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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rdie Greep - The New Sound

title: [로고] Wu-Tang Clan예리2시간 전조회 수 346추천수 4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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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rdie Greep - The New Sound




황달과 홍조를 오가는 조명빛의 낯짝이 들이닥쳤다. 안 그래도 큼지막한 기럭지로 넓은 면적을 고루 다 쓰고 계시는데. 낯빛에 무지개를 쏘이는 상품 가치 제로의 못난 감자 같았다. 여긴 어떻게 오셨을까. 문지기들의 파업이든, 아니면 애시당초 구직 요건에 시력은 없었든, 하나는 맞겠다. 뭐 그럴만하다 싶기도 했다. 기도에 박힌 후춧가루가 내보내달라며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다.


“생전 못 볼 것만 같던 얼굴이네. 깍쟁이 숙녀분.“


왜 기억의 유통기한은 이리도 긴 것일까. 청각에 할애하던 신경 세포들인 돌 던진 호숫가 잉어들처럼 뿔뿔이 흩어졌다. 이성이란 동앗줄을 잡고 거니는 몰입의 산책로는 기시감이 꺼트린 싱크홀로 곤두박질쳤다. 마음만 같아서는 한 대 쥐어박고 싶다만. 저 특유의 성미를 돋구는 혓바닥 퉁기기 속도란. 119도 단축번호로는 너무 길게만 느껴졌다. 어쩌다 이런 곳에서까지 저 못돼먹은 상판을. 집중 좀 하자. 집중 좀.


“어떻게 또 괜찮은 곳 하나 알아왔나보네. 우연이지는 않을테고.“

“우연이야.”

“나도 그렇다면 믿을래?”

“믿겠냐?”

“으이구. 하여튼 예나 지금이나 눈치 하나만큼은.”


어쩌다보니 운 좋게 구한 야외 명당 테라스석인데. 이 팔불출은 여전하게도 노크 따위 없이 은근슬쩍 자리를 빼앗는다. 본인 왈 오늘은 유독 가게가 박신대는 날이라 하였다. 평소엔 이렇지 않다고. 어떻게 귀한 손님 맞는 줄을 알고서 이렇게 붐비는지 모르겠다고. 일담에서 들은 최선의 취객 상대법대로 대꾸를 포기했다. 어림도 없었다. 이름 반절 즈음과 어렴풋한 얼굴을 빼면 남는 게 없는 초등학교 동창과도 같은. 대충 엘리베이터 동승객보다 못한 사이. 그런 녀석과 근황 토크를 해야만 했다.


“그나저나 진짜 우연이라면 신기하네. 너 정말 잘 찾아온 거야. 이런 가게를 이제야 알았다는 게 말이 돼?“


시간이 늘어나는 예외상대성이론 앞에서 간간이 테이블 및 휴대전화로 고개를 떨궈대던 찰나. 이젠 가게 사장과 제법 친해졌다는 영웅담을 늘어놓았다. 동업자들을 내치고 시작한 홀로서기가 제법 맛있다느니, 역시 음식은 맛보다 이목 집중시키기가 더 우선이라느니, 녀석은 송금을 목전에 둔 보이스피싱범처럼 온종일 허둥지둥이었다. 와중에도 얼굴은 요량 없이 히죽댔다. 이 짜증스러움은 원초적 욕구의 구미를 당긴다. 저 자식의 고무줄 입꼬리가 언젠가 끊어지는 모습을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대답 안 해줄거야?”

“아 뭐. 무슨 대답.”

“여긴 어쩐 일이시냐구요. 우연의 깍쟁이 숙녀분.”


