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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주: 버벌진트 등

title: [회원구입불가]Beasel2015.12.21 12:38추천수 3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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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E (2015년 12월 3주)


윅엘이(WeekLE)는 힙합엘이(HiphopLE) 내에서 유일하게 진행되고 있는 국내 관련 정기 콘텐츠다. 2년 차를 맞은 윅엘이는 이전보다 더 싱글, 앨범, 믹스테입, 믹스셋, 뮤직비디오, 프로젝트와 같은 '결과물'에 집중할 예정이다. 에디터들은 항상 자신들이 생각하는 좋은 것들을 소개하려 하고, 함께 공유하기를 원하기에 윅엘이 작성에 매주 임하고 있다. 그렇기에 에디터들의 취향이 당신과 맞지 않아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이런 걸 좋게 들었구나.',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읽어주셨으면 한다. 윅엘이 2015년 12월 3주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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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벌진트 - [Go Hard Part.1 : 양가치]


기다린 시간이 길었던 만큼 사람들의 기대감도 커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감과는 무관하게 버벌진트(Verbal Jint)는 이번에도 버벌진트식대로 해냈다. 누군가는 대체 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한 작품 안에 담아냈는지 이해 못 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이렇게 다소 복잡하고 불친절해야만 버벌진트 자신이 표현하고자 했던 것을 제대로 말할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쉽게쉽게 설명하는 게 미덕으로 취급되는 세상이라지만, 가끔은 어려운 얘기를 어려운 그대로 얘기해야만 만족스럽고, 완벽할 때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 [Go Hard Part.1: 양가치]는 소리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대번에 설득되기 어렵다. 다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면 버벌진트가 이 앨범을 통해 지난 시간을 지나오면서 겪었던 내면의 갈등과 외부와의 갈등, 그리고 그 외부를 바라보는 시각을 까칠하고 시니컬하게 담아냈다는 것이다. 'Hard'라는 말에 집착하며 앨범에 담긴 몇몇 형태가 그리 하드하지 않다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여전히 변하지 않은 버벌진트라는 아티스트, 김진태라는 인간의 의식이다. [Go Hard Part.1: 양가치]에는 그 의식의 하드함이 총체적으로 집약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일 줄 알고, 사회적이면서도 개인적인 줄도 아는 작품.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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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저스 - [Jam Cook]

블레이저스(Blazers)의 첫 번째 작품 [Stubborn Guys]에는 아쉬움이 선명했다. 몇몇 트랙은 간이 과한 듯 자극적이었고, 일부분은 심심한 맛으로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이론상으론 최고의 조합 같았던 딥플로우(Deepflow)와 마일드비츠(Mild Beats)의 첫 만남 앞에 ‘맛집’이라는 타이틀은 그리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 원숙한 요리사로 발전한 두 아티스트는 각자의 무기를 갈고 닦아 다시 합을 맞췄다. [Jam Cook]이라는 멋들어진 요리를 차려서 말이다. 사실 본 작은 정갈한 메인 디시의 범주에 속하진 않는다. 오히려 원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린 한상차림에 가깝다. 신선한 식재료, 즉 좋은 샘플 디깅과 신속한 조리 방법, 여기에 ‘즉흥성’이라는 조미료를 통해 만들어진 앨범에는 힙합 본연의 멋이 잘 구현되어 있다. 투박하지만 진득한 비트, 부재료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스크래치 세션, 묵직하게 사운드를 쥐어 잡는 랩까지, 정석적인 조합으로 차려진 밥상은 튀진 않지만 익숙한 맛을 담고 있다. 여기에 중간중간 풍미를 더하는 차붐(Chaboom)과 넉살(Nucksal)의 랩 역시 양념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Jam Cook]은 출중한 두 요리사의 내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작품이다. 잘 차려진 밥상을 ‘맛있게’ 들어보길 바란다. - Beasel







정키 X 거미 X 시스코 - “Without You" 


90년대 알앤비를 좋아했던 사람에게 드루 힐(Dru Hill)과 시스코(Sisqo)라는 이름은 낯설지 않다. 하지만 그가 전성기를 구가했던 시기와 지금의 거리는 한없이 멀다. 과연 그때 그 시스코가 지금을 달리는 뮤지션들과 좋은 목소리를 내줄 수 있을까? 그래서 정키(Jung Key), 시스코와의 콜라보 소식은 반갑기보다는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Without You”을 듣고 난 후, 그 의문 끝에 달린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뀌었다. 정키의 아름다운 멜로디와 시스코의 목소리는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우러지며, 거미의 목소리는 그 위에서 좋은 중간다리처럼 곡에 힘을 더한다. “Incomplete”의 후속곡 같은 형태로 작업이 이뤄진 곡이라 가사를 공유하는 편이지만, 이런 완성도라면 가사를 완전히 별개로 가져가 다른 이야기를 끌어냈어도 좋을법했다. 의외의 콜라보레이션에서 피어난 뜻밖의 좋은 곡이다. - Pepno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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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 & 젠-라-락 - [The Funk Luv]


