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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잘알 되기 10계명 - 신약

이오더매드문12시간 전조회 수 1212추천수 17댓글 41

일주일 전에 어떤 분이

"음잘알 되기 10계명"이란 글을 여기 음종게에 올리셨습니다.

굳이 언급하기엔 좀 그러니

직접 검색해보세요.

 

저는 거기에서 이어지는 신약버전을 적어보겠습니다.

 

1. 창작자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노력해라.

- 대중적이고 쉬운 팝 음악이라면 그게 훨씬 쉽겠지만, 익스페리멘탈 계열이라면 어렵다. 연구하고 조사하고 계속 들으면서 그 의도를 알아내려고 노력해라.

 

심지어 브리트니 스피어스 같은 쉬운 팝 음악이라도, 매우 잘 만든 팝 음악이라면, 쉬운 음악조차 여러번 다시 들으면서 다른 면이 보인다. 창작자가 어떤 면에서 그런 편곡을 택하고 그런 사운드를 차용했는지 보일 것이다. 바로 그게 훌륭한 명곡 명반이 되는 법이다.

 

2. 음원/음반에 참여한 작곡가, 프로듀서, 엔지니어, 세션, 레이블 등등 최대한 다 알아봐라.

- 이것 역시 창작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다.

 

릭 루빈이 프로듀싱한 음반은 힙합, 알앤비, 락, 메탈, 팝, 소울 불문하고 릭 루빈 만의 스타일이 남아있다. 스티브 알비니, 맥스 마틴, 잭 안토노프, 제이딜라 등등 어느 프로듀서라도 다 마찬가지다.

 

앨범의 어떤 수록곡에 어떤 유명작곡가가 있는지 확인해보고, 그 작곡가가 어떻게 자신만의 인장을 그 곡에 남겼을지 한번 조사해보고 추리해봐라. 이것도 많은 공부가 된다.

 

엔지니어링이나 믹싱이라도 마찬가지다. 나이젤 고드리치나 스티브 알비니 같은 사람이 사운드를 만지는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지는 우리 모두 잘 안다.

 

세션이라도 마찬가지다. 의외로 유명밴드 기타리스트가 댄스팝가수의 히트곡 연주에 참여했을지도 모른다. 의외로 메탈 기타리스트가 백인힙합그룹의 데뷔 앨범에 참여했을지도 모른다. 다프트 펑크 4집 <Random Access Memories>에 얼마나 쟁쟁한 세션이 참여했는지 하나하나 알아보는 것도 상당히 음악공부에 도움이 된다.

 

레이블이라도 마찬가지다. ECM 같은 재즈 레이블은 자신들만의 앨범 커버를 고르는 감각이나 자신들만이 좋아하는 질감의 재즈가 있고, 임펄스 레코드 같은 곳 역시 프리재즈 스피리추얼 재즈 영입에 힘썼다.

브릿팝 시절엔 앨런 맥기 같은 레코드 사장이 수많은 영국 인디 명반 양산에 힘을 썼다. 그 시절에도 신스팝 전문 레이블은 영국에 많았다.

 

이런 작은작은 것들을 다시 찾아보면 창작자의 의도나 그 시절의 트렌드 등등 다양한 것들이 다시 보인다.

 

3. 다양한 장르를 들으려고 노력해라. 다양한 정체성의 음악을 들으려고 노력해라. 다양한 정체성의 음악커뮤니티를 찾아봐라.

- 음악 뿐만이 아니라 어느 부류의 예술가라도 하나 이상을 아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봉준호가 사회학을 전공하지 않았다면 지금 같은 사회비판 명작들을 쏟아낼 수 있었을까?

킬러 마이크 아니면 RATM 같은 정치적인 음악가들이 정치나 사회문제에 대해 공부하지 않았다면 지금 같은 이미지가 되었을까?

칸예 웨스트가 소울 알앤비 일렉트로닉 심지어 프로그레시브 락까지 다양한 음악을 몰랐다면, 그런 명반들을 쏟아낼 수 있었을까?

