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힙합씬을 울리고 놀래킨 병 7가지
한동안 이 주제를 놓고 쓸까 말까 고민한 적이 있었다. 힙합 뮤지션들을 소재로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그 본색은 음악과 거의 관련이 없는 글인지라, 자칫 읽는 사람들에게 지루함만 안기고 말 것 같은 우려 때문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내린 결정은 이렇다. "희귀병 걸린 연예인에 대한 기사도 나는데 힙합 뮤지션이라고 못 쓸 게 무엇이냐!!" 그래서 쓴다. 힙합 뮤지션들의 삶을 앗아간, 또는 괴롭히고 있는 병들.

1. 제이딜라 (J. Dilla)
명실상부 최고의 힙합 프로듀서 중 하나인 제이딜라는 2003년부터 수척해진 외모 때문에 관계자들과 팬들의 걱정을 샀고, 2004년 한 월간지를 통해 그가 아프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되었다. 제이딜라는 한사코 아무것도 아니라는 입장으로 일관하였지만, 그 다음해 11월, 제이딜라 생전의 마지막이 된 투어에서, 휠체어를 타고 무대에 오른 그를 보는 관객들의 마음은 참으로 짠했으리라. 결국 제이딜라는 명반 [Donut]을 완성한지 3일만인 2006년 2월 10일 숨을 거두었다. 당시 그는 전신홍반루푸스(SLE)라는 자가면역질환도 앓고 있었다고 한다.
혈전성 혈소판감소자반증 (thrombotic thromcytopenic purpura) | 그가 걸린 병인 '혈전성 혈소판감소자반증'은 온몸에서 피가 응고되어 무수한 "딱지"를 혈관 내에 만드는 병이다. 이는 곧 혈액 속에 응고에 필요한 물질들의 낭비로 이어져, 오히려 필요할 때 피가 잘 멎지 않고 (병명 중 '자반증'은 멍이 든다는 뜻), 빈혈도 생긴다. 마지막으로 혈관이 막히면서 두통, 정신 착란 등 신경계 이상과 신장이 망가지는 신부전이 뒤따른다. 제이딜라 추모 영상 "Still Shining"에 보면 투어 중 매일밤 투석을 했다는 얘기가 나오듯, 치료는 투석기를 이용한 '혈장반출술'이다(간단히 혈액을 "정상적인" 혈액으로 갈아치우는 작업). 조기에 치료할 경우엔 생존률이 높지만, 아쉽게도 제이딜라의 경우는 아니었던 것이다.

2. 구루 (Guru)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와 함께 갱스타(Gang Starr)를 결성하여 한 시대를 풍미했고, 또 솔로 커리어로 'Jazzmatazz' 시리즈를 발표하면서 재즈 힙합의 정의를 제시했던 래퍼 구루. 그가 2010년 2월 말 갑자기 심장마비를 일으켜 수술을 받고 있다는 소식은 실로 팬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수술이 끝난 직후 그의 상태는 양호하다고 알려졌으나 결국 한 달 후 그는 영원히 눈을 감았다. 그의 파트너였던 디제이 프리미어를 비롯하여 수많은 MC와 DJ들이 그를 추모하는 메세지를 올렸었다. 사망 후 그가 어떤 병을 1년 간 앓고 있었으며 그 병의 합병증으로 심장마비가 온 것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다발성 골수종 (Multiple Myeloma) | 그가 앓고 있었던 병은 다발성 골수종이라 불리는 혈액암의 한 종류였다. 미국에선 혈액암 중 두번째로 흔한 이 병은, 뼈 파괴, 빈혈, 빈번한 감염, 혈류 악화 등의 문제가 생긴다. 구루가 심장마비에 걸린 원인 역시 혈류 악화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유일한 완치법은 골수 이식이며, 항암제가 있긴 하지만 효과가 오래 가지는 않는다. 그것을 고려하더라도 구루의 경우는 너무 일찍 발병해 너무 일찍 죽음에 이르렀으니, 참으로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3. 아담 요크 (Adam Yauch) aka MCA
초기 힙합씬의 대표적인 그룹이자 최장수 그룹이기도 했던 비스티 보이즈(Beastie Boys)의 멤버 MCA는 2009년 귀밑샘암을 진단 받고 치료를 받았으며, 이로 인해 그룹의 새 앨범 "Hot Sauce Commitee Part Two의 발매와 투어가 지연되기도 하였고, 당시 뮤직비디오의 출연도 무산되었다. 수술 직후만 해도 언론에서는 그의 병의 완치율이 높다고 보도되었다. 그러나 3년 후 MCA는 47세의 나이로, 암의 재발로 인해 세상을 떴다. 당시 비스티 보이즈 멤버들은 물론 데프 잼(Def Jam)의 러셀 시몬스(Russell Simmons)와 래퍼 큐팁(Q-Tip), 에미넴(Eminem), 그리고 라디오헤드(Radiohead)의 톰 요크(Thom Yorke)와 펄 잼(Pearl Jam)의 제프 아멘트(Jeff Ament) 등 장르를 막론한 수많은 음악인들의 그의 죽음을 애도하였다.
