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처음으로 앨범 단위로 듣게 된 앨범
Charlie Puth, <CHARLIE>
2022년 찰리 푸스(Charlie Puth)의 인기는 정말로 막강했다. 지구 반대편 국가에서, 그 나라 언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노래를 한 들이 몇 곡씩이나 차트 최상단에 꽃히는 기현상은 국내 음악계 역사 전체를 통틀어보아도 전후무후한 사건이었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의 나이었던 나에게도 역시 찰리 푸스는 당시 우상이었다. 학교에 가면 친구들과 항상 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고, 몇십명씩 무리지어 그의 콘서트에 가기도 하였으며, 또 그의 새로운 앨범 <CHARLIE>가 나왔을때는 함께 통화하며 앨범을 감상했다. 당시 아는 팝가수라곤 Taylor Swift, Post Malone, The Weeknd밖에 없던 나의 첫 앨범 청취 경험을 뺏어간 이는 바로 찰리 푸스였다. 현재에 와서는 나의 첫 앨범이 다른 앨범이었으면 어땠을까 상상하곤 하지만, 당시 내가 사랑하던 아티스트의 앨범이었다는 점에서 그 선택에 후회는 가지지 않는다.
2. 취향의 전환점이 된 앨범
The Avalanches, <Since I Left You>
정확히는 앨범 <Since I Left You>보다는 트랙 "Since I Left You"를 본 부문에서 뽑는 것이 맞다. 내 눈 앞에 갑작스럽게 터져나오는 밝은 불빛과 'Since I left you, I found the world so new"라는 아름다운 글귀들을 마주한 순간 나의 음악 인생과 취향은 완전히 180도 뒤바뀌었다. '어떻게 샘플들만을 가지고 이런 아름다운 조각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는가?' 당시 나에겐, 또 지금의 나에겐 <Since I Left You>는 완전히 충격적인 작품이었다. 내가 지금 와서 아름다운 작품들을 추구하는 것도, 신선함을 가득 머금은 작품에 목매는 이유는 다 <Since I Left You> 때문일것이다.
3. 힘든 시기에 나를 지탱해준 앨범
파란노을, <After the Magic>
사실 본 부문을 결정하는데 가장 많은 고민을 했고, 또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았다. Troye Sivan의 <Bloom>, Ichiko Aoba의 <0>, Sufjan Stevens의 <Javelin> 등 나의 우울을 책임져준 앨범들은 수없이 많았지만, <After the Magic>만큼 나의 상처를 잘 치료해주고 무수한 공감을 주었던 작품은 없었다. 파란노을의 음악은 정말이지, 모든 순간이 가슴 한 가운데를 정확히 푹 찔러버리는 듯한 모먼트들이 있다. "도착"의 길고 강렬한 황홀경의 기타 리프나, "Parade"의 하늘 위로 승천하는 바이올린 사운드, "Imagination"의 아름답게 튀어오르는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가 바로 그것이다. 파란노을은 감정적으로 나를 자극함과 동시에, 치밀하게 설계되어있는 음악이 소소한 충격을 주어 항상 나의 우울을 날려버리곤 한다. 특히 작년 겨울날에 새벽 산책을 하며 본작을 청취했었던 경험은 아직까지도 잊지 못할 정도… 뭐가 됐든 현재로서 나의 '치유'를 담당하는 음악가는 아무래도 파란노을인듯 하다.
4.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준 앨범 or 본인의 사랑과 관련된 앨범
Frank Ocean, <nostalgia, ULTRA>
프랭크 오션의 사랑, 프랭크 오션의 음악에는 항상 '낭만'이 있다. <Blonde>의 "Futura Free"와 "Self Control", <Endless>의 "Higgs"를 비롯한 트랙들은 여전히 나에게 슬픔과 사랑을 동시에 선사하곤 하는 신비로운 마법들이다. 허나 그의 데뷔 믹스테입 <nostalgia, ULTRA>는 보다 훨씬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감정들과 사랑이 담겨있다. 사실 본작을 이 부문에 선정한 이유는 지난 반년간의 경험들에 의거하는데, 그 행복했던 순간들에 들었던 <nostalgia, ULTRA>는 정말이지 당시에 나에게 어떤 작품들보다 큰 행복을 선사해주었다. <nostalgia, ULTRA>는 그 순수했던 사랑과 이별에 관한 흐릿한 노스탤지어가 녹아들어있으니, 이 수풀 속 주황색 자동차가 나에게 사랑을 완전히 알려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 가장 사랑하는 앨범
Car Seat Headrest, <Twin Fantasy>
나의 '인생 앨범'은 총 5개의 후보들로 나뉜다. Troye Sivan의 <Bloom>, Kendrick Lamar의 <To Pimp a Butterfly>, The Microphones의 <The Glow, Pt. 2>, 파란노을의 <Sky Hundred>, 그리고 본작 Car Seat Headrest의 <Twin Fantasy>이다. 이 걸출한 라인업들에서 본작을 선정한 이유는 다소 간단하며, 또 나답다. 이 글을 의식적으로 읽어나가는 독자라면 이미 눈치챘을 지점이겠지만, 내가 음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완성도보다 '아름다움' 그리고 '경험'에 있다. "Beach Life-In Death"의 4분 2초에 등장하는 눈물겨운 스크리모와, "Bodys"의 처절한 러브 스토리, "High to Death"의 묘하게 향수를 자극하는 기괴한 순간들까지, <Twin Fantasy>의 매분 매초는 나를 슬프고 또 행복하게 만드는 순간들로 가득 채워져있다. 나의 그 죽을만큼 행복했던 한때들과 그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4,5번 개추 드립니다
잘 읽었어요 ㅎㅎ
since i left you 첫 트랙은 우주명곡이 맞다
좋은 앨범밖에 없네,,
2번은 안들어봐서 조만간 들어봐야겠네요
오션추
이게 어케 중2?
님도 상당히 충격적임
님이 더해요.
와 중2는 좀 심각할 정도로 충격인데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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