ATCQ가 재즈를 몰랐다면, 그런 재즈힙합 명반들을 쏟아낼 수 있었을까?

제이펙마피아가 스로빙 그리슬 같은 인더스트리얼을 몰랐다면, 그런 익페 힙합 명반들을 쏟아낼 수 있었을까?

데이비드 보위가 켄드릭 라마를 듣지 않았다면, <Blackstar> 같은 명반을 만들 수 있었을까?

초창기 힙합거장 아프리카 밤바타가 훵크, 디스코, 재즈를 몰랐다면, 힙합의 초시를 닦을 수 있었을까?

마일즈 데이비스 허비 행콕 같은 재즈의 거장이 다른 장르를 시도하지 않았다면, 지금 같은 위치에 오를 수 있었을까?

토킹헤즈가 다양한 세계전역의 음악장르를 흡수하지 않았다면, 지금 같은 위치에 오를 수 있었을까?

 

한 가지 장르에만 파고 드는 것도 분명 뚝심 있고 지조 있기는 하다. 그것도 좋긴 좋다. 허나 일반화를 하고 싶진 않지만, 한 가지만 파서 들으면 시야가 좁아질 가능성이 너무 크다. 시야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음악커뮤니티라도 마찬가지다.

절대로 한두개 음악커뮤니티에 그치지 말아라. 물론 아직 입문 혹은 중수 단계에서는 RYM 피치포크 AOTY 포락갤 엘이 나무위키 정도에서 머무는 상태다.

거기서 만족한다면 거기에서 그치면 되지만, 만약 더 스펙트럼을 넓히려면 그 이상으로 가야 한다.

 

건강한 음악커뮤니티엔, 아주 다양한 취향과 정체성을 갖고 있는 리스너들이 상주해있는 법이다. 오프라인만으로 디깅하는 사람도 있고, 본토힙합 리스너들이 가는 힙합사이트에서 디깅하는 사람도 있고, 온갖 익페힙합을 전문적으로 디깅하는 사람도 있고, 프로듀서에 정통한 사람도 있다.

 

비교적 늦게 유행을 접하는 아주 평균적인 리스너들이 있지만,

이렇게 이노베이터 얼리 어답터처럼 남들보다 일찍 유행을 발굴하거나 일찍 유행을 눈치채는 사람들의 정보를 미리 접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만약 그런 전문가들이 거의 사라졌고, 메인스트림에서 그치고 있는 사람들만이 음악커뮤니티에 남아있는 상태라면,

그 커뮤니티는 수명이 점점 다 해가고 있다는 뜻이다.

영양가 없는 글만이 오가게 될 것이다.

 

대중성 있는 메인스트림을 욕하려는 것이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아니다. 나도 대중적인 음악 당연히 좋아한다.

하지만

원래 어떤 커뮤니티라도 다양한 부류가 공존해야 꾸준히 생산성 있는 떡밥이 돌아가는 법이다.

서로가 모르는 정보를 서로 교환해주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그게 없으면 그냥 똑같은 음악가 얘기만 나오고

생산성 없는 수다장소 친목장소로 그쳐버린다.

하다못해 더 나아가서 "지식"은 하나도 없고 "의견"만 많은 싸움장소로 변질되기도 싶다.

망해버린 음악커뮤니티는 거의 대부분 이런 길을 밟아갔다.

 

난 지금 엘이만 집어서 비판하려는 게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아니다.

이건 엘이든 다양한 디시갤이든 현재 모든 한국의 음악커뮤니티가 본질적으로 갖고 있는 고질적 문제점이다.

모든 음악커뮤니티가 한때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상주하고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조금씩 안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그게 요즘 음악계의 전반적인 흐름이다.

취향은 파편화되고, 결국 다시 그 파편화된 커뮤니티들은 자기만의 장소에서 고립되고 있다.

분명 그게 장점도 어느 정도 있긴 한데, 단점도 상당히 많다.

 

이런 소통단절과 고립화를 막으려면

결국 스스로 알아서 검색하고

결국 스스로 알아서 다른 장소가 또 어디있는지 찾아봐야 한다.

