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ring : Rah Digga, Jean Grae, Bahamadia / Ladybug Mecca, Psalm One, Apani B
이 시리즈도 어느덧 절반을 넘겼다. 애초 기획했던 10부 중 절반은 지나갔고, 이제 나머지 절반의 시작이다. 사실 동부와 서부, 남부로 지역 구분을 하고 랩퍼들을 소개하려고 하였으나 막상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괜한 구분을 한 게 아니었나 싶은 생각도 들고, 지역 구분이 명확하게 되지 않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은 경우도 있었다. 더불어 이 시리즈를 처음 기획했을 때와 지금의 시장은 많이 달라졌다. 이 글을 처음 썼을 때가 아마 2011년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2013년이니 말이다. 고작 10회밖에 안 되는 분량을 너무 질질 끌었나 싶어서 반성도 해본다. 오랜만에 시리즈를 시작하려니 이런 저런 푸념이 길어진 듯한데, 어쨌든 그래서 이번 시리즈는 최근 등장한 핫한 랩퍼들을 제외한 나머지 랩퍼들 중, 동부에 거점을 두고 있거나 인디펜던트 활동을 하고 있는 랩퍼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물론 동부에 랩퍼들은 참 많지만, 우선 몇 명만 꼽아보았다. 1회부터 이번 글까지는 다소 옛 랩퍼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 감안해 주셨으면 한다.
Rah Digga
버스타 라임즈(Busta Rhymes)의 크루인 플립모드 스쿼드(Flipmode Squad)의 일원이자 뉴 저지를 기반으로 한 라 디가(Rah Digga)는 많은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받은 여성 MC이다. 랩퍼가 아닌 MC로서 인정받고 있는 라 디가는, 시작부터 케이알에스-원(KRS-One), 라킴(Rakim), 쿨 쥐 랩(Kool G Rap)과 같은 대가들에게 랩을 배웠으며, 이후 푸지스(Fugees)의 앨범에 피처링으로 참여하는 등 커리어를 만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이후 1999년 [Dirty Harriet]이라는 첫 앨범을 발표하였으나, 이후 앨범 발매가 무산되고 수많은 곡들이 유출되는 등의 사고를 겪은 뒤, 2010년 프로듀서 노츠(Nottz)와 함께 [Classic]이라는 앨범을 발표하였다. 그녀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MC이다. 많은 여성 랩퍼들이 ‘랩퍼’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면, 라 디가는 끝까지 MC로서의 자세와 마인드를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Jean Grae
진 그레(Jean Grae)는 남성 MC들 못지않은 타이트하고 뛰어난 랩 스킬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컨셔스한 내용까지 갖추고 있는 아티스트이다. 그의 이름은 엑스맨(X-Man)의 캐릭터인 진 그레이(Jean Grey)에서 따온 것. 남아프리카의 재즈 뮤지션 가정에서 자란 그는 한때 보컬을 배우기도 하였지만, 곧 자신의 길을 정한 뒤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로서 활발하게 활동하였다. 당시의 이름은 웟 웟(What? What?). 이름을 바꾼 이후에도 자력으로 치고 올라오며 많은 아티스트들과 활동하였고, 결국 탈립 콸리(Talib Kweli)와 계약을 하게 되었다. 이후 패로 몬치(Pharoahe Monch), DJ 제지 제프(DJ Jazzy Jeff)의 앨범 등을 통해 인상 깊은 피처링을 몇 차례 선보였으며, 2013년 두 장의 앨범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BET 힙합 어워즈 싸이퍼에 종종 등장하였으며, 가장 인상 깊은 앨범은 나인스 원더(9th wonder)가 함께 작업한 [Jeanius].
Bahamadia
여성 엠씨를 논할 때 종종 언급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깜박하고 넘어가는 사람이 바하마디아(Bahamadia)이다. 그만큼 많이 활동하고 있지는 않지만, 인상 깊은 지점들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필라델피아 출신인 만큼 더 룻츠(The Roots)와도 인연이 있으며, 처음 음악적 활동은 갱 스타(Gang Starr)의 구루(Guru), DJ 프리미어(DJ Premier)와 함께 시작하였다. 가장 널리 알려진 1996년의 데뷔 앨범 [Kollage] 역시 그들과 작업한 결과물. 이후 활발한 활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일본에서 엠플로(M-Flo), DJ 덱스트림(DJ Deckstream) 등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몇 작품들을 발표하였다. AOTP(Army Of The Pharoahs)와도 인연이 있다. MC 지망생들이 공부하는 아티스트 중 한 명.
Ladybug Mecca, Psalm One
우선 레이디벅 메카(Ladybug Mecca)는, 지금은 랩퍼라는 직업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 활동을 하고 있으며, SNS를 통해 만날 수 있는 레전설(?) 중 한 명이다. 그녀는 예전에도 랩과 노래를 함께 하였으며, 디거블 플래닛츠(Digable Planets)의 1/3이다. 디거블 플래닛츠는 최고의 재즈 레이블 중 하나인 블루 노트(Blue Note) 소속이었던 힙합 트리오이며, 실험적인 사운드로 유명하였다. ‘힙합 비밥’이라 불릴 만큼 재즈와의 긴밀한 접목도 시도했으며, 그들의 앨범들은 지금 들어도 세월의 격차를 느낄 수 없을 만큼 좋다.
삼 원(Psalm One)은 2001년부터 커리어를 시작한 시카고 출신의 랩퍼이다. 누군가는 루페 피아스코(Lupe Fiasco)의 여성 버전이라고도 설명한다. 시카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며 사회적인 이야기들도 많이 한다. 최고의 인디펜던트 레이블 중 하나인 라임세이어스(Rhymesayers) 소속이며 같은 레이블 식구들 위주로 함께 작업을 한다. 특이하게도 드러머로 음악을 시작했다고.
그 외에도 90년대 후반부터 탈립 콸리, 패로 몬치 등과 작업을 하며 지금까지 조금씩 활동해오고 있는 아파니 비(Apani B), 플로에트리(Floetry)의 절반이었던 랩퍼 겸 싱어 아만다 디바(Amanda Diva)도 있다. 아만다 디바의 경우 지금은 디제이, 라디오 호스트를 비롯해 글을 쓰는 등 다양한 활동을 선보이고 있다. 그 외에도 시리즈의 이전 글들에서 언급했던 아티스트들 중에서도 이브(Eve)나 레미 마(Remy Ma)와 같은 랩퍼가 동부 아티스트에 포함된다. 다음 화부터는 현재 활동하는 랩퍼들 중에는 누가 있는지, 또 어떤 흐름과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보겠다.
[추천앨범]
Rah Digga [Dirty Harriet]
Jean Grae [Jeanius]
Bahamadia [Kollage]
Digable Planets [Blowout Comb]
Psalm One [The Death of Frequent Flyer]
* Heather B [Eternal Affairs] (글에는 담지 못했지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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