귀밑샘암 (parotid gland cancer) | 우리 몸은 머리카락, 손톱, 발톱을 제외하고는 모두 암이 생길 수 있다. 다만 흔하고 안 흔하고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MCA의 경우는 침샘 중 가장 큰 귀밑샘에 생긴 암으로 비교적 드문 암이다. 귀밑샘암은 항암제가 잘 듣지 않아 수술과 방사선 치료가 주를 이룬다. 치료하면 침 분비가 크게 줄어드는데, 이때문에 MCA는 침이 나오게 하려고 수술 이후 공연 무대에서 껌을 자주 씹었다. 귀밑샘암은 약 60%가 5년 넘게 생존하는, 호락호락한 암은 아니다. 더욱이 MCA는 수술할 때 이미 근처의 림프절로 암세포가 전이가 되어있었다고 하니, 좀 더 일찍 발견하지 못했음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4. 헤비 디 (Heavy D)
90년대에 전성기를 맞이했던 헤비 디 앤 더 보이즈(Heavy D & the Boyz)의 리더 헤비 디는 2011년 11월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해 힙합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특히 9일 전 BET 시상식 무대를 통해 15년 만에 라이브를 선보인 그였기 때문에 더욱 슬픔이 더했다. 처음 그의 사망 원인은 폐렴으로 잘못 알려졌으나, 12월 말 부검 결과는 "심부 정맥 혈전증으로부터 비롯된 폐색전증"을 사망 원인으로 확정하였다. 평소에 안 좋았다는 그의 심장도 폐색전증의 효과를 더욱 키운 범인이었다.
폐색전증 (pulmonary embolism) | 폐색전증은 꽤 흔하지만 치명적일 수 있는 병으로, 다리 쪽에 정체된 피가 응고되는 심부 정맥 혈전증(deep vein thrombosis)이 생겼을 때 생길 수 있는 가장 무서운 합병증이다. 폐색전증이 가벼울 때는 약으로 치료할 수 있으나, 심하면 응급 수술이 필요하며, 거의 즉사하는 경우도 있다. 폐색전증을 "이코노미석 증후군"이라고도 하는데, 비행기의 좁은 자석에 오래 앉아있다가 심부 정맥 혈전증이 생긴다는 것이다. 일부는 이를 허황된 주장으로 치부하기도 했으나, 공교롭게도 헤비 디는 사망 직전에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추모 공연을 위해 영국에 비행기를 타고 다녀왔으며, 검시관들은 그를 "이코노미석 증후군"의 피해자로 결론지었다.

5. 애플딥 (apl.de.ap)
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의 멤버 애플딥은 2011년 1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법적 맹인(*시력을 잃은 것은 아니나 심각하게 나빠 법적으로 시각 장애를 인정받은 상태)임을 밝혔다. 그는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시야가 흐릿하고 근시가 심각해 콘택트 렌즈로도 교정이 힘들며, 색맹도 같이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장애를 극복하게 해준 것이 힙합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여서 말이다. 당시 그는 자신의 장애를 "안구진탕"이라고 밝혔다.
안구진탕 (nystagmus) | 사실 안구진탕은 병의 이름이 아니라 증상이다. 쉽게 말하면 저절로 눈이 움직이는 것을 얘기하는데, 뇌나 귀 속 평형 기관의 이상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안구진탕이 나타나는 병은 무척 많기 때문에 정확한 애플딥의 병명을 알기는 쉽지 않다. 그 병이 무엇이건, 그 병을 치료하면 안구 진탕도 없어지겠지만, 몇 가지 경우를 빼고는 치료 방법이 없는 것이 많다.