한 커뮤니티 안에서만 있으면 아무 소용 없다. 무작정 남에게만 의지하지 말아라.

 

4. 대조하는 습관을 가져라

- 가장 처음에는 어느 레이지 비트를 들어도 다 플레이보이 카티처럼 들린다. 어쩔 수 없다. 계속 듣다보면 각자 레이지 아티스트들만의 스타일 차이가 조금씩 들리는 법이다. (물론 양산형도 많기야 하겠지)

 

드럼앤베이스 정글 계열의 아티스트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다 똑같은 아멘브레이크로 들린다.

하지만 계속 듣다보면 각자 DNB 아티스트들도 자신만의 색채가 있음을 대조하면서 듣다보면 알게 된다.

 

가장 처음에는 블랙 메탈과 데스메탈의 차이점도 전혀 구분할 수 없다. 심지어 그라인드코어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주구장창 듣다보면 블랙 메탈과 데스메탈에도 질감에서 큰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같은 장르의 데스메탈 밴드끼리도 사운드적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된다.

예를 들어서 카니발 콥스는 좀 더 브루털하고 직설적으로 쭉쭉 뽑아내며 살인, 학살, 강간, 시체훼손, 범죄를 다루지만

나일 같은 밴드는 속도도 훨씬 더 빠른 동시에 판타지적인 소재를 다루며, 좀 더 프로그레시브하고 테크닉 연주에 더 중점을 둔다

막 이렇게 같은 데스메탈끼리도 차이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떤 음악이던지 이렇게 차이점을 찾아보면서 들으려고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취득할 수 있는 노하우다.

프리재즈 노이즈 같은 장르 빼고 이런건 다 가능하다.

 

5. 책이나 인터뷰나 다양한 다큐를 꾸준히 봐라

- 이것 역시 처음에 말한 창작자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노력하라는 맥락과 비슷하다. 넷플릭스에도 재밌는 음악다큐 많다.

게다가 IMDB나 영문 위키백과를 찾아보면 수많은 음악사를 다루는 다큐도 많이 찾을 수 있다. 역사상 최초의 음악스튜디오에 대한 다큐멘터리, 어떻게 전쟁이 클래식 음악을 바꿨는가 등등, 이런 다큐멘터리들도 훌륭하다. 의외로 유튜브에서 누가 풀영상을 올려두기도 한다.

그리고 유명한 영화감독들 중에도 음악덕후는 존나 많다. 마틴 스콜세지 조나단 드미 스파이크 리 같은 수많은 명감독들도 수많은 음악다큐를 만들었다. 영화감독들 중에 뮤직비디오감독 출신도 엄청나게 많다. 다 음악을 사랑하고, 그들도 음악을 홍보하는 영상을 많이 만들었다.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다큐 중에도 훌륭한 음악다큐 아주 많다. 음악전기영화도 많다. 그래미상이나 에미상에도 그런 거 많다.

책이라도 마찬가지다. 유명만화가나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작가도 음악가들을 헌정하는 글을 얼마나 썼는가?

남무성 같은 재즈평론가도 재즈입문이라 락입문을 위해 누구라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음악웹툰을 연재했다. 이거 정말로 명작만화다. 재즈나 락에 입문하려면 반드시 읽으셔야 한다.

이런 것들을 차근차근 보는 것은 음악공부에 어마어마한 도움이 된다.

넷플릭스 오겜 기다리시거나, 흑백요리사 몰아보시는 것도 분명 재밌긴 하다. 그래도 음악다큐도 좋은 거 엄청 많다.

 

6. 언어의 장벽을 반드시 반드시 깨뜨려라

- 이 10계명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다. 이거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의외로 깨닫지 못하는 부분인데 언어의 장벽 때문에 더 음악을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너무 확 줄어든다.

안 그래도 작년이었나 올해초였나 이 떡밥 때문에 외게에 싸움이 아주 크게 터진 적이 있는데 죄송하지만 한번 더 얘기하겠다.

