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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G.O.O.D. Music for G.O.O.D. People! Q-Tip의 파티에 다녀오다

title: [회원구입불가]HiphopLE2012.12.28 05:26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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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Music for G.O.O.D. People! Q-Tip의 파티에 다녀오다

뉴욕 어빙 플라자(Irving Plaza)에서 열린 ATCQ(A Tribe Called Quest)의 멤버, 큐-팁(Q-Tip)의 파티에 다녀왔다.



오, 마이 갓! 내 눈으로 큐-팁을 보는 날이 오다니. 
빈지노의 가사처럼 ‘내 꿈의 근처까지는 가봐야’겠다는 다짐을 한 나는 지난 1월부터 Lifebeat: Music Fights HIV/AIDS(http://www.lifebeat.org)라는 단체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다. 우리 단체가 하는 주된 일은 뮤지션과 연계해 에이즈 예방 운동을 펼치는 일이며 그 사업의 일환으로서 자원활동가들과 함께 콘돔 및 성병 예방 문구가 적힌 종이를 관객들에게 전한다. Lifebeat은 매달 큐-팁의 파티에 부스를 세우고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동안 처음으로 투어매니저에게 “나 여기 꼭 가고 싶은데 가도 되겠니?”라는 부탁까지 하게 만든 큐-팁, 나에게 ATCQ란? 고등학교 하교길 매일 귀에 꽂던 이어폰 속 흘러나오던 노래. Can I kick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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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 I Kick It?
관객의 입장에서 볼 때 뉴욕의 공연장들의 이점은, 큰 공연장이 좀처럼 없다는 것이다. 양키스 야구장이나 메디슨스퀘어가든 등의 몇몇 공연장을 제외하고는 관객규모 500명에서 1500명 사이의 중소 규모 공연장들이다. 어빙 플라자는 이러한 중소규모 공연장들 중 하나인데, 우리나라로 치면 인터파크 같은 티켓예매처인 라이브네이션(LiveNation)이 소유하고 있다. 공연장에 일찍 들어가 관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스탭들이 하는 말이 중간중간 들려왔다. “오늘은 공연이 아니라 파티니까 특히 신경을 쓰자고. 앞으로도 지켜보고 말이야.”

큐-팁이라길래 당연히 랩을 할 줄 알았던 공연은 사실 큐-팁의 DJing Time이었다. 큐-팁은 종종 DJ로 활약하며 투어를 다닌다는 기사는 읽은 적이 있는데, 내가 그 DJing Time을 구경하게 될 줄이야. 사진 속 큐-팁의 턴테이블이 위치한 은색 구조물은 이 공연을 위해 설치한 조형물이었고, 이 외에도 파티 클럽 분위기를 꾸미기 위해 소파 등을 갖다 놓는 등 전문공연장이 아니라 음악을 듣고 노는 파티장으로 바꾼 것이었다. ATCQ의 앨범은 한국에 있고, 아침에 일하러 가느라 바빠서 구구콘과 이어폰 하나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던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Can I Kick It?” 하나만 듣고 갔는데, 그 날 DJ 큐-팁이 유일하게 틀었던 ATCQ의 곡은 “Can I Kick It?”이었다. 큐-팁이 ‘Can I Kick It?’라고 물을 때마다 목청이 터져라 ‘Yes, You Can!’ 외치는 관중들을 보며 내가 느낀 건, 힙합 안에서 우리는 하나, 나만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안도감이었다. 

갈 때는 ‘MC 큐-팁‘의 랩을 기대하고 갔지만, ’DJ 큐-팁‘의 선곡표를 듣는 것도 꽤나 괜찮은 경험이었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그 음악을 만든 이 사람이 이런 음악을 듣고 그런 음악을 만들었구나, 이해가 되는 시간이랄까. 처음에 검은 양복을 입고 등장했던 큐-팁은 노래를 틀다 흥에 겨웠는지 춤도 추고, 소리도 질렀으며, 처음에는 넥타이를 풀어헤치더니 두 시간쯤 지나서는 너무 더웠는지 양복자켓을 벗고 소매까지 걷고 DJing에 몰두했다. 힙합, 알앤비, 디스코,  소울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좋은 곡들을 그렇게 빠방한 스피커로 듣는 행복을 오랜만에 맛보았다. “Drop it Like it's Hot”, 더 루츠(The Roots)의 “Rising Down”, 모스 데프(Mos Def)의 “Supermagic” 등에서부터 니키 미나즈(Nicki Minaj)의 “Beez In The Trap” 같은 비교적 최신 곡들을 플레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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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공연을 같이 보았던 내 친구는 아마 지루했을 거다. 내 세계의 영웅을 두 눈으로 본다는 데 감격해 춤추기는 잊고(원래 못추기도 하지만) 큐-팁만 하염없이 보고 있었다. 중간에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의 곡을 몇 곡 틀었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곡에 사람들이 열광하지 않자, 삐진 큐-팁 왈, ‘야, 여기 있는 아시안 친구들아. 지금 트는 노래가 무려 제임스 브라운 형님 거다. 니들 제대로 안 놀래?’라며 소리치기까지 했다. 세상에 이런 디제이가 어디있어. DJ 큐-팁의 강압 아닌 강압으로 움찔움찔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 나. 오빠, 근데 왜 아시안한테만 눈치 주나요?. 나도 제임스 브라운 알거든요? 

