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케이팝 씬을 달구었던 '그 분쟁'으로 많은 담론이 나오고, 나도 엘이에서 글을 썼지만, '제작자의 가치'에 대한 중요성만큼은 커졌다고 보는 입장이다. 물론 이전에도 아이돌은 기획력이 제일 중요하다는 말도 많았지만, 대중들에게 제작자의 중요성을 3대 기획사 시대 이후로 다시 한 번 일깨워준데에는 이번 사태가 크다고 본다.
하지만 나는 케이팝 평론에서 특정 포지션만 호평하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개개인에 따라서 어떤 그룹은 멤버들의 능력이, 어떤 그룹은 프로듀서의 역량이 더 뛰어나서 그런 평론을 하는 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케이팝이야말로 여러 스텝들이 모여서 만들어낸 궁극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평론에 대한 거부감을 느낄수도 있다. 뉴진스만 봐도 민희진의 결과물과 행보가 좋아서 민희진에게 주목하는 평론을 쓰는 평론가가 있는 반면, 너무 뉴진스가 민희진의 그림자에 가려져있다고 우려하는 평론가도 있다.
내가 프로듀서를 평론에서 과하게 호평하는 것을 경계하는 이유는 '팬으로서의 입장'이 크다. 중소형 기획사는 물론, 대형 기획사에서도 아티스트의 전성기때에는 잘 챙겨주다가 계약이 끝나가는 시점에서는 남의 자식마냥 방치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로 인해 아티스트는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만 일을 하다가 개인의 역량을 쌓지 못하고 계약이 끝나는 결말이 많다. 물론 계약이 끝난 이후에도 당연히 아티스트는 자신의 역량을 쌓을 수 있다. 하지만 회사 차원에서 아티스트의 개인적인 플랜을 존중해주고 미리 독자적인 역량을 쌓는다면, 그 아티스트는 다른 회사에 이직을 하더라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대중들이 그러는건 아니지만, 그룹이 정점을 찍은 이후에 회사를 나가 솔로 활동을 하는 아티스트에게 '프로듀서 빨이다', '프로듀서의 아바타였다'는 비난을 하는 일부 대중들도 있다. 아이돌이라는 직업 자체가 프로듀서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이고, 그 아티스트가 역량 강화를 하지 않아서 그런 비난을 받을수도 있지만 아이돌이 성공하는 데에는 그 아티스트 개인의 역량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나의 이런 바램이 '기계적 중립'을 지키면서 평론해야 하냐는 반론을 낳을수도 있다. 하지만 케이팝 산업에서는 프로듀서의 열망뿐만이 아니라, 아티스트의 무대와 팬에 대한 사랑, 밤낮으로 고생하면서 버티는 스텝들의 노고도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복잡한 산업이기도 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다양한 관점에서 두루두루 다뤄줬으면 하는 부탁이 있는 것이다.
*정작 이러한 논란을 낳게 된 그룹(?)인 뉴진스와 민희진에 대해선 불만이 없다. 이번 버니즈 캠프로 인해 뉴진스는 개별 멤버로서의 역량과 가능성을 보여줬다.
개인적으로 프로듀서의 기획을 칭찬하는 것은 문제가 없는데, 딱 봐도 기반이 빈약할 때는 좀 물어뜯고 싶은 글이 나오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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