 

근데 잠깐 여기서 얘기를 새겠다.

한국의 영어교육실태는 정말로 개판 그 자체다.

영어를 가르치러 학원까지 보내고 돈을 그렇게 쳐꼴아박는데도

유럽이나 중동 아프리카 쪽의 교육열이 낮은 웬만한 비영어권 국가보다 평균적인 영어실력은 몇배는 더 한참 떨어진다.

이건 정말로 병적이다.

이건 굳이 배우는 학생 탓이라기보다는 교육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가 98%라고 본다. 교육부와 정치인들이 개돼지라서 그렇다.

 

어쨌든 교육열은 이렇게 병적으로 높은데 정작 평균적인 영어실력은 대부분 너무 낮아서 안타깝다.

오히려 영어에 대한 공포감과 기피심만 늘게 만들고 있고

오히려 많은 한국인들이 외힙에 대한 기피심을 늘게 만들고 있다.

 

영어는 그렇게 열심히 배웠는데도 영어 문화에 대한 공포감만 늘어났다.

이걸 바꿔야 한다.

 

진짜로 진짜로 진짜로 이런 민감한 떡밥을 꺼내기 싫지만

기본적인 영어 회화 실력과 리스닝 실력 정도는 가지고 계셔야

외힙과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자연스레 늘 수밖에 없다. 아 물론 모든 장르가 다 그런 거는 당연히 아니다. 멈블 트랩 레이지 플러그 등등 다양한 신세대 힙합의 등장으로 이제 리릭컬 힙합만 있는 것은 절대로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가사가 전혀 안중요한 힙합도 아주 많은 시대다. 재즈에 비유하자면, 타악기나 관악기를 연주할 줄 몰라도 음악이론을 몰라도 여전히 재즈는 이해할 수 있는 법이다.

하지만 켄드릭 라마던 에미넴이던 그런 종류의 음악이라면 일단 적어도 영어단어와 문맥 정도는 이해하실 수 잇을 정도로의 이해도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믿는다. 물론 어느 정도 가사번역과 해석은 필요하긴 하겠지. 그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미 가사해석을 이미 다 읽었고 전반적으로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고 있어도 가사가 여전히 절대 안들리는 정도라면,

개인적으로 그건 좀 문제라고 보는 편이다. 이건 비단 힙합만이 아니다. 밥 딜런 같은 싱어송라이터라도 마찬가지다.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팝가수라도 어느 정도는 그러하다.

 

매우 높은 가사이해도를 요구하면 힙합이라면 진짜로 그렇다.

빌리 우즈, 커닐링귀스트, 이솝 락, 노네임, MF둠 등등 이렇게 어마어마한 문학적 소양을 요구하는 힙합이라면 과연 이걸 영어능력 없이 다 받아들일 수 있을까? 굉장히 힘들 수 밖에 없다.

 

퓨쳐 아니면 플레이보이 카티 같은 힙합이라면, 가사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음악이라면, 그런건 당연히 얘기가 다르겠지만, 장르에 뭔가에 따라서 이건 중요하다고 본다.

 

7. 레퍼런스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조사하고 직접 찾아봐라

- 이것도 1번하고 6번과 어느 정도 이어진다.

 

예를 들어서 칸예 웨스트 명곡 [Power]에선 <오스틴 파워> 코미디영화 시리즈가 레퍼런스로 나온다.

미국인들이라면 거의 대부분 이미 본 개콘급 인지도를 가진 시리즈다. 그만큼 인기 있다.

한국에서도 모조리 다 극장개봉하기는 했다. 그래도 인지도는 미국에 비해 한참 적을 수 밖에 없다.

만약 그 영화를 일단 1편이라도 보고나서

칸예 웨스트의 [Power] 가사를 다시 들어보신다면 분명 다르게 보일 것이다.

 

"뭔 개소리야. 설마 그거 영화 한편 봤다고 해서 가사에 대한 이해도가 늘어나겠어?"라고 반문하시겠지만

 

진짜로 그렇다니까?????