잔을 쥐던 손에 맥이 빠졌다. 어쩐 일이냐니. 뻔한 매커니즘이었다. 재미 없는 이야기는 밟지 않는다는 식. 이른바 탈피한지 오래였다. 거진 한달의 이탈 혹은 일탈. 하릴없는 나날엔 그간 습관에 저며든 월셋방 쳇바퀴를 뜯어내기 시작했다. 거처는 유목이 되었고 웬만한 고깃배 못지 않게 만보기를 찍어댔다. 엄지손의 꼬불무늬만 찍어대면 콜럼버스가 되는데. 어항을 뛰쳐나간 유동분자는 금붕어에서 연어가 되었다. 촉촉한 아가미엔 소금기만 남아 바싹 말라갔지만.


“말하자면 길단 말이지.”

“넌 말을 참 어렵게 하는 재능이 있어.”

“방구석에서 세계 곳곳을 답사한다. 대충 그렇게 알아먹어.”

“······소설 쓰니?”

“그렇다고 하자.”

“똑똑이 납셨네.“

“응 아무렴. 꼴통들보다야 한참이고 낫다.“


고민된다. 생판 모르는 낯짝에 후려맞았을 때는, 우는 놈이 나을지 버틴 놈이 나을지. 기억상 인과관계는 좌에서 우로만 향했다. 반대는 없다. 그게 멋인 줄 알았겠거니 싶었다. 어리고 무딘 생각이다.


“참. 그래서 말이지. 우연한 깍쟁이 똑똑이 숙녀님.“

”응.“

”궁금한 게 하나 더 있어.“

“응.”

“위대하신 미영제국의 사대주의자인줄 알았는데 말이야.”

“응.”

“어쩌다 남쪽 땅에도 관심을?”


오. 웬일로 제법 맛있는 질문이다. 우선 명확한 사실이 있다. 처음부터 그리 부정적이진 않았다. 연유는 일종의 반향이거나 반항이다. 텔레비전에 비춘 남미는 모두 단순무식하고 덜떨어진 화란 그 자체였는데. 몇 번의 딸깍거림이 지나자 손가락 사이로 셔플과 플레이리스트가 빠져나갔다. 의지와는 무관하게 뉴스 속 몇 단어만으로 지하철 옆자리 승객과 엮여버리던 가치관들이 생각났다. 역시 보이는 건 믿을 게 못 된다.


“멍청하잖아.”

“오.”

“긍정적으로.”


나는 작가주의가 싫다. 문화의 앤섬이 싫다. 우악스러운 예찬이 싫다. 가히 혐오의 시대였다. 오랫동안 표류하던 급류들에 다시금 꾸역꾸역 뛰어들어 휩싸이곤 했다. 발아에 임박한 열다섯 미친개들이 몸서리나게 구토해대던 사회반항 필수교양 필독서. 잔생각을 나뒹구는 특필기사들을 벅벅 찢어버렸다. 진단이랄 것도 없지만 병자놀이의 전모는 필요했다. 네 당신을 몰라도 알 수 있는 예술이 필요했다. 음악임에도 자꾸 무언가를 읽어야 하는 작품들. 그런 작품이 아니라면 우선 환영이다. 고민 없이 짧게 내린 호오의 결론이다.


“구실은 좀 글러먹었지만 결실은 좋네.“

”칭찬이라면 고마워. 아니겠다만.“

“근데 넌 뭔가 잘못된 걸 느껴야 돼.”

“뭘?“

“아니, 불평불만하는 것치고 너무 불성실하잖아.”


뭔. 구토도 성심성의껏 하라는 소리인가 싶었다. 하긴 떠올려보면 원체 그런 녀석이었다. 불 끄기보다 불낸 놈 잡기로 눈에 불을 켤 녀석. 배달 음식 주문과 동시에 스톱워치를 작동시킬 녀석. 진심 어린 사과보다는 어휘와 문법을 갖춘 탄원서에 만족할 녀석. 하여튼 말썽이다. 왜 다들 누구 하나 가르치질 못해 안달이 났을까.


“결국 너도 정답이랍시고 찾은 게 그리 특별하진 않잖아.”

“······그렇겠지.”

“무어라 대단한 일을 하지도 않았겠고.”

