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un The Jewels - Run The Jewels 2
01. Jeopardy02. Oh My Darling Don't Cry03. Blockbuster Night Part 104. Close Your Eyes (And Count To Fuck) (Feat. Zack De La Rocha)05. All My Life06. Lie, Cheat, Steal07. Early (Feat. Boots)08. All Due Respect (Feat. Travis Barker)09. Love Again (Akinyele Back)10. Crown (Feat. Diane Coffee)11. Angel Duster
“반대라서 더 끌리나 나와 다르니까, 그게 날 더 사로잡나, 처음 본 거니까”, 가수 GOD의 6집 앨범, [보통날]의 “반대가 끌리는 이유”라는 노래의 가사이다. 처음 이 노래를 접했을 당시에는 반대가 더 끌린다는 가사의 내용에 크게 공감하지 못하였다.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에게 이끌리기 마련이고, 그 속에서 공통점을 찾아 유대감을 공고히 다진다고 생각하였다. 연인 혹은 친구를 만남에 있어도 동일한 취미, 유사한 외모, 비슷한 가정환경을 가진 이들과 쉽게 어울리게 되고, 많은 이야기를 공유하며 그들만의 집단 혹은 공동체를 구성하게 된다. 흔히 ‘끼리끼리’ 논다고 말하듯이, ‘반대성’보다는 ‘유사성’의 가치가 더욱 이상적이라고 여겨왔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작년 여름, 갑작스럽게 등장한 한 듀오로 인해 급변하게 되었다. 이들은 피부색, 체형, 출신지, 음악적 방향성 심지어 랩 스타일까지 굉장히 상반되었고, 무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을 선보였던 개성 있는 아티스트들이었다. 그러나 ‘반대성’의 극을 내재하던 이 둘의 만남은 예상외의 엄청난 시너지를 선보였고 그야말로 걸작을 창조해냈다. 많은 대중과 평론가들은 이들의 첫 번째 콜라보레이션 결과물에 찬사를 보냈고, 블랙 스타(Black Star) 이후, 최고의 듀오가 등장하였다는 평까지 등장하였다. 이 둘이 호흡을 맞춘 작품은 고작 하나였지만, 어느새 ‘영혼의 투톱’이라는 수식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멋진 호흡을 선보이고 있다. 작년 한 해를, 발칵 뒤집어 놓은 듀오는 조금 더 단단하고 깊은 사운드로 무장한 새로운 음악을 공개하였다. N극과 S극이 왜 서로 못 붙어서 안달인지를 과학적인 이유보다, 음악적으로 증명해내고 있는 킬러 마이크(Killer Mike)와 엘피(El-P)로 이루어진 듀오, 런 더 쥬얼스(Run The Jewels)다.

[Run The Jewels]를 통해 오리지널한 힙합의 멋을 선보였던 이들은, 1년 만에 [Run The Jewels 2]라는 진일보한 새로운 작품을 공개했다. 이번 앨범은 전작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아트 커버 역시 전작에서 선보였던 틀과 디자인은 동일하지만, 전체적인 컬러감은 크게 변화하였다. 검은색으로 진하게 물들었던 1집에 비해, 2번째 시리즈는 조금 더 자극적이고 정열적인 빨간색으로 적셔졌다. 이 ‘빨간색’은 본 작을 한 마디로 대변해주는 키워드이다. 그들이 음악적 기반으로 삼고 있는 가치관인 ‘폭력성’과 필터링 없이 내뱉어대는 솔직함, 공격성, 와일드함에, 빨간색이 내포하고 있는 열정과 자극, 에너지를 더욱 첨가하였다. [Run The Jewels 2]를 통해 런 더 쥬얼스는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더욱 단단하게 구축하였고, 범접할 수 없는 스타일을 표현해낸다.
앨범은 시작부터 끝까지 두 베테랑 래퍼의 랩 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곡들로 가득하다. 모든 곡은 강렬하고 무거우며, 매 순간 청자들의 귀를 매료시킨다. 특히 서두에 위치한 “Oh My Darling Don't Cry"는 두 래퍼가 벌스를 주고받는 매 순간순간 땀을 쥐게 한다. 킬러 마이크는 거칠게 플로우를 유지하며 몰아치는 랩을 선보이고, 엘 피는 묵직하지만 유려한 랩을 뱉어낸다. 게다가 곡 중간중간 등장하는 자동차 바퀴 소리나, 채찍 소리 같은 독특한 효과음과 곡 전반부에 지직거리며 깔리는 사이렌 소리는 3분의 러닝타임 동안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어지는 “Close Your Eyes (And Count To Fuck)” 역시 묵직한 분위기를 지속하며, 날카로운 사운드를 내세운다. 특히 피처링에 참여한 랩 메탈 밴드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의 멤버, 잭 드 라 로차(Zack de la Rocha)의 활약이 돋보인다. “Run them jewels fast"라는 가사를 반복적으로 잘게 썰어내는 그의 목소리는 엘 피가 빚어낸 날 선 비트 뒤로 깔리며 독특함을 선사한다.
