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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Ill Bill - The Grimy Awards

title: [회원구입불가]soulitude2013.05.29 22:02추천수 4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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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 Bill [The Grimy Awards]

01. What Does It All Mean?
02. Paul Baloff 
03. I Don’t Know How Long It’s Gonna Last
04. Acceptance Speech (featuring A-Trak)
05. Truth
06. Exploding Octopus 
07. Forty Deuce Hebrew (featuring HR of Bad Brains)
08. How To Survive The Apocalypse
09. Vio-Lence (featuring Shabazz The Disciple & Lil Fame of M.O.P.)
10. Acid Reflux
11. L’Amour East (featuring Meyhem Lauren & Q-Unique)
12. Power (featuring OC & Cormega)
13. When I Die (featuring Tia Thomas)
14. Severed Heads Of State (featuring El-P)
15. 120% Darkside Justice (featuring Jedi Mind Tricks)
16. Canarsie High
17. World Premier


올 상반기 쏟아져나오는 앨범들은 미국 언더그라운드/하드코어 힙합 팬들의 귀를 쉬지 못하게 하고 있다. 차페이스(CZARFACE)의 수퍼 프로젝트 앨범부터 데미가즈(Demigodz)의 귀환, D.I.T.C.의 에이쥐(A.G.)와 브랜드 누비안(Brand Nubian)의 사닷 엑스(Sadat X)가 주축이 된 트리니티(Trinity) 프로젝트에, 최근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의 신보까지. 그리고 여기에 또 하나의 앨범이 추가되는데, 바로 오늘 살펴볼 일 빌(Ill Bill)의 [The Grimy Awards]다. 

외모로만 따지면 ‘미국의 용감한 형제’라 할 만한 일 빌은, 데뷔 초창기엔 그룹 넌픽션(Non Phixion)의 멤버로 활동하며 친동생인 네크로(Necro)와의 콜라보를 했었다. 이후 지금까지 라 코카 노스트라(La Coka Nostra), DJ 먹스(DJ Muggs)나 비니 패즈(Vinnie Paz)와의 콜라보 등 쉬지 않고 정력적인 음악 작업을 해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솔로 정규’ 앨범은 이번 앨범이 2004년의 [What’s Wrong With Bill?]과 2008년의 [The Hour Of Reprisal] 이후 세 번째이다.

고등학교를 채 졸업하지 못한 학력이지만, 일 빌은 스스로 밝혔듯, 독서를 통해 삶의 지혜를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외모와 달리 그의 가사나 메시지는 상당히 진중하고 지적이고 시사적이며, 나아가 나라와 지구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면모를 보인다. 넌픽션 시절부터 그는 'CIA가 날 죽이려 해!'라고 처절하게 외쳐왔었는데, 그의 앨범들을 듣다 보면, 핵전쟁-경찰폭력-자연재앙-지구멸망 등을 걱정하고 비판하는 가사들을 (그가 가장 사랑했던 엉클 하위(Uncle Howie)의 목소리 스킷 만큼이나)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이런 그의 메시지가 유난히 더욱 설득력 있고 진중한 이유는 ‘겉멋’이 들어 있지 않고, 가식적이지 않다는 점에 있다. 이미지 면으로나 호러코어 스타일의 음악으로서나 일 빌은 상당히 사타닉(satanic:사탄의, 악마스러운)한 스웩(swag)으로 자신의 음악을 포장할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정작 본인은 역설적으로 꾸준히 일루미나티(Illuminati)를 경멸하는 가사들을 많이 내뱉었었다. 실제로 DJ 먹스와의 콜라보작 [Kill Devil Hills]는 앨범 전체가 ‘일루미나티 박멸’을 컨셉트로 삼고 있다. 또한 본작의 수록곡 “Exploding Octopus”를 예로 들어보면, 미국의 악명 높았던 고학력자 테러리스트 테드 커진스키(Ted Kaczynski)의 실화를 통해, '아이폰이 없다고 상상해 보라.'라며,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맹목적인 비판에 대해 경고한다.