“평범했지.”


이리 하찮게도 꿰뚫었겠다. 잘난 너들에게 혀를 차는 똑쟁이가 되고픈 마음. 그러시겠죠. 인터체인지를 무임승차하고픈 못난 마음이 문제시겠죠. 기복과 변덕이 빗속을 날아들었다. 잊은 감상은 언제나 어떤 방식으로든 흔적을 남긴다. 그러고선 필히 언젠가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걸작을 흘겨보고서 유기했다가 다시금 쓰레기통을 뒤지는 심리. 기억나는 제목도 없이 훑은 시간들에 갈피를 끼워대는 행위. 모르던 기면증이 있나. 꿈속의 이야기를 들키는 상황은 언제나 낯간지럽다. 꿍꿍거리는 진동이 사방팔방으로 고조된다. 예고도 없이 무식하게 몰아치는 폭풍우는 왜 이리 달콤한걸까. 자연스레 빼앗긴 병에 잔을 맞치기엔 너무 늦었다.


“생각이 바뀐 이유는?”

“단순해. 좋았어.”

“답습한 결과는?“

”좋아.“

”얼마나?“


헛소리보단 구구절절 맞는 말이 더 열화를 치밀게끔 하는데. 저 녀석도 이젠 완급조절이 제법 능숙해졌다. 그간 몰랐던 3년짜리 애인이 있었나 고민했다. 이걸 애틋하다 할지 청승맞다 할지. 방금 저 반쪽자리 주둥이를 전부 열어젖혔다면. 집에 둔 온갖 구두짝들을 고물상 저울에 헌납했을지도 모른다. 간혹 저 자식에게 연민과 죄책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살 떨리는 변화감은 못마땅한 애증이다.


“잘.”

“······너는 몰라. 몰라도 너무 몰라.”

“그러시겠죠.”

“에휴.”

“······.”

“멍청해서 좋다며.”

“멍청해질거야.”

“생각은 똑똑히 해. 행동은 멍청히 하고.”


감정의 활자 번역이란 참 피곤하고도 수고스러운 노동이다. 어쩌다 챙길 값도 받을 몫도 없이 고생길에 올랐는지. 멋들어지게 해내는 당신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양식과 규율 간의 거리감이라던가, ‘최소한’이라는 단어의 용법이라던가. 언제나 실체보다 추상에 무게추를 굴리던 천성을 무너뜨려야 했다. 진즉 움직이지 않으면 꿈이 파먹을 다짐이었다. 바짓단에 꽂은 수첩을 꺼내 날려 쓴 오토그래프를 남겼다. 자리를 뜨려니 발을 떼기도 전부터 따르는 움직임이 쫓았다.


”한동안 다시 바빠지겠구만.“

“응. 그니까 찾아오지 마.”

“······.”

“또 엎어버릴라.”


덜어둔 채 식어버린 잔은 스타팅 피니쉬가 되었다. 이번의 기약 없는 약속은 얼마만큼의 유통기한을 버텨줄지. 상하기 전에 돌아와야 했다. 상파울루의 병맥주에선 퀘퀘히 묵은 꽃가루 분내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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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1시간 전

    앨범보다 더 난해한 리뷰

  • 1시간 전

    해석 챌린지 하는건가요?

  • 쉽지않네

  • 1시간 전

    이렇게 찬찬히 이해해보려 노력한 적은 오랜만이네요

  • 1시간 전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아슬아슬하게 감성과 감정이 서로 잡아먹으라고 하는 문체 같아요

    이야기식 리뷰도 처음 읽어보는데 저한텐 오랜만에 읽은 단편 소설 격이네요

    표현이 쉴 새 없이 딸려나와서, 평소의 상상이 괜찮은 소재와 착 붙은 것 같은 느낌이네요

    "모르던 기면증이 있나" 하는 표현이 귀여워요 엄청 감정적이도 하구요

  • 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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