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월 - 깨끗하게, 맑게, (2013)
1집(“네가이곳에서보게될것들”)에 비해서 특색이 아주 잘 잡힌 2집입니다.
장르는 노이즈 팝/슈게이즈 정도가 되겠는데, 장르 명칭만 가지고는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아마 여러분이 뭘 예상하든 그것과는 다를 거예요. 그만큼 정말 특이한 앨범인데, 또 놀라운 것은, 그렇게 특이한 음악인데도 전혀 전위적이거나 복잡하거나 하지 않다는 겁니다. 오히려 '밤밤' 같은 곡에서는 팝적인 멜로디가 돋보이기도 하죠.
weiv와의 인터뷰에서 조월 님이 “이 사람은 다음에 또 어떤 음악을 낼까” 하고 기대하게 만드는 음악가이고 싶다고 말씀하셨던 바 있는데요, 저에게 조월 님은 이 앨범만으로도 그런 음악가가 되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이거 CD는 언제 재발매 할까요. 최근에 스트리밍도 풀려서 딱 타이밍 좋은데 말이죠.
2. 우리는속옷도생겼고여자도늘었다네 - 사랑의 유람선 (2003)
속옷밴드의 1집. 앨범 제목이 굉장히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영제인 “Love Boat”도 어감이 좋아요. 띄어쓰기 없이 “Loveboat”였으면 조금 더 멋졌을 것 같긴 합니다만.
음악적으로는 2집과 비슷하지만 멜로디의 변주가 거의 없고, 그 대신에 퍼커션에 신경을 많이 쓴 느낌입니다. 몇몇 곡에서는 리듬 섹션에서 “Mezzanine” 류의 트립 합이 연상되기도 해요. 특히 'Off'나 '손짓을 취하다'는 도입부만큼은 정말 매시브 어택의 곡이라 해도 믿을 정도... 개인적으로는 2집에서도 이런 식의 퍼커션을 활용했어도 재밌었을 것 같은데 그러지 않은 것이 조금은 아쉽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변주가 적고 차분한 음악이라는 점에서 앰비언트의 특징도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앰비언트 소리를 들을 정도로 얌전한 곡 구성 치고는 앨범 제목에 걸맞게 꽤나 로맨틱한 분위기의 음악입니다. 스페이스 락과도 같은 공간감이 자아내는 착 가라앉은 분위기가 아주 일품이죠. 마침 'Satellite Song'이라는 우주 테마의 제목을 가진 곡도 있어서 아예 본 작의 장르를 스페이스 락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기타 톤을 포함한 몇 가지 면에서 모과이의 1집과도 비슷한 느낌을 갖고 있는데요(이건 2집에도 마찬가지로 해당되는 얘기입니다), 막상 속옷밴드 본인들은 그런 모과이 류의 포스트락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시는 게 신기합니다. 하여튼 여러모로 굉장히 독특하고 놀라운 음악이에요.
여담이지만 벅스에서 이 앨범에 달린 댓글들이 재밌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 가요계는 얼굴팔이나 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네요 하하
3. Xiu Xiu - Knife Play (2002)
미국의 인디 밴드 Xiu Xiu의 1집입니다. RYM에 따르면 신스 펑크 장르라는데, 신스 펑크는 뭔지 모르겠고 장르명으로는 노이즈 팝이 적당해 보입니다.
국내 인디 음악가 조월 님의 솔로작들과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정신없는 소음들과 몇 가지 멜로디를 중심으로 팝 구성의 곡이 전개된다는 것이 공통점인데, 차이점은 이 Xiu Xiu 쪽이 훨씬 어둡고 무서운 분위기라는 것입니다. 또 조월 님의 음악에 비해서는 이쪽이 멜로디가 조금 더 모호한 느낌도 있네요. '흑화한 조월'이라고 하면 될까요? 어쨌든 조월 님의 음악을 너무 좋아하는 저로서는 마음에 안 들 수가 없는 음악입니다.
4. Frank Zappa - Hot Rats (1969)
자파의 대표작 중 하나이자 재즈 락 최고의 명반 중 하나로 꼽히는 앨범입니다. 또 제가 요새 가장 빠져있는 앨범이기도 해요.
저는 자파의 최대 장점은 기발함과 유머감각, 그리고 이 둘의 상보적 성격이라 생각하는데, 본 작에도 그러한 장점이 온전히 담겨 있습니다. 첫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빠짐없이, 듣다 보면 처음에는 기발한 멜로디들과 아이디어들이 적재적소에 귀에 쏙쏙 들어오고, 그 덕분에 음악에 깊게 몰입하게 되면 이후에 유머러스한 부분들까지 놓치지 않고 온전히 잡아낼 수 있게 됩니다. 이 모든 걸 가능하게 만드는 음악가는 정말 자파 말고는 없을 겁니다.
