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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atles #4 <Beatles For Sale>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2024.04.10 16:45조회 수 258추천수 4댓글 0

1964년 말, 비틀즈(The Beatles)는 음반 제작, 투어 공연, 영화 제작, 홍보 등으로 바쁜 와중에도 크리스마스에 발매할 차기작을 위한 녹음을 진행했다. 회사의 이윤 추구에 결부해 멤버들을 갈아 넣는 살인적인 일정으로, 차기작을 만드는 과정 역시도 피로감으로 가득 찰 수밖에 없었다. 비틀즈를 갈아 넣은 결과물이자 네 번째 앨범 <Beatles For Sale>은 결국에 그 피로감이 청자에게까지 물씬 느껴지는 작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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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앨범의 제목부터가 ’비틀즈를 팝니다‘라는 의미로, 의도가 다분한 환경 속에서 앨범이 제작되었음을 짐작해보자. 실제로도 그랬다. 1964년 여름부터 제작에 착수해, 음반이 가장 많이 팔리는 크리스마스 이전까지 스튜디오 음반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 비틀즈에게 놓인 선택지는 무엇이었을까. 당연하게도 턱없이 모자란 시간에 전곡을 자작곡으로 채우기에는 힘이 부쳤을 것이다. 결국 <A Hard Day's Night>와 같은 오리지널리티는 고사하고, 초기 작품들처럼 자작곡 8개와 커버곡 6개로 앨범을 채우게 되었다. <Beatles For Sale>의 제작 환경이 많고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중임을 감안한다면, 초기 작법으로의 회귀는 필연적인 일이었을 테다. 그들이 어린 시절부터 들었던 미국 로큰롤을 다시금 해석하여 녹음하는 일은 <Please Please Me>때부터 익숙한 일이었으니, 분명히 수월한 선택이 되었을 것이다.

하나, 음악적 구성이 난잡하게 느껴질뿐더러, 다소 피로하게 느껴지는 장면들이 잦다. 본 문제는 음악적 구성보다도 음악적 태도가 달라진 점에 있다. 초창기 앨범식의 구성이 감안할 수 있던 점도 그들의 음악적 태도가 로큰롤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애정이 밑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Beatles For Sale>은 비슷한 의식조차 부재한 환경이 문제시된다. 비슷한 포맷에도 <Please Please Me>와 <Beatles For Sale>의 상이한 평가가 내려지는 것은 음악적 순수함에 대한 결핍이 원인이 되었다. 애초에 음악에 대한 예술적 순수함이 배제되고서, 단순히 팔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은 좋은 평가를 받긴 힘드니 말이다. 물론 그들이 자본주의적 압박에 굴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만큼이나 비틀즈는 압박이 다분한 상황에 놓여있었고, 촉박한 시간 내에 앨범을 완성해야 했다. 장난기 어린 소년들은 어디 가고, 이제는 피로에 찌든 무서운 표정의 소년들이 앨범 커버 전면에 등장한 것도 왠지 같은 연유가 아닐까. 무릇 앨범의 피로도, 산업과 창작욕의 갈등 선상은 이질적인 작품을 만들어 냈다.

부분적으로 아쉬운 작품이다. 비틀즈라는 명성 때문에 본작이 아쉬운 것일까. 아니면, 당대에 그들이 처했던 상황이 <Beatles For Sale>라는 다소 냉랭한 분위기의 앨범을 그려내었기 때문일까. 전작 <A Hard Day's Night>가 팝 엔터테인먼트의 명을 보여준다면, <Beatles For Sale>의 제작 과정은 팝 엔터테인먼트의 암을 그리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비틀즈에게 상업적 압력을 가해 수많은 위대한 앨범을 제작하는데 기여했음은 분명하지만, 그 뒤편의 어두운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Beatles For Sale>은 그러한 면에서 마냥 좋게 보긴 어려운 작품이다. 그 시대의 압박과 예술적 욕구 사이의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난 작품이 <Beatles For Sale>이며, 로큰롤, 머지비트, 포크 컨트리 록, 팝 등의 장르가 난잡하게 섞여 있는 것도 그 때문일 테다. 신선함과 쾌활함이 사라진 그들의 모습은 음악에도 고스란히 담기니 어쩔 수 없게 되었다.

