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OUAXNOYzj6s?si=z7hM7ZNB-u7tgSBb
<들어가며>
왜 사랑이나 이별 노래에는 '당신'보다 '그대'가 더 많이 쓰일까? 나는 '당신'을 더 선호한다. 의미상 두 단어가 표현하는 위계 차이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당신'이 더욱 애틋하고 상대를 더 존중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사랑이나 이별을 주제로 한 노래에서는 '당신'을 더 좋아한다.
사전적으로, '그대'는 "듣는 이가 친구나 아랫사람인 경우, 그 사람을 높여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 및 "주로 글에서, 상대편을 친근하게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로 정의된다. '그대'라는 단어에서 어렴풋이 느꼈던 딱딱함의 원인이 '듣는 이가 친구가 아랫사람인 경우'라는 위계가 의미에 포함돼서인 듯하다.
'당신'은 사전적으로 "듣는 이를 가리키는 이인칭 대명사", "부부 사이에서 상대를 높여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 "문어체에서, 상대편을 높여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의 의미를 지닌다. 물론 여기서 "맞서 싸울 때 상대편을 낮잡아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라는 부정적인 의미도 쓰인다. 단어적으로는, '당신'이 '그대'에 비해 높임의 의미가 담겨 있어, 두 단어가 사전적으로도 의미 차이가 있는 것이 흥미로운 지점이다.
해서웨이(hathaw9y)의 「낙서」는 이별의 상황에서 '당신', '벽'. '낙서'라는 단어를 통해 이별의 감정을 너무나 잘 표현해낸다. 아련하게 들려오는 세션과 함께 나지막하게 어울리는 두 명의 혼성 보컬에 조화가 아름다운 노래이다.
인디밴드 붐이 일어나고 있는 현재, 부산 출신에 좋은 밴드가 많다. 보컬 정주리가 나가긴 했지만, 「목화」, 「죽여줘」 등의 명곡이 많은 '보수동쿨러'나 '세이수미' 그리고, 지금 소개하는 '해서웨이(hathaw9y)'까지 훌륭한 인디 밴드가 많이 등장하는 부산이다. 해서웨이(hathaw9y)는 혼성 보컬이라는 다소 특이한 구성을 하고 있는데, 안정된 세션 위에서 어우러지는 두 명의 보컬의 목소리가 해서웨이 특유의 음악 색을 만들어낸다.
<노래 분석>
기타와 드럼이 「낙서」 특유의 아련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노래가 시작된다.
적당히 식어가는 우리, 우리의 미소들
어딘가 어색해진 두 손, 조금 무거웠고
낯설게 불편해진 너의, 너의 그 눈빛들
알잖아 난 이런 게 불안해
'강키위'가 보컬을 시작하고, '이특민'이 코러스를 맡으며, 도입이 이루어진다. 가사적으로는, 권태에 놓인 두 연인의 모습에 대해 묘사가 이루어진다. '적당히 식어가는 우리, 우리의 미소들'는 뜨거웠던 사랑의 순간이 지나가며 권태를 맞은 두 연인의 모습을 표현한다. 서로를 바라보며 짓는 '미소'가 줄어가는 것이 권태에 놓인 둘의 관계를 압축적으로 표현한다.
'어딘가 어색해진 두 손, 조금 무거웠고'에서도 자연스레 손을 잡고 다니던 연인이 서서히 서로의 손을 맞잡지 않은 상황이고, 서로의 사랑이 이전같이 않음을 느낀 두 연인의 마음은 무겁다.
'낯설게 불편해진 너의, 너의 그 눈빛들', 서로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변함을 느끼는 순간은, 함께 있는 순간에 언뜻 느껴지는 불편한 시선과 공기로 다가온다. 주변에서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어쩌면 연애 상황 놓인 당사자들은, '이별'의 순간과 감각을 정확히 체감한다.
'알잖아 난 이런 게 불안해'라는 두 연인의 권태와 이별의 예감을 너무나 잘 묘사하였다.
차갑게 날이 서는 우리, 우리의 목소리
서로의 문장에 베이다 고개를 돌리고
너와 나 사이의 벽에는 낙서만 가득해
결국 이렇게 될 거면서 왜 그렇게 우린
변해버린 애정과 사랑의 감정, 권태는 결국 두 연인 간 다툼으로 변한다. '차갑게 날이 서는 우리, 우리의 목소리' 서로를 향해 날 선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두 연인은 '서로의 문장에 베이다 고개를 돌리고'라고 표현된 것처럼, 서로를 향한 싸움과 비난의 말로 서로 상처받는다.
'너와 나 사이의 벽에는 낙서만 가득해'는 노래 제목인 「낙서」처럼 매우 감각적인 가사이다. 이미 두 연인 사이의 서로 마음의 벽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두 연인은 서로에게 전하진 못하는 말을 마치 '벽에 낙서'를 하는 것처럼 남긴다. 두 사람 사이의 벽에 쓰인 '낙서'는 미처 전하지 못한 사과와 사랑의 말도 적혀있을 것이고, 혹은 싸움의 순간에 나오지 않았던 상대방에게 너무나 상처가 되는 말이 남아 있을 수도 있다. 이별을 맞아 서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연인들이 서로에게 전하지 못하는 여러 말을 낙서처럼 서로에 놓여있는 벽에 쓰여있다는 표현이 너무나 감각적이다.