어쨌든 본 작도 자파의 이러한 장점이 정말 잘 드러난 앨범입니다. 다만 두 번째 트랙 말고는 보컬이 없어서 다른 음반들에서처럼 자파의 우스꽝스러운 가사를 즐길 수 없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래서 보컬이 있는 자파의 음악을 듣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본 작보다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자파 음반인 “Apostrophe (’)”를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5. Steely Dan - Aja (1977)
너무 부드럽고 아름다운 팝적인 앨범입니다. 이 부드러움은 상당 부분이 스튜디오 레코딩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본 작의 레코딩 방식에서 기인한 것이고, 또한 이러한 레코딩은 본 작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들 합니다.
6. 모임 별 - 2 (2001)
7. 모임 별 - 지혜롭고아름다운사람을포기하는법 (2006)
모임 별은 아편굴만 주구장창 듣다가 도저히 못 참겠어서 만선에서 이 두 앨범을 질렀습니다. “2”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모임 별 곡 두 개, '2'와 '진정한후렌치후라이의시대는갔는가'가 있는 앨범이고요, “지혜롭고..”는 제가 알기론 아마 모임 별 앨범 중에서 가장 사랑받는 앨범일 겁니다. 제가 봐도 이게 모임 별의 월간뱀파이어 앨범들 중에서는 가장 정규 앨범의 형식에 잘 맞는 앨범인 것 같고요. 어쨌든 둘 다 정말 좋습니다.
음악에 대해 설명을 드리자면, "2"는 앰비언트 팝, "지혜롭고.."는 포크 및 인디트로니카 장르인 것 같아요.
8. 불싸조 - *뱅쿠오: 오늘밤 비가 내릴 모양이구나. / *첫번째 암살자: 운명을 받아들여라. (2011)
블랙 미디의 헬파이어와 함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앨범 1, 2위를 다투는 음반입니다.(사실 블랙 미디와 불싸조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 1, 2위를 다투고 있기도 합니다...)
여태 만선에서 구매한 디지털 음원으로만 듣고 있다가 요번에 새로 CD를 구입해서 들었습니다. 모르고 샀는데 CD 한정 히든 트랙이 하나 있는 게 너무 반갑더라고요. 히든 트랙은 한대수 트리뷰트 앨범에도 수록된 '물좀주소' 라는 곡이라고 합니다. 노래가 너무 좋아서 벌써 이 곡만 몇번이나 들어본 감상으로는 2집 스타일로 녹음한 4집 트랙같다는 느낌인데, 특히 4집의 8번 트랙 '18 1/2 (for Skateboarding)'을 연상시키는 부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건 제가 워낙 좋아하는 음반이라 음악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도 말할 기회가 정말 많을 것 같아서, 나머지 곡들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도록 하겠습니다.
9. 불싸조 - 너희가 재앙을 만날 때에 내가 웃을 것이며 너희에게 두려움이 임할 때에 내가 비웃으리라 (잠언 1:26) (2006)
불싸조의 2집. 아주 독특한 슈게이즈/개러지 팝 음반입니다. 재밌고 서정적이고 힘차게 아름다운 음악이에요. 불싸조의 작업물 중에서 가장 상징적인, 또 그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좋은 음반입니다.
10. 불싸조 - Furious Five (2005)
불싸조 대망의 데뷔 앨범. 역시 아주 좋습니다. 하지만 비싼 중고가의 CD를 살 여력이 안 된다면 불법으로 다운받아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에 우연히 연락이 닿게 된 드러머 정주현 님(1집 이후로 밴드를 떠나심)께 1집은 왜 만선에 없는지를 여쭈어 보았는데, 1집은 일종의 데모곡 모음, 그러니까 연습용으로 만든 앨범의 성격이 강해서 별로 공개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음악적으로는 2집과 굉장히 유사합니다. 이에 한상철 님은 만선 인터뷰에서 1집과 2집은 동일한 시기에 아이디어들이 나왔고, 그저 먼저 실체화된 것들을 먼저 발매했을 뿐이라고 하셨습니다. 같은 인터뷰에서 한상철 님도 정주현 님 말대로 1집은 엄밀히 말해 데모, EP라고 언급하셨네요.