앨범은 중반부에 도달하며 더욱 공격성을 뽐낸다. “Lie, Cheat, Steal"은 본 작을 통틀어 가장 매력적인 감상 포인트를 제공한다. 킬러마이크와 엘피는 각 벌스마다 플로우의 강약을 조절하며 베테랑다운 여유로움을 뽐내고, 랩을 주고받으며 상호 보완적인 호흡을 선보인다. 지금은 고인이 된 WWE의 전설적인 프로 레슬러, 에디 게레로(Eddie Guerrero)의 테마송 "Lie, Cheat & Steal"에서 영감을 얻은 후렴구는 묵직하게 곡의 중심을 잡아준다. 특히 킬러 마이크는 이 곡을 통해 “I love Dr. King, but violence might be necessary.”라는 구절을 내뱉으며, 평소 인종차별, 공권력의 횡포 등에 대해 거침없이 메시지를 던지는 반항 기질을 표출한다. 공격성과 폭력을 당당하게 표현해내는 두 래퍼의 대담한 견해로 인해 그들의 음악적 가치관은 더욱 명료하게 표현된다. 앨범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Angel Duster"를 통해 런 더 쥬얼스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묵직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들은 정부의 부패, 마약, 인종 차별과 같은 주제를 굉장히 성찰적으로 솔직하게 풀어내면서 스토리의 사실성을 높인다. 런 더 쥬얼스는 진중한 톤과 격양된 톤을 번갈아 사용하면서 사회적 메시지를 극적으로 표현해낸다. 이와 더불어 쓰리 식스 마피아(Three 6 Mafia)의 멤버였던 갱스터 부(Gangsta Boo)가 정석적인 래핑으로 멋을 더한 “"Love Again (Akinyele Back)”과, 인디 록 밴드 폭시젠(Foxygen)의 드러머인 숀 플레밍(Shaun Fleming)의 원 맨 밴드, 다이앤 커피(Diane Coffee)가 힘을 더한 "Crown" 역시 주목해서 들어봐야 할 곡들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앨범은 전체적으로 거칠고 공격적이며 에너지가 폭발하는 곡들로 가득하다. 공격적이고 쏘아내는 랩들로 가득 찬 하드코어 앨범의 가장 큰 맹점은 청자들을 피로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연달아 이어지는 랩의 맹공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다소 지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Run The Jewels 2]는 이 같은 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기발한 장치와 소스를 심어놓았고, 이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앨범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엘피와 리틀 샬리마(Little Shalimar)의 센스와 역량이 이 점에서 가장 빛난다고 할 수 있다. 다른 곡들에 비해 다소 가벼운 사운드를 구현해낸 "Early"는 엘피의 감각적인 프로듀싱이 가장 빛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아케이드 게임, 팩 맨(Pac-Man)에서 게임 종료 시 사용하는 효과음을 곡 중간에 적절히 활용하여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환기하고 있다. “All Due Respect” 역시, 드 라 소울(De La Soul)의 1집 수록곡 “Buddy"의 보컬과 가사를 샘플링한 구절과, 블링크 182(Blink 182)의 드러머 트래비스 바커(Travis Barker)의 드럼 연주를 혼합시킨 엘피의 센스가 두드러진다. 엘피는 전작과 유사하게 서던 사운드를 중점으로 구현해내지만, 그 속에 자신의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는 기계음 베이스라인과 스타카토 드러밍, 퓨처리즘 사운드를 적절히 배합해내면서 특유의 질감을 잃지 않고 있다.
[Run The Jewels 2]에 대한 아쉬움을 꼽아 보자면 앨범 구성 측면에서 킬러 마이크와 엘피의 솔로 곡을 하나 정도 넣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2012년 각각 [R.A.P. Music]과 [Cancer 4 Cure]로 성공적인 솔로 커리어를 구축한 이들의 독자적인 매력이 두드러지지 않음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계속되는 태그 팀 랩에 지친 청자들을 위해, 솔로 곡을 중간중간 제공하였다면, 앨범의 전체적인 흐름이 더욱 유기적으로 구축되었을 것이고 콘텐츠의 질적 측면 역시 더욱 강화되었을 것이다. 물론 이는 킬러 마이크와 엘피가 혼자서도 충분히 파괴력을 선보일 수 있는 체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드는 욕심일 것이다.
런 더 쥬얼스는 자신들의 그룹명을 통해 ‘보석’을 훔치겠다고 공언하지만, 사실 우리에게 엄청난 퀄리티의 음악이라는 ‘보석’을 공짜로 선사해주는 산타클로스 역할을 하고 있다. [Run The Jewels 2]를 통해 이들은 또 한 번 엄청난 선물을 선사하였고, 대중과 평단은 새로운 결과물에 열광하고 있다. 런 더 쥬얼스는 나스(Nas)가 이끄는 매스 어필 레코즈(Mass Appeal Records)와의 정식적인 계약으로 더욱 넓은 활동 폭을 보여줄 것이다. 게다가 벌써 자신들의 세 번째 시리즈 [Run The Jewels 3]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작년에 이어 죽지도 않고 또 온 각설이들이 벌써, 내년에 돌아올 것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하이 퀄리티의 음악을 또다시 들려줄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고작 1년쯤이야 군대 간 남친을 기다리는 ‘곰신’이 된 듯 애태우며 기다려보겠다.
글 | Beasel




2는 정말 1보다도 더 고막을 찢어제끼는 앨범인듯...
정말 올해 AOTY를 받아도 손색없는 앨범이었어요
킬러마잌과 함께 한 결과물들은 죄다 실망만 안겨주었음.
이제 사운드와 프로덕션이라는 측면에서의 혁신은 힙합씬에서 더는 기대할 수 없게 돼 버린 게 아닐까 싶음. 어디를 봐도 재탕임. 그래도 el-p만큼은 한결같을 줄 알았건만 그 옛날 hi-tek의 전철을 밟고 있는 듯함.
컴패니 플로우와 el-p 솔로작들이나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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