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뭔 개소리 같은 질문이야? 디깅에 만족한다니? 디깅은 단지 그 디깅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워서 하는 거지"
라고 저한테 말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디깅에 목표가 있어왔어요. 항상.
앤서니 판타노/피에로 스카루피/로버트 크리스트가우
거의 그 정도 수준으로 음악에 정통한 사람이 되는 거요.
아 물론 다른 분들의 음악취향을 폄하하려는게 절대 아닙니다.
그냥 뮤즈/콜드플레이/케니지 같은 음악만 들으셔도
볼빨간사춘기/뉴진스/아일릿 같은 음악만 들으셔도
그건 10000% 문제 없습니다.
그게 가장 건강한 겁니다.
오히려 포스트밥/데스메탈/블랙메탈/얼트컨트리 따위 안들어도
인생 사는것에 지장 전혀 없거든요.
영화라도 마찬가지죠.
뭐하러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데이빗 린치, 벨라 타르, 타르코프스키
그딴 지루한 쓰레기영화를 보나요?
도서라도 마찬가지고요. 다른 문화향유라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저는 그래도 이 다양한 음악들을 반드시 다 섭렵하겠다는 생각으로
2013년 중고딩 시절부터 지금까지 주구장창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저는 음알못이고
저보다 음악지식에 한참 앞서간 미친또라이들이 많습니다.
아니 하다못해 저는 특정 장르에 정통한 것도 아니에요.
어떤 분은 80~90년대 힙합/소울/알앤비에 정통하고
어떤 분은 앰비언트에 정통하고
어떤 분은 스래시 메탈에 정통하고
어떤 분은 포스트펑크에 정통한데
저는 뭐 하나 제대로 아는것도 없지요.
물론 저도 잘 압니다.
어차피 음악의 세계는
폴 매카트니의 말 처럼 끝도 없이 넓고
어차피 저의 음악취향조차도 정답은 아닙니다.
아마 죽을 때까지 그것들을 다 알 수도 없고요.
하지만 계속 디깅하고 듣다보면 어느 정도 전문가/거장의 경지에 오를 정도로
능통한 리스너가 될 것이라고 믿었는데
그 목표의 절반조차도 못미쳤습니다.
하다못해 저는 저만의 확고한 예술관/예술철학 조차도 없고요.
결국 오랜 추궁 끝에 알게 된 것은 결국 다 헛짓거리란 걸 알게 되었죠.
결국 그냥 음악 자체를 즐기는 것이 중요하고
인생은 성취나 목표 같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순간순간 즐기는 게 중요하단 것도 알게 되었고요.
근데 전 요즘 계속 디깅해도
예전처럼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감흥도 없고
그냥 모든 게 다 프리재즈처럼 들려서 짜증나네요.
음악 자체를 즐기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뭐 세상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제가 음악 듣는다고 해서 남에게 이득이 된것도 아니고.
그니까 음악은 그냥 음악 자체로 즐기세요.
프리재즈 따위 집어치우고
편안한 앰비언트 들으세요.
수련하고 정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그래도 10년 정도 듣다보면 전문가가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달라진게 없어서...
전문가가 되고 싶다니 멋있으시네요.
제 목표는 모든 장르를 섭렵하는 게 아닌, 디깅을 통해 제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제 취향을 제대로 찾는 것입니다.
사실 지금 이오님만큼은 아니겠지만 나름대로 다양한 음악을 듣다 보니 제가 어떤 장르와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고, 나아가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제가 직접 만들기도 하게 됐네요 ㅎㅎ
고다르가 말했던 것처럼,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을 스스로 만드는 단계까지 가신 것입니다.
Satang님이야말로 전문가가 이미 되셧습니다. 저보다 억배는 멋지십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나중에 평론가로 성공하시면 엘이 사랴웃좀..
저 혹시 궁금한게 있는데 실례가 안된다면 지금까지 음반 몇장정도 들으셨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언젠가부터 집계를 아예 멈췄습니다만,
일단 집계한 것만 보니까 4500장 정도 들었네요. 근데 이건 정규만 한정.
이게 전문가가 되려고 듣는것과
듣다보니 전문가가 되는 것의 차이 아닐까요
제 주변에 가장 디깅 개쩌는 사람들 보면 진짜 상상 이상으로 관심을 가지고 생각도 못한거까지 찾아보더라구요
그니까요. 그 사람들은 그냥 디깅하는 과정 자체를 사랑해서 그런 겁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이게 유명하다니까 들어봐야지"에서만 머무는 수준....
