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024년의 거의 막바지이면서 2025년의 새로운 시작이 곧 얼마남지 않은 달이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건 수능이 끝나는 달인 것이다. 2024년 고3인 화자 본인도 수능이 끝났다.자유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게되었다.여러분도 알다시피,수능이 끝난 고3은 갓 야생에 방생된 개구리와 같다.세상으로부터의 자유를 즐기며 마음껏 뛰어노는것이다.
학교엔 뭘 갖고와서 먹는 애들,자는 애들,게임하는 애들,만화를 보는 애들,서로 연애하는 애들 등 여러 부류가 존재하였다.
하지만 난 어느 부류에도 속하지 않았고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시간이 팽팽 남아도는 와중,나는 하나의 참신한 생각을 떠올렸다.
수능이 끝난 고3만큼 시간이 남아도는 시기도 별로 없을 것이다.그렇기에 이 시기에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분석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의미있을 것 같았다.
이러한 연유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 중 하나는 베토벤의 '대푸가'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클래식 음악이다.
하지만 힙합엘이에는 클래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별로 없기에 찬찬히 개념을 설명하면서
빌드업을 쌓아볼려고 한다.
게시글을 쓰기위해 여러 사전정보와 개념들을 인터넷으로 습득했고,직접 손으로 공책에 필사해가면서 내용을 정리하였다.
혹사한 나의 손과 머리에 애도를 표현하고 싶다면 부디 추천을 눌러주길 바란다...
*또한 본인도 클래식 뉴비이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가 있을 수 있다.잘못된 정보의 지적은 언제나 환영이다^^*
이 글로 커뮤니티에서의 음악적 담론의 건전성과 장르의 다양화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
일단,목차는 이러한 순서로 되어있다.
1.클래식 음악 양식으로서의 푸가
2.현악4중주란 무엇인가
3.베토벤의 대푸가
4.종합정리
그럼 가보도록 하자.
1.클래식 음악 양식으로서의 푸가
먼저 푸가란 무엇일까?
푸가란 다성음악에 의한 대위법적 모방의 기법 또는 형태 라고 할 수 있다.이 문장을 천천히 뜯어보자.
다성음악이란 말은 성부(같은 소리의 움직임을 하는 연주자 집단 또는 개인연주자)가 여러개인 음악이란 뜻이고,대위법이란 말의
뜻은 두개 이상의 독립적인 선율을 조화롭게 배치하는 작곡기술이다.즉,푸가는 성부가 여러개인 음악에서 모방을 통해 독립적인 두개 이상의 선율을 조화롭게 배치하는 음악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푸가의 어원은 라틴어 fugare(쫓다) 및 fugere(쫓기다)를 어원으로 한다.
하나의 성부가 한 선율을 연주한 뒤,다른 성부가 이어서 선율을 모방하는 구조이다.따라서,푸가 양식에는 몇가지 전제조건이 따른다.
1.독립한 복수의 성부를 가질 것,2.주제를 각 성부가 차례로 모방하는것,3.주제 제시부(전개부)와 간주부가 교체하여 나타나는것이다.
3성푸가,즉 성부가 3개인 푸가를 가지고 예시를 들어보자.
1.한 성부가 주제를 단독으로 시작한 후,그것이 끝나면 제 2의 성부가 주제를 모방하여 연주한다(이때의 선율을 대위선율 또는 대주제라고 하며,모방을 할때는 전조를 행해야 한다)
2.이를 통해 제 1 성부가 제 2의 성부에 대위하여 갈때,제 3 성부에서 다시 주제가 제시된다.(이때 제 3 성부의 선율은 원래의 조성으로 돌아와야한다)
3.이를통해 모든성부가 주제를 연주하면 제 1의 제시부(전개부)가 끝이 나게되며,그 후 경과구로 기능하는 간주부(또는 삽입구)를 경유해 제 2의 전개부로 이어진다(이때 제 2 전개부는 중간부 또는 조바꿈부 라고도 한다) 이를 통해 주제는 차례로 조를 바꾸어 나타나며 제시부와 대조를 이룬다.
4.그 후 맨 끝의 전개부(종결부 혹은 으뜸조 복귀부라 함)에서 변용된(주제 및 이에 대한 여러가지 변용을 의미)선율을 다시 원래의
형태로 복귀시켜 곡을 마무리한다.
