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EAKSHOW X SPEAKER
지난 11월 16일, 광진구에 위치한 악스코리아에서 '2014 스픽쇼 연말 힙합콘서트'가 열렸다. 이번 스픽쇼는 ‘연말 힙합 콘서트’라는 이름 답게 그랜드라인엔터테인먼트(Grandline Entertatinment)의 크루셜 스타(Crucial Star), 긱스(Geeks), 크라이베이비(Crybaby), 자메즈(Ja Mezz), 옐라 다이아몬드(Yella Diamond)부터 저스트 뮤직(Just Music)의 바스코(Vasco), 씨잼(C Jamm), 천재노창, 기리보이(Giriboy), 블랙넛(BlackNut) 그리고 대남협의 아이언(iron), 일레븐(i11even), 키도(Kido), 슈프림 보이(Supreme Boy), 마블 제이(Marble J), DJ 스내치(DJ Snatch) 등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했다. 이날 공연은 지금까지 선보인 '스픽쇼(Speakshow)'와는 많은 점이 달라 보였다. 홍대에 있는 공연장보다 비교적 크기가 큰 악스 코리아에서 오랜만에 열린 것은 물론, 앞서 말한 것처럼 바스코 같은 베테랑부터 자메즈, 마블 제이 같은 신인까지 출연진의 신구 조화가 잘 갖춰져 있었다. 하지만 내 눈을 사로잡은 건 본 공연 시작 전에 열린 토크쇼 '스픽커(Speaker)'이다.
공연 브랜드 '스픽쇼'와 힙합엘이가 함께 기획한 본격 힙합 토크쇼인 '스픽커'는 오후 1시에 열렸다. 본 공연 시작이 오후 5시라서 관객이 많이 찾아오지 않으면 어떡하나 염려스러웠는데, 다들 오전부터 티켓팅을 하러 와서 그런지 공연장 주변에는 예상보다 많은 관객이 눈에 띄었다. 이윽고 악스 코리아 앞 광장에 토크쇼 부스가 설치되자 200명에 가까운 팬들이 그 앞 계단을 가득 메웠다. 토크쇼의 진행은 힙합엘이의 에디터 멜로(Melo)가 맡았다. 멜로는 간단한 자기소개를 마친 이후, 그간 꾸준히 '스픽쇼'를 기획하고 이끌어 온 공연기획자 콘(Con)과 조연출 두 분을 무대로 모셔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그간 스픽쇼는 좋은 공연을 선보였지만, 팬들의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콘은 그간 오해였음을 밝히며 해당 문제에 대해 진솔한 태도로 이야기했다. 또한, 공연을 기획하며 느낀 점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이야기했는데, 공연 기획을 꿈꾸고 있는 학생이 있었다면 귀가 솔깃했을 부분이었다.
인터뷰가 끝난 뒤에는 올해의 핫 키워드 다섯 개를 선정해 2014년의 힙합 씬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첫 번째 키워드는 올해 싱글과 [Up All Night EP]를 발표한 이후 빼어난 활동을 펼친 빈지노(Beenzino)였다. 그 뒤를 이은 키워드는 레이블이었다. <쇼미더머니 3>에 출연해 대중적인 인기까지 얻게 된 일리네어 레코즈(Illionaire Records)를 필두로 AOMG, 하이라이트 레코즈(Hi-Lite Records), 저스트 뮤직, 그랜드라인엔터테인먼트, 비스메이저(Vismajor)의 활약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 외 키워드로는 힙합엘이와 피타입(P-Type), 호모 리릭쿠스(Homo Lyricus)가 힘을 합쳐 진행한 두 더 라잇 랩(Do The Right Rap) 캠페인을 비롯해 <쇼미더머니 3>, 남성 보컬과 페이스북 페이지의 강세 등을 꼽았다.
토크쇼의 메인 코너는 단연 아티스트와의 인터뷰였다. 이날 게스트로는 섹시 스트릿($exy $treet)과 저스트 뮤직 소속으로 지난 2014년 신예 래퍼에서 어느덧 힙합 씬의 떠오르는 스타로 발돋움한 씨잼, 무명 래퍼에서 단숨에 그랜드라인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따낸 자메즈, 그리고 어린 나이에도 비프리(B-Free), 크루셜 스타와 작업하며 포텐을 인정받은 프로듀서 피셔맨(Fisherman) 등이 자리했다. 팬들의 커다란 함성 속에 등장한 세 아티스트는 멜로와 근황 같은 사소한 주제부터 <쇼미더머니 3>와 각자의 음악에 대한 생각까지 폭넓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공연 전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씨잼과 자메즈는 현재 각자 속한 레이블인 저스트뮤직과 그랜드라인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썰을 풀기도 했다. 이 둘은 앞서 언급한 <쇼미더머니 3>에서도 마주친 사이여서 그런지 묘한 긴장감이 흘렀고, 그 부분을 바라보는 재미가 꽤 쏠쏠했다. 인터뷰가 끝난 다음 이어진 Q&A 시간에서는 추첨으로 관객들에게 힙합엘이와 1990이 함께 제작한 비치배드(Bi**h Bad) 스냅백, 크루셜스타의 앨범 등 경품을 나눠줬다. 뜻밖의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팬들과 함께 2시간에 걸쳐 진행된 행사 '스피커'도 막을 내렸다.
지금까지 힙합 공연 대부분은 단순한 옴니버스식 구성을 취했다. 한 자리에서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모두 만나볼 수 있다는 건 뚜렷한 장점이었으나, 어느 공연을 가도 라인업만 다를 뿐 공연 구성에서 크게 차별화된 기획을 만나기 어렵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아무리 공연이 쏟아져도 팬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 신생 공연 브랜드가 저조한 인기 속에 제대로 시작도 못 해보고 사라지는 이유가 따로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스픽쇼와 힙합엘이의 기획 아래 탄생한 토크쇼 '스피커'는 그 자체로 의미 있는 행사였다. 공연에 앞서 팬들과 함께 공연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아티스트의 음악을 들어본 뒤, 직접 해당 아티스트를 초대해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는 흔치 않다. 적어도 내가 아는 선에서는 그렇다. 앞으로도 힙합 공연 문화에서 '스픽커'처럼 색다른 기획이 자주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 Pepnorth
사진 | EDA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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