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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주: 스윙스 등

Melo2015.12.07 11:53추천수 5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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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E (2015년 12월 1주)


윅엘이(WeekLE)는 힙합엘이(HiphopLE) 내에서 유일하게 진행되고 있는 국내 관련 정기 콘텐츠다. 2년 차를 맞은 윅엘이는 이전보다 더 싱글, 앨범, 믹스테입, 믹스셋, 뮤직비디오, 프로젝트와 같은 '결과물'에 집중할 예정이다. 에디터들은 항상 자신들이 생각하는 좋은 것들을 소개하려 하고, 함께 공유하기를 원하기에 윅엘이 작성에 매주 임하고 있다. 그렇기에 에디터들의 취향이 당신과 맞지 않아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이런 걸 좋게 들었구나.',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읽어주셨으면 한다. 윅엘이 2015년 12월 1주차다.





스윙스 - [Levitate]


자신을 두고 발생한 특수한 상황적 맥락 속에서 스윙스(Swings)는 어떤 다른 방법이 아닌 '원래 하던 대로'를 선택했다. 긍정적인 의미에서 무차별(?)적인 폭격에 가까운 급작스러운 무료 공개의 형태부터 실제 안에 담긴 음악의 형태나 그만의 여전한 자신감까지도 모두 그렇다(음운 체계상 랩은 더 탄탄해지기도 했다). 구체적으로는, 웃음을 유발하는 위트 있는 스킷은 커리어 초기의 그를 보는 것만 같고, "Water"는 훵키한 분위기 속에서 절제된 채로 그루브를 잃지 않는 "나한테 그러지 마", "야 그냥 해"의 그것을 닮았다. 또, "2015도 내 것"은 언뜻 "불도저 (Bulldozer)", "Gravity"의 '빡셈'을 가지고 있는 듯도 하다. 여기에 앞서 말한 상황적 맥락을 역설적으로 활용해서 자신이 여전히 자신감 있는 상태라는 걸 더 강조하기도 한다. 이는 여러 가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드러나는데, 특히 "튀어나온 못"과 "넌 할 말 없어"의 마지막 나레이션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로우한 감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결코 기술적인 면에서의 세련됨 역시 놓치지 않는 그의 장점이 돋보인 복귀작이었다.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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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지노 - "We Are Going To"


이제 이 남자의 행보는 차분하고 얌전할 뿐이다. 왁자지껄하지도, 오두방정 떨지도 않는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만큼이나 말이다. 그럼에도 간혹 나오는 결과물들은 끊임없이 주목할 만하다. "We Are Going To"에서 빈지노(Beenzino)의 파트너 피제이(PEEJAY)는 이국적인 리듬과 점진적으로 강조되는 공간감, 그 위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신스와 기타 세션을 한데 버무린다. 더욱 인상적인 건 후반부로 갈수록 느려지는 템포에 맞춰서 리듬 체계를 구성하는 타악기 외에 다른 악기들도 함께 톤을 변환 혹은 교체하며 더욱 여유로운 무드를 자아낸다는 것이다. 빈지노는 그 위에서 자신의 여행담을 늘어놓는데, 어떠한 작위적임도 없어 언뜻 들어도 이야기가 귀에 바로바로 잘 들어온다. 이는 자신이 여행을 가게 된 동기와 출발했을 때부터 여행지를 즐기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기간 중 느낀 감정과 생각을 마치 말하듯이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와는 별개로 "대한민국에서 온 케이팝은 또 얼마나 많은지와 / 또 케이타운에 케이팝 그 틈에 껴 있는 내 음악이 왜 그냥 케이팝과 다른지"와 같은 라인에서는 그만이 할 수 있는 스웩까지도 느껴진다. 잘 쓰인 아주 짧은 여행 에세이를 읽는 것만 같은 곡이었다.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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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케이 (Feat. Rico) - "You’re Not A Man"