희미해진 촛불
새까맣게 그을린 벽지
비어버린 잔들
채울 수 없었잖아 우린, 우린 늘 혼잔걸
'이특민'에 단독 보컬이 시작되는 브릿지 부분에서, 브릿지가 들어가기 전에 모든 악기 소리가 사라지고 보컬 목소리만 남는다. 이후 베이스가 들어오며 음악이 진행되는데, 높은 음정이 아님에도 노래 자체에 집중이 되게 만드는 효과적인 구성이다.
'희미해진 촛불/새까맣게 그을린 벽지'는 전 가사에서 두 사람 사이에 있는 '벽'에 전하지 못한 말들을 남긴 것을, 어두컴컴한 밤에 촛불이 다 타들어갈 정도로 바라보고 있는 상황을 의미하는 듯하다. 너무나 열심히 그 말들을 돌이켜보느라 벽지가 '새까맣게 그을렸다.'는 것 또한 감각적이다. '비어버린 잔들'은 이별의 상황에서 술로 슬픔을 잊는 모습이 연상되며, 뒤에 '채울 수 없었잖아 우린, 우린 늘 혼잔걸'에서 '채울 수 없다'의 감각과도 연결된다. 결국 두 사람이 이별한 상황은, 서로의 외로움을 채워주지 못함이라고 드러나는 부분이다.
아직도 나는 잘 몰라요
당신은 어디로 떠나나요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요
또다시 다른 이를 찾을까요
'강키위'의 보컬이 시작되며, 일렉 기타가 주 사운드를 이룬다. '아직도 나는 잘 몰라요/당신은 어디로 떠나나요' 이별의 상황을 계속해서 곱씹어 보지만, 서로에게 상처를 준 대상이 부재한 상황에서, 어떠한 면에서 상처를 주었고, 내가 상대의 어떤 면에서 상처를 받았는지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여러 이유와 말들로 상대를 생각하고 표현하지만, 결국 이별의 상황에서 남는 것은 '잘 모르겠다.'인 것이다.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요'는 이별의 상황과 상처 속에서도, 상대를 잊지 못하는 감정이다. '또다시 다른 이를 찾을까요'는 상대방이 자신을 잊고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며, 혹은 자기 스스로도 상대를 잊고 다른 이를 만나는 상황에 묘사이다. 두 사람의 관계가 서로 멀어지며 끝이 나고, 결국 다른 사람과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인가에 대한 일종의 체념이다.
이후 일렉 기타 사운드가 강조된다. 이후 초반부에 브릿지와 다르게, 드럼 사운드 및 '이특민'의 보컬에 이펙터가 사용되며 곡이 변화한다. 이후 드럼과 일렉 사운드 및 '강키위'의 코러스까지 더해지며, 초반부 브릿지와는 다른 음악이 고조되는 사운드적 변화가 발생한다.
이후 '강키위'에 훅이 진행된다.
언젠가 조금 더 알겠죠
그때의 우린 어디쯤일까요
지금의 우린 어딘가요
이별의 직후 수많은 가능성과 이유를 생각해 보지만, 날마다 그 이유와 상대에 대한 감정이 달라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언젠가 조금 더 알겠죠/그때의 우린 어디쯤일까요'라는 두 가사에 이러한 복잡한 감정이 너무나 잘 표현되어 있다. '지금의 우린 어딘가요'라는 상황은 이별의 상황에서의 상대를 그리워하며, 두 사람의 관계를 바라보는 이별을 맞은 한 개인의 안타까운 심정이 잘 담겨 있다.
<개인적인 감상>
나는 '이별 노래'를 좋아한다. 이별 노래라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오 이 노래 좋은데?'라고 느끼면 다 '이별 노래'였다. 이별 노래 특유의 너무 밝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우울하기만 한 것은 아닌 미묘한 분위기 덕택에 이별 노래를 좋아하게 되었다. 별생각 없이 듣던 이별 노래 가사들이 문뜩 한 마디, 한 마디 서서히 이해가 되었을 때, 느껴지는 것은 미묘한 환희와 슬픔이었다. 「낙서」에는 '이별'을 예감하는 두 연인의 상황과 이별 직전에 두 연인의 싸움, 그리고 이별 이후 연인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는 상황과 감정이 너무나 잘 묘사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노래 구성을 통해 전체적인 분위기를 잃지 않으면서, 담담하게 이별의 상황을 노래하는 점이 너무나 매력적이다.
글 잘 읽었습니다! (잘만듬) 이별 노래가 주는 감동은 정말 크죠.. 이 곡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캬~ 긴 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각자의 사연으로 만들어진 노래가 공감대를 만드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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