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처음으로 앨범 단위로 듣게 된 앨범
Kanye West -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작년 고1 때 저는 그냥 멜론쓰면서 유명한 해외 곡을 플리에 넣고 다니던 음악에 대한 깊은 관심은 없던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어느 날부터 제 유튜브 알고리즘에 룩삼이라는 유튜버가 뜨더라고요. 우연히 이 분 월드컵 영상을 봤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음반감상회라는 컨텐츠를 보고 앨범을 통으로 듣는 방법을 알았어요. 딱히 관심이 없어서 보진 않았는데
어느 날 명반이란게 뭘까? 나같은 음알못이 명반을 들으면 느낄 수 있을까? 하고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당시 제 플리에 칸예 노래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칸예가 음악 잘한다고 생각했고 칸예가 역대급 명반이 있어서
집에 가서 유튜브로 MBDTF를 검색해서 들었습니다.
멜론을 성인인증 없이 써서 이 앨범의 노래를 하나도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떠한 정보도 없이 이 앨범을 들었때 그 느낌은 아직도 생생할 정도로 잊어지지 않는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Dark Fantsy에서 어떤 여자의 나레이션이 나오다가 본래 성스러워야할 성가대의 목소리는 뒤틀린 채로 합창이 나오다가
비트가 바뀌며 띠디딩 할 때 저는 그 자리에서 몸이 굳었습니다. 음악을 들으며 그렇게 심장이 뛰고 온 몸에 소름이 든 적이 없었거든요.
그 뒤로 Power-All of the lights-Monster 뱅어 매들리가 이어지고
Devil in a new dress에서는 뒤틀린 고풍스러움을 느꼈고,
Runaway에서는 9분이 길다는 느낌이 전혀 없게 만드는 완벽한 전개와 그 아름다움에 빠져들었습니다.
그 이후 Lost in the world-Who will survive in america로 마무리하며 앨범의 감상을 마쳤습니다.
앨범 단위 첫 경험인데도 1시간 넘는 시간이 길다고 느껴지지 않았고,
이 앨범은 처음으로 들었기에 앨범을 스스로 찾아듣고 CD까지 모을 정도로 열정을 가질 수 있었던 같습니다.
MBDTF는 저에게 있어서는 콜롬버스의 신대륙 발견같은 앨범입니다. 제 인생을 바꾼 감사한 앨범이죠.
2. 취향의 전환점이 된 앨범
oasis -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
음악이라는 취미에 제대로 빠진게 작년 10,11월 때 즈음이었어요.
이때 칸예 5집 듣고 외힙뽕이 제대로 들어 올해 8월까지 거의 힙합 앨범만 계속 들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팝, 락, 힙합 등 다양한 해외 음악을 듣다가 우연히 칸예를 만나 외힙에 빠진 케이스라 점점 힙합말고
다른 장르에 대한 갈증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9월부터는 팝과 락을 조금씩 듣기 시작했습니다.
Don't look back in anger는 알고 있었고 그래서 오아시스를 들었죠.
처음엔 사실 이 앨범을 잘 못 느꼈어요. 그냥 좋다 하고 말았죠.
그러다 며칠이 지나고, 제가 앨범을 듣고 제일 좋은 곡을 모아서
플리에 저장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데 오아시스 앨범이 하나도 기억이 안나서
그때 제가 저장했던 곡을 틀었어요. 그 곡이 Champagne Supernova 였어요.
마침 노을이 지던 때 였는데, 이 곡 분위기와 찰떡이더라고요. 그 이후 다시 이 앨범을 들었습니다.
오아시스가 가지고 있는 그 특유의 감성은 그때의 노을, 선선해지던 공기, 온도와 하모니를 이루어
감동을 선사했고 제가 더 다양한 음악 장르로 마음을 열 수 있게 했어요.
이 이후로 힙합8 : 타장르2 에서 힙합5.5 : 타장르4.5로 듣게 되었고 음종게도 자주 드나드면서 좀 음악에 열린 태도를 가지게 되었어요.
오아시스는 힙합과는 달리 아저씨들이 주는 그 따뜻함이 있어요.
물론 노엘이나 리암에 대해서 찾아본 것도 디스코그래피를 다 훝어본 것도 아니지만
이들의 음악은 인간적인 음악인 것 같아요. 음악에서 체온과 사람 냄새나는 듯한? 느낌
또 노엘이 고통스러운 기억은 잊어버리려하고 행복한 것만 생각하고 싶다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오아시스의 노래는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 같아요.
3. 힘든 시기에 나를 지탱해준 앨범
유재하 - 사랑하기 때문에
제 인생에 사실 힘든 시기라고는 크게 없습니다.
내년에 고작 고3되는 고2 나부랭이가 무슨 큰 고난과 역경을 겪었겠습니까.
