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굿 뮤직(G.O.O.D. Music)에서는 유난히 멋진 뮤직비디오가 많이 나왔다. 특히나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보이는 작품 “Mercy”는 힙합엘이 내에서도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였다. 묘한 느낌의(혹자는 현대백화점 주차장이라고 하지만) 세트장에서 좌우를 가르며 원 테이크(컷 없이 한 번에 찍은 것)인 것처럼 편집된 흑백의 뮤직비디오는 감독 나빌(Nabil)이 작업해왔던 브루노 마스(Bruno Mars)의 "Grenade",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의 "Novacane"만큼이나 인상적인 작품이다. 단순히 돈을 쌓아 놓고, 번쩍거리는 귀금속을 차고 뮤직비디오에 나타나는 것만이 자랑의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무르시엘라고 한 대 세워놓고(물론 비싼 옷들을 입었지만) 멋진 모션과 랩으로 채워 놓음으로써 보여준다.
Hit-Boy (Feat. KiD CuDi) - Old School Caddy
이 곡은 힛보이(Hit-Boy)의 무료 앨범 [HITstory]의 수록곡 중 하나이다. 이 뮤직비디오로 처음 힛보이가 누군지 알게 되었다면 누가 그를 탑 프로듀서라고 생각하겠는가 싶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랩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영화 필름에서 느낄 수 있을 법한 색감도 인상적이지만, 같은 굿 뮤직 일원인 키드 커디(KiD CuDi)와 함께 보여주는 멋진 랩이 있었기에 뮤직비디오가 더욱 빛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뮤직비디오 전체가 지니는 이미지가 마음에 들어서 선정하였다. 감독인 탑셸프 주니어(Topshelf Junior)는 그간 돔 케네디(Dom Kennedy) 등 다른 아티스트들의 뮤직비디오도 만들어왔다. 뚜렷한 특징이 구축되지는 않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다음 작품을 예측할 수 없다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자막뮤비 바로가기]
Pusha T - Exodus 23:1
뮤직비디오 디렉터 새뮤얼 로저스(Samuel Rogers)는 머니 메이킹 잼 보이스(Money Making Jam Boys), 스모크 드자(Smoke DZA)를 포함해 푸샤 티(Pusha T)와도 종종 작업해온 바 있다. 이번 작품 "Exodus 23:1" 역시 푸샤 티와 함께 만든 작품이며, 푸샤 티의 살벌함과 그가 자라온 환경, 그의 리-업 갱(Re-Up Gang)의 포스가 느껴진다. 그는 싸이퍼 영상이나 작업기 같은 다큐멘터리 클립도 자주 작업해왔으며, 뮤직비디오 역시 다큐멘터리가 가지는 영상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모션 패밀리(Motion Family)의 몇 작품들과 흡사한 느낌을 주지만 편집을 통해 서사성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정 이미지만 보여주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곡이 지니는 이야기를 충분히 드러낸다는 점에서 앞으로 기대되는 감독 중 한 명이다. [자막뮤비 바로가기]
2 Chainz (Feat. Drake) - No Lie
높은 인지도를 가진 뮤직비디오 감독 중 한 명인 엑스(X)는, 올해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의 "Boyfriend"나 "HYFR" 등을 통해 다시금 그 이름값의 진가를 톡톡히 보여 주었다. 특히 하이프 윌리암스(Hype Williams)와 같은 계통이면서도 조금 더 스타일리쉬하고 영상의 미적 부분에 주력하는 것으로도 유명한 만큼 아름다운 영상미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No Lie"에서도 마찬가지로 선명하게 대비되는 흑백과 흘러내리는 벽면의 페인트를 통해 화려하면서도 깔끔한 이미지를 선사한다. 비록 드레이크(Drake)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비디오를 선정한 이유는 투 체인즈(2 Chainz)가 선보인 수많은 뮤직비디오 중 가장 좋은 퀄리티이기 때문이다. 라이벌로는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어색해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Birthday Song"이 있었다. [자막뮤비 바로가기]