♪ Ill Bill - Paul Baloff

일 빌은 스스로 앨범 속지에서도 밝혔듯이, ‘The Grimy Awards’라는 말의 뜻은 살아오면서 자신에게 영향을 준 모든 것들을 겪은 ‘자기 자신에 대한 시상’이라고 한다. 따라서 앨범은 다양한, 그러나 일관되게 진중함을 보이는 주제들을 담고 있는데, 어린 시절 음악적 우상이었던 헤비메탈 밴드 엑소더스(Exodus)의 프론트맨, 폴 밸로프(Paul Baloff)와 DJ 프리미어(DJ Premier)에 대한 존경을 담은 오마주(“Paul Baloff”, “World Premier”)를 표현하기도 하고, 자신의 정신적 지주였으며 가장 사랑했던 삼촌 엉클 하위의 사망에 대해 신실한 애도와 추모(“When I Die”)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그의 향수는 어린 시절 자신이 자라온 브루클린의 한 클럽을 조망한 “L’Amour East”에서도 빛을 발한다. “Vio-Lence’와 “Severed Heads Of State”를 통해 폭력에 대한 상반된 견해를 설득력 있게 풀어가는 모습도 보여주며, “How To Survive The Apocalypse”에서는 '멸망이 온 직후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라는 주제를 놓고 마치 강연하듯이 이야기하는데, 디테일하게 상황을 풀어가는 가사에서 그가 얼마나 지적이고 독서량이 많은지 짐작할 수 있다. 또한 “Acceptance Speech”에서는 자신의 가족과 친구, 그리고 영향을 준 뮤지션들에게 신실한 감사를 표함으로써 앨범의 주제를 함축하고 있다.

이렇듯 어떻게 보면 이번 앨범은 그동안 그가 발표한 작품들 중에서 가사 부분에서 가장 ‘자조적이고 개인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앨범의 프로덕션은 그렇지 않다. 이제 분위기를 바꿔보자. 지금 당장 핏방울을 저 순둥이 같은 앨범 자켓에 떨어뜨려 보자. 그래, 바로 그 느낌이다. 자조적인 가사들을 장악하고 있는 사운드는 매우 ‘통렬’하고 ‘잔인’하다.  

일단 일 빌의 목소리톤이 몇몇 곡에서 다소 격앙된 하이톤으로 바뀌었는데, 이는 [The Hour Of Reprisal], [Kill Devil Hills], [Heavy Metal Kings] 등 최근작에서와 달리, 넌픽션이나 [What’s Wrong With Bill?] 시절로 회귀한 듯한 느낌이다. (“Truth”에서의 그의 톤은 흡사 고스트페이스 킬라를 연상시킨다.) 



♪ Ill Bill - Severed Heads Of State

혹자는 앨범 발매 전 참여진들의 리스트를 보고 이 앨범은 ‘미친 앨범’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을지 모르겠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앨범은 ‘미친’ 정도가 아니라 ‘x랄’에 가깝다. 앨범 전체가 ‘힙합을 가장한 싸이키델릭 록 앨범’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사운드가 매우 애시딕(acidic)해서 미리 제산제를 준비해 놓고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 서술해보자. 플레이를 누르는 순간 인트로인 첫 곡부터 싸이키델릭한 전자음이 귀를 자극하더니, 다음 곡인 “Paul Baloff”에서는 아예 ‘쌩리얼’ 싸이키델릭 록 반주에 코러스도 없이 광기 어린 다음절 속사포 라임을 펼친다. 이어지는 “Acceptance Speech”는 초장부터 그 절정을 보여주는데, 주니어 매크노(Junior Makhno)의 칼을 가는 듯한 샘플링은 살벌하기까지 하다. 좀 잔인한 표현이지만 “Paul Baloff”에서는 개구리의 목을 따려고 칼을 휘둘렀는데 개구리 목이 덜 떨어진 상태로 뱅뱅 돌아가는 느낌이고, “Acceptance Speech”에서는 '야 인마, 죽어! 죽어!'라고 하면서 개구리의 머리를 내리찍는 느낌이랄까? 이러한 싸이키델릭함은 ‘일 빌표 사악 프로덕션’의 막장을 찍는 곡이 “Forty Deuce Hebrew”에서 제대로 이어진다. 이 곡에는 전설적인 하드코어 밴드 배드 브레인스(Bad Brains)의 보컬리스트 HR이 지난 앨범의 “Riva”에 이어 다시 또 참여했는데, 역시나 그의 사타닉한 보컬은 일 빌표 사악 프로덕션과 최고의 시너지를 보인다. 그 뒤로, 라지 프로페서(Large professor)의 ‘리얼 먹통’ 비트 “Acid Reflux”, 그리고 아야톨라(Ayatollah)가 다시금 싸이키-기타 사운드를 선보이는 “L’Amour East”가 이어진다. 자, 그즈음, 엘피(El-P)가 “Severed Heads Of State”에서 그야말로 목을 밸 듯이 다시 한번 확인 사살해주고 (특히 앨범 전체를 통틀어 엘피의 참여는 가장 짜릿한 순간이다.), 곧바로 비니 패즈가 “120% Darkside Justice”에서 자신의 사단 제다이 마인드 트릭스(Jedi Mind Tricks)-씨 랜스(C-Lance) 조합을 소환해 특유의 망치로 내리찍는 비트로 귀를 가격한다. 이러니 이 음반이 제정신인가 싶다.

