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처음으로 앨범 단위로 듣게 된 앨범
Lin-Manuel Miranda - Hamilton (Original Broadway Cast Recording)
저는 어릴때 아버지가 하시는 일 때문에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5학년이 된 제가 평소처럼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있던 어느날, 저희 선생님이 어떤 영상을 하나 보여주셨습니다. 바로 뮤지컬 <Hamilton>의 곡 <My Shot>의 공연 영상이였죠. 그때 저는 뮤지컬은 '나이든 사람들이나 좋아하는 공연' 이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좀 더 재밌는 영화같은 걸 틀어주시지, 뮤지컬은 왠말이야? 라는 생각도 했구요. 하지만 <My Shot>이라는 곡은 제가 들어봤던 뮤지컬 곡들과는 달랐습니다.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를 와다다 내뱉는 엄청난 에너지의 곡이였죠. 이것이 '랩'이였다는 사실은 몇년 뒤에나 깨달았지만, <My shot>의 무대는 저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한 힘이 있었습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온 저는, 유튜브를 키고 바로 <Hamilton> 앨범을 순서대로 쭉 들었습니다.
이 앨범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Founding Fathers) 중 한명인 Alexander Hamilton의 삶에 관한 내용입니다. 그게 전부죠. 한사람의 인생이 46개의 트랙으로 나누어진겁니다. 첫 곡 <Alexander Hamilton>에서는 그의 불우한 어린시절과, 총명한 두뇌를 타고난 그가 뉴욕에 어떻게 도착하는지를, 랩의 형식으로 이야기합니다. 45번째 트랙에서는 가장 가까웠던 친우의 손에 죽임을 당하는 그의 마지막을 이야기하죠. 처음부터 끝까지 이 앨범을 돌려본 저는, 앨범 내에서 이러한 이야기의 전개가 벌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아마 이때의 깨달음이 앨범을 통채로 듣는 제 습관의 기반이 된 것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2. 취향의 전환점이 된 앨범
Kanye West - Graduation
사실 칸예의 작품중 가장 좋아하는 앨범은 <Graduation>이 아닙니다. 오히려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를 더 많이 듣죠. 하지만 이 앨범은 제가 <MBDTF>는 물론이고, 수많은 외국 힙합을 듣게 된 계기이기 때문에 두번째 인생앨범으로 골랐습니다.
고1 시절 저는 힙합이라고 하면 국내 힙합밖에 모르던 사람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유튜브 알고리즘에 뜬 <Stronger> 뮤비를 본뒤, 국내 힙합에서 들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비트에 매료되었습니다. 바로 앨범을 찾아서 듣기 시작한 저는, <Good Morning> 부터 시작하는, 팝인지 힙합인지 모르겠는 이 앨범에 점점 빠져들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저는 칸예의 다른 작품들을 들어보기 시작했고, 더 나아가 Jay-Z까지 접하게 되었죠. 그 후로는 외힙 자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음악 장르 자체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힙합엘이를 시작한 것도 이 앨범의 덕이지 않을까요?
3. 힘든 시기에 나를 지탱해준 앨범
양홍원 - 오보에
미국에서의 생활이 끝나고 한국에서 정착할 줄 알았던 저는, 중 2때 아버지로부터 또다시 해외로 떠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중2한테 친구보다 중요한게 있을까요? 저는 하루아침에 가장 친했던 친구들과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제 마음의 고향같던 한국과도 이별하게 되었죠. 그렇게 도착한 새로운 곳에서, 저는 친구를 사귀는데 무척 어려움을 격었습니다. 문화와 언어가 다른것과, 인종차별도 한몫했지만, 역시나 제일 큰 것은 소극적으로 변해버린 제 성격이었죠. 이러한 모든것들이 저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와 우울감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다 <오보에>를 발견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울한 에너지로 가득찬 이 앨범은, 역설적이게도 힘들었던 저를 지탱해 주었습니다. '이런 시기도 있는거겠지 뭐' 라는 마인드를 저한테 심어주었죠.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모호한 가사도, 오히려 제 상황에 맞추어 해석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지금은 졸업을 앞두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앨범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 덕분에, 누구보다도 잘 적응한 것 같네요.
4.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준 앨범 or 본인의 사랑과 관련된 앨범
김광석 - 김광석 네번째
제가 생각하는 남성 보컬 탑3를 꼽아보라고 한다면 저는 고민없이 김광석을 고르겠습니다. 이 분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입을 벌린 채감탄을 하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경쾌한 노래를 부를 때에도 어딘가 깊은곳에서 묻어나오는 슬픔은, 김광석의 노래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앨범은 항상 야외에서 듣습니다. 오후 6시쯤, 해가 지기 시작할때, 바람이 가볍게 부는 벤치에 앉아서 이 앨범을 항상 듣습니다. 그러면 느리지만 확실하게 행복해집니다. 참고로 제일 좋아하는 곡은 <일어나>입니다. 모닝 알람으로 맞출지 심각하게 고민해보고 있습니다.
5. 가장 사랑하는 앨범
이센스 - The Anecdote
제가 음악을 사랑하게 된 이유이자, 음악 하면 떠오르는 첫번째 앨범입니다. 한달동안 매일매일 이 앨범을 한번씩 돌린 적도 있었습니다. 아직도 2주에 한번씩은 듣는 것 같네요.
진짜 말하는 듯한 자연스러운 가사들, 투박한 비트 위에 떨어지는 이센스의 랩, 가사 내용...모든게 완벽한 앨범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앨범을 접하고 음악을 진지하게 찾아듣게 되고, 가사가 좋은 앨범은 무조건 좋다! 라는 저만의 철학도 생기게 된 계기입니다.
언제부터 제목이 템플릿화 된거지
ㅋㅌㅋㅋㅌㅌ
시리즈물로 연재중입니다
캬 정성글 잘읽었습니다
앨범 다양해서 좋네요
감사합니다!
음악은 최고야
제대로된 인생리뷰네요
어쩌다 보니 제 인생을 리뷰한 것 같은 느낌도 드네요
그래서 더 인상깊었어요. 화제의 글이 되기엔 탑스터에 칸예가 좀 부족하지만, 그래도 가장 인상깊은 리뷰였습니다.
인상깊었다니 뿌듯하네요. 다음에는 화제성을 챙기기 위해 가장 사랑하는 앨범에 벌쳐스 2를 넣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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