 

아무 오스틴 파워 영화 한편이라도 일단 보고나서

그 가사를 다시 곱씹으면서 들어봐라.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보일 것이다. 못믿으시겠다면 직접 해봐라.

 

언어의 장벽 문화의 장벽에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이런 것들이 번역의 과정에서 많이 걸러지고 만다.

제이펙마피아는 수많은 극우성향 유명인사 정치인들을 디스해왔다. 일부 진보진영 유명인들도 가끔씩 디스하는 편이다.

미국인들이라면 그 가사를 아주 잘 이해할 것이다. 한국인이라면 상대적으로 힘들 수 밖에 없다. 대충 무슨 맥락인지는 이해하더라도 직접 와닿기엔 힘들다.

이건 비한국인들이 케이팝이나 파란노을 가사를 들을 때라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에미넴을 들을 때도

MF둠을 들을 때도

그 수많은 소설가, 시인, 코믹스 캐릭터, 역사 속 인물, 코미디언, 개그맨, 유명영화에 대한 레퍼런스들이 상당히 많다.

이미 미국인들에겐 익숙한 유명인들이겠지만, 한국인들에겐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다.

여기서 오는 괴리감이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것들을 최대한 이해해보려는 순간

진짜 다시 보일 것이다. 정말로 그렇다.

 

예를 들어서 난 예전에 마디아 코미디영화 시리즈에 대한 번역글을 외게에 올린 적 있다.

 

번역) 카디비 노래 듣고 충격 먹은 흑인할머니 - 국외 힙합 - 힙합엘이 | HIPHOPLE.com

 

미국인들은, 특히 마디아를 어렸을 때부터 봐온 세대의 흑인들은, 당연히 마디아를 이미 아주 잘 알고 있다.

한국으로 치자면... 심형래? 개콘 전성기 시절 온갖 피지컬 미모로 압살하던 개그맨들?

요즘 개그프로를 전혀 안봐서 요즘개그예능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유명코미디언이라고 치자.

 

만약 내가 저 마디아 관련 글을 미국본토의 힙합커뮤에 올렸다면,

대부분 "ㅇㅇ 나도 알아. 이미 봤어"란 식으로 말하거나

"아 저거 새로운 속편 또 나왔어? 카디비도 언급함? 진짜 오랜만이네"

"저 쓰레기 시리즈 제발 좀 그만 나왔으면 좋겠네"

그렇게 반응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 한국힙합커뮤에 올린 순간,

거의 대부분 이 영화 시리즈를 거의 모르니까, 당연히 반응이 없을 수 밖에 없다.

반응이 없을 걸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로 호기심에 번역글을 올렸던 것이다.

결국 내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이렇게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은 크다.

이미 많은 랩퍼들이 마디아를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국내에선 결국 그 다가오는 것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이건 정치문제라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랩퍼들이 총기규제에 대해 자신만의 의견을 말해왔다.

근데 한국인들은 이 안건에 대해 상대적으로.... 잘 모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 레퍼런스에 대해 잘 모를 수밖에 없다.

이런 다양한 레퍼런스들을 최대한 맥락을 찾아보고 이해하는 순간

더더욱 그들의 시선을 잘 볼 수 있다.

 

이건 샘플링이라도 마찬가지다. 샘플링된 원곡을 이미 알고 있다면 당연히 감흥이 다를 수밖에 없다.

 

힙합 뿐만이 아니다. 락이나 메탈이나 다른 장르라도 당연히 그렇다.

비틀즈, 롤링스톤즈, 스톤로지스 같은 밴드를 이미 잘 알고 잇는 상태에서 오아시스 1~2집을 듣는 것이랑

그런 거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오아시스 1~2집을 듣는 것이랑

그 감흥차이가 상당히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다큐를 보던 인터뷰를 보던 책을 읽던 직접 영화를 보던 이런 레퍼런스를 이해하는 건 중요하다.

 

8. 역사를 배워라

- 교장이나 교사가 훈계하는 소리처럼 들리긴 하는데, 우리 인류의 역사를 공부하는 순간 음악은 다시 보인다.

