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gwam - Being (1974)
https://youtu.be/Pf6K-_cFEO8?si=63L9Ap_Ou-FqtV2H
제 리뷰 등을 보신 분이라면 제가 얼마나 프로그레시브/아방가르드 락을 좋아하는지 아실 거예요
음악에 빠진 계기도, 음악 평가의 기준도 모두 70년대의 형형색색의 음악에서 영향을 받았으니
아무리 새로운 빛깔의 음악에 빠지더라도, 질리지 않고 들을 수 있는 건 프록이에요
복잡성과 정교함을 발견하려는 집착 때문에 매번 고민할 것을 아니까 앨범을 평가한 뒤 무조건 기록하진 않아요
프록을 비롯해서 탐구할 새로운 음악을 고르는 기준은 평론적 우수함이 제일이지만, 매번 그걸 따지면 피곤하잖아요?
역시 제일 직관적인 건 앨범 커버와 제목이 얼마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지 같아요
핀란드 밴드 Wigwam의 정규 4집, Being (1974)도 그렇게 발견했고, 이런 방식의 앨범 찾기가 나쁘지 않겠다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어 줬어요
Being의 특징은 많지는 않았던 여타 70년대 북유럽 밴드(대표적으로 Kaipa)에선 쉽게 찾아보기 힘든 악기 구성과 아기자기함에 있어요
(Wigwam은 핀란드의 완전 초창기 프록 밴드였음에도, 영국의 주류 프록을 따르지 않는 정체성이 확실한 밴드였다 해요)
주로 오르간과 키보드가 공간을 채우고, 전기 기타가 전혀 쓰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캔터베리 신(Canterbury Scene)이 연상돼요
한 번 들어서 이해할 만한 선율은 절대 아니란 점에선 재즈 락('Pedagogue'에선 특히 자파의 영향)이나 RIO(Rock in Opposition)가 생각나는 동시에,
곡들은 저마다의 확연한 어레인지와 멜로디를 지니며, 보컬의 표현은 구수하고 유쾌한 편이에요
결정적으로 이런 혼란 속에 구조적으론 팝의 뼈와 살을 우려내서 난해함만 날뛰게 두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죠
(원래부터 제가 제일 신경쓰지 않는) 내용 측면에서는 앞서 작성된 여러 리뷰를 종합해 보면
인간의 삶, 종교와 정치를 독특하고 환상이 담긴 가사로 나타낸 컨셉트 앨범이라고 해요
첫 곡 제목부터 'Proletarian'이고, 'Pride of the Biosphere'에선 아예 오르간 위에서 3분 동안 요상한 연설을 하죠
툭 튀어나오는 트랙들이 많지만, 그런 형태이기에 '존재(Being)'를 자유로이 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작곡 및 프로듀싱 기술적으로도 곡의 마무리와 다음 이야기로의 전환이 정말 부드러워요
제가 커버에서 느꼈던 감정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풀어내 주었기에 이 앨범을 곧바로 좋아하게 되었네요
북유럽 프록은 메탈과 결합한 유명 밴드가 여럿 있는 걸로 알지만 (Anekdoten, Opeth 등)
특색 있는 초기작도 추천해요
프록 쪽은 진짜 입문작들 외엔 거의 모르는데 재밌어보이는 앨범이네요 천천히 꼭 들어봐야겠습니다
제 경험이지만 입문으로 꼽히는 작품들보다 살짝 저평가되는 앨범들보다도 더 평가가 확 갈리는 쪽에서 더 신기한 사운드를 접하기 좋은 것 같아요
물론 당시 잘 먹혔던 심포닉이나 재즈식 프록 스타일이 좋다면 그만큼 비슷한 작품이 많다는 게 또 좋은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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