도쿄의 젠-라-락(Zen-La-Rock)과 서울의 기린(Kirin)은 모두 자국을 대표하는 뉴잭스윙 아티스트다. 그렇기에 둘의 합작 결과물이 어떤 스타일일지 예상된 것 또한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The Funk Luv]는 뉴잭스윙을 중심으로 하고, 내용적인 측면에서 90년대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는 점 등에서 아주 놀라운 앨범이라 하긴 어렵다. 젠-라-락과 기린, 둘의 행보를 지켜봐왔다면예상할 수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The Funk Luv]의 훌륭한 짜임새를 폄하할 수는 없다. 그루브맨 스팟(Grooveman Spot) 등이 참여한 앨범의 프로덕션은 90년대 뉴잭스윙을 표방하면서도, 세련됨을 품는다. 동시에 일본 훵크 특유의 색깔도 찾을 수 있다. 오리지널 트랙이 적은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기린과 젠-라-락의 화학적 결합이 눈에 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유쾌함을 배고 있는 기린과 거친 질감의 젠-라-락이 핑퐁 게임을 하듯 주고받는 랩은 각자의 솔로 작품에서는 찾을 수 없는 재미다. 앨범의 특성상 구성적인 면에서 장점을 찾기보다는 각 트랙의 색깔에 집중한다면 더욱 긍정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 HRBL







효린 X 범키 X 주영 - “Love Line" 


“Love Line”을 둘러싼 전략은 다른 가요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누구와 누가 함께 만나 콜라보했다는 건 조금 식상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 곡이 다른 곡들과 차별점을 가질 수 있는 건, 미국의 프로듀싱 팀 다 인턴즈(Da Internz)가 만든 곡과 각 보컬리스트의 수준, 그리고 조화 덕분이다. 다 인턴즈가 깔아놓은 비트는 조금 색다른 편이다. 재즈에 기반을 뒀으면서도 멜로디가 훵키하게 톡톡 튀며, 흐름도 힘있게 이어간다. 그들의 대표작인 존 레전드(John Legend)의 “Made To Love”, 빅 션(Big Sean)의 “Mona Lisa”, “Stay Down”과 비교해봤을 때도 전혀 꿇리지 않는다. 여기에 효린, 주영, 범키(Bumkey)는 각자의 특징적인 음색과 보컬리스트로서 갖춘 실력을 바탕으로 곡에 화음을 하나하나 매끄럽게 쌓아 올린다. 깔끔하게 맞아 떨어지면서도 시종일관 화려하고 다채롭게 진행되기에 지루할 틈을 찾아보기 어렵다. 후렴 부분의 매끄러운 멜로디가 주는 중독성도 좋은 수준. 하지만 유독 효린에게 무게추가 쏠린 구성은 아쉬움을 자아낸다. 주영과 범키에게 조금 더 중심부에 가까운 파트를 분배했으면 보다 균형감 있는 곡이 완성되지 않았을까. - Pepno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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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안 (Feat. Lazykuma Of Kuma Park) - "Tape Back"


신흥 레이블 러브 존스 레코즈(Luv Jones Records)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3인조 팀 영 바이닐스(Young Vinyls)가 올해 5월 발표한 첫 EP 앨범 [Too Young]과 보컬 수민의 "Dumb Dumb Remix"와 "뜨거워질거야"가 인상적이었는데, 이번에는 대미안(Damian)의 차례인 듯하다. 대미안은 얼마 전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Ready For The Show"를 공개했고, 이번에는 데뷔 싱글 "Tape Back"을 발표했다. 이번 곡에서도 그는 빈틈없이 타이트한 랩을 보여준다. 재지한 샘플과 레이지쿠마(Lazykuma)의 색소폰 연주를 바탕으로 한 프로덕션은 이에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재즈의 풍미가 가득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난 다 컸어, 이 문화는 딱 사춘기 애같아 / 쳐먹고 놀기 바쁘니 늘어진 뱃살", "허나 역사가 날 낳았어 난 유행을 다시 만들어 / 진짜는 Never die : Air force one"와 같은 라인에서는 씬을 바라보는 시니컬한 그의 시각과 실력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지금보다 더 큰 주목을 받기 위해서는 랩적인 측면에서 타이트함 그 이상의 요소를 가질 필요가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Tape Back" 자체만 놓고 보면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게 떨어진다는 인상을 주어 우선은 고무적인 편이다. - Melo



글 | Melo, Beasel, Pepnorth, HRBL 

이미지 |  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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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12.21 14:02
    Without You는 따뜻한 커피 한잔 생각나는 편안한 곡이네요
  • 12.21 19:48
    Damian 흥합시드!!!
  • 12.22 16:22
    고하드 진심...개짱인듯 개인적으로 올해탑
  • 12.22 17:20
    버벌진트는 이제 말하자면 명예의 전당에 올라간겁니다. 앞으로의 커리어가 얼마나 엉망진창이든 얼마나 더 잘나가던 전혀 상관없이 한국힙합 역사상 가장 빛나는 성취를 이룬 아티스트로 오래 기억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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