진짜라니까? 인류사, 세계사, 미국사, 영국사, 근현대사, 음악사, 예술사 등등 이런 것들을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음악도 새로운 관점으로 보인다.

50년대의 분위기는 달랐고, 60년대의 분위기는 달랐고, 70년대의 분위기는 달랐고, 80년대의 분위기도 달랐고, 90년대의 분위기도 달랐고, 2000년대의 분위기도 달랐고, 2010년대의 분위기도 달랐다.

수많은 사건과 유행의 변화도 있어왔고, 그 안에 세대갈등 인종갈등 종교갈등 젠더갈등 아주 다양한 갈등, 심지어 전쟁까지, 이런 것들은 모두 음악에 아주 상당한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끼쳐왔다. 음악 뿐만이 아니라 모든 예술사조에 영향을 끼쳤다.

 

힙합이 아니라 클래식이라도 그 시절 귀족과 왕족들의 정치싸움과 자리싸움이 그 시절 예술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유럽국가들끼리 전쟁을 치른 것 역시 그 시절 유행하는 음악에 큰 영향을 끼쳤다. 1~2차 세계대전 때문에 다양한 음악가들은 탄압을 받았고 이런 탄압도 장르의 흐름에 영향을 끼쳤다. 금주법, 베트남 전쟁 등등 이런 것들 때문에 수많은 범죄는 음악가들과 엮일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것들을 배우면 음악이 더더욱 잘 입체적으로 보인다.

 

힙합도 마찬가지다.

왜? 흑인이 미국사에서 어느 순간 갑자기 딱 나타나기라도 했을까? 천만에.

미국사의 시작, 즉 영국과의 전쟁에서 이기고, 초창기 건국의 위인들이 미국을 공표했을 때부터, 아니 영국과의 전쟁이 진행되던 시기에도, 흑인들은 백인들과 쭈욱 공존해왔다. 노예 시절에도, 심지어 건국이 되었던 시절에도, 아주 많은 흑인노예폐지론자들은 존재해왔다.

마틴 루터 킹 이전에도 수많은 흑인민권운동가들은 수백년넘게 투쟁해왔다.

절대로 어느 순간에 그런 흑인들의 정치운동이 뙇 나타난 것이 결코 아니란 말이다.

북미원주민(인디언)과 흑인과 백인 셋 다 미국역사의 큰 한기둥이었다.

그리고 의외로 인종갈등 문제는 수백년넘게 미국사에 아주 큰 영향을 끼쳤다. 남북전쟁의 잔재는 지금도 남아있다. 총기문제 역시 어느 정도 흑인의 인종갈등과 연관성이 조금은 있다. 수많은 경제적 불평등은 200~300년 넘게 미국 인종갈등 문제를 관통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문제들은 지금도 많은 흑인랩퍼들이 가사를 통해 얘기하고 있단 말이다.

그렇기에 절대로 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미국사를 제대로 각잡고 모조리 배우는 순간, 힙합이 다시 보일 것이다.

 

락 메탈 디스코 재즈 훵크 블루스 뭐라도 다 마찬가지겠지.

(아 물론 백인들이 지 멋대로 각색한 미국사가 아니라 그래도 어느정도 다양한 시각을 조금이라도 첨가한 비교적 최근 미국교과서를 위주로 읽어보셈)

 

9.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워라

- 뭐 이건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으니.... 아니 나보다 더 잘 알고 계시겠지.

인디신이 왜 이렇게 자생하기가 힘든지, 아무리 초특급 인기를 얻어도 여전히 인디신에선 돈벌기가 힘든지, 메인스트림에서 빌보드 상위권에 올라가는 순간 어떻게 달라지는지,

어떤 다양한 레이블이 존재하는지, 계약은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등등 이런 것들을 많이 알면 알수록 음악도 다시 보인다.

만약에 인디에 대해 알고 싶으시다면, 어디가 그런 인디아티스트들의 아지트인지, 어디가 유명공연스팟인지, 어디가 괜찮은 음반가게인지, 어디가 핵심적인 락페인지 이러쿵저러쿵.....