그러니까 그 사람들은 그런대로 냅두고
저희는 저희가 듣고싶은거만 들으면 되는거죠 ㅋㅋㅋ
그렇죠. 물론 전자 후자 양쪽 다 정답입니다.
유명한 것만 들어봐도 그건 음악을5000% 즐기는 방법이고요.
하지만 저는 그냥 병적인 강박으로 변해버려서, 더 이상 행복이 없네요.
약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게
다른 사람들의 전문성의 정도에 대해서 약간 환상이 있어서 그런거 같아요
물론 제가 다른 사람들을 과소평가하는 거일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모든 음악에 대해서 정통하지 않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 내가 판타노보단 힙합쪽...은 많이 들어보지 않을까 싶다던가 ㅋㅋㅋ
아니면 내가 알고있는 전문가 타이틀을 달고 있는 사람이 진짜 전문가 of 전문가인거고
일반적인 전문가는 좀 생각보다 허접이지...않을까도 생각해보고 ㅋㅋㅋ
아까도 국게에서 보니까 스윙스가 카티 홀라레 작년에 첨 들었다더만요
그니까 강박의 방향을 약간 난 전부다 들어봐야겠어에서 난 그냥 새로운거 존나 들어봐야겠어 라고 바꾸면
약간 즐거우면서도? 허상에 대한 동경에서 조금 벗어날수있지 않을까? 싶네용
결론은 화이팅요 ㅋㅋ
저는 근데 음악에 정통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인생 명반들을 처음 들었을 때의 감동의 순간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서 듣는 느낌...
전 그때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사실 전 음악에 정통한다는 생각보단 그냥 지금 듣는 음악에 심취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서 디깅을 하는것 보다 이미 들어본적 있고, 좋아하는 앨범들을 돌릴때가 더 많은 것 같아요.. 특히 요즘 더 심해졌고요
결국 제 취향도 나이 먹을수록 고착화???
전 최대한 평이 좋고 명반이라는 음반들을 많이 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근데 제 귀가 막귀인지라 한번 돌리는거로는 단번에 캐치가 안되네요.. 그래서 앨범을 3~4번 정도 돌리고 나면 그제서야 아 진짜 좋다.. 이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제가 하루종일 음악 듣는게 아니라서 평소 듣던거랑 새로운 앨범 듣기 시간 분배를 잘해야겠어요 ㅋㅋ
그나저나 디깅은 여기 엘이에서만 해도 따라가기 벅차네요 워낙 좋은 글 올려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페터 브뢰츠만 Machine Gun 들어보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케니지 급으로 쉽습니다 ㅋㅋㅋㅋㅋ
물론 농담이고, 저도 한땐 이해하려고 그랬던 적 많았네요
인간이 참 그런점에서 뭣같지 않습니까
같은짓 계속하다보면 질리고 싫증나고
저도 어쩔때 그런생각이 드네요
전 제 취향에 완벽하게 맞는 앨범을 찾기위해 디깅합니다.
마치 먹잇감을 찾는 하이에나 같이요
그것이 제 디깅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죠.
음악 지식의 확장따윈 제 알 바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엠비언트같은 수면제 듣지 말고
스팩타클한 프리재즈 들으십쇼.
디깅이 의무로 느껴지는 순간 재미가 없어지는 거 같아요
걍 새로운 앨범들 찾아내는 거 자체에 재미를 둬야 안 질리고 오래할 수 있는 거 같음
평론가란 직업을 그래서 절대로 못할 거 같습니다
적어도 그 사람들은 그 과정을 사랑하니까
뭐든 계속해서 과몰입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싫증 나고 지치기 마련이죠
무슨 글을 써도 언제나 결론은 _________
왜냐면 불공평하니까요
한 번 사는 인생 명반 많이 듣고 귀에 많이 기억해놔야 잘 살고 간 거 같음
저는 그런 고민 할때마다 좋아하는 음악 듣는거로 귀결되는거 같네요.
사실 디깅 욕구가 많이 없습니다. 신보도 무조건 챙겨듣고 그렇지 않거든요. 그러나보니 고착화가 되서 질릴때 쯤 한두걸음씩만 내딛는 것 같습니다.
요즘 하이퍼팝 극혐
제 취향이 사라져버렸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동경으로 시작했지만 어느순간 동기는 나에게 있었고 아는 건 많아졌지만 남는 건 더 없네요ㅜㅜ
토리노의 말은 진짜 불면증치료제가 아닐지
메모리아는 졸면서 보다가 중간중간 나오는 쿵소리에 깼음ㅋㅋ
토리노의 말
영화속에서강풍이너무몰아치는데
하필 극장 에어컨도 너무 추워서
실감나게 봤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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