 것이다.그렇기에 피오리지의 말처럼 인더스트리얼이라는 단어가 아이러니를 갖는 것이다.누구보다 기계적인 소리들을 통해 누구보다 인간적인 정신에 관해 성찰한 그들의 영향력은 현대에도 음악과 역사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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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 Akira06글쓴이
    23시간 전

    이것저것 조사하느라 좀 늦었습니다.

  • 23시간 전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인더스트리얼 장르의 형성은 살펴본 적이 없었는데 이 글 발견했으니 잘 됐네요

    20 Jazz Funk Greats 커버만 본 적 있는데 저런 웃긴 컨셉이었군요 분위기에 묘한 키치함이 있네요

  • 22시간 전

    기존의 정형적인 방법론을 해체하는 인더스트리얼이라는 문화 자체가 제겐 상당히 매력적이네요..

  • 22시간 전

    잘 봤습니당 말하는 드럼은 도대체 뭘까요?>? ㅋㅋㅋ

  • Akira06글쓴이
    21시간 전
    @공ZA

    '토킹 드럼'이라고, 음높이가 인간의 음색 및 운율을 모방하도록 만들어진 악기라고 하더군요 ㅋㅋㅋ

  • 19시간 전
    @Akira06

    재밌는 악기네요 ㅋㅋㅋ 답변 감사합니다

  • 21시간 전

    좋은 글 감사합니다

    평소 인더스트리얼 힙합을 즐겨 들으면서도 그 근간을 이루는 인더스트리얼 장르에 대해서는 따로 공부해본 적 없는데 이번 기회에 배워가네요

  • 21시간 전

    유익했어요 감사합니다 정말로.

  • 16시간 전

    스크랩과 추천

  • 15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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