이건 영화판이라도 다른 예술판이라도 다 그럴 것이다.

직접 검색을 해서 알아보시던, 인터넷이 아니라 직접 답사를 해서 알아보시든, 이런 업계를 아주 조금이라도 겉핥기식으로 배워봐라.

 

10. 악기나 작곡프로그램 하나 정도 배워보면 은근 나쁘지 않다

- 이건 어디까자나 필수가 아니라 선택일 뿐이다. 이건 십계명에 넣기에 너무 부족하지만, 그래도 그냥 수 채우려고 적었다.

 

너무 꼰대 같은 소리라는 거 나도 안다.

자칫하면 "니들이 직접 만들어보던가 빼액" 같은 소리가 되기 십상이다. 그런 의도는 절대로 아니다.

 

사실 나도 악기는 잘 못 다룬다. 피아노도 잘 못 치고, 기타도 기초적인 주법과 코드 정보만 익혀뒀고, 심지어 기타로 작곡하는 것도 잘못해서 기타 잘 치는 친구와 같이 있어야 작곡이 쉬워진다. 작곡프로그램도 잘 못다룬다.

 

그래도 이걸 한번 재미처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직접 해보면 어느 정도는 음악가들이 어떤 제작과정을 거치는지 조금이라도 더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 온다. 어느 정도는 왜 그들이 창작의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는지 이해할 수도 있다.

 

"방금 유튜브 영상에서 앵무새 소리를 샘플링해서 페기 같은 익페힙합을 만들어볼까?

"이 부분을 조금 늘려내면 베이퍼웨이브 같은 음악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 메탈 리프를 샘플링해서 아멘브레이크 위에 앰비언스로 깔아두면 뭔가 재밌지 않을까?"

"저 공사장에서 나는 소리를 샘플링해서 데스 그립스 같은 익페비트를 만들어볼까?"

"마릴린 맨슨 같은 느낌으로 소녀시대 노래를 재편곡해볼까?"

 

이렇게 다양한 과정을 거치다가, 이런 장난질 같은 과정에서 결국은 음악가까지 되는 사람들도 극소수는 있는 법이다.

에이펙스 트윈, 다프트 펑크, 데드마우스, 아비치, 케어테이커 등등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이런 장난질로 음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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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1
  • 11시간 전

    10번 동감. 이게 작곡을 제대로 시작하라는게 아니라 아주 살짝 건드려 보기만 해도, 지금까지 내가 듣던 노래들에서 섬세한 디테일들을 느낄수 있고 이 곡이 왜 좋은 곡인지를 설명할수 있게됨

  • 11시간 전
    @수저

    한때는 힙합비트찍는게 성의없어보였지만

    직접 해체해서 분석해보고

    제가직접 해보려는 순간 사죄하고 반성했던

    그런오래전추억이 있습니다

  • 2 11시간 전

    6번 진짜 조온나 공감 ㄹㅇ

    최소한 제발 싫든 좋든 해석 한번씩은 하고 들어봤음 좋겠음..

    1,2,9 정도는 이미 실천하고 계신 분들도 많을 것 같네요.

  • 11시간 전
    @김베이비킴

    영어실력도 안타깝긴하지만

    영미권 음악 이해에 필수적이라고봅니다

  • 11시간 전

    대조가 진짜 중요한듯

  • 11시간 전
    @산지직송사이다

    많은 사람들이 비교하는건 오히려

    아티스트의 독창성을 해친다고 말하는데

    분명 어느정도에선 그렇겠죠

    하지만 전 다르게 생각합니다

  • 11시간 전
  • 11시간 전
    @적극마인드갖
  • 맞는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마디아시리즈랑 그나마 가까운 이미지의 한국영화라면 아마 가문의영광 시리즈 아닐까요? 물론 마디아시리즈처럼 주기적으로 나오지는 못하지만 할머니가 주역의 위치이고 평가가 바닥이지만 대중적인 인기는 있던 코미디영화인걸보면 그것밖에 떠오르는게 없긴 하네요

  • 10시간 전
    @사과너왤케비싼척해

    아 그게 훨씬 더 나은 비유겠네요.

