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전인가, 게시판에 한국 알앤비를 추천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던 것 같다.
모두가 아는 솔리드부터, 휘성, 바비킴 등등이 나왔는데 내가 든 첫번째 생각은 "왜 장현이 없지...?"였다.
몇 가지 용어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솔리드부터 시작된 한국 알앤비에 대응하는 미국의 원 장르는 "컨템퍼러리 알앤비"다. 마잭/프린스 이후, 드럼 머신으로 비트를 찍는 힙합의 문법을 섞어서 이루어진 장르.
반면 그냥 알앤비는 윗세대 장르인 소울과 훵크 등을 두루 포괄하는 "흑인 음악" 그 자체다.
저번 글에서도 쓴 것 같지만, 한국에서 소울/훵크 음악의 계보는 오래되었다.
여자 가수로는 김추자, 윤시내, 옥희, 윤복희가 있고, 남자 가수로는 장현, 김도향, 박인수, 박광수, 연석원 등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들은 이제 한국 알앤비/흑인 음악의 계보에서 모두 잊혀졌다.
따지고보면, 음악이 수입되던 시점을 고려해야할 것이다.
이전 글에서도 말했지만, 한국에서 훵크/소울은 결국 트로트와 밀접한 장르였고, 이에 반대되는 트로트 느낌이 없는 곡들은 그냥 통으로 묶여서 발라드나 포크로 불렸다.
이게 80년대 상황이라면, 90년대 들어 테크노/힙합/레게/컨템퍼러리 알앤비 등 드럼머신을 바탕으로 한 댄스곡들이 대거 수입된다.
이때 수입된 알앤비만이 한국에서는 알앤비라 불리는 셈이다.
그러다보니 많은 누락이 존재한다. 80년대 트로트곡도 꽤 내었지만 훌륭한 훵크/소울/컨템퍼러리 알앤비 가수들은 모두 "트로트" 혹은 성인가요로 묶인다.
나훈아, 하춘화의 뒤늦은 80년대곡들, 계은숙도 있고 김수희. 조관우와 신효범도 빼놓을 수 없다.
(한편 주현미의 쌍쌍파티에서 시작된 댄스곡 붐도 이상한 계보를 만든다. 소방차, 박남정, 김완선은 어디에 놓아야할까? 그리고 분명 트로트 박자인게 분명한 임창정, 컨츄리꼬꼬, 영덕스클럽의 몇몇 테크노곡들은 어떻게 봐야할까?
아니면 대놓고 트로트 메들리를 하드스타일로 믹스한 숙자매, 이박사, 강병철과 삼태기는 어디에 놓아야할까? 따지고보면 이들은 편 가르기 덕분에 이상한 위치에 놓인 사람들이다.)
(2)
한국 전음의 역사가 부실한건, 내가 볼 때 크게는 70년대 전자 올겐 경음악과 80년대 트로트 메들리를 빼놓았기 때문이다.
엄진/라음파/심성락의 전자 올겐 경음악.
트로트 메들리는 대부분 테이프로 판매되고, 80년대 중반부터는 사실상 독립된 씬이 되어버려서 디깅하는게 참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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