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 10
2024.09.27
Neo-Psychedelia, Experimental Rock, Noise Pop
https://www.youtube.com/watch?v=9jgeZ6NDcBE
슈 슈(Xiu Xiu)의 음악은 처음부터 끝까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들은 다양한 이펙트, 브레이크를 사용하고 보컬 역시 끊임없이 변화시키며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방향으로 곡이 전개될지 알 수 없는 작품들을 만들어왔다. 그러나 그들의 새로운 정규 앨범 <13" Frank Beltrame Italian Stiletto with Bison Horn Grips>(이하 13" Frank Beltrame)는 지금까지의 작품들과는 그 결이 다른, 여러 의미로 신선한 앨범이다.
<13" Frank Beltrame>이 발매된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에, 필자는 본작이 슈 슈의 디스코그래피에서 가장 우울한 작품 중 하나가 되리라고 생각했다. 전작 <Ignore Grief>를 기점으로 새로운 멤버가 된 David Kendrick이 풍겼던 음산한 에너지가 지독할 정도로 강렬했었기 때문이다. 그는 코를 날카롭게 찔러대는 노이즈, 어둡게 쿵쿵 울려대는 타악기 사운드, 또 오케스트라 사운드까지 여러 가미되어 소름 끼칠 정도로 음산한 사운드를 만들어내었으며, 동시에 작품에 무시 못 할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었는가. 그러나 <13" Frank Beltrame>은 그러한 모든 예상들을 완전히 빗겨나간다. 본작은 신기할 정도로 접근성이 좋은 음악들을 가득 담고 있으며, 그들의 추상성과 실험성을 조금 덜어내며 록킹하고 캐치한 트랙들을 보여준다.
슈 슈는 “Arp Omni”로 불경스럽게 앨범의 포문을 연다. 낮게 깔리는 신스 리프, 휘몰아치는 현악기 사운드, 그 위에 Jamie Stewart의 강렬한 보컬과 가사를 결합하여 느린 템포로 사랑을 노래하는데, 정작 그 톤은 어딘가 위태로워 감정의 복잡성과 양면성을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어지는 "Maestro One Chord"에서 그들은 우리를 왜곡된 전자음들로 가득 찬 심연으로 던져 놓는다. 조각조각 난 브레이크 비트와 Jamie의 풍미 있는 보컬이 어우러져 4분 내내 청자의 목을 조여오는데, "Arp Omni"에서 느꼈던 혼란이 깊이가 추가되어 더욱 극대화되고 극적으로 표현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다음 트랙 "Common Loon"는 앨범의 분위기를 밝게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여전히 Lo-Fi 한 분위기를 기반으로 하지만, 휘몰아치는 두꺼운 기타 사운드와 후렴 부분의 달짝지근한 글록겐슈필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본 트랙의 거친 레이어링은 동시에 너무나도 섬세해 되려 따뜻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Jamie의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은유적으로 그려낸 가사 역시 자신의 성향을 당당히 그려내 여러모로 큰 인상을 준다.
"Veneficium". 중독이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처럼 기괴하고 야만적인 기타 리프들이 다시금 눈부시게 빛나는 트랙인데, 끓어오르는 오르간과 흔들리는 베이스, 심벌 사운드가 조화를 이루어 강렬한 멜로디를 탄생시킨다. 마치 제어가 불가능한 에너지가 안에서 폭발하는 듯한 감상을 주어, 혼란스러운 사운드들이 서로 부딪히면서 곡 전체를 치밀하게 구성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T.D.F.T.W" 역시 본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트랙 중 하나인데, Jamie와 Angela Seo의 주고받는 듯한 긴박한 보컬, 노이즈로 가득 찬 벽과 휘몰아치는 기타 레이어가 절정에 달해 폭발하는 순간 앨범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운드 역시 청자를 계속해서 압도하며, 곡이 끝날 즘에는 이 혼돈 속에서 일종의 질서를 찾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여전히 아쉬운 순간들도 존재한다. "Pale Flower"는 반복적인 신스 사운드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위태해 보이는 보컬을 보여주는 트랙인데, 앨범의 여타 다른 트랙들보다 부족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곡이 나아가아할 방향을 스스로도 찾지 못한 채 밋밋한 전개를 보여주며, 확실한 인상을 남기기보다는 혼란스러운 여운만을 남긴다는 것이다. "Bobby Bland"는 가족에 관한 트라우마를 노래하는 부분은 충분히 인상적이었으나, <A Promise>에 수록되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과할 정도로 기괴하고 파편화되어있어 몰입도를 다소 산재시키는 역할을 한다. 분명 "Bobby Bland"의 감정적인 무게감은 충분했을지언정, 이가 청자를 몰입시키기보다는 오히려 한 발짝 물러서게 만드는 측면이 존재한다.
<13" Frank Beltrame>를 감상하려고 한다면, 이들의 음악에 어떠한 선입견이나 감정을 가지고 접근해서는 안 된다. 본작은 슈 슈가 발매한 작품들 중에서 가장 접근성이 높고 캐치한 작품이며, 동시에 예측이 불가능한 아름다운 다양성을 탐구하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그들은 여전히 실험성과 무게감을 가지고는 있을지언정, 이번에는 몇 발자국 후퇴해 다양한 스펙트럼과 장르를 아우르며 새로운 리스너들과 기존 팬들 모두를 사로잡을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 정도로 직관적인 음반은 그들에게 나름의 도전이 되었었을지도 모른다.
들어봐야겠네요 a promise는 좀 난해하던대
생각보다 이지 리스닝이라서 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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