문제는 절대 홀로 등장하지 않는다. 빙산 아래 거대한 덩어리가 숨어있듯, 문제의 본질은 뒤에 수많은 맥락을 함유한다. 제리케이(Jerry.K)는 이 점을 잘 인지하고 있는 뮤지션이다. 사회적인 문제를 논할 때도, 정치적인 이야기를 할 때도, 시의성이 강한 소재를 풀 때도 단순히 겉만 대충 핥는 법이 없다. 맥락을 짚으며 배경을 설명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며, 그 해답도 자연스레 제시하는 편이다. “You’re Not A Man”에서도 마찬가지다. 제리케이는 자존심만 세우며, 여성에 대한 편견이 담긴 단어를 스스럼없이 내뱉고, 여성을 기호 식품처럼 여기는 ‘남자다운 남자'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문제의 맥락을 언급하고 '남자다운 남자'가 아닌, '어른스러운 남자'가 되기 위해 나아가야 할 길도 제시한다. 그 핵심은 배려와 존중이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 맥락이 있듯, 남성의 문제를 짚는 노래가 나오는 데에도 응당한 맥락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그 문제가 무엇인지, 모두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 Pepno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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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 (Feat. Dok2) - "뒷꿈치 들어"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 1, 2를 통틀어서 가장 눈에 띄는 성적을 올리고 있는 사람은 역시 제시(Jessi)다. 그녀의 매체 노출 빈도는 <언프리티 랩스타>의 그 어떤 출연자보다도 잦다. 이런 사실을 제시 본인도 알고 있는 듯이, “뒷꿈치 들어”의 뼈대가 되는 단어는 'TV', '대세'다. 이전까지 제시가 자신을 표현하던 모습이 ‘쎈언니’였다면, “뒷꿈치 들어”에서 그녀는 여성적인 부분을 제외한 채, 스타로서의 면모를 부각한다. 피처링으로 참여한 도끼(Dok2)도 돈보다는 명성에 대한 이야기하는데, 이로써 곡이 겨냥하는 지점은 더욱 뚜렷해진다. 듣는 이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잘 만들어진 브릿지와 훅 역시 제시가 꾸준히 보여준 강점이다. 여기에 훅에 비해 아쉬운 벌스까지 더해지면, “뒷꿈치 들어”는 현재 제시가 가진 것과 부족한 점들이 모두 드러나는 곡이라고 할 수 있다. - GDB/ANB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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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 리 - "On Me"


좋은 음악을 가르는 기준은 절대적이지 않다. 보컬의 톤과 스킬이 아무리 좋아도 잘 어울리는 곡을 만나지 못하거나 곡을 체화하지 못하면 좋은 곡은 탄생하지 않는다. 어딘가 비어있는 곡을 만들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죠 리(Joe Rhee)는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가수다. 직접 작사, 작곡, 편곡을 도맡아하며 자신의 음색, 특징과 잘 어우러지는 곡을 완성해내기 때문이다. “On Me”는 싱어송라이터인 죠 리의 장점이 도드라지는 곡이다. 그는 도입부에 잔잔한 비트를 이용해 특유의 부드럽고 매끄러운 목소리를 더욱 말끔하게 그리고, 후렴에서는 폭발적인 비트에 맞춰 매끄러운 톤을 일순간 까슬까슬하게 구현하며 숨겨둔 감정을 극대화한다. 곡 내내 죠 리의 목소리가 지닌 매력이 더욱 도드라지게 다가오는 건 이런 점 때문이다. 여기에 후렴과 브릿지에서 보여주는 다채로운 스킬과 구성은 곡의 흐름을 더욱 입체적으로 가꾸며 완성도를 높이는 요소. 전작에 이어 다시 한 번 죠 리가 알앤비 아티스트로서 지닌 영리함을 엿볼 수 있는 트랙이다. - Pepnorth 







그로스토 (Feat. Ja Mezz) - "COKE & CIG"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자메즈(Ja Mezz)와 그가 소속되어 있는 크루 크로스하츠(Kross Hartz), 그리고 그 주변의 인물까지도 모두가 요상하고 기발하고 비범하기까지 하다. 로키비츠(Loky Beatz)와 스무스잼(Smoothjam)이 결성한 팀 그로스토(GROSTO) 역시 그렇다. 칠하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COKE & CIG"의 가사와 뮤직비디오에는 이들의 개성적인 라이프스타일이 잘 묻어나 있다. 이들은 소설가 김영하도 아니고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며 콜라와 담배를 찬양하며 방 안에서 여유 있게 키보드를 두들기기도 하고, 랩을 뱉기도 한다. 디지페디(DIGIPEDI) 식으로 대단히 색감을 살리진 않았지만, 이들은 콜라와 담배라는 오브제들을 판타지적으로 무수히 배치하며 자신들의 중독적 욕망을 더욱 극적으로 발현한다. 더불어 중간중간 등장하는 조금은 어설픈 2D 영상은 복고적인 성향의 프로덕션과 결을 같이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그와 동시에 화면 비율은 최근 국내, 외로 약간씩 유행하는 인스타그램 비율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말하기에는 이미 너무 재미있는 걸 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 Melo



글 | Melo, Pepnorth, GDB/ANBD

이미지 |  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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