11. 불싸조 - 한(국힙)합 (2015)
불싸조의 4집입니다. 제목 그대로 한국의 힙합, 그 중에서도 90년대~2000년대 초의 초창기 한국 힙합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죠. 물론 장르가 포스트 락인 만큼 가사가 없어서(물론 샘플된 목소리들이 나름대로 나레이션의 역할을 맡고 있긴 하지만) 구체적인 이야기는 본인이 들으면서 직접 상상해야 해요. 이를 위해 7번 트랙 'Why Hip Hop Still Sucks in ’16'의 뮤직비디오는 이런저런 이미지들을 상상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들을 때마다 묘하게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앨범입니다. 또 그만큼 불싸조 음반 중에서는 가장 서정적인 음반이 아닐까 싶어요. 무려 그 2집보다도요.
12. Sweet Trip - You Will Never Know Why (2009)
솔직히 1집이 훨씬 낫습니다.
13. Jockstrap - I Love You Jennifer B (2022)
블컨뉴로의 바이올리니스트로 유명한 조지아 엘러리와 전자음악가 테일러 스카이의 팝 듀오 작스트랩의 데뷔작입니다. 아주 댄서블한 일렉트로 팝 앨범인데요, 와이즈 블러드와 다프트 펑크가 만나면 이런 느낌일까 싶은 음악을 담고 있습니다.
저는 “에브리띵 이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현 세대를 대변하는 영화인 것처럼, 본 작도 현 세대를 훌륭히 대변하는 음반이라 생각합니다. 이상한 밴드명(구글에 jockstrap을 한 번 검색해 보십쇼...)과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는 앨범 제목, 대충 만든 듯 깔끔한 앨범 커버, 가사의 무덤덤한 섹슈얼함, 심지어는 lgbt를 암시하는 듯한 몇몇 구절들, 기승전결 없이 뱅어들로 꽉꽉 채워담기만 한 앨범 구성까지! 2020년대의 10대/20대의 정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죠. 제가 이 앨범을 정말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14. black midi - Cavalcade (2021)
아주 에픽한 프로그레시브 락 앨범입니다. Rym에서는 Avant-prog라는 재미있는 장르명이 붙어있네요. 블랙 미디라는 엄청난 밴드의 등장을 알린 역대급 데뷔앨범 Schlagenheim과 블랙미디의 가장 야심차고 장대한 음반인 3집 Hellfire 사이에 껴서 조금 주목도를 덜 받은 감이 있는 앨범인데요, 사실 이런 식으로 이 앨범을 소개하는 것조차 부끄러울 정도로 본 작 또한 정말 굉장한 앨범입니다. 뭐 블랙 미디
15. Big Thief - Dragon New Warm Mountain I Believe in You (2023)
소프트한 포크 음악. 서정적이면서도 장난스러움을 잃지 않았습니다.
16. Viagra Boys - Welfare Jazz
앨범 커버만 봐도 알 수 있는데, 아마 비아그라 보이즈 앨범들 중에서 가장 대충 만든 앨범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도 첫 트랙 'Ain’t Nice'는 정말 멋진 곡입니다.
17. Judee Sill - Heart Food (1973)
주디 씰의 2집이자 유작이 되어버린 앨범. 블컨뉴로의 'What's in Your Bag' 유튜브 영상을 보고 알게 된 음반입니다. 멤버들 전부가 좋아하는 앨범이라 하길래 CD도 고민없이 구매했습니다.
짧고 담백한 챔버 포크 음악입니다.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싶을 때마다 꺼내 듣고 있어요. 여기 컨트리나 포크 음악 좋아하시는 분 많은 것 같은데, 그런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200% 만족하실 수 있을 거예요.
이 외에도 저 영상에서 얻어간 좋은 앨범들이 많습니다. 한 번쯤 보시는 걸 추천드릴게요.
18. 이민휘 - 빌린 입 (2023)
무키무키만만수의 기타리스트, 챔버 포크 음악가 이민휘 님의 솔로 데뷔작입니다. 올해 나온 2집도 정말 좋다는 평이 많은데 아직 제대로 못 들어봤네요.
정교한 악기 구성과 아름다운 보컬의 조화가 훌륭한 앨범입니다. 이렇게 힘 없는 보컬이 이렇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을 줄은 몰랐네요.