그러나 일 빌은 똑똑했다. 여러 번 생각했다. 앨범을 여러 번 검토하고 또 수정했다. 너무 처음부터 끝까지 '조져버리기'만 하면 그것이 앨범의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잘 알았다. 그래서 그는 넌픽션 이후 11년 만에 피트 락(Pete Rock)을 다시 소환했는데, 피트 락이 프로듀스한 “Truth”와 “When I Die”는 앨범의 매우 적절한 위치에서 숨 고르기를 할 수 있는 완급 조절의 시간을 만들어 준다. 

일 빌의 세 번째 정규 솔로작인 본 앨범은 이렇듯 컴팩트하다. 다소 의외(이자 솔직히 맘에는 안 드는)인 앨범 자켓 - 엉클 하위의 젊은 시절로 추측 - 이 주는 이미지에서부터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추억하고 현재를 관조하며 미래를 걱정하는 메시지까지, 이 모든 이야기를 팬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처절한 싸이키델릭’ 사운드로 무장해 내놓았다. 그의 앨범들은 뮤직비디오도 그렇고, 항상 대충 만든다는 느낌이 없어서 참 좋다. 마치 정성스레 도자기를 굽는 장인같이 신중하게 여러 번 검토한 흔적이 느껴지고, 보너스 DVD 등 항상 팬들을 위한, 팬들이 좋아할 만한 결과물들을 내놓으려 고민한다는 느낌이 들어 고맙기까지 하다. 이런 게 진짜 ‘멋진 언더그라운드’ 아닌가? 


글 | tunik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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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
  • 5.29 22:21
    ㅋㅋㅋㅋ 완전쎈게 나왔나보네요
    tunikut님 리뷰쓰시는 아티스트들 다 제 훼이버릿이라 헤헤 글 잘보고있습니다
  • 6.1 22:58
    @CENTA
    감사합니당 ^^
  • 5.29 22:37
    완전 잘봤습니다. +_+
  • 5.29 23:55
    와 엄청 듣고싶어지네요
  • 5.30 00:43
    개인적으로는 The Hour Of Reprisal나 Heavy Metal King의 사운드가 더 좋았지만 이번 앨범도 역시 쩔긴 쩌는듯해요
  • 6.1 22:59
    @Messlit
    저는 heavy metal kings는 조금 실망한 편에 속하고, the hour of reprisal은 완전 사랑합니다. ^^
  • 5.30 00:46
    Boston project랑 goondox에 legend never die까지 올해 상반기는 진짜 하드코어 팬에게는 환상적인 한해네요 ㅋㅋ
  • 5.30 00:46
    Al tarba & lord lhus도 좋았고요 ㅋㅋ
  • 5.30 18:40

    언더그라운드 골수매니아인데 non phixion 해체한게 아쉽더라구요 네크로하고 일빌, 디제이 이클립스, 고텍스,사박이 다시 뭉치는 그날까지 peace ...

    마지막으로 자경단원의 앨범 czarface도 peace...

  • 5.31 08:56
    들어봤는데 죽이더군요
  • 6.25 18:09
    좋은리뷰 감사합니다
  • 2.10 21:27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페이스북 하드코어 힙합 페이지에 링크 걸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Hardcorehiphop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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