6. 브라더 알리 (Brother Ali)
브라더 알리는 유서 깊은(?) 미국 언더그라운드 레이블 라임세이어즈 엔터테인먼트(Rhymesayers Entertainment)에 소속되어있는 솔로 MC다. 2000년도 데모 테입 [Rites of Passage]로 데뷔한 그는 라임세이어즈에서 낸 첫 번째 LP [Shadows on the Sun]이 호평받은 바 있는 실력있는 뮤지션이다. 그는 백인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앓고 있는 병은 백색증이다. 인터뷰에서 그는 어릴 적부터 외모 때문에 백인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했으며 오히려 흑인들과 더 친했다고 여러번 밝혔고, 그의 앨범 [The Undisputed Truth]에서는 "사람들이 내가 흑인인지 백인인지 물어, 둘 다 아니야 (they ask me if I'm black or white, I'm neither)"라고 랩하기도 하였다.
백색증 (albinism) | 백색증은 몸의 색소인 멜라닌이 없는 병이다. 피부와 머리카락이 하얘지고, 눈동자는 혈관의 색인 붉은색으로 보인다(피의 붉은색은 멜라닌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서 영향이 없다). 이외에도 시력 저하(실제로 브라더 알리는 법적 맹인으로 알려져있다)가 생기고 화상이나 피부암 등의 가능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대개의 유전병이 그렇듯 백색증도 근본적인 치료는 없다. 다만 시력은 시력 재활 치료나 안경이 도움이 된다. 또 남들보다 선크림 바르는데 신경 쓰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7. 데비 매더스 (Debbie Mathers)
마지막으로 힙합 뮤지션은 아니지만 힙합 들었다 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다 알 그 사람: 에미넴의 엄마 데비 매더스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에미넴은 엄마가 자신을 학대했다고 주장하는 여러 편의 가사를 썼고 인터뷰에서도 밝혔는데, 그 중 특히 "Cleaning Out My Closet"에 보면 뮌하우젠 증후군에 대해 친절히 알려주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Bitchin that someone's always goin throuh her purse and shit's missin
누가 자기 지갑에 손대서 뭘 잃어버렸다고 욕을 해대면서 말야
Goin through public housin systems, victim of Munchausen's Syndrome
집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나 하지, 뮌하우젠 증후군 환자
My whole life I was made to believe I was sick when I wasn't"
평생 난 아프지도 않은데 아프다고 믿게끔 했어
뮌하우젠 증후군 (Munchausen syndrome) | 뮌하우젠 증후군은 18세기 과장되고 허풍 섞인 "모험담"을 들려주길 즐겼다는 독일의 뮌하우젠 남작의 이름을 따온 것으로, 환자들은 자신이 걸리지도 않은 병을 걸렸다고 의사에게 얘기하며, 때로는 "리얼한 연기"를 위해 자해도 서슴지 않는다. 이는 관심을 받고 싶은 심리 때문에 일어난다고 한다. 데비처럼 다른 사람을 아프다고 가장시키는 경우는 "뮌하우젠 신드롬 바이 프록시"라고 따로 구분하기도 한다. 특히 그 '다른 사람'이 자식일 경우, 피해 아동이 사망할 확률이 6~10%에 이르므로, 단순히 의학적 처치가 아닌 법적 처치까지 필요한 경우라 할 수 있겠다. 그러한 환경이 에미넴이란 위대한 래퍼를 탄생시켰다고 하면 긍정적인 결과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글 | DanceD
으........돌아가신 분들은 정말 안타깝고, 마지막 에미넴 엄마 무서워요...ㅠㅠ
아... 엠 진짜 ..ㅠㅠ 부..불쌍 ㅜㅜ
이지이는 없네
제이디의 병에대해서 사족을 붙이자면..
제이디의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은 루푸스의 증상중 하나인걸로 알고있어요~
자가면역질환이라서 혈소판을 적으로 알고!! 자가항체가 마구 죽이는!!
아마 '면역성 혈소판감소성 자반증' (ITP)을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그 경우는 루푸스에 겹쳐서 생기기도 하는데, 제이디가 앓은 병인 TTP는 SLE하고 많은 관계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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