물론 부분적으로 아쉬운 작품이나, 나름대로의 의의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비틀즈는 이제껏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고 재해석하는 데에 있어 큰 장기를 지녔다고 한 바가 있는데, 그 항목에 포크와 컨트리라는 장르가 추가된 것이다. 직접적인 영향은 존 레논(John Lennon)이 직접 시인한 이야기대로 밥 딜런(Bob Dylan)이 결정적이었다. 미국 투어를 하며 성사된 밥 딜런과 약물의 만남은, 다르게 말하면 포크와 예술적 자유와의 만남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비틀즈와 밥 딜런 만남으로 서로가 영향을 받아 각각 역사적인 앨범을 만든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기도 하니, 구태여 더 길게 이야기할 필요도 없겠다. 하나의 만남으로 심어진 작은 예술의 맹아를 훗날의 <Rubber Soul>. <Revolver>의 탄생으로 연결 지을 수 있다면, 그 씨앗의 시작점은 감히 <Beatles For Sale>의 장르적 혼돈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본작에서 처음으로 포크 록 넘버 "I Don’t Want To Spoil The Party” 같은 곡이 등장한 것도 여러 만남과 비틀즈의 횡단 덕분이니.

한 자유 시인 가수의 만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압박에 굴하지 않는 예술혼이 이즈음부터 타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일까? 덕분에 존 레논의 잔뜩 쉰 목소리로 시작하는 "No Reply"부터 "I'm A Loser", "Baby's in Black"까지, 초반부 세 곡들은 전작들의 밝은 모습보다도 침울하거나 다소 내향적인 성격을 자랑하는 곡들이 되었다. 존 레논 본인 역시도 상황에 자신을 투사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느끼는 바를 표현하고자 했으니, 내향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것도 필연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나는 패배자야'라는 적나라한 자기 연민을 토로하는 모습은 쉬이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즈음부터 레논의 내면적 태동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으니, 나머지 비틀즈 멤버들에게도 예술적 관념이 서서히 들이닥치고 있지 않았나 싶다. 절제되고 섬세한 비틀즈의 면모를 확인한다는 것은 리스너에게도 그들에게도 음악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으리라.

앞서 달라진 태도는 6개의 커버곡에 반영되어, 이전의 치기 어리며 젊은 혈기는 찾아보기 힘들어졌으며, 오히려 복잡미묘한 성격을 자랑하게 되었다. 비틀즈의 색이 침잠하고 미국식 로큰롤의 모습이 짙어졌기 때문이다. 과도한 미국 투어 덕분에 새로운 창작을 할 여력이 적어졌다면 아쉽게 된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저명한 비틀즈의 앨범이라고 생각하면 아쉬운 결과물이다. 그럼에도 미국식 로큰롤의 물론 선배격 되는 이들의 척 베리(Chuck Berry)의 곡을 커버한 "Rock and Roll Music", 리틀 리처드(Little Richard)의 커버를 재커버한 "Kansas City/Hey-Hey-Hey-Hey!"같은 일부 커버곡들은 로큰롤의 신나는 흥취를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아쉬운 감정이 들지만, 케빈 클럽부터 시작한 선배 계보를 따라간 로큰롤이라 생각한다면 아예 이해가 안 되는 선택지는 아니다.

위의 몇 개의 곡들이나, 비틀스 식의 로큰롤 "Eight Days A Week"이 크게 히트를 친 것을 제외한다면, <Beatles For Sale>은 비틀즈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아쉬운 작품이 분명하다. 그러나 아쉽다고 하여 흥미로운 지점이 없는 것이 아니다. 한 밴드의 시행착오 혹은 발돋움과도 같은 작품을 관망하는 것은 그리 나쁜 경험이 아니었다. 오히려 <A Hard Day's Night>부터 시작된 창작욕과 성장기를 보고 있노라면, 비틀즈만의 예술성은 점차 진일보하고 있었다. 음악적 성장이 담보한 것은 비틀즈만의 뚜렷한 개성이자 예술성이었으니, 그것들을 천천히 감상하는 순간에는 놓쳤던 무언가를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결국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있으랴. <Beatles For Sale>은 창작욕이 거센 상업적 압박 속에 싹튼 정초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만약 그들이 단순히 음반을 팔기 위해 음악을 했다면, 오히려 <Beatles For Sale>과도 같은 첨예한 대립이 일어나는 작품은 보기 힘들었을 테다. 물론 본작이 단순히 후대의 위대한 명반들의 발판처럼 여겨지는 작품이라 말하고자 함은 아니다. 그럼에도 하나의 거다란 태동에는 복잡한 고뇌가 존재했으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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