이러한 푸가의 기법에서 선율의 변용은 조성뿐만아니라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데
1.음표의 길이를 2배로 하는 확대
2.2분의1배로 하는 축소
3.역행 등과 같은 기법을 동원 할 수 있다.
또한 그 밖에 2개이상의 주제를 갖는 복주제의 푸가 또한 만들 수 있다.(주제의 개수에 따라 2중,3중 푸가 등으로 분류한다)
실제 예시를 통해 듣고 이해해보자.
본 곡은 바흐-오르간을 위한 작은 푸가(BWV578)이다.
*글을 쓸때 영상에 의해 글이 가려지는 현상이 존재함으로,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글과 영상 사이에 여백을 많이 띄었다*
각 성부는 색깔로 구분되어있다.
푸가에 대해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예시이다
(단,감상할때 이 곡은 푸가양식에 관한 전위적 움직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한다.그것은 바로 주제의 정돈된 아름다움을 통해 제시부의 응답의 규칙을 과감히 깨고 있다는 점이다.제시부에서,제 2의 성부에 제시된 선율이 제 3의 성부에서 원래의 조성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 바로 그 점이다.)
이 푸가는 4성푸가이며 간주부 및 3개의 전개부를 파악함을 통해,푸가양식을 더 효과적으로 이해 할 수 있다.
2.현악4중주란 무엇인가
이번엔 현악4중주란 개념에 대해서 살펴보자.현악4중주는 두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1.4명의 현악 연주자로 이루어진 중주(중주:둘 이상의 성부를 각각 하나씩 맡아 연주하는것) 2.이를 위한 곡
이러한 두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 중 1번의 의미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현악4중주는 각각 제 1 바이올린,제 2 바이올린,비올라,첼로로 구분되어있다.
(왼쪽부터 바이올린 2대,비올라 1대,첼로 1대이다)
각 악기들을 천천히 살펴보자
1.제 1 바이올린:우리에게 가장 유명한 클래식 악기이며,바이올린족의 대표 악기라 할 수 있다.
바이올린은 그 중 제 1과 제 2로 나뉘어지는 독특한 구성을 볼 수 있는데,그것은 단순히 성부를 구분한 것이다.
제 1 바이올린은 외성,즉 선율을 담당하고,제 2 바이올린은 내성을 담당한다.
따라서 제 1 바이올린은 주로 고음을,제 2 바이올린은 비교적 중음을 연주하게된다.그렇기에 연주자의 음색에 따라 자리배치를 한다고 한다.
2.제 2 바이올린:설명은 위의 제 1 바이올린과 같다.
3.비올라:바이올린과 비슷한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크기가 약간 크고 두꺼우면서 그에 따라 음역도 약간 낮다.가진 톤이 더 둥글고 깊은 소리가 나기 때문에 관현악이나 실내악에서 중간음역을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현악4중주에서도 바이올린과 첼로사이의 중음을 서포트 해주기도 하며,가끔씩 주선율을 채워주기도 한다.
4.첼로:바이올린족 악기중에서 3번째로 큰 악기로 주로 중저음역을 담당한다.가장 큰 특징으로는 비올라와 바이올린을 모두 커버칠 수 있는 넓은 음역대일 것이다.바이올린,비올라와 달리 이질적인 외형을 가지고 있다.꼬리부분의 엔드핀을 통해 악기를 지탱하며,악기를 세로로 세워서 연주한다.
3.베토벤의 대푸가
드디어 빌드업은 다 쌓았다.이제 드디어 메인 테마이다.
베토벤-대푸가(grosse fuge)(op.133)는 베토벤의 현악4중주 작품으로,제목 그대로 규모가 큰 푸가작품이다.
그것도 그냥 큰게 아닌 무지막지하게 크다!!
앞서 설명했던 푸가양식과 현악4중주의 개념을 종합하여 이해 할 수 있다.
이 곡의 비하인드로서,베토벤은 사실 현악4중주 13번의 마지막 악장으로서 곡을 구상했다. 하지만 시대적 한계 및 금전적 이유로 따로 분리되게된 것이었다. 이 곡은 훗날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으나,당시에는 괴작취급을 받았으며 베토벤을 불평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 후 조카의 양육비 문제 등에 얽혀,마지막 악장을 따로 빼내어 출판하게되었다.