그래도 고등학교 들어오고 힘들었던 건 수행평가였어요.
사실 수행평가 자체는 크게 힘들진 않았어요. 문제는 조별과제였죠.
이 빌어먹을 조원놈들 덕분에 고1 때 고작 2주라는 시간동안
과목 3개, 총 11명이서 해야할 조별 발표과제를 저 혼자서 다 했거든요.
주제 정하고 ppt 만들고 대본 짜고 발표 준비하면서
잠을 제대로 잔 적이 하루도 없었어요.
이때마다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를 들었습니다.
유재하의 목소리는 다정했어요.
지친 저에게 위로를 주었죠. 44분 동안 이어지는 유재하의 목소리, 그와 친구들의 연주들은 위로를 건네줘요.
해외 가수와 달리 한국 가수가 주는 느낌은 뭔가 다른 것 같아요.
한국인끼리만 통하는 무언가가 있어요. 정이라고 해야하나?
특히 유재하가 주는 느낌은 독보적이죠.
그 시대 다른 가수들은 어르신들이 하시는 말씀같다면
유재하의 목소리는 아는 형이 들려주는 이야기같아서 더 와닿고 힘낼 수 있던 것 같아요.
4.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준 앨범 or 본인의 사랑과 관련된 앨범
Prince - Purple Rain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준 앨범을 뭐로 할까 고민하다가 최근에 자주 들었던 프린스의 퍼플 레인으로 선정했습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석식을 먹기 전 8교시 때 50분이라는 시간이 있는데 그 시간동안 퍼플 레인을 꽤 자주 들었습니다.
첫 트랙인 Let's go crazy로 신나게 시작해 약 35분간 수학이나 물리 문제를 풀며 달리다보면 어느새 Purple rain에 도착해있습니다.
이 앨범은 처음부터 느낌이 와닿았던 것 아니었습니다. 유튜브에 슈퍼볼 공연 순위에 프린스 무대 높게 선정되어있고,
마이클잭슨의 라이벌이라는 점에 흥미가 생겼어요. 어차피 길이도 적당하고 가볍게 듣기 좋다보니 자주 들었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 저도 어느샌가 프린스의 보랏비에 젖어있더라고요.
8교시가 끝나가는 무렵에 해가 져가고있는데 창문을 보며 마지막 트랙 Purple rain을 들으면 하루가 보람차지면서
그날 있던 일들로 쌓인 가슴 속 체증같은게 풀리면서 뭔가 울컥해지는게 있습니다.
이 앨범을 들은 날엔 야자 때 공부가 더 잘되는 것 같아요.
5. 가장 사랑하는 앨범
Kanye West - The College Dropout
딱히 의도한 건 아니지만 칸예로 수미상관 구성이 되었네요
제 최애 앨범은 칸예의 1집입니다. 올드칸예 중에서 2집 > 1집이라는 의견들이 정배던데.
저에게 있어서는 1집이 더 좋습니다. 1집만이 가지고 있는 감성이 있거든요. 물론 2집은 사운드적으로 완벽하고 스킷까지 맛있는 칸예 최고 앨범들 중 하나지만, 뭔가 1집만큼의 감성이 없어서 크게 정이 가진 않더라고요.
처음부터 1집이 좋았던 건 아니었어요. 비교적 다른 칸예 앨범들 중에서 늦게 느낀 앨범이었죠. 유튜브에서 칸예랑 트위스타, 제이미 폭스가 같이 slow jamz 라이브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영상의 감성이랑 slow jamz의 감성이 찰떡이여서 그때부터 1집의 감성이 제대로 느껴지더라고요. 넷플 다큐 지니어스까지 보고나니까 1집을 들을 때마다 다큐 속 무너지지 않고 결국 자신을 증명해낸 칸예의 모습이 떠올라서 눈물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 뭔가를 리뷰해보는 게 처음이고 이게 인생리뷰 이벤트라서 제 인생에 초점을 맞춰야하나 앨범에 초점을 맞춰야하나 고민했는데 어차피 시험보는 것도 아니고해서 제 마음가는대로 끄적여 봤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가능하시다면 앨범 하나씩 추천해주시고 가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ㅎㅎㅎ
요즘은 고등학교도 조별과제가 꽤나 빡빡하군요
이 글보니 프린스와 마잭을 좀더 들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얼마 안들어서
진짜 애들이 하고자하는 의지가 1도 없어요. 조사해달라하면 구글에 치고 제일 위에 나오는 거 그냥 긁어오고.. 심지어 과제 중 하나는 제가 조장이 된 이유가 수업 듣는 애들이 없어서..ㅋㅋ
칸예 수미상관에 눈물을 줄줄 흘림
캬 필력이 좋으시네요
재밌게 잘읽었습니다
조별과제 파트에서 눈물이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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