Kanye West & Jay-Z (Feat. Frank Ocean) - No Church In The Wild
프랑스 영화감독이자 뮤직비디오 감독인 로메인 가브라스(Romain Gavras)는 사실주의에 근거한 힘 있는 작품을 만들어왔다. 그러한 그가 이번에는 제이지(Jay-Z)와 칸예 웨스트의 뮤직비디오를 담당했다. 뮤직비디오라기보다는 한 편의 단편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며, 공권력에 반하는 모습을 그려내며 곡이 지니는 권력에 대한 비판과 저항정신을 잘 담아냈다. 곡의 주인공은 등장하지 않지만 그럴 필요가 없을 만큼의 인지도를 가진 둘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영상미와 색감, 그 이전에 보는 이를 압도하는 거대한 스케일이 압권이다. [자막뮤비 바로가기]
키드 커디는 올 해 닷 다 지니어스(Dot Da Genius)와 함께 WZRD라는 팀을 결성하여 동명의 앨범으로 얼터너티브 락을 선보였다. 앨범은 키드 커디 음악의 연장선에 있으면서 그 안에 힙합 음악의 사운드 소스나 락 음악에서 들을 수 있는 구성을 교묘하게 차용한다. 특히 일말의 라임이나 플로우 없이 만든 앨범은 팀이 지향하는 방향을 더욱 잘 드러낸다. 그 중 "High Off Life"는 자신과 뗄 수 없는 약물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곡으로 싱글 컷은 아니지만 기대치를 충족시켜 주면서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곡이었다.
John Legend (Feat. Ludacris) - Tonight (Best You Ever Had)
프로듀싱 팀 팻보이즈(Phatboiz)가 만들고 미구엘(Miguel)과 존 레전드(John Legend), 루다크리스(Ludacris)가 참여했던 이 트랙은 영화 [Think Like A Man]의 OST이며 존 레전드가 오랜만에 내놓은 싱글이다. 굿 뮤직 내 얼마 없는 정통(?) 싱어이면서 굿 뮤직과 오랜 기간 함께 해온 9개의 그래미 수상자는 진지함과 섹시함 모두를 가지고 있는 카멜레온 같은 매력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푸샤 티가 랩을 한 리믹스 버전 역시 좋다.
Meek Mill (Feat. Big Sean) - Burn
올해 들어 빅 션(Big Sean)이 참여한 곡은 많았다. 그 가운데에는 “Till I Die”, “My Homies Still” 같은 대형 아티스트의 싱글도 있었다. 확실히 빅 션은 다작과 함께 실력이 커 가는 느낌이 많이 든다. 그 가운데 믹 밀(Meek Mill)과 함께 한 곡은 두 랩퍼의 개성이 잘 살아난 곡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빅 션이 전체 컨셉에 조금 맞춰가는 느낌도 들었지만, 그만큼 다양한 스타일을 수용할 수 있다는 점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각자 가지고 있는 랩 스킬을 잘 이용한 타이트한 트랙.
Kanye West & Pusha T - New God Flow
푸샤 티는 상반기 나의 귀에 가장 큰 감동을 준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최근에는 뭔가 묘하게 맞지 않는 듯 잘 어울리는 더 드림(The-Dream)과 함께 작업하며 "Exodus 23:1"이나 "Dope Bitch" 같은 곡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곡은 칸예 웨스트와 함께한 "New God Flow". BET 시상식에서 아카펠라로 선보여 화제가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푸샤 티 고유의 플로우가 곡을 제대로 살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2 Chainz (Feat. Kanye West) - Birthday Song
이제는 정말 힙합 신보를 뜯었을 때 그의 이름이 없는 경우를 찾기 드물 정도로 어지간한 랩퍼들의 올해 앨범에는 반드시 그의 이름이 적혀 있다. 그는 어떠한 비트든, 어떠한 스타일이든 망설이지 않는다. 심지어는 데브(Dev)의 EDM(Electronic Dance Music) 사운드에도 본인 특유의 랩을 찰지게 끼얹을 정도이니까. 그러한 그가 자신의 앨범에는 어떤 모습을 선보일까? 칸예 웨스트가 지원사격을 해준 첫 싱글은 소니 디지털(Sonny Digital)의 발전된 기량과, 더불어 투 체인만이 보여줄 수 있는 느낌을 제대로 살렸다. 비록 루페 피에스코(Lupe Fiasco)는 별로라고 했지만 나는 좋았다.
글 | Bluc
otis 도 괜찮았는데 뮤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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