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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GoldLink - And After That, We Didn’t Talk

Pepnorth2015.12.11 21:31추천수 6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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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Link - And After That, We Didn’t Talk 


1. After You Left 

2. Zipporah 

3. Dark Skin Women 

4. Spectrum

5. Dance On Me 

6. Late Night 

7. Unique 

8. Palm trees 

9. Polarized 

10. New Black 

11. See I Miss 


뮤지션의 인지도가 음악성과 비례하지는 않는다. 유명한 뮤지션이라고 늘 좋은 음악만 내는 건 아니고, 조금 덜 유명하다고 해서 안 좋은 음악을 내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건 아티스트가 지닌 역량이다. 어떤 생각을 어떤 장르 또는 스타일에 담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관건이다. 우리가 신인 아티스트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들은 기성세대가 짚어내지 못한 부분에서 의외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색다른 바이브를 들려주기도 한다. 골드링크(GoldLink)는 그 부분에 있어서 대표적인 아티스트다. 


골드링크는 워싱턴 D.C(Washington D.C) 출신이지만, 오히려 소울렉션(Soulection), HW&W 레코딩스(HW&W Recordings) 등으로 대표되는 LA 퓨처 비트 씬에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의 음악에는 터지는 드럼이나 뭉툭한 베이스 등 기존 힙합의 문법에 가까운 요소는 찾아보기 어렵다. 랩도 마찬가지다. 비트를 꾹꾹 밟기보다는 특유의 리드미컬한 톤을 중심으로 자유분방한 플로우를 선보인다. 속도를 조절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빠른 템포로 치고 나간다. 챈스 더 래퍼(Chane The Rapper), 카일(KYLE) 등 떠오르는 뮤지션 등과 추구하는 방향은 비슷하지만, 그 결은 조금 다르다. 골드링크가 스투시(Stussy) 콜라보 앨범에 참여하며 활동 폭을 넓히고, 믹스테입 [The God Complex]로 평론가들의 이목을 한눈에 사로잡고, 2015 XXL 프레시맨(XXL Freshmen)에 선정되며 그 캐릭터를 인정받은 건 단순한 이변이나 우연과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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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앨범 [And After That, We Didn’t Talk]는 골드링크의 신선한 개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가사, 랩 스타일, 프로듀싱 등 앨범 전반적인 요소에서 힙합의 성격과는 거리가 먼 힙합 아티스트인 그의 면모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가사다. 골드링크가 가사의 중심으로 삼은 소재는 사랑이다. 첫눈에 반한 사랑,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한 시간, 결별, 그 이후의 이야기. 이 모든 걸 골드링크는 앨범 속에서 차근차근 풀어낸다. 물론 사랑이라는 주제 그 자체는 그리 신선한 편이 아니다. 때에 따라서는 마냥 지루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골드링크는 소재의 진부함을 가사의 흐름으로 말끔히 털어낸다. 단순히 사랑에 대한 감정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나름의 서사를 부여, 그 속에서 한 인간(본인)의 성장을 기록하기 때문이다. 사랑의 끝과 더는 이야기할 수 없는 순간을 마주한 후 찾아오는 깨달음. ‘그리고 끝난 후에, 우리는 말을 잇지 않았다. (And After That, We Didn’t Talk)’라는 타이틀은, 그 내용을 대변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가사뿐만 아니라 그의 랩 스타일도 주목할만하다. 골드링크의 랩은 기본적으로 무척 리드미컬하다. 좌우로 크게 요동치면서 위태롭게 거닐지만, 흐름은 절대 잃지 않는다. 골드링크는 이 독특한 랩 스타일을 바탕으로 앨범 전체를 다채롭게 꾸민다. 여기에 목소리 자체에 얇은 목소리가 섞여 있어서 그런지, 그냥 랩을 하고 보컬을 소화하는 데도 어딘가 개성이 묻어난다. 때에 따라서는 랩과 후렴의 경계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유연하게 흐른다. 분위기에 따라 랩의 속도를 밀고 당기며 다채로운 플로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를테면, “Dark Skin Women”에서는 앞으로 내달리며 속도감 있는 분위기를, “Palm Trees”에서는 느릿한 비트에 맞춰 여유로의 랩과 보컬을 이어나가는 식이다. 자신의 목소리에 베인 개성과 곡의 스타일,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해내기 어려운 부분이다. 



♬ GoldLink - Dance On Me



그러나 골드링크의 다채로운 랩이 오로지 비슷한 색감의 도화지 위에서만 울려퍼진다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같은 스타일의 반복은 장점을 부각하는 요인이지만, 한편으로는 지루함을 유발하기 요인이다. 이를 염두에 두었는지 "Dance On Me" 같은 곡에서는 댄서블한 모습을, "Late Night"에서는 조금 소울풀한 모습을, "Unique"에서는 보컬 앤더슨. 팩(Anderson. Paak)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런 한계를 타파하려는 노력을 보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그 모든 노력이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 또는 'LA 퓨처 비트'라는 키워드에 갇혀 있는 양상을 띤다. 곡이 대체적으로 2분 후반대 또는 3분 초반대의 짧은 플레잉 타임을 지녔다는 점도 한몫한다. 물론 전자 음악과 신스를 위시한 비트와 골드링크가 잘 맞는 편이긴 하다. [The God Complex] 믹스테입과 비교해 보면 비트의 스타일이 미세하게 달라지기도 했고, 전반적인 매무새가 확실히 나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이 믹스테입이나 EP가 아닌, 아티스트로서 처음으로 내는 정규 앨범이라면 조금 다른 비트를 통해 색다른 매력을 보일 필요도 있지 않았을까. 


아쉬운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골드링크는 확실히 주목할만한 신인이다.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뮤지션들 사이에서도 확실히 돋보인다. 일례로, 전설적인 프로듀서 릭 루빈(Rick Rubin)은 한 스튜디오에서 우연히 골드링크를 만난 후, 음악을 들어보고는 이번 앨범 제작 과정을 흔쾌히 도와줬다고 한다. 앨범의 사운드가 유독 풍성하고 완성도 있게 느껴지는 건 절대 기분 탓이 아니다. 골드링크는 자신의 음악을 ‘퓨처 바운스(Future Bounce)’라고 정의한다. 과연 이 스타일이 미래를 선도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골드링크의 행보는 분명 눈 여겨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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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Pepno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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