같은 굳뮤직(G.O.O.D. Music)이라 칸예(Kanye)나 모스 데프, 아니 야신 베이도 들르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공연 서포트 차 디제이 그랜드 마스터 플래시(DJ Grand Master Flash)와 제이콜(J.Cole)이 방문했다(참고로,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는 그랜드 마스터 플래쉬가 처음으로 파티에서 사용했던 턴테이블이 힙합이라는 작은 섹션에 진열되어 있다, 그것을 보았을 때의 감격이란!). 우리의 잘생긴 심바, 제이콜도 뉴욕에 머무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듣던대로 보던대로, 고 놈 참 잘 생겼더라.(큐-팁과 허깅하는 그들의 모습은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오랜만에 뉴욕에서 벌어지는 큐-팁의 공연이라 지인들도 많이 방문한 모양이었는데, 중간에 아는 누군가를 발견할 때마다 눈이 동그래져서 ‘이리 와!’ 라며 무대 쪽으로 손짓하는 큐-팁은 아주 그냥 뻑이 가요! 관중을 뚫고 무대 앞까지 온 그들에게 물을 건네주며 ‘How have you been?’처럼 안부를 묻는 다정한 큐팁. (이 귀여운 모습 역시 나처럼 큐팁에 뻑이 간 사람들을 위해 영상으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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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Tribe Called Quest
힙합을 좋아하면서 얻은 부수적 즐거움 중의 하나는, 내가 사는 동네를 좀 더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난 한국에 있을 때 광명에 살았는데, 아는 사람은 알다시피 광명이 좀 한국힙합을 주름잡던 동네.(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12번 버스에서 미쓰라진 닮은 분을 뵈었을 때에도, 길거리에서 더 콰이엇 님의 태깅을 발견했을 때에도, 광명 사거리에서 소울컴퍼니 분들이 무리지어 서 계시던 걸 보았을 때에도, 전봇대 뒤에 숨은 수줍은 힙합 팬은 혼자 뿌듯해하고 있었던 것.

스물이 넘어 캘리포니아 롱비치에 있는 동네 슈퍼에서 잠깐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힙합의 'Represent' 문화를 간과한 꼬꼬마는 자기 취향대로 커먼(Common), 모스 데프 같은 동부 올드스쿨을 슈퍼에 틀어놓고 첫날부터 “너 임마, 우리동네 형님인 스눕 독(Snoop Dogg) 안 틀래?” 라는 끝없는 항의를 받았다. 이 슈퍼를 서부의 동부힙합리스너들 사이에 소문난 명소로 만들겠다는 나의 야심은 하루 만에 좌절됐다.

스물 다섯에 다시 온 뉴욕에서, 고생 끝에 지금 사는 퀸즈에 방을 보러 와서 제일 신났던 건, 지하철을 타고 제이-지(Jay-Z)가 힘들 때 살던 Marcy역을 지나 우리 동네에 내리면 ATCQ가 “Check The Rhime”에서 자기네 동네라고 언급하던 Linden Blvd가 가깝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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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ts, Rhymes and Life: The Travels of A Tribe Called Quest
작년 여름에 개봉했던 ATCQ의 역사를 기록한 영화.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그동안 궁금해왔던 ATCQ의 행보에 대한 의문이 조금은 풀리고, 같은 팀 동료 이전에 함께 자란 동네 친구들 사이의 갈등, 우정 등, 진한 인간미가 느껴지는 ATCQ를 더 깊게 사랑할 수 있다. 


■ 추천곡
Bonita Applebum - 퍼렐(Pharrell)도 누차 인터뷰에서 언급한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충격과 전율에 대해. 게다가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는 풋풋한 청년들 ATCQ의 풋사랑을 느낄 수 있다. [뮤직비디오 바로가기]

Can I Kick It? - 이 노래 들을 때마다 후렴구에서 나도 모르게 'Yes, You Can!!' 소리지르곤 했는데, 그 날 공연에서 보니 Yes, You Can이 반자동으로 나오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뮤직비디오 바로가기]

Check The Rhime


DJ 큐-팁의 'Good Music for Good People' 파티는 매달 중순마다 어빙 플라자에서 열리고 있다. 뉴욕에 여행이나 비즈니스 차 방문할 계획이 있는 분들은 어빙 플라자의 홈페이지에 들러 확인해 보는 것도 좋겠다. 참고로 2013년 첫 파티는 1월 18일에 벌어진다. G.O.O.D. Music For G.O.O.D. People! 


글 | PaperDoll


신고
댓글 4
  • 1.6 11:43
    우아 부럽다
  • 1.6 23:22

    아! 펀치라인킹 vs 랩지니어스 맨 처음에 나오는 소스가 check the rhime이었군여!

  • 1.7 12:50
    오랜만에 can i kick it 들었네요 ㅋㅋ
    감사합니다
  • 1.14 20:37

    모스뎁의 수퍼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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