이제 곡의 구조를 살펴보자.
(빨간색이 제 1 바이올린,황토색이 제 2 바이올린,초록색이 비올라,파란색이 첼로이다)
기존의 대위법 체계를 붕괴시킬 수 있는 대담한 전개를 가지고 있다.
수미상관 구조에 이중푸가를 섞고,거기다 자체적으로 소나타 구조(제시부-발전부-재현부로 이루어진 구조로,제시부에서 주제를 제시하고,발전부에서 변용을 시킨후,재현부에서 되돌아오는 구조이다)를 첨가하는 정신나간 구성을 취하고 있다.
첫시작은 서주로 시작하며 무조풍으로 거칠게 시작한다.이는 시작부터 작품속에 내재된 에너지를 뿜어내는것과 같다. 마치 폭발하기 직전처럼 위태로운 분위기로 말이다.그 후 첫번째 푸가가 시작된다. 1번 푸가는 이중푸가로,제 1 바이올린이 시작한 후 제 2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살을 덧붙인다.그 후,첼로도 합류하며 초신성의 폭발이 시작된다.
부점리듬과 셋잇단음표로 격하게 오르내리락하며 그 안에 응집된 힘을 여과없이 보여주기 시작할때 당김음 등을 사용하여 리듬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심지어 성부 몇개는 중간에 아예 엇박으로 연주되어 박자가 놓친 것처럼 들린다!
이 푸가 이후 한차례 느려지고 진정되면서 명상적으로 바뀐다.물론 이 부분에서도 대위법적 기교를 교묘하게 첨가하고 있다.
그 후 이 곡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된다.갑자기 서주 첫머리의 악상이 튀어나오는 것이다!이 후의 대위법적 기교는 푸가+소나타의 구조이다. 엄밀한 의미의 푸가는 아니고,발전부의 분위기를 풍긴다.
그 후 자체적인 재현부가 이어지고,종결부로 나아가게된다.
마지막 종결부는 첫 푸가의 대선율이 나왔다 끊기고,서주의 악상이 나오다가,맨 첫머리의 무조풍 악상이 튀어나오면서 악상 제시 순서를 거꾸로 뒤집는다.말 그대로 수미상관 구조인 셈이다.이어 다시 푸가 주제가 잠시 나온뒤,짧은 이행부를 거쳐 푸가의 첫머리를 변형시킨 악상을 통해 마무리 짓는다.
따라서,전체적인 곡 구성은 1.서주-2.이중푸가-3.슬로우 섹션-4.푸가+소나타 구조-5.수미상관 구조-6.짤막한 푸가 악상의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4.종합정리
베토벤의 천재성을 실내악의 영역에서 과감히,주저없이 보여준 명곡이라고 할 수 있다.실뜨기와 같이 교묘하게 얽혀있는 4개의 성부들이 하나의 곡으로 응집되어 발산되는것은 마치 자연의 장관과 같을 것이다.나는 이 음악을 들을때마다 그러한 우주적 심상이 그려진다.시대를 앞서고,음표를 엮는 천재였던 베토벤의 머리속은 어떤 심상으로,어떤 아이디어로 채워져 있을까?
지금은 알 수 없다,앞으로도 알 수 없을 것이다.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그는 음악의 천재였고,영원한 악성(樂聖),즉 음악의 별일 것이라는 사실 말이다.
푸가는 진심 고도의 예술임
혹시 인상이랑 현대클래식 혹은 재즈클래식은 안좋아하시나요
제가 아직 클래식 뉴비라 근• 현대클래식 등은 잘 모릅니다.
기껏해야 슈톡하우젠 혹은 펜데레츠키,버르토크 벨러 정도?
추천해주시는 음악이 있다면 감사히 받아먹겠습니다 ㅎㅎ
Ornstein sonata 4 추천드립니다
제 최애중 하나..
슈톡하우젠은 좀 빡세실텐데 들으시나요 ㄷㄷ
추천 감사합니다~
슈톡하우젠의 음악은 묘하게 끌어당기는 신비한 기류가 있더라고요.
그외에 전자음악과 구체음악을 융합한 점도 흥미롭게 다가오는것 같습니다.
제 뇌가 한번에 저장할 수 있는 량을 초과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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