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ldo Bernocchi & Hoshiko Yamane - Sabi, Electroacoustic, 2023
Eraldo Bernocchi는 앰비언트 쪽 하시는 이탈리아 사운드 엔지니어이고 (메르쯔보우와도 콜라보한 걸 보면 일본과 연이 많은 사람인가 봅니다), Hoshiko Yamane는 유명 밴드 Tangerine Dream의 멤버로 정통 클래식뿐 아니라 여러 전위음악에도 관심이 많은 일본 바이올리니스트입니다. 본 작 Sabi는, RYM상으로 Electroacoustic이란 장르로 분류되어 있는데, 이 둘의 콜라보 실험음악으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국내에 와비사비룸이란 걸출한 뮤지션이 있기에 Wabisabi의 의미를 알고 있는 엘붕이들도 있겠습니다. 본 작 Sabi가 바로 그 Wabisabi의 sabi로, 낡고 오래된 것의 아름다움을 의미하는 일본 전통의 미적 개념입니다. 시간의 흐름을 견뎌낸 것들에서 발견되는 고요하고 경건한 아름다움인데, 대충 영원한 것은 없고 일시적이기에 발견되는 미학적 가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본 작은 Electro를 맡은 Eraldo Bernocchi의 전자음과 Acoustic을 맡은 Hoshiko Yamane의 바이올린이 끊임없이 뒤섞이며 Sabi 철학을 구체화하는 과정입니다. 시간의 흐름을 견뎌내고 맞이하는 마지막 트랙 Ichirin은 Electro와 Acoustic이 마침내 가장 절묘한 합일을 이루는 경건함의 극치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으레 소박함이란 키워드와 연결되는 Wabisabi 철학이기에 본 작은 미니멀리즘 작곡 형식을 따릅니다. 자칫 어설픈 오리엔탈리즘으로 비추어질 수 있는 주제이지만, 대놓고 동양의 음악을 표방하지 않아서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커버가 개맛도리네요
처음 보고 베이퍼웨이브 쪽인줄요 ㅋㅋ
그렇기도 하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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