    물론 장르는 조폭코미디가 아니라

    크로스젠더 드레싱, 팻수트, 분장 그런 계열의 코미디고요

  • @이오더매드문

    생판 다른 장르긴 하겠지만 한국인이든 미국인이든 둘다 "저 쓰레기 시리즈 제발 좀 그만 나왔으면 좋겠네"라는 반응은 비슷합니다ㅋㅋ

  • 10시간 전
  • 10시간 전
    @FJ힙합처럼
  • 10시간 전

    2번은 하다보면 재밌음 팬텀스레드 ost 작곡가가 라디오헤드 기타리스트인거 알고 신기했음

  • 10시간 전
    @Asayake

    조니 그린우드도 이제 명백하게 최소 중견급 이상의 할리우드 작곡가임

  • 2 10시간 전

    흥나는그냥 노력안하고 방구석소시민딜레탕트로 살랭

  • 2 10시간 전
    @칼물고기트럼본

    전 걍 음알못으로 살래욤~

  • 10시간 전
    @공ZA
  • 10시간 전
    @칼물고기트럼본

    근데 저도 유행 따라가기 너무 힘들어요

    요즘 10대들 좋아하는 장르 따라가고 디깅하는거 너무 지치고 힘듦

  • 1 9시간 전
    @칼물고기트럼본

    현생 살면서 하나하나 찾아듣기도 쉽지 않죠 나도 그냥 음알못으로 살랭 ~

  • 9시간 전
    @meaning

    아오

  • 10시간 전

    10개중에 하는게 몇 개 없어서 찔리네요 ㅎㅎ;

    걍 안할래

  • 9시간 전
    @DannyB
  • 9시간 전
    @이오더매드문

  • 9시간 전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많이 노력해야겠어요

  • 9시간 전
    @ㅅㅈㄱㅈㄱㅈ
  • 7시간 전

    가끔은 찾아보는 게 도움이 되긴 하더라고요 스퀘어푸셔가 plug에게 영향받았다는 사실 듣고 다시 들어보니 신기하더군요

  • 7시간 전
    @kued

    플러그도 좋지요

    다른 이름으로 발매한 앨범들도 좋고요

    일렉잘알 블로거들의 정보도 상당한도움이 됩니다

  • 7시간 전
  • 7시간 전
    @에미넴앨범
  • 7시간 전

    6번 공감합니다…확실히 트랙 수 많은 외힙은 가사 조금이라도 들리냐 안 들리냐에 따라 지루함이 확 줄어들더라고요

  • 7시간 전
    @5분만

    칸예 가사라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 5시간 전

    몰라걍좋은거들을래흐헤헤

  • 5시간 전
    @모든장르뉴비
  • 5시간 전

    엘이에서 여태껏 본 글 중에 가장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안 그래도 요즘 음악 청취에 있어서 한계에 봉착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번 기회에 한층 더 깊이있게 들어봐야겠네요

  • 4시간 전
    @JPEGꓟAFIA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페기가 영향받았다고 말한 아티스트들을 한번 들어보셔요

    스로빙 그리슬 등등

  • 4시간 전
    @이오더매드문

    헉 마침 지금 스로빙 그리슬 들어 볼려고 했어요 ㅋㅋㅋ

    20 jazz funk greats 이거 들어보면 될까요

  • 4시간 전
    @JPEGꓟAFIA

    그것도 최고작으로 꼽히는 편인데

    저는 toa를 자주 듣는편이네용

  • 4시간 전
    @이오더매드문

    둘 다 들어볼게요 :)

  • 2시간 전

    6번 진짜 공감

    영어 실력이 부족하니까 제대로 못즐기는 음악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질 좋은 리뷰나 음악 관련 콘텐츠는 영어 쪽이 훨씬 많기도 하고요

  • 1 2시간 전
    @midicountry

    아무래도 문화의 차이란것이 어쩔수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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