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들의 음악 취향을 분석한 책이 있는데 재밌네요

참신성-대중성 곡선은 음반의 문화적 친숙도와 상업적 성공의 관계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곡선의 수평축은 음반이 문화적으로 얼마나 참신한지를 나타낸다. 가장 단순하고 가장 익숙한 음반, 그러니까 가장 빤히 예측되는 음반이 맨 왼쪽에 놓이고, 가장 복잡하고 도전적인 종잡을 수 없는 음반이 맨 오른쪽에 놓인다. 수직축은 판매(스트리밍 포함) 면에서 음반이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를 나타낸다.

곡선의 맨 왼쪽에는 가장 단순한 음악이 있다. 대부분의 청자들이 유아기에 듣는 자장가나 동요 같은 음악이다. 가장 단순한 음악은 복잡하지 않고 일관된 리듬이 중간 템포로 진행하는 구성이 많다. 듣기 좋은 멜로디 몇 개가 반복되는 식이어서 유아도 따라가면서 배우기 쉽다.

참신성-대중성 곡선을 따라 좀 더 오른쪽으로 가면 아동용 노래만큼 반복적이지 않으면서 어른들도 관심을 가질 다양한 요소들을 구비한 확고한 음악 형식이 있다. 나는 이런 음악을 ‘전통classic’ 음악이라고 부른다(모차르트나 브람스 등이 작곡한 ‘클래식classical 음악’과 혼동하면 안 된다). 대단히 표준화된 음악 요소들로 오랜 세월 이어져온 장르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블루스, 록, 컨트리, 알앤비, 가스펠, 레게 같은 음악이다. 이런 전통 음반을 듣는 팬들은 작곡의 혁신이나 소리의 혁신을 찾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즐기는 보상은 익숙한 스타일로 제시되는 뛰어난 기량을 듣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참신성-대중성 곡선 왼편에 놓이는 음반을 선호하는 청자는 재능 있는 연주자들이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잘 구축된 형식의 우아함을 지키며 섬세하게 기량을 발휘하는 것을 듣고 보람을 느낀다. 참신한 음반을 선호하는 팬들이 전통 음반을 피하거나 무시하는 이유는 이런 음악이 그쪽 팬들이 좋아하는 허를 찌르는 도발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전통 음반의 팬들은 잘 연마된 장인의 솜씨를 즐긴다. 전통 음반을 만드는 작곡가, 뮤지션, 보컬리스트, 엔지니어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자인 이유다.

계속 오른쪽으로 가면 우리는 곡선의 정점에 이른다. 이곳에 있는 음반들은 오늘날 음악에서 중간 수준의 참신함을 나타낸다. 소비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음악 스타일이 여기에 있다.

‘팝’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음악이다. 팝(대중) 음악이라고 불리는 까닭은 현재의 문화적 순간에서 이런 음반들이 익숙함과 참신함의 균형 지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음악적 모험을 하는 성향에 있어 가장 많은 청자들의 ‘골디락스 지대’에 들어맞는 음반이다.

빌보드 싱글 차트에 오르는 음반은 레게, 록, 컨트리 같은 전통적인 장르의 음반보다 혁신의 정도가 더 높다. 팝 음반에서 관습을 깨부수는 독창성은 대체로 한두 개의 음악 요소에서 발휘되고 나머지 요소들은 익숙한 영토에 머문다.

여러분이 선호하는 음악 종류가 팝이라면 여러분의 취향이 기량과 혁신을 동등하게 즐긴다는 뜻이다. 여러분은 전혀 혼자가 아니다. 역사의 어느 순간이든 가장 덩치 큰 청자들 무리는 익숙함과 참신함의 접점에 최적 지점이 놓이는 청자들이니까. 그 결과물이 빌보드 싱글 차트에 오르는 노래들이다.

곡선의 정점 바로 오른쪽에 있는 음악은 ‘예술 음악’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재즈, 펑크, 일렉트로니카, 하드코어, 고스, 매스 메탈|복잡한 리듬 파트를 가진 실험적인 메탈-옮긴이|, 프로그레시브 록, 그라임|하우스 기반의 클럽 음악에 정글, 댄스홀, 힙합 등이 더해진 장르-옮긴이| 같은 장르가 여기에 속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 중 몇몇은 곡선의 중앙으로 옮겨갔다. 예술 음악은 곡선 왼편에 있는 전통 음악 장르들보다 독창성이나 복잡성이 더 높은 경우가 많지만, 곡선이 대칭이라는 것은 예술 음반이 전체적으로 보면 전통 음반에 못지않은 열정적이고 충성스러운 팬들을 다수 거느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술 음악은 팝보다 많은 섹션으로 나뉘거나(프로그레시브 록), 후렴구가 없거나(테크노), 보컬이 노래한다기보다 비명을 내지르는 식이거나(하드코어), 완전히 예측 불가한 리듬을 갖는다(글리치 합|노이즈를 응용한 전자음악 글리치에 힙합의 요소를 가미한 장르-옮긴이|). 음악적 모험을 감행하려는 사람에게 급진적인 음악은 캣닙과 같고, 대담함이 덜한 사람에게 이것은 벌떼와 같다.

예술 음악은 예술 영화와 마찬가지로 음악을 많이 아는 사람, 비평가, 모험하기 좋아하는 팬들이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청자들은 자신의 돈과 시간과 명성을 낭비할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소리를 찾아 나선다. 참신한 자극에 몰입하는 것은 판에 박힌 자극보다 더 많은 인지적 노력과 헌신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참신성-대중성 곡선의 맨 오른쪽에 이르렀다. 여기는 용들이 있는 곳이다. 가장 복잡하고 참신하고 예측 불가한 음반을 여기서 만날 수 있다. 전기 회로를 개조하여 소리의 실험을 우연에 맡기는 것을 제외하면,

- <당신의 음악 취향은> (수전 로저스.오기 오가스 지음, 장호연 옮김)

미국의 한 음악 교수가 쓴 책인데 흥미롭습니다

(책 광고 아닙니다 제 돈으로 제가 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