19. Sun Kil Moon - Ghosts of the Great Highway (2003)
대표적인 슬로코어 밴드 Red House Painters의 리더 마크 코젤렉의 첫 솔로작입니다. Sun Kil Moon 이라는 명의는 한국인 복싱 선수 문성길의 영문명을 그대로 가져온 것입니다. 한국어로는 그냥 평범한 이름인데, 영어로는 '해가 달을 죽이다'. 왠지 절묘한 이름이 되어버렸네요. 이름의 기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코젤렉은 한국과 복싱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때문에 본 작의 8번 트랙, 14분짜리 대곡의 제목도 그 유명한 복싱 선수 김득구의 이름이죠. 링 위에서 외롭게 생을 마감한 그를 생각하며 곡을 썼다고 합니다. 또한 9번 트랙의 제목도 “Si, Paloma”, 그러니까 “씨팔로마” 인데... 이것도 의도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하여튼 한국의 이런저런 이야기들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코젤렉은 이 첫 앨범 이후부터는 자전적인 이야기들만을 곡의 주제로 쓰기 시작하면서 아쉽게도 한국에 대한 곡들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지만, 그래도 내한 공연도 오고 여러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드러내면서 우리로서는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음악가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본 작으로 말하자면 RHP 시절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절로 차분한 우수에 잠기게 되는 음악입니다.
20. Cocteau Twins - Heaven or Las Vegas (1990)
정말 잘 만든 드림팝 앨범. 한때 필러 트랙이라고 생각했던 곡들마저도 들으면 들을수록 너무 좋아지는 마법.
21. Boris - Dronevil (2006)
정말 잘 만든 케이팝 앨범.
22. Boris - Pink (2005)
파워풀함의 극치. 정말로, 모든 강렬한 소리들을 극한까지 터트려냅니다. 불싸조 3집, 블랙미디 1집, 셸락 1집과 함께 최고의 노이즈 락 음반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23. Boris - Akuma No Uta (2003)
또 보리스의 노이즈 락 음반입니다. 일본어로 악마의 노래라는 뜻의 굉장히 적절한 제목을 갖고 있네요.
앨범 커버는 닉 드레이크의 Bryter Layter의 패러디인데, 이건 음악 자체는 완전히 정반대의 음악이면서 앨범 커버만 비슷한 게 좀 웃기는 포인트입니다.
음악적으로는 Pink같은 곡도 있고 Feedbacker같은 곡도 있는데, 이게 조화롭게 잘 섞여 있는 게 아주 맘에 들어요.
24.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 - s/t (2006)
속옷밴드의 2집입니다. 느리고 멜로디컬한 포스트 락/슈게이즈 장르의 음악이에요. 안녕, 멕시코행 고속열차, 블루문 등 속옷밴드를 대표하는 명곡들이 있는 앨범이라 사랑을 많이 받고 있죠. 저도 물론 정말 좋아하고요.
자세한 감상평은 만선에 올라와 있는 속옷밴드 멤버들의 후일담으로 대체하겠습니다. 이거 정말 재밌어요. (https://www.maansun.com/news/13)
25. Phoebe Bridgers - Punisher
우울하고 소망적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혹은 이미 떠나가버린 행복을 노래하기에 슬프다.
26. Sun Kil Moon - Benji
시에 지쳐버린 음유시인. 그의 음울한 일상은 그렇게 음악이 된다.
27. Talk Talk - Spirit of Eden (1988)
한동안 포스트락을 탐구하면서 이 장르의 여러 앨범들을 찾아들은 시기가 있었는데요, GYBE의 여러 앨범들, 스완스의 대표작들, Tortoise의 대표작들 등등... 날고 긴다는 많은 포스트락 음반들을 들어봤지만 그중 가장 좋았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앨범이었습니다. 장르명에서 풍기는 인상 그대로 포스트락 음반들은 뭔가 굉장히 야심차다는 느낌을 줄 때가 많고, 이 앨범 역시 그 예외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안하고 여유로운 느림의 미학을 잘 보존하고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28. black midi - Hellfire (2022)
"Idiots are infinite, thinking men are numbered"
블랙 미디가 생각하는, 이 세상이 지옥이 된 이유이다. 무한한 멍청이들, 평범하고 순진한 우리들은 선택받은 소수의 거대 권력과 감시 자본주의 하에서 조종당하고, 우리의 노력, 우리의 소망과는 별개로 거대한 지옥의 부속품으로 전락해버린다.
29. Godspeed You! Black Emperor - Yanqui U.X.O. (2002)
전쟁과 자본주의에 관한 음반. GYBE의 음반 중에서 가장 화가 많이 나 있는 음반. 스티브 알비니와 GYBE의 정말 숙명적인 조합.
30. Joanna Newsom - The Milk-Eyed Mender (2004)
정말 말도 안 되게 귀여운 앨범. 특히 'Inflammatory Writ'의 보컬 퍼포먼스는 놀이터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잔뜩 흥분한 초등학생 여자아이를 연상시킨다. 그럼에도 본 작의 베스트 트랙은 앨범 내에서 가장 성숙한(우울한) 분위기의 'This Side of the Blue'라는 것이 또 재밌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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